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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은호 님의 서재입니다.

파인딩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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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나은호
작품등록일 :
2012.11.19 12:30
최근연재일 :
2012.12.26 01:01
연재수 :
59 회
조회수 :
86,392
추천수 :
696
글자수 :
242,379

작성
12.11.06 08:32
조회
1,559
추천
11
글자
8쪽

파인딩 스타(2부) - 악몽(2)

DUMMY

“이 세상에 방송국이 하나 밖에 없다고 해도 아나운서 자리는 니꺼야. 너처럼 똑똑하고 예쁘고 마음씨 좋은 여자는 없거든.”

“하하. 너 갈수록 콩깍지가 두꺼워지는 거 아니? 이 세상엔 예쁘고 공부 잘하는 여자들이 널렸거든?”

“넌 다 이길 자신 있잖아. 안 그래?”

“내가 공주병 중증 환자인줄 아니? 그럼 뭐. 너가 이기라고 하면 다 이겨줄게. 호호.”

“그래. 최고가 되어줘. 난 너만 보면 행복해지거든.”

“넌 분명히 콩깍지 중증 환자야. 걱정 마. 내가 평생 치료해주면 되니까. 너도 너의 능력을 잘 발휘하면 최고가 될 수 있어. 우리 같이 길을 찾아보자. 넌 너무 특별하잖아.”

“고마워.”


나은호는 이미 지역에서 유명세를 타고 있었다. 가끔씩 신통한 학생으로 언론매체에 소개되기도 했다. 동물들과 교감하는 특별한 능력과 초감각적인 운동신경 때문이었다. 동물병원과 119는 사나운 동물을 처리하거나 다급한 일이 생길 때마다 항상 은호에게 119를 요청했다. 한 번은 119가 교장선생님에게 긴급 구조요청을 해서 은호가 수업시간 도중에 멧돼지를 잡으러 나간 적도 있었다. 마을에 내려와서 마취탄을 여러 발 맞고도 끄떡없이 난동을 부리던 야생 멧돼지였다.


중학교에 진학할 때에는 대전에 있는 한 체육중학교의 러브콜을 거절하느라 애를 먹었다. 거의 한달 동안 끈질긴 설득작업이 있었지만 은호가 가족이랑 떨어지기 싫다며 한사코 거절했다. 은호는 초등학교 시절에 전국체전에 참가해서 초등부 양궁과 사격종목의 개인부문 금메달을 휩쓴 전력이 있었다. 학교에 운동부가 따로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냥 재미삼아 대회출전을 결정했고 학교측의 도움으로 양궁장과 사격장에서 몇 번 연습을 해본 정도였다.


하지만 중학교에 올라오면서 스카웃 홍역을 심하게 치른 뒤로는 운동경기에 대한 관심이 사라졌다. 가끔씩 전국대회에 나가서 금메달을 따오면 학교에서 영웅 대접을 받고 저승사자 같은 선생님도 함부로 대하지는 않겠지만 지나친 관심을 받는 일 자체가 꺼려졌다. 지금처럼 가족과 함께 지내면서 수난당하는 동물들을 도와주며 조용히 살고 싶었다.


수업이 끝나면 매일같이 동물병원「페티아」에 들렀다. 외과수술이나 약치료는 수의사가 전문이지만 동물들의 심리치료는 은호가 전문이었다. 은호가 있으면 동물들이 눈에 띄게 안정을 보였고 회복도 빨라졌다. 수의사는 은호를 통해서 동물들도 사람처럼 많은 생각을 하고 희로애락의 감정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었다.


“아저씨. 하나님은 잔인한 분 같아요.”

“뭐?”

“사람이 동물을 잡아먹고 살도록 만들었잖아요.”

“그런가.”

“동물도 감정이 있고 생명은 고귀한 거잖아요. 사람은 식욕을 채우기 위해서 동물을 너무 가혹하게 죽여요. 사람은 정말 잔인한 존재에요.”

“그래. 그건 분명히 잔인한 짓이야. 하지만 당장 배가 고파죽어도 마음약해서 닭 한 마리도 못 잡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야.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기를 음식으로 접하는 거니까 사람 모두가 잔인하다고 볼 수는 없겠지.”

“말씀하신 것처럼 사람은 고기를 먹고 살아야 하잖아요. 동물들도 서로 잡아먹고 살아야 하고. 그래서 하나님은 잔인하시다는 거예요.”

“혹시 말이다. 동물들은 죽을 때 아픔을 덜 느끼지는 않을까? 하나님께서 동물들이 고통을 안 느끼고 쉽게 죽도록 만드셨다면 좋을 텐데. 파리나 모기가 죽는 게 아무렇지도 않은 것처럼.”

“안 그래요. 동물들도 목숨이 끊어질 때가지 고통 때문에 절규하고 공포에 시달려요. 살려고 끝까지 발버둥을 친단 말이에요.”

“그래. 그 놈들은 말도 못하고 참 불쌍하다.”

“최대한 고통스럽지 않게 죽일 수도 있잖아요. 얼마 전에 살아있는 개를 불로 태우고 몽둥이로 때리는 사람들을 봤어요. 악마처럼 보였어요. 그 사람들은 천벌을 받아야겠죠?”

