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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을 지피는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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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3.05.10 12:56
최근연재일 :
2024.05.0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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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22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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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쪽

아리아드 신화전 - 죽음의 끝에서

DUMMY


#1


모래알처럼 흩어지는 기억을 손가락 끝에 담아 써내려간다.


“세레나. 세레나. 세레나 브라드바니아. 내 이름······”


먹을 대신한 붉은 피로 쓰인 눈 위의 글귀들은 분명 익숙한 것들이지만, 어째선지 낯설게 느껴지고 있었다. 그녀는 떨리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리고 다시 눈 위에 글자를 써내려갔다.


“세레나 브··· 브······”


그 뒤가 기억나지 않았다. 내리는 눈 탓에 이전에 써놓았던 것들은 지워지고 있었다. 덜컥 겁이 난 그녀는 ‘세레나’라는 이름을 몇 번이고 중얼거렸다.


하지만 그마저도 이내 멀어졌다. 그게 누구의 이름이었는지, 무엇을 의미하는지조차 기억나지 않았다.


‘용서하십시오. 이게 당신을 위한 유일한 길입니다.’


지금 그녀의 머릿속에 가장 강렬하게 남은 기억이었다. 밤과 함께하는 낯선 기사는 검을 거두며 그녀에게 그렇게 말했다.


무엇을 용서하란 말인가? 누구를 위하고 무엇을 위한 길인가? 그녀는 복잡한 머리를 움켜쥐고 몸을 웅크렸다. 눈앞이 아찔해질 정도로 현기증이 났다.


“나··· 나는······!”


손가락을 베어 써낸 글자는 또다시 지워지고 있었다. 내리는 눈을 원망스럽게 바라보던 그녀는 다시 눈 위에 글자를 썼다. 세레나. 또박또박 쓰인 글자를 보던 그녀는 뺨을 타고 흘러내리는 눈물에 움찔했다. 눈물을 닦고 다시 바라본 세레나라는 단어가 무서울 정도로 낯설었다.


그때, 눈을 밟는 소리에 그녀는 놀란 숨을 들이켰다. ‘밤의 숲은 조심해야 해요. 특히 겨울에는 더욱이요.’ 누군가 했던 말이 그녀의 머릿속에 문득 떠올랐다. 그녀는 몸을 일으켰지만, 힘이 풀린 다리 탓에 금방 다시 넘어졌다.


넘어진 그녀가 고개를 들었을 때, 눈앞에는 붉게 달아오른 검 한 자루가 보였다. 주변의 눈을 축축하게 녹일 정도로 열을 발하는 검은 위험한 열기를 뿜어내고 있었지만, 그녀에겐 어째선지 따스한 온기처럼 느껴졌다.


본 적이 있는 검이다. 그녀는 생각했다. 하지만 동시에 낯선 검이라고도 느끼고 있었다. 이 감각이 그녀는 두려웠다. 놓치면 안 될 것들이 손가락 사이로 새어나가고 있었다. ‘검을 손에서 놓으면 안 돼요.’ 누군가의 목소리가 떠올랐고, 그녀는 재빨리 검자루를 움켜쥐었다. 검의 온기가 차갑게 식어가던 몸을 보호해주었다.


또다시 눈을 밟는 소리가 들렸다. 게다가 소리는 점점 가까워졌다. 사람의 발소리인가? 짐승의 발소리인가? 혼란스러운 그녀로선 판단할 겨를이 없었다. 모든 게 낯설었다. 자신이 왜 이곳에 있는지, 여기가 어딘지조차 기억나지 않았다.


검을 지팡이 삼아 다시금 몸을 세웠다. 휘청거리는 다리가 위태로웠지만, 온기를 나눠주는 검은 그녀의 몸을 지탱해냈다. 그렇게 그녀는 조금씩 걸었다. 눈밭에 푹푹 파묻히는 신발이 축축해졌다.


한치 앞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 밤의 어둠. 별 하나 없는 밤하늘. 주위에서 자꾸만 들려오는 이상한 소리는 그녀를 점점 압박했다. 걷다 보니 멀리서 함성 같은 게 들려왔다. 그게 전쟁터에서나 들을 법한 소음이란 걸 깨닫기까진 오래 걸리지 않았다.


