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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대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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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3.12.03 20:39
최근연재일 :
2024.01.06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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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16 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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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12. 보이지 않는 집

DUMMY

“무슨 일이길래 그러세요?”


그도 그럴 것이 레인스의 표정이 무척이나 좋지 않았다.


“전쟁이 일어날지도 모른다.”

“예? 지금요?”


내가 살고 있는 남부 제국의 역사에서 전쟁은 꽤 오래전에 일어났던 일이다. 작은 국지전이야 몇 번 있었다고 해도 나라끼리 선전포고를 하고 싸우는 정식 전쟁은 몇십년 전에나 있었던 일이다.

그런데 그 전쟁이 하필이면 지금 일어난다고?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분위기가 매우 좋지 않아. 높으신 분들끼리 무슨 사정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전쟁이 일어나는 건 거의 기정사실인 것 같다. 그래서 지금 국경이 난리가 난 모양이야. 비밀통로들이 다 메워진 것도 그 영향 때문이고.”

“그럼 성문을 통과해서 나갈 수도 없는 건가요?”

“성문을 폐쇄한 것도 일주일쯤 지났다고 하네.”


낭패다. 이런 일이 있을 줄은 몰랐다. 

생각해보니 비전으로 추적하는 마법사가 그냥 돌아가는 모습만 보았지 내가 북벽을 넘어가는 장면을 본 것은 아니다.


어쨌든 추적이 멈춘다는 것은 긍정적인 요소이나 잘못하면 이곳에서 전쟁에 휘말릴 수도 있다.


그러고 보니 추적 마법사는 무엇을 보고 돌아갔던 걸까? 그때의 장면을 돌이켜보면 분명 그때도 전쟁이 일어났던 것 같진 않았다. 정식 마법사가 감히 맞설 생각을 하지 못하고 돌아가게 할 무언가가 이 북벽 근처에 있다는 것이다.


“어때 돌아가야 할 것 같나?”


전쟁에 휘말리기 싫다면 북부를 떠나는 곳이 좋다. 그런데 어디로?

어차피 레인스나 나에게 돌아갈 곳은 없다.


“아뇨. 차라리 여기서 기회를 노려보죠.”


전쟁이 일어났을 때 주변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잘 모르겠지만, 전쟁이 시작하기 전부터 주변에서 징병을 한다거나 하진 않을 것이다.


그리고 내가 있는 남부 제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북부 제국은 대륙에서 손에 꼽는 강대국이나 그런 두 나라의 전쟁이 그리 쉽게 날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정말 전쟁이 일어난다고 해도 대전쟁에는 준비 기간이란 것이 있다.


국경 부대 사이에서 먼저 유격전 같은 것이 일어날 순 있어도 전면전이라는 것이 그리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은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유격전이나 공방전이 일어났을 때 그 틈을 노린다. 사실 이 틈을 노리는 인물은 우리 말고도 많이 있을 것이다. 전쟁은 정보전이다. 전쟁이 시작하기 전에 수많은 첩자가 오갈 것이다. 그때가 기회라고 생각한다.


레인스에게도 내가 생각하는 바를 말해주었다. 그러자 그럴듯하다고 생각했는지 내 생각에 동의했다.


“그건 그렇고 그때까지 어디에 몸을 숨기고 있냐가 문제네요.”


북부는 산에서 야숙을 하기에는 환경이 좋지 않다. 일단 너무 춥다. 아무리 보통 사람보다 뛰어난 신체를 가지고 있는 나와 레인스라고 해도 한계라는 것이 있다.


“근처에 빈집 같은 곳을 알아볼까?”

“있으면 좋겠지만, 아니라면 돈을 주고 민가에 얼마간 묶는 것도 나쁘지 않겠네요.”


그때부터 레인스와 나는 조심스럽게 근처 마을에서 빈집이나 우리 둘이 머물만한 집을 찾아다녔다.


“괜찮은 곳이 있었습니까?”

“그쪽은?”

“없더라고요.”


서로 갈라져서 머물 곳을 찾았지만, 둘 다 빈손이었다.

국경이 막히면서 우리 같은 생각을 한 사람들이 이미 많아서인지 빈집은 찾을 수도 없었고 조용히 머물기 좋을 만한 집들은 자리가 없었다.


결국 오늘도 근처 산에서 하룻밤을 보내야 할 것 같다. 그래도 제법 괜찮은 토굴을 하나 발견해서 추위에 벌벌 떠는 수준은 아니었지만, 언제까지 그곳에 머물고 싶은 것은 아니었다.


그때 마을 입구로 걸어 들어오는 아이들이 눈에 들어왔다.


한눈에 봐도 평범해 보이지 않는 아이들이었다. 입고 있는 옷은 평범했지만, 생김새가 어딘가 모르게 귀족의 냄새가 난다고 해야 할까.

절대 평범한 농가의 자식들이 아니다. 그런데 아이들의 상태가 좋지 않았다.


