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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길 님의 서재입니다.

봉황의 칼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완결

밤길
작품등록일 :
2013.09.06 23:05
최근연재일 :
2014.12.19 00:05
연재수 :
12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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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8,991
추천수 :
13,047
글자수 :
683,299

작성
13.09.06 23:45
조회
11,842
추천
260
글자
13쪽

제1장 1895년 그날(1)

이 글은 가상의 이야기이며 등장인물,사건등 모든 내용은 실제와 관련없는 허구임을 밝힙니다.




DUMMY

대원군, 그 영감이 훈련대를 이끌고 쳐들어왔던 그 순간. 흥분하여 무리하게 움직이는 바람에 기혈이 뒤틀렸다. 차분히 몸 상태를 되돌릴 시간을 가져야 했지만 이번엔 왜놈들의 야습을 막아야했다. 놈들은 전문적인 살수수련을 쌓은 것처럼 보였지만 그 역시 충분히 막아낼 수 있었다.

그러나 나의 존재를 눈치 챈 왜놈들은 그다음 쳐들어 올 때부터는 방법을 달리했다. 낮에는 그녀와의 면담을 요청하며 소란을 떨었고, 밤에는 수시로 암살을 시도하기도 하며 떼거지로 습격을 가해 내가 쉴 틈을 주지 않았다.

밤낮을 그렇게 긴장하며 사투를 벌이던 언젠가부터 그들은 마치 나를 잘 알고 있는 듯 조심스럽게 접근하며 나와 검을 부딪치는 것을 가급적 피하는 눈치였다. 그러고는 나에게 수리표와 함께 기습적으로 구슬들을 던졌는데 쳐 내는 순간 펑 소리와 함께 연기가루를 퍼트리며 터져 버렸다.

숨을 참으며 견뎌 내려했지만 나를 피해 그녀만을 노리는 살수들을 막아내느라 조금씩 호흡이 거칠어 질 수밖에 없었고, 피를 너무 흘린 것인지, 아님 그 연기때문인지 그 후로 기의 흐름이 자주 끊기며 시야가 흐릿해 졌고 이지가 흐려져 갔다.


타탕!

아악!

멀지않은 곳에서 환영처럼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이것이 마지막이 될 것이란 예감이 들었다. 저 들려오는 총소리는 나의 죽음을 예고하고 있었다.

사부님이라면 어떠했을까? 사부님의 무위라면 저런 총 마저도 가볍게 상대하시리라. 불현듯 사부님의 명을 따르지 않았다는 것이 죄송스러웠다. 그러나 후회는 하지 않았다. 이미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도, 아니 영원히 그녀를 만난 것에 대해 후회는 하지 않을 것이다.



스윽!

앞뜰에 어두운 그림자가 불쑥 솟아오르듯 나타나자 공포에 질려있던 궁녀들의 얼굴에 일순 안도감이 스며들었다. 몇 차례 왜놈들의 습격을 막아내었던 그 무사였다.

“아아~ 장군님이 오셨사옵니다, 지켜주시려 우리 장군님이 오셨다구요!”

총소리에 불안에 떨던 어린궁녀의 한껏 흥분된 목소리가 들려왔다. 요 며칠 바람처럼 나타나 그 악귀 같은 자들을 막아서던 모습에 어린궁녀의 두 눈에도 두려움이 사라지고 안도의 눈웃음이 걸려있었다.

처음 악귀들이 쳐들어 와서 여기저기 궁녀들을 살해하고 겁박하며 왕비의 행방을 쫒을 때, 어디서 나타났는지 순식간에 그 무리들을 주살하고 왕비에게 다가가 묵묵히 고개를 숙이던 그 늠름한 모습. 어린궁녀의 눈에는 천하대장군의 위용이 그 모습일까? 너무나 가슴이 떨렸다.

그 당시, 왕비는 무사에게 장군이라 부르며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목이 메어 눈물을 훔쳤다. 여태껏 험로를 걸으며 사십 평생 남 앞에서 한 번도 눈물을 보이지 않았던 철의 여인이 자신들 앞에서 처음으로 약한 모습을 보였다.

그 이후로 궁녀들은 그를 우리 장군님이라 불렀다. 우리를 구해주시러 나타나신 장군님, 그러나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그가 이렇듯 적들이 보이지도 않는데 모습을 드러낸 이유를 그들은 아직 모르고 있었다.


궁궐을 지키는 시위대들은 다 죽었는지 도망을 갔는지 놈들은 점점 더 가까워졌다.

