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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은호 님의 서재입니다.

파인딩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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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나은호
작품등록일 :
2012.11.19 12:30
최근연재일 :
2012.12.26 01:01
연재수 :
5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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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389
추천수 :
696
글자수 :
242,379

작성
12.11.08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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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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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파인딩 스타(2부) - 폭력충동(2)

DUMMY

조강득은 코뼈가 골절되고 이빨 세 개가 부러졌다. 사건이 생기고 일주일 동안 은호의 집안은 벌집을 쑤셔놓은 듯이 난리가 났다. 은호의 아빠와 엄마는 조강득의 부모를 찾아가서 수도 없이 머리를 조아려야 했고 학교에서도 눈물을 보이며 선처를 구했다. 결국 수술비에 보상금을 더해서 조강득의 부모와 천만원에 합의를 보았고 담임선생님의 노력으로 은호는 출석정지 5일과 학교봉사 10일이라는 가벼운 처분을 받았다.


학생들은 은호의 아빠와 엄마가 학교에 여러 번 찾아오는 모습을 보며 은호의 가족사는 모두 조강득이 꾸며낸 이야기라는 결론을 내렸다. 덕분에 말도 안되는 악소문에 시달려왔던 다른 학생들도 자동으로 혐의를 벗게 되었다. 조강득은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학교에서‘뻥득이’로 재탄생했고 평범한 은호의 주먹에도 작살나 버리는 ‘시덥지 않은 놈’으로 전락했다.


은호의 집안에는 연일 비상이 걸렸다. 그동안은 은호가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뚜렷한 목표 없이 지내도 조금만 더 믿고 기다려 보자는 분위기였지만 이제는 뭔가 잡아줘야 할 것 같았다. 주말에 비상가족대책회의가 열렸다. 채원이도 중요한 일을 모두 팽개치고 단숨에 집으로 내려왔다.


“오늘 오랜만에 가족이 모였구나. 은호야. 조금도 부담은 갖지 마라. 네가 사고 친 것 때문에 이러는 건 아니다. 살다보면 그럴 수도 있지. 아빠는 다 이해한다. 사실은 네가 갈수록 불안해 보이고 감정 통제가 잘 안 되는 것 같아서 그게 걱정이었다. 그래서 가족이 모두 모여서 의논을 해보고 싶었다.”

“엄마도 너 이해해. 너한테는 보통사람이 상상할 수 없는 엄청난 에너지가 있는데 아직도 너의 길을 못 찾고 있잖아. 이젠 더 이상 허송세월을 보내면 안 될 것 같다.”


지나연은 요즘 은호가 혹여나 잘못 되기라도 할까봐 속이 새카맣게 타들어갔다. 은호도 사태의 심각성을 느끼고 있었다. 예전에는 채원이만 곁에 있어도 영혼이 충만해지는 기분이었지만 채원이가 떠나자 알 수 없는 상실감에 빠져들었고 학교에서는 수시로 폭력충동에 시달렸다. 스스로도 정신적인 위기라고 진단을 내렸다.


“나중에 동물원에서 일해보지 않겠니. 세상에 너만큼 동물하고 잘 통하는 사람은 없잖아.”

“엄마. 난 동물원이 싫어요. 거긴 동물들을 가두어 놓은 감옥이나 마찬가지에요. 대부분 지저분한 콘크리트 바닥이나 좁은 울타리 안에서 생활하고 있잖아요. 동물원에 있는 애들은 거의 모두 우울증과 향수병을 앓고 있어요. 무기력하고 만사가 귀찮고 하루종일 잠만 자고. 그런데서 일하면 나도 우울해질 것 같아요.”


가족 모두가 동물원은 동물감옥이라는 은호의 말에 공감해서인지 더 이상 동물얘기는 꺼내지 않았다.


“은호야. 너 운동 해보는 건 어때? 너 전국체전 금메달 다관왕 출신이잖아. 이젠 그쪽으로 나서도 괜찮지 않겠니?”


나채원은 은호가 공부에는 관심이 없으니까 운동분야에서 특출난 재능을 발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은호도 수긍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야 할 것 같아요. 운동을 하면 감정해소에 도움이 될 것 같아요. 학교에 축구부와 태권도부가 있는데 일단 태권도를 해볼게요. 단체운동 보다는 일대일 운동이 더 좋아요.”


가족들은 대찬성이었다. 은호가 운동을 한다면 국가대표는 기본이고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는 것도 어렵지 않은 일 같았다. 무엇보다도 자신의 문제점을 인정하고 해결의지를 보여줘서 다행이었다.


