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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공간

내일은 대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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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3.12.03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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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06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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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09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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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6. 마탑을 나서다.

DUMMY

“감사한 말씀입니다만, 사양하도록 하겠습니다.”


예상하지 못한 답변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윌터스는 의외로 내 대답에 화를 내거나 놀라지 않았다. 하지만 이유를 물었다.


“이유를 알 수 있을까?”

“사실 이번 임무만 끝나면 마탑을 떠날 생각이었습니다. 거대한 집단에 소속된다는 것에 좀 지쳤습니다. 쓸데없이 머리 굴리지 않고 조용히 살고 싶습니다.”


공작가도 거대한 집단이다. 마탑처럼 온갖 권모술수가 판을 칠 것이 뻔하다. 윌터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역시 마탑에서 수십 년을 살아온 사람이다. 내가 말한 것에 대해 충분히 이해할 것이다.


“그럼 어쩔 수 없지. 그런데 마탑을 떠난다고 자네의 일이 해결될 것 같진 않아. 마탑의 노괴들은 집요하다네”

“그건 따로 생각해둔 바가 있습니다. 잘 될지는 모르겠지만요.”


나도 대책 없이 마탑을 떠나려는 것은 아니다. 세워둔 계획은 있다. 다만 그 계획이 무조건 성공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마음으로나마 응원하도록 하지. 하지만 자네의 재능이 아깝군.”


나에게 뭘 봤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스스로 마법 재능이 뛰어나다는 생각은 별로 해본 적이 없었다.


마탑의 또래 중에서도 나보다 재능이 뛰어난 사람은 얼마든지 있었다. 물론 내가 스승님을 일찍 잃고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한 부분이 있다. 아주 재능이 없는 편은 아니지만, 최상급은 아니라고 할까. 딱 그 정도로 스스로를 평가하고 있었다.


“그렇게 생각해주시는 건 윌터스님이 처음입니다.”

“그런가? 그럴 리가···.”

“정말입니다.”


윌터스는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그것이 사실이었다. 내가 정말 한눈에 보기에도 재능이 뛰어났다면 나를 항상 감시하고 있는 고위마법사 중에 누군가가 직계 제자는 아니더라도 문하생으로라도 들어오라는 제의를 했을 것이다.


만약 내가 어렸을 때 그런 제의를 받았다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승낙했을 거다.


윌터스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더 나눈 후 미리 지어놓은 막사에서 잠을 청했다. 산에서 야숙을 하는 것은 처음이라 그런지 잠이 잘 오지 않았다.


오늘은 내 인생에 처음인 것들이 많았다. 마물을 만난 것도 처음이고 사람이 죽는 것을 이렇게 가까이에서 본 것도 처음이었다. 마탑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살아왔다는 것이 피부로 느껴졌다.


물론 돈을 벌기 위해 일찍 마탑 밖으로 나가 이런저런 일을 했지만, 그마저도 사실은 마탑의 영향권에서 한 일이다. 마탑에서 이렇게 멀리 나와본 것도 처음이었다.


겉으로는 담담한 척 했지만, 지나고 보니 이런저런 생각이 몰려와 뒤척거리다가 새벽에야 겨우 잠이 들었다가 바로 눈을 떴다.


일어나자마자 어제 근처 마을에서 구입해두었던 닭고기를 이용해 수프를 끓였다. 기왕 구입한 것이니 아침 식사로 사용했다. 아깝지만 사슴고기는 버려야 할 것 같았다.

혼자 들어야 할 짐이 많은데 사슴 다리 한 짝까지 거기에 추가시킬 수는 없었다.


만족스러운 아침 식사를 한 후 산을 내려가 마을에 맡겨놓은 마차에 짐을 실었다. 용병들이 모두 사라진 관계로 돌아갈 때는 내가 마부 역할을 해야만 했다.


짧은 거리에서 배우긴 했지만 이런 장거리를 직접 마차를 몰아보는 것은 처음이라 조금 긴장했지만, 말이 비교적 순한 녀석들이라 그런지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돌아가는 길에도 특별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마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돌아온 후에도 쉴 틈은 없었다.


마물의 시체를 납입하고 임무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하여 오토스에게 제출하고 용병에 관한 일을 용병 길드에 가서 보고를 하는 등 남들이 하는 것을 몇 번 보기만 했지만, 직접 하는 것은 처음이다 보니 서투른 일이 많았다.


다음날이 되자 오토스가 나를 다시 호출했다. 그 자리에는 윌터스도 이미 나와 있었다.


어쨌든 임무는 성공적으로 마쳤으니 정식 승급을 위한 절차라고 생각했는데 그것만은 아니었다.


“일단 정식으로 입문마법사가 된 것을 축하한다.”

“감사합니다.”


오토스가 건네는 청색의 로브를 받아서 들자 묘한 기분이 들었다. 마탑에 들어온 지 10년 만에 청색의 마법사가 된 것이다.