괴물의 포효에 가까운 것이 폭발처럼 터져 나왔다. 뒤이어 밤하늘보다도 새카만 그림자가 하늘을 뒤덮었다. 저 먼 곳에서 새까만 어둠이 하늘을 먹어치우고 비를 대신해 날카로운 창을 쏟아붓고 있었다.


무시무시한 광경이라고 생각했지만, 동시에 그녀는 저 그림자를 보며 어쩐지 안도하고 말았다. ‘어째서?’ 스스로도 대답을 낼 순 없었다. 단지 저 그림자가 익숙했다. 저렇게나 난폭하고 무서운 괴물의 그림자건만, 그녀에겐 전혀 두렵게 느껴지지 않았다.


“살아있어··· 살아있었어!”


하지만 끝내 그 이름이 떠오르지 않았다. 질리도록 불러 입에 붙은 이름일 텐데도, 새하얗게 지워져 버린 기억은 그 이름을 떠올리는 걸 허락하지 않았다.


그녀는 걸음을 서둘렀다. 저 그림자가 있는 곳으로 가야만 한다고 머릿속에서 외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등 뒤에서 가까워지는 발소리도, 어디선가 매섭게 울어대는 짐승의 소리도, 날카로운 바람 소리도 그녀를 막진 못했다.


전장의 광기 어린 소음들이 가까워졌다. 그녀는 이젠 달리다시피 했다. 위태로운 걸음이 뻗어 나갔다.


“아···!”


그녀는 몸이 기울어짐을 느꼈다. 돌부리에 걸린 걸까? 그런 생각을 하던 중 그녀의 몸은 가파른 언덕을 데굴데굴 굴렀다. 수북하게 쌓인 눈 덕에 큰 상처는 없었지만, 온몸이 욱신거렸다.


바닥을 짚고 고개를 든 그녀는 근처에 웅크리고 있던 낯선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남자는 무언가를 피해 도망친 듯 겁에 질린 표정으로 덜덜 떨고 있었지만, 그녀와 눈이 마주친 남자의 눈이 사나운 기세를 품었다.


“너, 너도 괴물이냐?”


남자가 물었다. 그녀는 머뭇거렸다. 그 질문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천천히 일어선 남자는 등 뒤에 숨겨놓았던 검을 내밀었다. 얼어붙은 피로 더러운 곡도가 눈앞까지 들이닥치자 그녀는 움찔했다.


“뭐야···? 계집애잖아?”


어두웠기 때문인지 남자는 가까이 오고서야 그녀를 제대로 본 듯했다. 그리고 남자의 입가가 히죽 웃었다. 남자의 털 망토 아래로 블라가스 군의 문양이 드러났지만, 그녀에겐 그 문양조차 낯설었다.


남자의 우악스러운 손이 그녀를 향해 뻗어왔다. 그리고 옷깃을 꽉 움켜쥐고 칼날을 목에 들이밀었다.


“얌전히 있으면··· 커헉!”


남자의 입에서 큰 신음이 흘러나왔다. 그녀는 남자의 부르르 떨리는 손 아래를 보았다. 새까만 그림자가 창처럼 날을 세우고 남자의 가슴팍을 꿰뚫고 있었다.


남자가 고개를 돌렸다. 숲의 그림자에 섞여 우두커니 선 무언가가 번들거리는 짙은 녹색 눈을 빛내고 있었다. 그 흉악한 눈빛에 남자는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비명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림자는 남자의 목을 뜯어냈다.


후두둑 흩뿌려지는 피가 눈을 적셨다. 그녀는 쓰러지는 남자 너머에 서 있는 흑단빛의 긴 머리를 가진 소년을 발견했다.


“아······.”


알고 있다.

나는 저 소년을 알고 있다.


“아아···.”


하지만 떠오르지 않는다.


그녀는 손을 뻗었다. 소년이 둘렀던 사나운 그림자가 천천히 흩어졌다. 그제야 전장의 불길을 등진 소년의 모습이 심상치 않다는 걸 깨달은 그녀였다.


“다행이다.”


소년은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몇 걸음을 채 내딛지 못하고 앞으로 쓰러졌다. 그녀는 재빨리 자리를 박차고 달려나갔다.


“······!”


