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

스페셜메이지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티그리드
작품등록일 :
2012.11.21 06:13
최근연재일 :
2022.11.02 12:03
연재수 :
183 회
조회수 :
1,807,435
추천수 :
35,122
글자수 :
576,582

작성
14.02.04 15:44
조회
6,164
추천
241
글자
7쪽

ch 24. 절대로 양보해서는 안되는 것.

DUMMY

ch 24. 절대로 양보해서는 안되는 것.

1.

황제는 착잡한 표정으로 텅 빈 회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굳어버린 피가 긴 띠를 그리며 늘어져 있었다. 로비안이 마지막 힘을 짜내 걸어온 길. 그 녀석은 마지막 순간에 무슨 생각을 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 없는 녀석이다.

처음에는 그냥 사기꾼이라고 생각했었다. 파티마와의 관계를 이용해서 카냐와 로히다의 세력을 공고히 하려는 것쯤으로 생각했다. 실제로 그런 약삭빠른 녀석들은 얼마든지 봤으니까.

하지만 녀석은 분명히 달랐다.

그 마지막 순간의 외침이 - 그리고 자신을 압도하던 그 눈빛이- 아직도 생생하게 자신의 머릿속에 각인되어 있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그런 눈빛을 보지 못한 종류의 눈빛. 그리고 그 순간만큼은 확신할 수 있었다.

적어도 로비안은 파티마를 이용만하고 버릴 인간은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혀밖에 없는 변설가 따위와는 격이 달랐다.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오히려 자신을 누르려 들었고, 말을 넘어서는 무언가를 보여줬으니까.

“죽이기엔 너무 아까운 녀석이야.”

황제는 생각했다. 로비안은 분명 많은 것을 해낼 수 있는 인재다. 다른 사람이 없는 무언가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래서 더 위험하다.

생각이 더 복잡해졌다. 로비안을 이대로 놔두기에는 일이 너무 복잡해진다. 그는 곰곰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들을 생각했다.

‘너무 거물을 보냈어.’

사악한 표정으로 웃고 있을 카를을 생각하며 황제는 짧게 혀를 찼다. 산을 무너트리라면 할 수 있다. 강을 막으라면 그역시 해낼 수 있다. 하지만 이 문제는 그것보다 훨씬 어려워 보였다.


***


로비안은 억지로 몸을 일으켰다. 한동안 침대에 누워있기만 했더니 온몸이 뻐근했다. 수도로 올라오고부턴 정신없이 살았던 로비안으로서는 정말 못할 짓이기도 했다.

‘이러는 동안에도 카림은 움직이고 있을 텐데.’

그는 입맛을 다시며 창밖을 바라보았다. 여기서 사기꾼이 예상치 못한 휴가를 즐기는 동안 카림은 더 세력을 키웠을 것이다. 결국 그가 쇼를 해서 얻은 건 벽에 기대어 꾸벅꾸벅 졸고 있는 이 아가씨의 마음뿐이다.

이미 많은 것이 바뀌었다.

더 많은 짐이 자신에게 얹어졌다. 예전에는 그냥 자신의 몸 하나만 걱정하면 됐는데 이젠 걱정해야 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그리고 그 많은 사람들 중에서도 파티마는 특별했다.

이젠 절대로 도망치지 않을 것이다. 파티마가 자신을 믿고 있는 만큼, 아니 그 이상의 신뢰를 돌려줄 것이다. 그게 마지막 순간의 고백의 의미기도 했으니까.

그동안 그는 그런 인간이었다.

오직 자신의 목숨과 안전만 생각했던 인간. 그렇기 때문에 살아남을 수 있었지만 다른 사람은 안중에도 없었다. 항상 뒤를 생각했고, 언제든지 도망갈 궁리를 해놓았다. 그런 자신을 버리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그는 생각했다.

앞으로 어떤 일을 해야 할지를. 지금 상황에서 어떻게 균형추를 맞출 수 있을까를.