먹을 것을 제대로 먹지 못했는지 잔뜩 말랐고 옷도 세탁을 한 지 오래되었는지 꼬질꼬질했다.


조금 큰 여자아이가 어린 남자아이의 손을 꼭 붙잡고 마을로 들어오고 있었는데 굶어서 그런 것인지 움직임에 힘이 없었고 잔뜩 주눅이 들어있었다.


여자아이는 사방을 두리번거리면서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


“뭘 보고 있는 거야?”


내가 가만히 서서 아이들을 관찰하고 있자 옆에서 레인스가 물었다.


“저 아이들요.”

“그냥 동네 아이들이 아닌가?”

“잘하면 머물 수 있는 집을 찾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렇게 말하면 천천히 아이들과 조금 거리를 두고 천천히 쫓아갔다.


여자아이는 두리번거리며 한참 마을을 돌아다니더니 마침 집 앞에서 빨래를 걷고 있는 부인에게 다가가 뭐라고 말을 했다.

그러자 부인이 화를 내며 아이들을 멀리 내쫓았다. 대화가 잘 들리지 않았지만, 굳이 들을 필요도 없었다.


아이들에게 가까이 다가갔지만, 선뜻 말을 걸 수는 없었다. 아이들의 두 눈에 눈물이 가득 맺혀있었기 때문이다.


툭 건들면 그곳에서 무언가가 와르르 쏟아질 것 같았다. 그래서 가만히 지켜보고 있으니 소매로 눈을 훔치고는 여자아이가 먼저 말을 걸어주었다.


“무슨 일이세요?”


가까이에서 보니 역시 보통 아이가 아니다. 평민 중에서도 잘 생기고 예쁜 아이가 나올 수는 있지만, 은연중에 풍기는 느낌이라는 것이 있다.


“너희들 집은 어디에 있니?”

“마을 바깥 저쪽에 있어요.”


여자 아이가 손가락으로 방향을 가리키며 말해주었다. 


“부모님은 집에 안 계시고?”


아이들이 구걸하러 다닌다는 것은 부모에게 무슨 문제가 생겼다는 것이다. 아이들의 상태를 보면 그리 오래되어 보이진 않는다. 내 질문에 또다시 아이들의 눈에서 홍수가 터지려고 하고 있었다.


“미안, 미안 제발 울지마”


나는 아이들을 어찌 다뤄야 할지 잘 모른다. 아이들을 돌본 적도 없고 아이였을 시절부터 혼자 살아와서인지도 모른다. 차라리 이쪽 방면에는 레인스가 낫지 않을까? 하면서 레인스를 찾으니 어느새 저쪽 멀리 구석까지 피해서 지켜보고 있었다. 한마디로 레인스로 아이들에겐 약하다는 이야기다.


일단 집에 부모가 없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그게 과연 일시적인 비움인지 아닌지는 모른다.


“혹시 괜찮으면 나와 저기 있는 덩치 큰 아저씨가 너희 집에 잠시 머물러도 될까? 대신 맛있는 요리를 해줄게.”


여자 아이의 눈동자가 심하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갈등하고 있다는 것이다. 구걸하러 다닐 정도로 굶주린 아이를 갈등하게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엄마가 집에 모르는 사람 데려오지 말랬는데···.”


착한 아이였다. 이제는 영원히 돌아오지 않을지도 모르는 엄마의 말을 지키고 있었다. 그러나 그 의지는 길게 가지 못하리라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꼬르륵!


동생으로 보이는 남자아이의 배에서 큰 소리가 났다.


“눈나···.”


동생이 누나를 쳐다본다. 배가 고프다. 저 잘생긴 형을 데려가서 맛있는 것을 먹자는 뜻이 담긴 눈빛이다. 중간에 이상한 것이 들어간 것 같지만 분명 그럴 것이다. 여자아이는 굶주린 있는 동생의 시선을 애써 외면했다. 


꼬르륵!


이번엔 여자아이의 배에서 난 소리다. 아이가 화들짝 놀라 손으로 자신의 배를 감쌌다. 승부는 사실상 끝난 것이나 다름없었다.


“정말 맛있는 거 해주는 거예요?”

“약속할게.”


여자아이는 몇번이나 확답받았다. 사실 위험한 선택이었다. 세상에 나쁜 놈들은 얼마든지 있다. 어쩌면 나를 만난 것이 아이들에겐 큰 행운이다.


끝내 아이와 손가락 약속까지 한 후 뒤를 돌아 멀리 떨어져있는 레인스에게 괜찮다는 표시를 하자 레인스가 성큼성큼 다가왔다.


실시간으로 아이들의 얼굴을 두려움이 잠식해 들어갔다.


“괜찮아. 보기보다 착한 아저씨야.”


아이들을 어떻게든 안심시키려고 했지만, 내가 봐도 위압감을 느낄 정도의 덩치인데 아이들이 볼 땐 오죽하겠나.