그녀는 입을 틀어막았다. 쓰러진 소년의 온몸에 박힌 화살의 수는 가늠할 수조차 없었다. 옆구리엔 단검이 박혀있었고, 등에는 화살에 섞여 부러진 창날이 비스듬히 꽂혀있었다. 소년이 쓰러진 자리는 순식간에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사각사각사각. 소름 끼치는 소리와 함께 눈 아래로 무언가가 몰려들고 있었다. 그게 무엇인지 떠올리기도 전에, 그녀는 그게 좋지 않은 것이라고 직감했다. 그녀는 만신창이의 소년을 끌어안고 소리쳤다.


“저리 가! 저리 가라고! 오지 마─!”


피냄새에 몰려든 굶주린 눈벌레가 그런 말을 이해할 리 없었다. 어느새 소년의 몸에 딱 달라붙은 눈벌레의 이빨이 파고들었다. 그녀는 소년의 팔에 달라붙은 눈벌레를 때어냈다. 옷가지가 찢어지며 피가 새어나왔다.


뒤늦게 그녀는 자신의 검을 떠올렸다. 잠시 놓아둔 검자루를 쥐자 검은 열풍을 뿜어냈다. 소년의 그림자만큼이나 사나운 열풍에 바닥의 눈이 녹기 시작했고 몰려들었던 눈벌레들이 물러났다.


검의 온기 덕분일까, 소년의 닫혔던 눈꺼풀이 조금 열렸다. 그녀는 품에 안은 소년을 내려다보았다. 두 눈동자가 마주쳤다.


“다행······”

“뭐가 다행이야! 지금 네가 이렇게······!”


낯선 소년이다. 하지만 이렇게 소년을 걱정하는 건 익숙했다. 아마 이전에도 걱정을 많이 끼치던 소년이었을 것이라 그녀는 생각했다.


“쿨럭!”


소년의 기침에 섞여 피가 한 움큼 쏟아져나왔다. 놀란 그녀가 소리쳤지만, 소년은 입을 오물거릴 뿐이었다.


‘목이 망가졌나.’


소년은 생각했다.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무렴 상관없었다. 적어도 그녀가 무사하다는 것에 안도할 순 있었다.


눈앞이 점점 흐려졌다. 그제야 소년은 문득 무심코 넘겼던 마녀의 경고를 떠올리고 말았다. 처음엔 단순히 마녀의 악의적인 장난이 아닐까 생각했던 예언의 이야기였다.


‘예언이 진짜였구나.’ 웃음이 나올 것 같았다. 하지만 입꼬리가 일그러질 뿐이었다. 이제 와서 후회해봤자 의미는 없다는 걸 알기에 소년은 마녀에 대해선 생각하길 포기했다. 지금은 그저 자신을 향해 눈물을 흘려주는 사람의 얼굴을 보기로 했다. 뿌옇게 흐려진 시야에 얼굴이 잘 보이진 않았다.


“눈 떠! 눈 감으면 안 돼···!”


그녀는 그렇게 소리쳤다. 소년의 눈꺼풀이 점점 무거워지고 있었다.


소년은 뿌연 시야 속으로 손을 뻗었다. 금방이라도 축 늘어질 것처럼 떨리는 손이 그녀의 뺨에 닿았다. 소년의 입이 움직였다. 망가진 목으로 무언가를 중얼거리고 있었다.


그녀는 소년의 입으로 귀를 가져다 댔다.


“레··· 네······.”


넋두리처럼 흘린 그리운 가족의 이름. 하지만 그녀는 그 뜻을 알지 못했기에 아무런 대답조차 해줄 수 없었다.


그때, 눈을 밟는 소리에 그녀가 고개를 번쩍 들었다. 조금 전까지 소년이 서 있던 자리를 누군가 대신하고 있었다. 피에 젖은 검은 갑주에 흉악한 대형 철퇴를 한 손에 쥔 남자였다.


남자의 살벌한 눈이 주변을 빠르게 훑고는 그녀와 소년을 향해 꽂혔다.


“짐의 병사들을 박살 낸 놈이 어디 갔나 했더니.”


남자는 철퇴를 털었다. ‘훙’하는 소리와 함께 얼어붙은 피가 눈 위로 흩뿌려졌다.


“쯧. 이런 곳에 있었나. 어린 마왕.”