‘답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가 할 수 있는 건 하나밖에 없었다. 쉴레이만과 황제를 설득하는 일. 아니 설득하지 못한다면 적어도 적이 되지는 않게 만들어 놔야했다.

그는 파티마가 깨지 않게 조심스럽게 일어났다.

그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했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원래 하려고 했던 일을 해야겠지. 그는 황제의 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황제의 표정은 어두웠다.

그날 자신에게 보였던 그 살기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리고 그 빈 공간을 걱정이 가득 매웠다. 황제는 손짓으로 로비안에게 자리를 권했다.

“역시 쉽게 죽을 놈은 아니었군.”

“죽기 전에 끝내야 할 일이 산더미니까요.”

로비안의 자신만만한 웃음에 황제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잠시 고민했다. 눈앞에서 뻔히 보고 있는데도 이 녀석의 속은 읽을 수가 없다.

게다가 수시로 변하기까지 한다. 어제의 그 모습과 오늘의 모습은 또 얼마나 다른가.

저 녀석이 엄청난 재능의 마법사라는 것 까지 떠오르면 그의 머릿속은 걷잡을 수 없이 혼란스러워졌다. 대체 이 녀석의 정체가 뭘까 하고.

그는 고민했고 또 고민했다.

어떻게 이야기를 꺼내야 할지를.

그는 한참동안 로비안의 눈을 응시했다. 마치 그 눈 속에서 답을 찾으려는 듯이. 그리고 돌아온 것은 고요. 결국 황제는 직접 그 답을 찾기로 했다.

“아직도 내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

“파티마는 확실히 매력적인 아이네. 그걸 부인하진 않아. 그래서 자네도 그렇게 빠진 걸 테고, 그 많은 가신들의 지지를 얻을 수 있었던 거겠지. 하지만 그게 그 아이를 황제로 만들어 주진 않는다.”

로비안의 두 눈이 재빠르게 움직였다. 그리고 그는 확신했다. 황제가 하고 싶은 말은 따로 있다는 걸. 역시 황제는 고민하고 있었다. 한참의 시간이 지나서야 황제의 입이 떨어졌다.

“하나 묻지. 그 아이가 황제가 되지 않는다면 달라지는 게 무엇인가? 황제가 아니더라도 그 아이는 여전히 아름다울 테고, 충분히 사랑받을만한 아이일거다.”

“분명 그럴지도 모르죠. 하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닙니다.”

“?”

“직위란 사람의 본질에 미치지 못하는 껍데기일 뿐이죠. 지금의 공주님이 황제이건 공주로 남던....... 그건 어쩌면 저에게 그리 큰 문제가 아닐지도 모릅니다.”

로비안의 말이 한결 더 가벼워졌다.

“하지만 공주님에겐 다릅니다. 폐하, 남이 채워주는 행복엔 한계가 있는 법입니다. 예전처럼 아무것도 하지 않고, 듣지 않는 공주님은 전혀 행복하지도 않고 아름답지도 않을 겁니다. 그걸 지켜봐야하는 저도 마찬가질 테고요.”

“......”

로비안은 생각했다. 자신역시 파티마가 죽는 것을 원치 않는다. 하지만 그 스스로도 알고 있었다. 황제가 원하는 대로 도망친다면, 그건 로비안에게도 파티마에게도 비극이 될 것이라는 걸.

“만약 삼년 전 폐하가 같은 말을 했다면 전 받아들였을 겁니다. 하지만 그 사이에 너무도 많은 것이 바뀌었습니다.”

“아직도 기회는 남아있다. 살기위해 도망치는 게 뭐가 나쁘단 것이냐?”

“도망치기 위해서 버려야 하는 건 자신의 긍지만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로비안은 말을 계속했다.

