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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아들의 헛간입니다.

인후(人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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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아들
작품등록일 :
2015.01.04 11:55
최근연재일 :
2015.09.11 20:45
연재수 :
186 회
조회수 :
677,298
추천수 :
21,070
글자수 :
9,223

작성
15.01.04 12:01
조회
19,973
추천
448
글자
6쪽

늙은 농부

안녕하세요.




DUMMY

한참을 논에서 잡초를 뽑던 노인은 허리를 펴 이마에 매친 땀을 훔치고 아직 손도 대지 못한 부분을 바라보았다.


“후우”


벌써 계절은 완연한 여름. 제 계절을 만난 저 빌어먹을 잡초들은 자신의 사정 따위 봐주지도 않고 자라고 있었다.


하루라도 빨리 잡초를 뽑아내지 않으면 날씨가 아무리 좋다한들 제대로 수확하지 못할 것이다.


사람이라도 쓰면 좋으련만 가까이 사는 이들도 자기들 일로 바쁘고 먼 곳에서 사람을 품삯까지 주면서 대려와 쓸 만큼 돈이 있는 것도 아니니 결국 전부 자신이 해야 할 일이다.



“빌어먹을 여편네.”


할 일도 많은데 보이지 않는 부인을 괜히 욕해본다.


오늘따라 왜 이리도 허리도 아프고 땀도 나고 힘이든지 힘도 들고 햇살도 강해서 잠시 쉬기로 한 노인은 논 옆에 나무그늘 아래 앉아 아침에 가져다 놓아둔 물병을 찾아 목을 축였다.



“빌어먹을 여편네.”


목을 축인 노인은 또 다시 부인을 욕해본다.


아침부터 지랄병이 도졌는지 아들이 올 것 같다며 마을 어귀에 나가 있는 부인을 답답한 마음에 욕해본다.


하지만 이내 노인은 고개를 흔들었다.


결국 해가 지고 붉어진 눈을 한 채 기운 없이 혼자 돌아올 부인이지만 자기도 기대하는 마음이 있었으니 부인이 나가도 막지 않았으리라.



어려서부터 큰 동네에 사는 퇴역한 군인에게 창술을 배운 아들놈은 7년 전 군역에 끌려가고 여태껏 연락이 없다.


처음엔 땅이나 파먹고 사는 농부의 아들이 무슨 헛짓걸이 나며 무던히도 화를 냈다.


그래도 배우고 싶다하는 어린 아들놈의 고집을 노인은 꺾을 수가 없었다.


아니 미래에 대한 희망하나 없이 땅이나 파먹고 사는 자신의 모습과 그래도 창술이라도 배워 무엇이라도 해보려는 아들에 모습 그리고 공짜로 배운다는 말에 혹한 것이리라.


그래도 아들놈이 제법 창술을 잘 배우고 같이 배우는 아이들 중 실력도 괜찮다는 말에 내심 말은 못하고 속으로 좋아하기도 하였고, 혹시나 운 좋으면 관아의 포쾌나 표국의 표사라도 될 수 있지 않을까 내심 기대도 하였다.


되지도 않는 꿈을 꾼 벌을 아들이 대신 받은 것일까?


큰 마을을 하루가 멀다 하고 왔다 갔다 하며 창술을 배우던 아들이 군역에 끌려간 것이 7년 전이다.


12년 전 남쪽에서 난리가 나고 5년이나 질질 끌더니 병력이 필요하다 하면서 창술을 배우던 아들이 관리들에 눈에 뜨여 끌려간 것이다.


관리의 다리를 부여잡고 빌어도 보고 있는 돈 없는 돈 빌린 돈 까지 모아서 가져다주었지만 돌아온 대답은 불가였다.


그러면서 관리는 이번에 군인으로 뽑혀가는 자들의 가족들은 조세가 당분간 면제이니 좋게 생각하라 하였다.


아니 세상천지 어느 부모가 자식을 팔아 밥을 먹고 좋아한단 말인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내내 서럽게 울었다.


평생을 땅을 일구고 고생하며 간신히 자갈밭을 개간해 내 땅을 가지고 아들 녀석이 하고 싶은 것을 하게 해주었는데 그것이 이렇게 돌아오다니.


자식을 잡아먹은 아비다.


