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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대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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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3.12.03 20:39
최근연재일 :
2024.01.06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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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184

작성
23.12.20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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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15. 최선의 선택

DUMMY

전에 머물던 동굴까지 돌아오는 도중에는 아무 일도 없었다. 어차피 떠난 지 하루밖에 되지 않았기에 동굴도 달라진 것 없이 그대로였다.


“뭔가 이상하군.”


먼저 눈치챈 것은 레인스였다.


“뭐가요?”

“느낌이 좋지 않아.”


근거는 없지만, 오랜 경험으로 인한 감이었다. 하지만 이런 감이 통한다는 것을 몇번이나 실전에서 경험한 적이 있는 레인스는 그 감을 무시하지 않았다.


레인스는 동굴 밖으로 나가 주위를 살피기 시작했고 그 나쁜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링크스! 이런 제길! 꼬리가 붙었었다!”


불을 피우고 있던 나는 레인스의 외침에 반사적으로 무기를 챙겨 밖으로 튀어 나갔다.


이미 밖은 전투가 벌어지기 직전이었다. 7명의 흉흉한 느낌의 사내들이 동굴 주위를 포위하고 있었다.


그중 한명은 아까 보았던 일격의 사바트였다. 현상금 사냥꾼들이 일시적으로 연합을 한 것 같았다.


“어이, 오랜만이야.”


일격의 사바트는 이미 승리를 확신한 듯이 여유를 부리며 레인스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까지 했다. 이들 무리에서는 사바트가 대장 노릇을 하는 듯 했다.


“반갑진 않군.”


레인스가 주위를 살피며 대답했다.


“포기하고 얌전히 잡히도록 해, 이 친구들도 나름대로 실력이 있는 친구들이라고?”

“생포하면 수당이 붙던가?”

“그건 아니야. 그런데 저 젊은 친구는 현상금도 없는 것 같은데. 자네가 얌전히 잡히면 저 친구는 살려주도록 하지”


졸지에 나는 협상 재료가 되어버렸다. 순간 레인스와 눈이 마주쳤는데 나는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의리를 떠나서 현상금 사냥꾼의 말 따위 믿지 않는다. 그리고 사바트의 말처럼 다른 6명의 사냥꾼이 그렇게 실력이 좋아 보이지 않는다.


눈에 보일 정도로 떨고 있는 사람도 있었고 시선을 고정하지 못하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


식당과 주점에서 근무하며 마탑 도시에서 근무하는 병사들을 상대한 일도 많았다. 마탑 도시에서 근무하는 정규군이라고 하면 나름 알아주는 정예병인데도 불구하고 하는 행동이나 얘기를 들어보면 형편없는 인간들이 많았다. 하물며 용병, 그것도 현상금 사냥꾼이라면 말할 것도 없다.


즉, 사바트만 처리한다면 나머지는 그렇게 어려울 것 같지 않다는 얘기다.


한 손에는 단검을 들고 다른 한손은 품 안에 넣어 숨기며 완드를 잡았다. 먼저 완드를 보여 마법사라는 것을 알려줄 필요는 없었다.


“거절하도록 하지.”


레인스의 거절에 사바트는 더욱 이죽거리며 이번엔 목표를 나로 바꿨다.


“어이, 어린 친구. 레인스에게 목숨을 걸 가치가 있나? 이렇게 죽으면 정말 개죽음이라고?”


나는 대답조차 하지 않았다.

사바트는 노련한 용병이다. 정말 자신이 있었다면 진즉에 공격해왔을 것이다. 


그보다 이 상황에서 어떤 마법을 처음으로 사용해야 가장 효과를 볼 수 있을지 생각하느라 사바트의 질문에 대답할 겨를이 없었다.


내가 대답하지 않자. 잠시 정적이 깔리며 가뜩이나 일촉즉발의 상황에 한층 더 긴장이 고조되었다.