고립무원, 지금 왕비의 상황이 딱 그 모양이었다. 피신을 해야 했지만 밖으로 나갈 수도 없었다. 믿을 수 있는 사람은 눈앞에 핏물을 뒤집어쓴 채 석상처럼 등을 보이고 우뚝 서있는 저 무사, 한 사람 뿐이었다. 이미 너덜너덜 다 헤진 옷은 온 몸의 상처를 보여주는 듯 처연하기만 하였다.

스르릉!

그때, 무사가 스윽 검을 빼 들었다. 이미 그의 검은 핏물에 절어 빛을 잃었다. 한 자루 검을 바닥을 향해 늘어뜨리고 전면을 응시하며 묵묵히 서있던 무사가 천천히 돌아섰다. 그의 숙여진 고개가 들려지고 무표정하던 눈에 잠시 빛이 반짝였다. 그의 눈은 오직 왕비를 향하고 있었다. 그가 고개를 가볍게 그러나 천천히 숙이고는 다시 들어 왕비와 눈을 마주쳤을 때 그 눈은 이미 빛을 잃어 버리고 있었다.

그 눈을 마주하고 애처로이 서있던 왕비의 눈에서 한줄기 눈물이 주르륵 쏟아졌다.

무사는 꾹 다문 입술을 움찔했을 뿐 그 눈을 피하지는 않았다. 처음만난 그 날의 기억이 잠시 스쳤다. 인연이었고 이것이 그들의 운명이란 생각이 들었다.

무사는 천천히 돌아서서 결연한 자세로 한발을 내딛었다.

어린 궁녀가 쪼르르 달려 나와 그의 모습을 쳐다보며 훌쩍거리다가 가만히 문을 닿았다.

아직 아침은 멀리 있었고 하늘은 숨 죽였다.


처음 몇 명 되지도 않던 놈들은 집요하게 주변을 돌며 수리표와 구슬을 던졌다.

쳐내지 않고 피하며 개중 몇 개는 맞받아 다시 던져버리자 놈들은 바닥을 향해 던지거나 아예 터뜨려서 뿌렸다.

그 가운데 기습적으로 날아든 수리표 몇 개는 몸으로 받아 낼 수밖에 없었다. 물론 놈들도 그 댓가를 치러야만했다. 몇 놈이 나의 손에 쓰러졌다.

쓰러지면 놈들은 몇 놈씩 다시 나타났다. 기감에도 잡히지 않았다. 나의 기력이 고갈되어 그러하리라 생각할 수밖에 없었지만 놈들의 실력도 상당했다. 몸도 정신도 피폐해져 갔다.

앞잡이 같은 놈이 비키라고 외쳤다. 비키지 않으면 죽이겠다고 했다. 저 놈을 먼저 베어버리고 싶었지만 이 자리를 지켜야 했다. 날아오는 수리표를 받아 그 놈에게 날렸지만 적의 우두머리가 칼로 쳐 내었다.


이놈들의 행동이 이상하다. 분명 비키라고 하며 덤비는 것을 보면 왕비를 노리는 놈들이란 생각이 드는데 왜 집요하게 나만을 노린단 말인가?

분명 지금 상황에서 빈틈은 충분하다 못해 넘친다. 나의 기감에도 잡히지 않는 놈들이 지붕위에서 떨어져 내리고 있는데 그대로 실내로 뛰어든다면, 나로서도 지금으로선 어쩔 수 없을 것이 당연한데 놈들은 오로지 나를 목표로 모든 칼날을 집중하고 있었다.

딸랑 딸랑!

방울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는 정신을 어지럽히고 집중이 되지 않게 하였다. 그리고 방울을 흔드는 놈이 지껄이는 이상한 주문소리에 기혈이 들끓기 시작했다.

“저 놈이 드디어 마지막까지 갔구나. 이제 다 함께 쳐라! 모두 덤벼라!”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검은 복면의 왜놈들 우두머리로 보이는 자의 외침과 함께 사방에서 동시에 칼날이 날아들었다.

“하압!”

기합과 함께 제 자리에서 몸을 눕히며 한 바퀴를 돌았다. 검을 쥔 손을 뻗어 비틀며 찔러오는 칼들을 쳐냈고 그 힘을 그대로 회전시켜 두 놈의 허리를 베어갔다.

챙! 체챙!

서걱!

헉! 으윽!