“······도, 도와주세요···.”

“흠?”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를 쥐어짜냈다.


지금의 자신은 이 소년을 구할 수 없다. 그 무력함을 알기에 그녀는 손을 뻗기로 했다.


“도와주세요······.”


누구라도 좋으니 이 소년을 살려달라고.


“적색의 계집. 넌 누구냐?”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피비린내 나는 왕은 가늘게 뜬 눈으로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평소였다면 아무런 감정도 없이 철퇴를 휘둘렀을 터. 하지만 블라가스의 눈에는 자신의 눈벌레를 모조리 쫓아내고 소년을 위해 눈물을 흘리는 붉은 머리의 소녀가 보였다.


그건 왕의 흥미를 돋우기엔 충분했다.


“이 몸은 북부의 제왕 블라가스다. 계집. 네가 짐에게 무언가를 바란다면 그에 맞는 대가를 치러야 할 거다.”

“뭐, 뭐든지··· 뭐든 할 테니까요!”


블라가스의 입꼬리가 히죽 늘어지며 위험한 미소를 품었다.


“그럼 그 검으로 나와 맞서보거라.”


왕은 그녀만을 보고 있는 게 아니었다.


그녀가 쥐고 있는 열풍을 뿜어내는 검이 그는 궁금했다. 북부에서 많은 전장을 거닐며 전리품으로 셀 수도 없이 진귀한 것들을 눈에 담았던 블라가스도 그녀의 검만큼은 처음 보는 것이었다.


“필시 불의 마법이 깃든 검일 테지. 하지만 평범한 불과는 달라. 뭔가 다른 느낌이 드는군.”


블라가스의 철퇴가 눈바닥을 두들겼다.


“어서 일어서지 못하고 뭘 망설이는 거지? 뭐든 하겠다고 하지 않았나.”


그녀는 소년을 잠시 내려다보았다. 이대로는 오래 버티지 못한다는 걸 알기에 그녀는 조심스럽게 소년을 품에서 내려두었다.


그렇게 열풍을 뿜어내는 검을 쥐고 일어섰다. 마치 불꽃이 이글거리듯 열풍에 나부끼는 붉은 머리칼을 보던 블라가스가 눈을 빛내며 웃었다.


“······.”


그 눈빛에 그녀는 온몸이 뻣뻣하게 굳었다. 심장은 터질 것처럼 쿵쾅거렸고 공포에 질린 호흡이 덜덜 떨렸다.


“막지 못하면 죽을 거다.”


새카만 철퇴가 움직였다. 공기를 찢어 가른 살벌한 철퇴를 본 그녀는 검을 내세웠다.


“!!!”


검으로 막을 만한 것이 아니었다는 건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철퇴와 검이 부딪치자 그녀는 뒤로 날아가다시피 했다. 충격으로 온몸이 저릿거렸다.


그러나 블라가스는 나자빠진 그녀를 기다려주지 않았다. 성큼 다가온 그의 철퇴가 하늘에서 떨어졌다. 불꽃의 잔상을 그리며 휘둘러진 검이 철퇴와 또다시 충돌했다.


“이 불꽃! 역시 마검이었나!”


블라가스의 입꼬리가 더욱 늘어지며 웃었다. 점점 속도가 붙기 시작하는 철퇴가 몇 번이고 불꽃의 검을 두들겼다.


애초부터 블라가스에겐 그녀를 상대할 생각이 없었다. 오로지 검과 부딪치기 위해 휘둘러지는 철퇴였다. 이따금 지쳐 검을 늘어뜨릴 때마다 블라가스의 살벌한 눈이 그녀를 또다시 압박했다.


이윽고 크게 휘둘러진 철퇴와 충돌한 검에서 뿌득거리는 소리가 났다.


“······!”


그녀는 검에 생긴 균열을 깨닫고 신음했다. 균열에서 불꽃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검이라는 감옥에 갇혀 꿈틀거리던 원초의 불이자 재해의 불꽃이었다.


“그, 그만···! 검이 부러지려고······”


블라가스는 그녀의 호소에도 코웃음 치며 철퇴를 휘두를 뿐이었다.


그렇게 철퇴와 몇 번이나 더 부딪친 검이 한계에 달했다. 더는 안 된다는 걸 알고 있는 그녀는 검을 안쪽으로 당겼다.