사바트의 얼굴이 서늘하게 변하기 시작했을 때 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레인스, 불 원숭이 때 그걸 한 번 더 써보려고 해요.”

“알았다.”


바로 옆에 있던 레인스에게만 들릴 정도로 작게 속삭였다. 레인스가 손에 든 도낏자루를 더욱 세게 움켜쥐었다. 뭐 귀가 밝은 용병이 있었다면 들었을지도 모르지만 상관없었다.


“이봐 너희들끼리 무슨?!”


사바트가 말을 끝마치기 전에 사바트의 눈앞에서 눈부신 빛이 폭발했다.


근육 덩어리 그 자체인 레인스가 땅을 박차고 무시무시한 속력을 내며 앞으로 튀어 나갔다. 나는 마법을 쓰자마자 단검 두 개를 차례로 던졌다.


레인스에게 배운 투척술은 이제 제법 괜찮은 적중률을 보이고 있었다. 두개의 단검이 사바트의 양옆에 있던 사냥꾼들을 노렸다.


꼭 단검이 큰 피해를 주지 않아도 상관없었다. 레인스가 사바트에게 일격을 먹일 동안 방해하지 않는 것으로 충분하다.


두 개의 단검 중 하나는 정확히 사냥꾼의 목젖을 뚫었고 다른 하나는 가슴에 꽂혔다. 단검을 맞은 용병은 가슴을 부여잡고 뒤로 쓰러졌으나 가죽 갑옷 위라서 치명상을 입은 것 같지는 않았다.


그 사이에 미친 듯한 속도로 달려든 레인스의 도끼가 사바트에게로 떨어져 내렸다.


콰앙!


도끼와 검이 만났을 때 나는 소리와는 거리가 먼 굉음이 울려 퍼졌다. 사바트는 놀랍게도 레인스의 공격을 검으로 막아내었다.


그러나 레인스의 괴력이 실린 도끼의 내려찍기를 간신히 막아낸 시점에서 이미 큰 손해를 보고 말았다. 더구나 아직 눈이 정상이 아니었다.


역시 사바트를 제외한 사냥꾼들은 그리 대단한 놈들이 아니었는지 피해도 전혀 없는 빛 마법 한 번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나는 검을 뽑아 가까이에 있는 용병에게 뛰어들었다. 검술을 제대로 익힌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레인스에게 조금이나마 배웠고 거기에 뛰어난 신체 능력이 더해지면 어지간한 하급 용병 수준은 넘는다.


그리고 몇 달 동안의 여행 동안 놀기만 했던 것이 아니다. 그동안 사람을 상대할 일이 없어서 사용할 일이 없었지만, 레인스에게 이런저런 것을 많이 배웠다.


화르륵!

“으윽!”


얼굴 앞에서 불이 일어나면 누구라도 당황한다. 마나를 활용한 전투법이다. 거기에 불 속성을 얻으면서 조금 더 효과적인 전투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불에 놀라며 틈이 생긴 사냥꾼의 급소에 주저 없이 검을 찔러넣었다. 사람의 몸에 검을 쑤셔 박은 적은 처음이지만 동물을 사냥할 때의 감촉과 크게 다르진 않았다.


한 명을 쓰러뜨린 후 곧바로 다음 상대를 향해 달려들었다. 셋을 쓰러뜨렸지만 레인스가 상대하고 있는 사바트를 제외하고도 여전히 세 명이 더 남아있다. 협공이라도 당하면 매우 곤란하니 정신을 차리기 전에 하나라도 더 쓰러뜨려야 했다.


다음 상대는 그래도 대비를 한 것인지 내가 접근하려고 하자 한쪽 팔로 얼굴을 가리며 위협적으로 검을 휘둘러왔다. 학습 능력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으로는 부족하다.


팡!


이번엔 바람을 압축해 귀 옆에서 터트려줬다. 굳이 크게 힘을 모아 터트릴 필요도 없었다. 사람이란 생물은 생각보다 예민하고 약하다.