“그리고 한 가지 일이 더 있다.”

“그건 내가 말하도록 하지.”


윌터스가 이 자리에 있는 것이 조금 이상했는데 이유가 있는 모양이었다. 


“나 때문에 위험에 빠진 것도 있고 해서 이번 임무에서 얻은 이익의 일부를 자네에게 주기로 했네”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물론 참으로 고맙고 준다면 마다하지 않겠지만, 일단 한번은 사양하는 것이 예의다.


“아니야. 그럴 수는 없지. 그리고 일종의 투자라고 생각하게. 언젠가 나를 한번은 도와줄 수 있지 않겠나?”


이미 마탑을 떠날 생각이라는 것도 밝혔는데도 그렇게 생각을 해준다면야 고마울 뿐이다.


“그럼 사양하지 않겠습니다.”


오토스가 정말 묵직해 보이는 주머니를 꺼내 탁자 위에 올려놨다.


쿵!


소리로 들으니 저것은 한두푼이 아니다.


“윌터스 마법사가 너에게 2천 골드를 주기로 했다.”

“네? 그렇게 큰돈을요?”


지난번에 물건을 팔고 얻은 80골드도 정말 큰돈이다. 그런데 갑자기 2천 골드가 생겼다.


“정식 마법사쯤 되면 그렇게 큰돈은 아니니 너무 신경쓰지 않아도 되네. 그리고 이번 임무로 얻은 돈이 꽤 많아.”


마탑 밖에서 보조요리사로 일할 때 받은 돈이 한 달에 3골드였다. 비록 정식직원도 아니었고 종일 근무도 아니긴 했지만 마탑 근처의 임금이 다른 지역보다 월등히 높은 것을 생각하면 이것이 보통 도시 근로자의 평균임금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무려 보통 근로자가 55년 동안 일해야 벌 수 있는 돈을 한 번에 벌었다. 이러면 생각했던 계획을 또 변경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너무 큰 돈이긴 하지만 감사히 받겠습니다.”


나는 두말 하지 않고 주머니를 챙겼다. 그 무게만큼이나 가슴 속의 무언가가 충만해지는 기분이었다.


“그럼 가보도록 해”


오토스의 축객령이 떨어지자 인사를 올리고 곧바로 오토스의 사무실에서 빠져나왔다.


링크스가 사무실에서 나가고 난 후 남은 오토스와 윌터스는 그 뒷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저 아이에게서 무엇을 봤는가?”


오토스의 물음에 윌터스는 빙긋 웃으며 대답했다.


“아리우스 님이 저 아이를 택한 이유를 나도 봤다고 하면 되겠습니까?”


오토스는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이 눈을 가늘게 뜨고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그것은 오래 이어지지 않았다.


“욕심 많은 늙은이들이 쓸데없는 짓이나 하지 않았으면 좋겠군.”

“하지만 이미 시작된 것 같더군요.”

“쯧!”


오토스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이 혀를 찼지만, 그것이 끝이었다. 


*

*


방으로 돌아온 나는 이미 싸놓은 짐에 묵직한 주머니 하나를 추가했다. 생각지도 못한 큰돈이 추가됐지만, 마탑을 떠난 후 어디 시골에 숨어서라도 이런 큰돈을 마음대로 사용한다면 추적을 붙일지도 모르는 마탑의 노괴들에게 바로 발각당할 것이다. 


하지만 돈이란 건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것이 훨씬 낫다. 기존의 계획을 대폭 변경했다. 비록 돈을 많이 사용하게 될지도 모르지만, 그런 만큼 마탑의 눈에서 벗어날 확률은 더 높을 것이다.


계획을 세웠다면 그것을 실행에 옮기는 것은 빠를수록 좋다. 어차피 하루 이틀 동안 생각했던 계획도 아니고 바뀔 일도 없다.


짐을 챙겨서 문 앞에 섰다. 7살에 들어와 10년 동안 신세 졌던 방이다. 태어나서 가장 오래 머물렀던 곳이다. 나에게 가장 익숙한 곳이고 정이 들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그동안 고마웠다.”


텅 빈 방에 그렇게 마지막 인사를 한 후 문을 열고 나섰다.


기가 막히게 옆 방이 열리며 제츠가 고개를 내밀었다.


“또 어디 가는 거야? 임무 마친지 얼마 안 됐잖아?”


이 녀석에게는 마지막으로 무슨 말을 해줘야 할까? 오랫동안 나를 감시했던 녀석이지만, 또 그렇게까지 미운 것은 아니었다. 마탑에서 나에게 살갑게 말을 걸어주는 몇 안 되는 사람이었으니까. 그 정도로 나는 정에 굶주려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동안 수고했다.”


뜬금없는 인사에 멍청한 표정이 된 녀석의 얼굴을 보고 피식 웃으며 나는 거침없이 발걸음을 옮겼다.


