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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은호 님의 서재입니다.

파인딩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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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나은호
작품등록일 :
2012.11.19 12:30
최근연재일 :
2012.12.26 01:01
연재수 :
59 회
조회수 :
86,395
추천수 :
696
글자수 :
242,379

작성
12.10.24 22:51
조회
1,741
추천
10
글자
6쪽

파인딩 스타 - 초감각(1)

DUMMY

“엄마, 비.”

창밖을 쳐다보니 하늘에 회색물감을 살짝 풀어놓은 것 같았다. 비가 올 것 같기도 하고 날씨가 개일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아이의 말은 언제나 정확했다. 하늘이 당장 비가 쏟아질 것 같아 보여도 아이의 말이 없으면 비는 오지 않았다.

오늘은 우산을 챙겨야 하는 날이다. 지나연은 출근준비를 하면서 의젓하게 앉아있는 아이를 보자 정말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는 여섯 살 밖에 안됐지만 혼자서도 잘 놀고 또래보다 성숙해서 안심하고 직장에 다닐 수 있었다.

아이의 이름은 지은호(池恩皓)였다. 지나연은 아이가 사랑을 듬뿍 받고 피부가 깨끗해지기를 염원하면서 은혜 은(恩)자와 깨끗할 호(皓)자를 써서 은호(恩皓)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세상 모든 의사들이 사기꾼처럼 느껴질 정도로 아무런 처방도 듣지 않던 아토피는 은호가 세 살 되던 무렵에 일단 퇴각해 버렸다.

아이가 자라고 면역력이 강해지면서 아토피 증세도 자연스럽게 완화되는 것 같았다. 아직도 환경, 음식, 스트레스를 항상 신경쓰고 관리해야 하지만 신생아 시절에 비하면 피부염을 통제할 수 있다는 것만 해도 행복한 일이었다.

지나연은 청아면 보건지소에 행정사무와 경리담당으로 취직한지 다섯 달 정도 되었다. 김수연의 소개로 얻게 된 일자리였다. 예전에 중소기업에서 경리일을 한 것이 취업에 큰 도움이 되었다. 처음에는 아이를 두고 직장에 다니는 것이 망설여졌지만 그렇다고 돈벌이 없이 마냥 아이하고 집에서만 지낼 수가 없었다. 다행히 아이 혼자 집에서 잘 놀았고 보건지소가 집과 가까워서 점심은 아이랑 같이 먹을 수가 있었다.

“엄마, 예쁜 꽃이 많이 피었어. 회사 가면서 꽃구경 많이 해.”

“그래, 우리 기특한 아들도 잘 놀고 있어. 엄마가 집에 올 때 맛난 거 사올게.”

‘우리 아들은 누굴 닮아서 이렇게 예쁠까.’ 지나연은 요즘 들어 아이 때문에 인생이 행복하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 색다른 느낌이었다. 저주스러웠던 임신과 끔찍했던 아토피. 원하지 않은 임신 때문에 자신과 아이의 인생이 영원히 불행할 것만 같았다. 하지만 어느샌가 겨울이 지나갔고 얼어붙은 가슴에 희망의 새싹이 돋아나고 있었다.

‘서민우는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가끔씩 그 사람이 궁금하기도 했다. 은호의 피부병이 심했던 시절에는 그 사람의 존재를 까마득하게 잊고 지냈다. 지나연의 하루는 남들보다 짧았다. 아침마다 밤사이 증세가 악화된 아이를 보며 하루 종일 죄책감에 시달려야 했고 이른 밤에 최면에 걸리기 전까지 집안일을 하나라도 더 끝내야 했다.

어쩌다 서민우의 생각이 나더라도 원수같이 느껴질 뿐이었다. 세월이 어느 정도 지나자 그토록 독기서린 증오도 더 이상 느껴지지 않았다. 지금도 그의 돌발적인 행동을 용서할 수는 없었지만 그가 꼭 나쁜 사람은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제는 사무친 미움도 바람결에 날려버릴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다고 해도 그를 받아들이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가 은호의 아빠라는 사실도 소용없었다. 지나연은 강요에 의한 만남이나 어쩔 수 없는 결혼은 결코 인정할 수 없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었다. 그녀의 엄마가 그랬다. 엄마는 자신을 쫓아다니던 아빠 때문에 반강제적으로 결혼까지 하게 되었다.

아빠의 로맨스는 유통기한이 너무 짧았다. 반강제적인 결혼은 반강제적인 결혼생활로 이어졌다. 아빠는 자기가 원하는 대로 살았고 엄마는 아빠가 원하는 대로 살아야 했다. 엄마는 언제나 그늘에서 시들어가는 꽃처럼 보였다. 지나연은 좋은 사람이 아니면 차라리 혼자서 살 거라는 생각이 황소머리의 뿔처럼 박혀있었다.

엄마가 출근하고 나면 은호는 가까운 산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그리 깊지 않은 곳에 은호만의 아지트가 있었다. 그 곳에는 아빠나무와 엄마나무도 있었고 아빠바위와 엄마바위도 있었다. 은호가 그렇게 이름을 붙였다. 아지트에서는 엄마가 일하는 보건지소도 잘 내려다 보였다. 심심할 때는 아빠나무에 매달리며 놀았고 졸릴 때는 엄마나무 그늘아래서 낮잠을 잤다.

은호는 동물들과 교감하는 특별한 능력이 있었다. 주변에는 항상 다람쥐, 토끼 같은 동물들이 자연스럽게 모여들었다. 은호는 나중에 크면 꼭 타잔이 되고 싶었다. 호랑이도 보고 싶고 범고래도 보고 싶었다. TV에서 보던 아프리카나 열대우림 같은 곳도 가보고 싶었다.

은호의 신체 반응속도나 직관력도 놀라울 정도였다. 아토피를 겪으며 극한의 고통을 통해서 생겨난 능력인지도 몰랐다. 파리가 어린아이의 낙서처럼 공중을 휘젓고 다녀도 은호는 파리의 비행동선을 정확히 포착해서 단번에 붙잡아 버렸다.

한동안 파리나 잠자리를 공중에서 낚아채며 놀았지만 요즘은 돌 던지기 놀이에 열중하고 있었다. 부러뜨린 나뭇가지를 여러 곳에 심어놓고 돌멩이를 던져서 맞췄다. 백발백중이었다. 과녁을 점점 멀리에 놓고 돌을 던졌다. 힘이 닿는 곳까지는 단 한 번의 실수도 없이 정확히 명중시켰다.

한번은 매 한 마리가 하늘에 출격했다. 날개를 펴고 정지된 자세로 미끄러지듯이 활공하고 있었다. 매는 가까운 하늘에서 한동안 공중을 빙빙 돌더니 갑자기 은호가 있는 방향으로 쏜살같이 내려오기 시작했다. 은호는 깜짝 놀라서 돌멩이를 움켜쥐었다.

매는 바로 앞에 보이는 나무에서 다람쥐를 잡아채고 다시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은호는 자동반사적으로 돌멩이를 던져서 매의 가슴부위를 맞혔다. 매는 다람쥐를 떨어뜨리고 산비탈로 추락해 버렸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신음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공포에 질린 다람쥐가 은호의 품으로 달려들었다.

“깜짝 놀랐지. 걱정하지 마. 형아가 지켜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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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파인딩 스타 - 아기의 절규(1) +2 12.10.19 2,015 14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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