한쪽 귀를 당한 용병은 멍청한 표정을 지으며 비틀거렸다. 그 틈을 노려 공격하려 했으나 다른 용병이 동료를 지키려는 듯이 가시가 박힌 몽둥이를 휘두르며 들어왔다.


굳이 맞서려고 하지 않고 재빨리 뒤로 물러나며 몽둥이를 피했다. 공격을 성공시키는 것보다 내가 다치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 레인스에게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은 이야기다. 어차피 기회는 다시 찾아온다.


쾅! 쾅!


저편에서는 여전히 레인스와 사바트의 굉음과 함께 레인스와 사바트의 격렬한 싸움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러나 레인스가 승기를 잡은 것이 확실히 보였다.


사냥꾼 둘을 붙잡고 레인스가 승리하기만을 기다리기만 하면 이기는 싸움이다. 그러나 굳이 그때까지 기다리고 싶진 않았다.


“죽어!”


몽둥이를 든 사냥꾼이 악을 쓰며 공격해 들어왔다. 그 뒤를 멀쩡해 보이진 않지만, 귀에서 피를 흘리는 사냥꾼도 이를 악물고 따라 들어오고 있었다.


검으로 몽둥이를 한번 쳐냈다. 그러자 뒤따라온 사냥꾼의 검이 그사이를 비집고 들어왔다. 다시 뒤로 물러나며 거리를 벌렸다. 


내 시선이 잠시 아래를 향했다. 이번엔 사냥꾼의 사타구니에 불을 질렀다. 누가 본다면 비열하다고 욕할지도 모르지만, 목숨이 걸린 싸움에서 그런 것이 무슨 상관인가.


민감한 부위에서 올라오는 후끈한 느낌에 검을 든 사냥꾼이 기겁하며 펄쩍 뛰었고 나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옆구리에 긴 자상을 남겨주었다.


“크악!”


다시 한명이 이탈했다. 이제 남은 것은 몽둥이를 든 사냥꾼 하나뿐이다. 혼자 남은 사냥꾼은 눈에 띄게 긴장한 표정이었다.


“무기를 버리고 항복하면 살려주지.”


내 제안에 사냥꾼은 들고 있는 몽둥이가 흔들릴 정도로 고민하고 있었다. 시간을 조금만 준다면 항복할 것이 분명했다.


그러나 그 대답은 끝내 들을 수 없었다.


푸학!


고민하던 사냥꾼의 목이 하늘을 날았다. 어느새 전투를 끝내고 다가온 레인스가 목을 날려버린 것이었다.


레인스는 그것으로 멈추지 않았다.


“사, 살려줘!”

푸학!


옆구리에 검상을 입고 쓰러져 있던 사냥꾼과 단검에 가슴을 맞고 쓰러져 엄살을 부리고 있던 사냥꾼 모두 거침없이 목숨을 거뒀다.


딱히 그것에 거부감을 가진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반대라고 할까? 나야 알게 모르게 마탑의 정신병 걸린 마법사들에게 물들어 인간성이 조금 무디어져서 아무렇지도 않았지만, 레인스는 보기와 다르게 온화한 성격이었는데 무리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무슨 일로 이만한 사냥꾼들이 모인 건진 모르겠지만, 이미 내 신상도 퍼진 것 같고 이제 마을로는 갈 수 없겠어.”

“그렇겠지요.”

“그래도 링크스 자네는 아직 괜찮을 거야.”

“그건 아닙니다. 현상금만 걸리지 않았을 뿐이지 저야말로 정말 무서운 사람이 쫓고 있으니까요. 발각된다면 지금처럼 싸워서 이기거나 도망도 치지 못할 겁니다.”


비전에서 보았던 그 추적 마법사가 분명히 근처까지 와있을 것이다. 추적 마법사가 무엇을 보고 돌아갔는지는 알 수 없다. 