아빠와 은호는 출석정지 기간에 학교 태권도부에 찾아가서 감독을 만났다. 은호가 태권도에 입문한 적은 없지만 소질 하나 만큼은 세계 최고라는 아빠의 설명에 감독은 코웃음을 쳤다.


“아버님. 여기는 동네 태권도장이 아닙니다. 그리고 2학년이면 기본적으로 태권도 3단에 후배들도 가르쳐야 할 위치이고 당장 시합에도 출전해야 합니다. 죄송합니다만 은호 학생을 마땅히 가르칠만한 사람이 없습니다. 은호가 정 태권도를 배우고 싶다면 주변의 태권도장을 추천해 드리겠습니다.”


감독의 완강한 거절에 아빠는 일단 은호를 데리고 학교 밖으로 나왔다.


“감독님 말대로 어디 태권도장이나 알아볼까? 너 생각은 어때?”

“저는 학교 태권도부에 다니고 싶어요. 그래야 학교에 나오는 동기가 생길 것 같아요. 수업도 오전만 받아도 되거든요.”

“알았어. 여기서 잠깐만 기다리거라.”


나치곤은 은호를 두고 다시 감독을 만나러 갔다. 50만원을 건네며 태권도부 회식에 쓰라고 했다. 그리고 은호에게 한 번만이라도 겨루기 기회를 달라고 했다. 운동 소질을 보고 다시 한번 생각해 달라고 부탁했다. 감독은 잠시 난처한 표정을 짓더니 마지못해 동의를 했다. 겨루기 상대는 고수들이고 은호가 다쳐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말을 덧붙였다. 나치곤은 한걸음에 교문 밖으로 나왔다.


“은호야. 됐다. 됐어.”

“정말요? 저 태권도부 시켜준대요?”

“아니. 그건 아니고. 겨루기를 한번 해보고 소질이 보이면 넣어준대. 그런데 유단자랑 한 판 해도 괜찮겠어?”

“문제 없어요. 태권도는 빈 틈이 많거든요.”


은호는 자신에게 타고난 격투기 소질이 있다고 믿고 있었다.


“그래도 조심해야 한다. 내일 4시에 학교로 오라는구나.”


다음 날이었다. 태권도부 학생들은 기본연습을 끝내고 체육관 안에 빙 둘러 앉아 있었다. 감독이 나은호를 소개했다.


“여기 있는 친구가 나은호이다. 이 친구는 운동센스를 타고났다고 한다. 얼마 전에 조강득이라는 학생을 한 방에 날려버린 장본인이기도 하다. 이 친구가 태권도부에 들어오고 싶다는데 여러분과 겨루기를 해서 소질이 보이면 허락할 생각이다. 여러분은 이 친구의 싸움실력이 정말 궁금하지 않나. 여러분 중에 가볍게 대련을 해보고 싶은 학생은 지금 일어서도록.”


감독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거의 모든 학생들이 자리에서 우르르 일어섰다.


“하룻강아지의 도발에 우리 호랑이들이 자존심이 제대로 상했나 보군. 그럼 다들 앉고. 2학년 중에서 유일한 태권도 2단. 김종호 앞으로 나오도록.”


나은호와 김종호는 헤드기어만 착용하고 대진에 나섰다. 김종호는 가벼운 스텝을 밟으면서 발차기로 잽을 던졌다. 나은호는 정적인 자세로 주먹을 모으고 방향만 살며시 틀어가면서 상대편의 움직임을 주시했다.


김종호가 달려들어서 나은호의 왼쪽 종아리를 차고 다시 오른쪽 머리에 하이킥을 날렸다. 나은호는 고개를 살짝 피하고 순간 비어있는 김종호의 복부를 오른손 스트레이트로 강타했다. 김종호는 배를 움켜잡고 고통을 호소하며 무릎을 꿇었다.


“나은호 학생은 태권도 겨루기에서 이종 격투기를 하는 것 같구만. 이건 엄연한 룰 위반이야. 그래도 나은호의 승리를 인정할 수 밖에 없다. 누구 태권도 고수가 한 수 가르쳐줘야 하지 않겠나.”

“감독님. 제가 해보겠습니다.”


태권도부 2학년 주장 이태룡이었다. 태권도 4단으로 전국대회에서 은메달을 받은 적이 있는 실력자였다. 취업반 학생이지만 질 나쁜 녀석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오로지 운동 밖에 모르는 친구였다. 나은호와 이태룡은 서로 마주보고 섰다.