한 놈은 몸통이 잘리며 상체가 앞으로 달려들던 모습 그대로 피를 흩뿌리며 무너졌다.

다른 한 놈은 복부가 반으로 갈라져 내장이 불쑥 삐져나온 자신의 배를 눈을 부릅뜬 체 바라보고 있었다.

또 다른 두 놈은 튕겨진 칼을 놓치지 않으려 뒤로 주춤거리며 물러서고 있었는데 나는 지면을 박차고 흐르듯 몸을 띄우며 검을 내밀었다.

검은 주춤거리는 한 놈의 목을 뚫고 빠져나오는 힘 그대로 옆으로 흐르며 다른 놈의 목을 갈랐다. 그리고 착지를 하는 그 순간 갑자기 왼쪽다리의 힘이 풀리며 비틀거렸다.

그 사이 뒤에 있던 놈이 허리를 숙이며 내 허벅지를 갈랐던 것이다.

비틀. 휘청!

푸욱!

그 놈의 목을 자르려는 순간, 다시 옆구리를 통해 뜨거운 불길이 뱃속을 가르며 앞으로 튀어 나왔다. 내려다보니 칼이 복부를 뚫고 한자가량이나 튀어나와 있었다.

“으음!”

나는 이를 악물고 튀어나온 칼을 한 손으로 붙잡았다.

놈은 찌른 그 칼을 옆으로 비틀어 나의 복부를 가를 심산이었다.

나는 검을 빙글 돌려 거꾸로 잡고 빠르게 놈의 복부에 쑤셔 넣고 헤집었다.

푹!

“헉“

놈의 신음이 들렸다. 놈은 나를 찌른 칼을 빼며 뒤로 물러나려 하였고 그 힘을 이용해 엉망이 된 손으로 잡고 있던 복부의 칼을 뒤로 쳐내듯 강하게 밀어버렸다.

쿠당탕!

놈은 뒤로 쓰러지며 일어나려 허우적거렸다. 그런 놈의 배에서는 핏줄기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왔다.

나의 옆구리와 배에서도 핏물이 콸콸 쏟아져 나왔다.

이렇게 쉽게 당할 내가 결코 아니건만. 자만한 것도 절대 아니었건만. 약에 취한 듯 몽롱해지는 정신과, 의지와는 상관없이 비틀거리는 몸, 기의 흐름은 자꾸 끊어지고 누적된 상처로 서있기도 힘들었다. 이제 한계가 온 것인가?

우웩!

내 의지와 상관없이 핏물을 한웅큼 토해냈다. 피와 함께 살점이 뒤섞여 나왔다. 흐려졌던 시야가 잠시 돌아온다.

우아아아!

기를 짜내어 포효를 터뜨렸다. 흐려지는 의식 속에서도 저 뒤에서 두려움에, 서러움에, 안타까움에 떨고 있을 그녀의 모습이 떠오른다. 나 역시 두렵다. 내가 죽고 난 이후에 벌어질 일들이.


잠시 정적이 흘렀다.

왜놈의 우두머리는 무엇을 기다리는 듯 팔짱을 끼고 비릿하니 웃으며 나의 모습을 지켜보고만 있었다. 그 복면사이로 보이는 웃음이 눈에 익었다.

하지만 지금 그러한 생각을 할 겨를은 없었다.

이때, 술에 취한건지 미친것인지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고성을 지르는 무리들이 하늘을 향해 칼을 휘두르며 몰려왔다. 이놈들은 지금 앞에 있는 검은 복면의 놈들과는 전혀 달라보였다. 마치 술 취한 시중잡배들처럼 보였다.

그 뒤를 군복을 입고 총으로 무장한 군인들도 우르르 달려와 나와 대치하고 있던 검은 복면의 놈들 주변으로 넓게 퍼지며 쪼그려 앉아 총을 겨눴다. 우려하던 총을 지닌 일본군 이었다.

양이들의 복식을 한 놈이 여태 싸우고 있던 왜놈의 우두머리와 뭐라고 얘기를 하였고 그 사이에도 술에 취한 무리는 고함을 지르며 왕비가 있는 곳을 향해 달려가려 하였다.

양이복식을 한 놈이 술 취한 놈들에게 뭐라고 하였다.

그들은 고함을 지르며 하늘을 향해 칼을 휘둘렀다. 그리고 곧 바로 게다짝을 딱딱거리며 요란스럽게 달려오기 시작했다. 놈들은 거침없이 미쳐 날뛰었다.