“네가 끔찍한 것을 봤구나. 그래. 하나님도 동물을 잔인하게 죽이는 것 까지는 원하지 않으실 거야.”


은호는 며칠 전에 마을 귀퉁이에서 개를 잡는 장면을 보고나서 아직도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사람들의 잔인성과 처참한 개의 모습이 뼛속 깊이 각인되어 버렸다. 지금도 집으로 갈 때는 개가 죽었던 장소를 피해서 멀리 돌아다니고 있다. 주변에서 개가 끙끙거리는 소리를 들으면 심장이 덜컹거렸고 지나는 길에 가마니가 쌓여있는 곳은 죽은 개가 들어있는 것 같아서 눈길을 피했다.


(사람들이 개를 가마니로 덮어서 밧줄로 묶고 나무에 매달았다. 가마니가 터져있는 틈으로 개가 머리를 내밀고 몸부림을 쳤다. 어느 술에 취한 아저씨가 몽둥이로 사정없이 가마니를 후려 때렸다. 개가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러댔고 가마니는 파도를 타는 것처럼 출렁였다. 다른 아저씨가 가마니에 불을 질렀다. 공포에 질린 개는 필사적으로 절규했고 눈알이 튀어나올 것 같았다. 순식간에 가마니가 불타올랐고 사람들의 몽둥이질은 멈출 기미가 안보였다. 개의 눈빛이 은호와 마주쳤다. 목숨이 끊어지기 직전이었다.‘은호야. 제발 좀 살려줘. 너무 고통스러워. 이 악마들을 죽여줘. 제발.’)


은호는 악몽에 시달리다가 새벽에 잠이 깼다. 며칠째 똑같은 꿈이었다. 식은 땀이 이불을 흥건하게 적셔 놓았다. 자기를 향해 애원하는 개의 눈빛이 생생하게 연상되었다. 도저히 잠을 이룰 수가 없을 것 같아서 밖으로 나갔다. 하늘에는 먹구름이 떼로 몰려와서 차례로 달을 겁탈하고 있었다. 바람이 음산한 소리로 웃고 있었다.


‘개를 무자비하게 죽인 사람들도 고기를 먹으면서 기분좋게 웃었겠지. 고기 맛이 좋다고 하면서.’


이 세상에 그런 사람들이 존재하는 한 절대로 행복해 질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토요일 오후였다. 은호는 채원이를 도서관에 바래다주고 동물병원으로 가는 길이었다. 어디서 본 듯한 아저씨가 같은 방향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누구인지 기억도 나기 전에 본능적으로 몸이 전율하기 시작했다. 바로 개를 때려잡은 사람이었다. 은호는 거리를 두고 아저씨를 따라갔다. 공포에 질린 개의 눈빛이 아른거렸고 악마들을 죽여 달라고 애원하는 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저씨가 논길로 들어섰다. 개를 죽였던 곳이 나오는 방향이었다. 은호는 걷잡을 수 없는 폭력충동을 느끼고 있었다. 시야가 개방된 논길에서 아저씨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최대한 거리를 벌렸다. 길가에서 돌멩이 하나를 집어들었다. 타원형 모양에 가장자리가 도끼날처럼 예리했다. 아저씨가 논길에서 벗어나 마을 골목으로 진입하자 은호는 재빠르게 따라잡았다.


골목 모퉁이를 돌자 개를 매달았던 나무가 보였다. 은호는 있는 힘을 다해서 아저씨의 오른발 뒤꿈치에 돌을 던졌다. 뒷발을 지면에서 떼기 직전에 뒤꿈치의 힘줄이 가장 팽팽하게 당겨진 순간이었다. 돌은 예리하게 날아가서 아저씨의 오른발 아킬레스건을 파열시켜 버렸다. 아저씨는 외마디 비명을 지르면서 그 자리에서 고꾸라졌고 은호는 조용히 자취를 감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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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4

  • 작성자
    Lv.93 대비니
    작성일
    12.11.06 09:25
    No. 1

    헐 어떤면에서 무섭군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9 [탈퇴계정]
    작성일
    12.11.06 10:20
    No. 2

    먹는거 좀 먹었다고 장애인 만들다니...
    이전에 개장수도 되게 안좋게 그리시더니..
    적당해야지 반복되고 과하게 사상주입하듯 묘사하니 좀 보기 그렇군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 나은호
    작성일
    12.11.08 08:35
    No. 3

    CtrlW님의 의견을 존중합니다. 은호 캐릭터의 가장 큰 특징은 폭력충동입니다. Dog에 대한 편견은 없고 다만 폭력성에 염두를 두고 쓰다보니...^^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12.11.16 17:03
    No. 4

    애초에 정상적인 주인공이 아니니까 이해를 합니다. 어릴 때부터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자라면 성격 형성에 악영향을 미친대요. 저런 폭력충동이 바람직한 건 절대 아니지만, 소설의 내용을 흥미진진하게 전개시키는 장치라고 봐야지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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