“내 뒤에서 묵묵히 자신의 성장을 도모하는 사람들, 동생, 그리고 자유곡선학파, 그리고 가신들...... 그리고 그동안 노력했던 많은 시간들. 그 많은 것들을 버리고 사는 걸 어찌 산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

“세상에는 목숨보다 중요한 게 있는 법입니다. 그래서 전 절대 포기할 수 없습니다.”


작가의말

즐거운 하루 되세요.

ㅇㅂㅇ 정작 작가는 즐겁지 못하다는게 아쉽지만.


덧)오타와 오류 수정했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6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스페셜메이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83 외전. 광대 국왕과 마도사의 오기(2) +2 22.11.02 64 6 7쪽
182 외전. 광대 국왕과 마도사의 오기 +4 22.10.30 92 6 8쪽
181 외전. 배나온 중년의 회상(1) +5 19.09.19 220 12 7쪽
180 외전. 말괄량이화가와 수행기사(2) +2 19.09.16 180 14 7쪽
179 외전. 말괄량이화가와 수행기사(1) +16 19.09.08 280 21 9쪽
178 후기 +21 17.03.24 1,503 30 5쪽
177 에필로그. 특별함에 관하여 (完) +7 17.03.24 1,405 36 6쪽
176 최종장. 황도에 떨어지는 별 (챕터끝) +8 17.03.23 1,248 36 6쪽
175 최종장. 황도에 떨어지는 별 (3) +5 17.03.22 1,140 33 7쪽
174 최종장. 황도에 떨어지는 별 (2) +7 17.03.21 1,021 31 7쪽
173 최종장. 황도에 떨어지는 별 (1) +9 17.03.19 1,085 34 7쪽
172 ch 31. 던져진 주사위 +8 17.03.13 1,051 32 7쪽
171 ch 31. 던져진 주사위 +6 17.03.05 1,106 30 6쪽
170 ch 31. 던져진 주사위 +7 17.02.19 1,179 29 7쪽
169 ch 31. 던져진 주사위 +7 17.02.12 1,256 33 7쪽
168 ch 31. 던져진 주사위 +9 17.02.06 1,152 31 6쪽
167 ch 30. 방패를 두드리는 검. +9 17.01.29 1,325 35 7쪽
166 ch 30. 방패를 두드리는 검. +2 17.01.22 1,258 31 7쪽
165 ch 30. 방패를 두드리는 검. +6 17.01.15 1,262 33 7쪽
164 ch 30. 방패를 두드리는 검. +6 16.12.15 1,296 37 6쪽
163 ch 30. 방패를 두드리는 검. +4 16.12.09 1,327 37 7쪽
162 ch 30. 방패를 두드리는 검. +9 16.11.28 1,483 42 6쪽
161 ch 30. 방패를 두드리는 검. +9 16.11.20 1,603 41 7쪽
160 Ch29. 21번째 주사위를 던지다. +12 16.11.17 1,502 41 6쪽
159 Ch29. 21번째 주사위를 던지다. +7 16.11.14 1,544 35 7쪽
158 Ch29. 21번째 주사위를 던지다. +4 16.11.12 1,811 41 6쪽
157 Ch29. 21번째 주사위를 던지다. +7 16.11.07 1,553 44 8쪽
156 Ch29. 21번째 주사위를 던지다. +6 16.10.31 1,614 38 7쪽
155 Ch28. 가진 것, 그리고 가지고 싶은 것. +9 16.10.28 1,636 35 7쪽
154 Ch28. 가진 것, 그리고 가지고 싶은 것. +8 16.10.25 1,530 39 7쪽
153 Ch28. 가진 것, 그리고 가지고 싶은 것. +7 16.10.19 1,632 38 7쪽
152 Ch28. 가진 것, 그리고 가지고 싶은 것. +5 16.10.17 1,529 42 7쪽