중간에 정말로 나에게 잘해줬던 사람 몇 명에게 들려 미리 준비해뒀던 작은 선물을 돌렸다. 모두 마탑에서 일하는 직원들이고 마법사는 아니었다.


사무처에 들러 퇴거신고를 하는 서류를 작성하자 드디어 마탑을 떠난다는 실감이 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탑 밖으로 나왔다. 생각이 달라져서 그런 것인지 모든 것이 새롭게 보였다.

이제 나는 자유다. 그리고 위험해질 것이다.


마탑에서 나와 가장 먼저 향한 곳은 상가 지역에 있는 한 주점이었다. 이곳에서 잠시 일을 한 적이 있다. 그래서 이곳의 진짜 정체를 안다.


마탑은 무력으로나 무엇으로나 매우 강력한 집단이지만, 그런 마탑에 비견될 수 있는 집단이 몇 개 있다. 


“링크스 오랜만이구나.”


주점 안으로 들어서자 주점 주인이 반갑게 인사를 한다. 함께 일을 해봐서 알지만, 매우 거친 사람이다. 그러나 적어도 나에게는 그리 나쁜 상사는 아니었다.


“안녕하셨어요.”


카운터 앞자리에 앉으며 음료를 주문했다. 술을 못 하는 것은 아니지만, 딱히 즐기는 것은 아니고 지금은 술을 마실 때가 아니다.


“얼굴 좀 자주 보여주지 그랬어? 못 보는 사이에 청색이 됐구만? 축하해”


밖으로 나올 때 새로 지급받은 청색의 로브를 입었다.


“죄송합니다.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네요.”

“사는 게 다 그렇지.”


이야기를 하는 동안 다른 직원들의 움직임이 조금 변했다. 그리고 주점 주인의 눈빛도 조금 변하는 것을 느꼈다. 내가 이곳에 왜 왔는지 알고 있다는 뜻이다.


이 주점의 진짜 정체는 도둑 길드의 지부다. 도둑 길드는 여러 가지 어두운 일을 하기도 하지만 정보 분야에 있어서 최고다. 내 사정을 모를 리가 없다.


“감자 좀 깎아보려고 왔습니다.”

“주방 일꾼은 언제나 환영이지 어서 와.”


일종의 암어다. 수시로 바뀌지만 일단 내가 알고 있는 것을 말했다.


주점 주인을 따라 주방으로 들어가자 한쪽 구석에 비밀통로가 이미 열려있었다. 통로의 위치는 알고 있었지만 직접 들어와 보는 것은 처음이다.


말없이 주점 주인을 따라 통로로 들어갔다. 통로는 생각보다 꽤 깊었고 길었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탈출 용도로도 사용하는 모양이었다.


한참을 들어가자 꽤 넓은 공간이 나왔고 그곳에는 테이블과 의자 여러 개가 준비되어 있었다.


“앉아라.”


주점 주인은 그렇게 안내를 하고 말없이 길을 되돌아갔다. 이것은 나도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이 넓은 공간에는 이어지는 통로가 여러 개가 있었는데 그중의 하나에서 기척이 느껴졌다. 그곳에서 누가 나오는가 보고 있었는데 별안간 등 뒤에서 누군가 말을 걸었다.


“우리 지부를 방문해줘서 고맙습니다. 내가 이곳의 지부장입니다.”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나며 뒤를 돌아보니 굉장히 냉담한 인상의 중년 여인이 있었다.


만약 방금 저 여인이 나를 죽이려고 했다면 나는 죽었을 것이다. 역시 도둑 길드의 지부장이라고 해야 할까? 나는 여태까지 주점 주인이 지부장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보기 좋게 예상이 빗나갔다.


“처음 뵙겠습니다. 이미 알고 계시겠지만 링크스라고 합니다.”

“어머, 이곳에 오신 분 중에 가장 예의가 바르시네요.”


지부장은 약간 너스레를 떨며 내 반대편에 앉았다. 그러는 와중에도 움직이는데 전혀 소리가 나지 않았다. 그것이 기술인지 마법인지 분간할 수 없을 정도였다.


“의뢰를 하고 싶습니다.”

“이곳에 오시는 분들은 모두 그렇죠.”

“제 흔적을 지우고 새로운 신분을 얻고 싶습니다.”


지부장은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느 정도의 수준을 원하시나요? 수준에 따라 가격이 많이 차이 난답니다.”

“저에게 붙을 추적자들을 따돌리려면 어느 정도 수준이 필요할까요?”


나에게 붙을 추적자가 어느 정도 수준일지는 나는 모른다. 하지만 도둑 길드의 지부장쯤 된다면 알고 있을 것이다.


“최상급”


빠르고 짧게 돌아온 대답에 저절로 미간에 주름이 생겼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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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3. 마녀의 집 +11 23.12.18 14,069 46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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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마탑을 나서다. +8 23.12.09 16,456 52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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