아마도 이멜다가 아닐까 예상하긴 하는데 그 이멜다가 돌아오려면 아직 며칠이 남았다. 분명히 이 근처에 추적 마법사가 있다는 뜻이다.


“낭패로군. 이곳도 이제 쓸 수 없겠어.”

“시체만 정리하고 빨리 떠나야겠지요.”


뒤를 밟힌 것은 둘째치고 마나의 흔적이나 싸움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이곳에 남아있다면 또 무슨 상대를 만날지 모른다.


시체들을 동굴 깊숙한 곳으로 던져놓고 동굴을 떠났다. 막상 떠나려고 보니 마땅히 갈 곳이 없었다.


“이멜다의 집으로 돌아가는 것은 어떤가?”


마치 늑대를 피해 호랑이굴로 들어가자는 제안이지만 안 된다는 말이 금방 튀어나오지는 않았다.


어떻게 보면 이 상황에서 이멜다의 집이야말로 최선의 선택이었다. 지내기에도 좋고 안전하다. 다른 사람의 눈에 띄지도 않는다.


물론 며칠 뒤에 이멜다를 만난다면 죽을지도 모르지만 살아남아서 받아들여지기만 한다면 그보다 안전한 곳은 세상에 없을 것이다.


비전에서도 이멜다는 우리를 죽이지 않았다. 물론 그 이후를 보지 못한 것이 흠이긴 하지만 아무튼 그렇다.


“돌아가 볼까요?”


현재로서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며칠 지내다가 이멜다가 돌아오기 전에 다시 나오는 방법도 있으니까. 일단 이멜다의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이멜다의 집 앞으로 돌아가 보니 우리가 바위 위에 놓고 왔던 브로치가 그대로 놓여있었다. 다시 브로치를 달고 안으로 들어가자 발부르가와 나흐트가 마당에 나와 뛰어놀고 있었다.


“아저씨!”

“돌아왔네요!”


아이들은 우리를 반겨주었지만, 우리 꼴이 말이 아니었다.


“일단 좀 씻고 얘기하도록 할까?”


둘 다 피범벅이 되어있었기 때문에 이 상태로 아이들을 대하는 것은 께름칙하게 느껴졌다.


대충 씻고 나와 아이들과 함께 저녁을 차려 먹었다. 아이들은 변함없이 우리를 대했지만, 약간 가식이 느껴졌다. 뭔가 이런 일이 익숙한것 같은 느낌이라고 할까.


저녁을 먹고나서 좀 친해졌는지 나흐트가 레인스를 붙잡고 뭐라고 종알종알 이야기하는 동안 발부르가가 조용히 나에게 다가왔다.


“아저씨”


목소리를 낮게 깔고 말하는 것이 심상치가 않았다.


또래보다 훨씬 생각이 깊은 것 같기도 하고 어리다고 해도 이미 마법을 쓰는 것을 본 순간, 발부르가를 쉽게 볼 순 없었다.


“왜 그러니?”

“이제 떠나지 않는 거죠?”

“그건 아직 잘 모르겠는데.”

“가지 말아요. 우리랑 같이 오래 살아요.”


뭔가 말에 뼈가 숨어있었다. 혹시 하는 생각에 물어보았다.


“전에 다른 아저씨들도 있었니?”

“있었어요.”

“그 아저씨들은 어떻게 됐지?”


발부르가는 입을 오리주둥이처럼 만들며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해줘. 이건 중요한 일이야. 너희 어머니가 다른 아저씨들을 어떻게 했어?”

“그건···.”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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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3. 마녀의 집 +11 23.12.18 14,069 469 13쪽
12 12. 보이지 않는 집 +13 23.12.16 14,220 50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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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4. 의외의 소득 +8 23.12.07 17,457 535 13쪽
3 3. 첫 임무 +15 23.12.06 21,016 60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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