151 Ch28. 가진 것, 그리고 가지고 싶은 것. +11 16.10.12 1,720 41 7쪽
150 Ch28. 가진 것, 그리고 가지고 싶은 것. +7 16.10.10 1,605 40 6쪽
149 ch27. 체스말과 대국자 +8 16.10.07 1,709 38 7쪽
148 ch27. 체스말과 대국자 +4 16.09.30 1,697 37 6쪽
147 ch27. 체스말과 대국자 +5 16.09.26 1,614 36 6쪽
146 ch27. 체스말과 대국자 +5 16.09.20 1,761 38 6쪽
145 ch27. 체스말과 대국자 +6 16.09.15 2,278 38 6쪽
144 ch27. 체스말과 대국자 +7 16.09.12 1,752 38 7쪽
143 ch27. 체스말과 대국자 +5 16.09.08 1,915 36 7쪽
142 ch27. 체스말과 대국자 +6 16.09.06 1,926 46 7쪽
141 ch 26. 폰, 체스 판 끝자락을 향해 +8 16.09.03 1,958 44 8쪽
140 ch 26. 폰, 체스 판 끝자락을 향해 +5 16.08.29 1,892 53 5쪽
139 ch 26. 폰, 체스 판 끝자락을 향해 +15 16.08.25 1,925 56 7쪽
138 ch 26. 폰, 체스 판 끝자락을 향해 +10 16.08.20 2,089 53 8쪽
137 ch 26. 폰, 체스 판 끝자락을 향해 +16 16.08.15 2,476 49 7쪽
136 ch 25. 경치와 품격. (챕터 끝) +26 15.10.19 2,552 76 7쪽
135 ch 25. 경치와 품격. +11 15.10.10 2,391 70 7쪽
134 ch 25. 경치와 품격. +16 15.10.05 2,521 75 7쪽
133 ch 25. 경치와 품격. +33 15.09.27 2,870 92 8쪽
132 ch 25. 경치와 품격. +16 14.10.05 4,049 124 6쪽
131 ch 25. 경치와 품격. +39 14.09.29 3,731 130 7쪽
130 ch 25. 경치와 품격. +20 14.08.09 4,023 149 7쪽
129 ch 24. 절대로 양보해서는 안되는 것 (챕터 끝) +23 14.07.31 4,422 147 8쪽
128 ch 24. 절대로 양보해서는 안되는 것. +24 14.04.27 5,447 192 7쪽
127 ch 24. 절대로 양보해서는 안되는 것. +24 14.04.20 5,889 197 6쪽
126 ch 24. 절대로 양보해서는 안되는 것. +53 14.04.09 5,381 230 7쪽
125 연재가 많이 늦어졌습니다. +25 14.03.06 5,099 78 1쪽
124 ch 24. 절대로 양보해서는 안되는 것. +21 14.02.10 6,169 247 7쪽
» ch 24. 절대로 양보해서는 안되는 것. +26 14.02.04 6,165 241 7쪽
122 Ch 23. 우리가 지나쳤던 가치들의 의미. +39 14.01.27 6,405 245 7쪽
121 Ch 23. 우리가 지나쳤던 가치들의 의미. +31 14.01.26 5,217 228 5쪽
120 Ch 23. 우리가 지나쳤던 가치들의 의미. +21 14.01.24 6,052 217 7쪽
119 Ch 23. 우리가 지나쳤던 가치들의 의미. +24 14.01.12 6,255 260 8쪽
118 Ch 23. 우리가 지나쳤던 가치들의 의미. +25 14.01.07 6,869 249 8쪽
117 Ch 23. 우리가 지나쳤던 가치들의 의미. +25 13.12.31 6,782 249 8쪽
116 Ch 23. 우리가 지나쳤던 가치들의 의미. +27 13.12.23 6,909 262 7쪽
115 Ch 22. 시련은 천재를 만든다.- +24 13.12.17 6,511 231 8쪽
114 Ch 22. 시련은 천재를 만든다.- +27 13.12.15 6,485 228 7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