자기는 자식을 잡아먹은 아비가 되어 버렸다.


하늘이 미치도록 원망스러웠다.


하늘이 정말 미치도록 원망스러웠다.


하늘이 정말 사무치도록 원망스러웠다.


반쯤 나간 정신으로 집에 돌아와 부인과 아들에게 사정을 이야기 하니 부인은 대성통곡을 하였고, 아들도 말은 없지만 두렵고 불안한 눈치였다.


그래도 자기만 바라보고 늙은 부모들이 걱정할까봐 자기가 같이 창술을 배운 아이들 중 실력이 제일이니 걱정 말라고 아니 이 기회에 큰 군공을 세워 금위환향 할 터이니 걱정을 말라 부모들을 위로하였다.


오히려 자신이 떠나면 농사일이 걱정이었는데 조세가 당분간 면제된다니 그것 참 다행이라며 웃어보였다.


그 작고 작은 아이가 어느 사이에 이리도 컸을까


그 모습을 보며 부인은 울음을 억지로 참으며 군공은 세우지 않아도 좋으니 살아 돌아오라며 꼭 살아 돌아오라며 아들에게 말하였다.


그렇게 아들이 난리가 났다는 남쪽으로 떠나고 5년 난리가 끝났다는 소식이 들리고 군인들이 돌아왔지만 아들은 돌아오지 않았다.


아들이 떠나고 5년이 지나도 소식 하나 듣지 못했지만 죽었다는 소식도 없으니 살아있을 거라 생각하며 악착같이 버티었다.


이제나 올까 저제나 올까 아들을 기다리던 부인은 2년이나 지난 지금도 때때로 오늘처럼 해가 뜨기도 전에 아들이 올 것 같다며 마을 어귀로 나가 아들을 기다리다 해가 지고 집으로 돌아온다.


난리가 난지 7년 끝나고도 2년이 지났지만 소식 한 자락 듣지 못했다.


그래도 부인은 죽었단 소식도 없으니 아들은 살아있을 거라며 돌아올 거라며 그렇게 정신 나간 사람마냥 아들을 기다린다.



“킁”


두어 달 잠잠하던 부인이 또 아들을 기다리러 일은 미뤄두고 마을 어귀로 나가버리고 아들 생각이 난 노인은 눈가가 촉촉해지고 괜스레 코가 간지러워 코를 풀었다.


이제 다시 일을 해야 한다.


더 나이가 먹고 더 힘이 빠지기 전에 재산을 모아놔야 부인을 건사할 수 있을 것이다.


자식들 전부를 먼저 보내고 살아봐야 무엇을 하나 싶지만 그래도 살아야 한다.


그래도 살아있어야 한다.


자식들도 없는 상황에 부인 혼자 남겨진다면, 상상조차 하기가 싫었다.



“끙차”


무릎에 힘을 주며 일어난 노인은 멀리서 누군가 오는 것을 보았다.


노인의 논은 마을에서 외진 곳에 있으니 이곳으로 오는 사람이라면 자기에게 볼 일이 있으리라.


그렇게 생각하며 찬찬히 쳐다보니 부인이 누군가의 손을 붙잡고 걸어오고 있었다.


‘누구지?’


처음 보는 사람인 듯 했다.


아니 이제는 볼 수 없는 사람이라 생각했다.


소식을 못 들어도 좋으니 살아만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노인은 여태껏 살아오며 이렇게 코가 간지러운 적이 없었다.




감사합니다.


작가의말

정말 느린 소설입니다. 혹시라도 처음 읽으시는 분이 있으시다면 참고해주세요. 정말 느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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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 고향 언덕(32) +3 15.08.07 2,007 69 1쪽
170 고향 언덕(31) +5 15.08.05 1,926 65 1쪽
169 고향 언덕(30) +5 15.08.03 1,832 69 1쪽
168 고향 언덕(29) +4 15.07.31 1,733 69 1쪽
167 고향 언덕(28) +5 15.07.30 1,795 60 1쪽
166 고향 언덕(27) +6 15.07.27 1,962 67 1쪽
165 고향 언덕(26) +4 15.07.25 1,903 52 1쪽
164 고향 언덕(25) +7 15.07.23 2,404 68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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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5 고향 언덕(16) +5 15.07.02 1,718 64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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