한손은 피가 흘러내리는 복부를 누르고 다른 한손은 칼을 땅에 꽂고 의지하여 서있던 내가 맨 앞에서 달려오며 칼을 휘두르는 놈의 칼을 맞받아 쳐냈다. 놈의 칼은 간단히 반으로 잘렸다.

휘둥그레진 놈의 얼굴은 곧 바닥으로 떨어졌다. 피를 흘리며 서있던 나를 너무 간단히 생각하고 무작정 덤볐던 것이 명을 재촉했던 것이다.

목이 잘려나간 몸뚱이는 피분수를 뿜으며 서서히 기울어졌다.

남아있는 모든 힘을 짜내어 다시 검을 곧추 세웠다. 두 손으로 맞잡은 검의 손잡이 아래로 피가 뚝뚝 흘러내렸다.

“이야합!”

뒤이어 고성을 지르며 달려오던 놈들을 향해 앞으로 크게 발을 떼며 횡으로 검을 그었다. 모든 기력을 쏟은 일격에 덤벼들던 두 놈의 몸통이 칼과 함께 잘려나갔다. 다른 한 놈은 그 파장에 밀려 튕겨 나갔다.

“어어..어 헉“

튕겨져 나갔다가 벌떡 일어난 놈은 잠시 멍하니 서서 나를 쳐다보고 있더니 갑자기 뒤로 돌아서서 후다닥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 놈을 따라 다른 놈들도 도망치기 시작했다.

이놈들은 검은 복면을 한 왜놈들에 비하면 삼류 오합지졸일 뿐이었다.

탕! 타타타탕!

그때, 도망치는 놈들 사이로 일본군들이 일제히 총을 쏘기 시작하였다. 놈들은 내 복부와 다리를 중점적으로 겨누었고 비산된 돌조각들과 함께 수많은 총알이 나를 덮쳐왔다.

풀썩!

검을 의지하여 간신히 서있던 나는 수많은 총탄에 다리가 산산조각으로 부서지며 몸통이 아래로 떨어져 내렸다. 다리가 사라진 상체만 칼에 의지해 넘어지지 않고 있는 모습이 땅속에 반쯤 하체가 파묻힌 것 같았다. 검붉은 핏덩이 위에 그대로 상체를 찍어 누른 모습이었다.

그때, 검은 복면을 한 왜놈들의 우두머리가 급히 사격중지를 외치더니 방울을 흔들던 자에게 지시를 하였다.

지시를 받은 그는 급히 내게 달려오더니 내 몸에 이상한 액체를 뿌리고 여기저기에 부적을 붙이더니 방울을 빠르게 흔들어대며 요상한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난 이미 모든 기력이 빠져버린 후였고 죽음은 진즉에 찾아와 있었다.

캄캄한 어둠이 몰려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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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6

  • 작성자
    Lv.16 밤길
    작성일
    13.09.07 21:52
    No. 1

    격려, 혹은 부족한점 충고바라며 많이 부족한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하세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7 캡틴백선생
    작성일
    13.09.13 00:59
    No. 2

    재밌다기보다 마음을울립니다 제점수는요......10점만점에백점드리고싶습니다 조회수에연연하지마시고 쭉보여주셨으면좋겠습니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6 밤길
    작성일
    13.09.13 17:05
    No. 3

    그 어떤 격려의 말보다도 힘이나는군요. 감사드리고요, 가는데까지 함 가보겠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4 나의그녀
    작성일
    14.06.17 19:18
    No. 4

    1985년이 맞는건가요
    19세기말 이야기같은데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4 나의그녀
    작성일
    14.06.17 20:20
    No. 5

    1895년이 을미사변이 있던 해 같은데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6 밤길
    작성일
    14.06.18 14:57
    No. 6

    헉! 왜, 왜 저렇게 되어있죠?
    정말 감사합니다. 지금껏 1895년으로 되어있는 걸로 착각하고있었네요.
    당장 수정하겟습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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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제2장 봉황문(1) +1 13.09.13 8,579 191 9쪽
5 제1장 1895년 그날(4) +2 13.09.11 8,872 252 9쪽
4 제1장 1895년 그날(3) +8 13.09.09 8,521 164 14쪽
3 제1장 1895년 그날(2) +5 13.09.06 8,564 164 8쪽
» 제1장 1895년 그날(1) +6 13.09.06 11,843 260 13쪽
1 프롤로그 +10 13.09.06 13,186 316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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