도적들의 오두막에서도 아이들은 레인스를 조금 어려워하는 면이 있었다. 


“내가 이래서 가까이 오지 않으려 한 거야.”


레인스가 다시 멀리 떨어지며 겸연쩍은 웃음을 지었다.


아이들을 따라 집으로 가는 길, 마을 밖으로 나가 한참을 걸었다. 마을 바깥에 집을 짓는다고 해도 보통 이렇게까지 멀리 집을 짓진 않는다.


“혹시 아버지가 사냥꾼이시니?”


이렇게 멀리 떨어져서 사는 것은 사냥꾼 정도랄까. 그마저도 식구들은 마을 안에 두고 사냥꾼 혼자 숲에 가까운 오두막에서 사는 것이 보통이다.


“우린 아빠 없어요!”


아까부터 신이 난 남자아이가 씩씩하게 대답했다. 


“아, 그래?”


그럼 어머니가 돌아오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유추하면서도 의아함을 감출 수 없었다.

여자 혼자 이렇게 마을과 멀리 떨어진 곳에서 아이 둘을 데리고 산다? 그건 너무 이상한 일이다.


하지만 질문을 더 하진 않았다. 엄마에 관해 물어본다면 또 눈물샘이 터질지도 모르는 일이다. 어차피 잠시 뒤면 알게 될 일이다.


“거의 다 왔어요.”


말하는 여자아이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그런데 내 눈에는 점점 더 깊은 숲속으로 들어가고 있을 뿐 집과 비슷한 것이 보이지도 않는다.


추위 때문에 잡초가 거의 없는 북부라서 다행이지 만약 이곳이 따뜻한 기후였다면 길을 찾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여기예요!”


남자아이가 먼저 누나의 손을 놓으며 도도도 달려갔다. 하지만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남자 아이가 사라졌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여자 아이는 별일 아니라는 것처럼 앞으로 나갔고 역시 눈앞에서 사라졌다.


조금 멀리 떨어져서 걷고 있던 레인스가 재빨리 다가왔다.


“이거···.”

“네, 마법이네요.”


마법으로 숨겨진 집이다. 그것도 이렇게 가까이에서도 감지할 수 없을 만큼 고도의 술식으로 숨겨진 집이다.

이제야 왜 이렇게 마을에서 떨어진 곳에 집을 지었는지 알 수 있었다.


“여자 홀로 사는 집에 마법이라···.”


레인스도 나도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고 있었다.


마녀다.

아이들의 엄마는 마녀가 분명하다. 그것도 상당한 수준의 마녀일 것이다.


과연 이 집에 머무는 것이 옳은 선택일까? 마녀에 대한 괴담은 헤아릴 수도 없을 만큼 많다.


오히려 나는 마녀와 적대적인 관계에 있는 마법사이기에 그런 이야기들을 많이 듣고 책에서 봤다. 그중에서 가장 많이 듣고 본 것이 마법을 사용하기 위해 아이들을 제물로 사용한다는 것이다. 혹은 식인을 한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어쩌면 이 아이들의 친엄마는 마녀가 아닐지도 모른다.


만약 마녀가 돌아온다면 무조건 싸움이 벌어질 것이다. 그리고 이런 고위 술식을 사용할 수 있는 마녀라면 레인스와 나에게 승산은 그리 높지 않다.


그런 고민을 하고 있을 때 허공에서 여자아이가 다시 불쑥 나타나며 우리에게 투박한 모양의 브로치를 하나씩 주었다.


“이게 있으면 집으로 들어올 수 있어요.”


여자아이의 밝은 얼굴을 보자 여기까지 와서 외면할 수 없었다. 좀 더 알아보고 여차하면 아이들을 데리고 다른 곳으로 떠나는 것이 나을 것 같았다.


“들어가죠.”


레인스에게 묻듯이 말하자 레인스도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가 준 브로치를 손에 들자마자 마녀의 집이 희미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보기에는 보통 가정집과 다를 게 없었으나. 직접 들어가서 보기 전에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집에 가까이 다가가 술식의 경계로 보이는 곳을 지나자 집이 시야가 밝아지며 집이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희미하게 보일 때와 달리 술식 안은 완전히 다른 세계였다. 온도부터가 달랐다. 바깥과 달리 술식 안은 무척 포근했다. 내가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을 뿐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이곳이 따뜻하게 유지가 되고 있었기에 아이들이 여태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이다. 아니라면 단순히 굶주리는 것만이 아니라 진즉에 얼어 죽었을 것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정말 평범한 집이었다. 무엇이 자라는지는 모르겠지만, 바깥에 텃밭도 조금 있었고 집도 잘 지어진 시골집이었다.


그리고 아이를 따라 집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정면에 보이는 물건을 보고 확신할 수 있었다. 

이곳은 마녀의 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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