감독이 시작을 알렸다. 이태룡은 태권도 특유의 경쾌한 스텝 대신에 나은호처럼 주먹을 올리고 전후좌우로 가볍게 움직였다. 격투기 포즈였다. 주먹만 휘두르는 격투기 초짜에게 진짜 격투기로 응수해 주겠다는 심산인 것 같았다. 이태룡은 가벼운 로우킥과 강한 스트레이트를 공격패턴으로 활용해서 나은호를 꾸준히 압박했다.


나은호는 이태룡의 움직임을 감각적으로 느끼고 있었다. 잔뜩 폼을 잡으며 격투기를 흉내내고 있지만 태권도부 출신답게 펀치기술이 부족했고 습관적으로 태권도 리듬을 타고 있었다. 나은호가 달려드는 시늉을 내면 어김없이 뒤로 물러서며 발차기로 방어했다. 그 때마다 조금씩 중심이 무너진다는 사실을 눈치챌 수 있었다.


나은호는 이태룡의 공격을 어느 정도 유도한 다음에 펀치모션을 취하면서 빠른 속도로 달려들었다. 이태룡은 몸을 뒤로 젖히며 발차기로 방어했지만 은호의 속도를 따라잡지는 못했다. 나은호는 이태룡의 발차기를 옆으로 흘리고 안면에 라이트훅을 날렸다. 이태룡은 중심을 잃은 상태에서 충격을 받고 바닥으로 완전히 나가 떨어졌다.


이태룡은 터져나오는 코피를 도복소매로 닦고 다시 싸우겠다며 일어섰지만 감독이 시합을 중단시켰다. 태권도부 학생들은 충격에 빠졌다. 학교 최고수인 이태룡을 가볍게 제압해 버리다니. 평범한 학생에게서 어떻게 그런 동물적인 움직임이 나올 수 있을까. 태권도 스킬로는 도저히 당해낼 수 없는 스피드와 공격센스가 있었다. 조강득을 한방에 날려버린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닌 것 같았다.


감독은 자신도 예상치 못한 결과에 적잖이 당황했지만 학생들의 동요를 잠재우려고 태권도의 장점에 대해서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격투기는 단지 싸움을 위한 기술이지만 태권도는 무(武)이기 전에 도(道)라는 것이었다. 태권도는 정신수련과 신체단련을 이상적으로 조화시킬 수 있는 강력한 무예라고 강조하고 격투기는 시정잡배나 하는 길거리 싸움으로 격하시켰다.


하지만 학생들은 태권도의 패배를 도저히 용납하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몇몇 싸움기질이 있는 학생들이 은호와의 겨루기를 요청했지만 감독이 더 이상 허락하지 않았다. 감독은 학생들에게 프리스타일로 운동하라고 지시하고 은호를 사무실로 데려갔다.


“예전에 운동한 적이 있나.”

“아니요.”

“그럼 싸움질 좀 했나.”

“아니요.”

“여전히 태권도부에 들어오고 싶나.”

“네.”

“너같은 녀석한테는 태권도가 지루할 게다. 차라리 격투기를 해보거라. 이건 너희 아빠에게 갖다 드리고.”


감독은 아빠에게 받았던 돈 봉투를 은호에게 돌려주었다. 은호는 학교를 나오면서 묘한 스릴을 느꼈다. 왠지 모르게 자신감은 있었지만 자신의 격투기 센스가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백퍼센트 살아있는 느낌이었다. 겨루기를 할 때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버린 것 같았다. 매번 생각을 하기도 전에 몸이 먼저 움직였다.


상대의 움직임을 느끼는 대로 반응했고 빈틈을 찾아서 본능적으로 에너지를 발산시켰다. 감독 얘기처럼 몸동작이 규격화 되어있는 태권도 보다는 격투기가 훨씬 나을 것이다. 비록 태권도부 가입은 거절당했지만 드디어 해보고 싶은 일을 찾은 것 같아서 기분이 짜릿했다. 하지만 시골에서 어떻게 격투기를 배우고 숨은 기량을 과시할 수 있으랴. 적어도 학교를 졸업할 때까지는 참고 기다려야 했다.


저무는 봄 햇살이 따스하게 느껴졌다. 버스정류장 방향으로 목련이 피어있는 길이 제법 근사하게 보였다. 얼마 전까지 기승을 부렸던 겨울추위가 어느새 마술처럼 사라졌고 세상을 뒤덮은 봄기운이 은호의 마음까지 완전히 장악해 버렸다.


작가의말

다음 회부터는 은호의 로맨스가 시작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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