“어딜 가느냐.”


그런 그녀를 향해 불쑥 몸을 들이민 블라가스였다. 그의 손아귀가 검을 맨손으로 붙잡고 있었다.


“검이 부러질 것 같다고? 좋은 검은 부러지지 않는다. 물론, 좋은 주인을 만났을 때 얘기지만.”

“이 이상은 안 돼요······! 검이 부러지면···!”

“검이 부러지면? 이 안에 갇힌 불이 날뛰겠지. 이건 마검이다. 마검은 무언가를 강제로 검이라는 틀에 가둬버린 감옥이니까.”


히죽 웃는 블라가스의 손에 핏대가 섰다. 그에게 붙잡힌 검에서 빠드득거리는 소리가 울렸다.


“그러니 어디 실체를 보여봐라. 얼마나 대단한 불인지.”

“아······!”


마침내 검이 부러졌다. 검을 쥐고 있던 그녀는 파도처럼 쏟아져 나오는 불꽃에 눈을 질끈 감았다.


하지만 재해의 불꽃이 이 일대를 잿더미로 만드는 일은 없었다. 눈을 뜬 그녀는 믿기 어려운 광경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부러뜨린 검날을 움켜쥔 블라가스의 손이 불꽃을 억누르고 있었다.


불꽃은 곧 사그라들었다. 부러진 검날을 던져버린 블라가스는 자신의 그을린 손바닥을 바라보다 감탄하듯 입을 모았다.


“억누른 불꽃이 이 정도인가. 허, 게다가 부러뜨려도 이 정도밖에 새어 나오지 않다니. 평범한 대장장이의 솜씨가 아니로군.”


블라가스의 시선이 그녀를 향했다. 부러진 칼날이 남은 검자루가 그녀의 손에서 힘없이 축 늘어져 있었다. 지금도 불꽃이 조금씩 새어나오고 있었지만 이젠 위협적이라고 부를 만큼의 불꽃은 아니었다.


“좋아. 조금 싱겁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만족스러운 결투였다.”

“그럼 이제···”


그녀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부러진 검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오로지 한 소년의 목숨만이 지금 그녀가 원하는 유일한 것이었다.


블라가스는 축 늘어진 소년을 돌아보더니 혀를 찼다.


“그래. 도와주기로 약속했지. 뒤처리 정도는 도와주마.”

“뒤처리······?”

“먹어라.”


블라가스가 무언가를 던졌다. 그의 손아귀에서 벗어난 눈벌레 몇 마리가 소년의 몸에 달라붙었다.


“안 돼! 안 돼요!”


부러진 검을 내던진 그녀가 소년을 향해 달려갔다. 하지만 그런 그녀의 앞을 철퇴가 가로막았다.


“도와준다고 했지, 살려주겠다고는 하지 않았다. 그리고 아무리 짐이라도 죽은 자를 소생시키는 마법은 영역이 아니라서.”

“죽은··· 자라고요?”

“이미 죽었다. 네가 검을 세우기도 전에 말이야.”

“죽었다니, 그럴 리가 없어요!”

“그럼 네 눈에는 저게 산 자의 모습인가?”


블라가스의 철퇴 너머로 보이는 소년은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만신창이가 된 채, 눈을 피로 흥건하게 물들이며 눈벌레에 파먹히고 있을 뿐이었다.


부정하고 있지만, 그녀도 머리로는 알고 있었다. 저 소년을 구하기엔 너무 늦었다고. 설령 저런 상태의 소년을 구해낼 방법이 있다면, 그건 사람의 손을 벗어난 기적이라 불리는 것이리라.


눈벌레에 갉아 먹히는 소년을 보던 그녀는 결국 주저앉았다.


이름도, 얼굴도 기억하지 못하는 소년.

하지만 그 짙은 그림자가 지금껏 자신을 지켜주었다는 것만큼은 알고 있다.


망각의 혼란 속에서 유일하게 붙잡으려던 끈이 끊어지고 말았다는 사실은 그녀에게 참을 수 없는 절망을 던져주었다. 그녀는 떨리는 입술을 닫지 못한 채 눈물을 흘렸다.


블라가스는 그녀의 얼굴을 감상하듯 지켜보았다. 곧, 왕의 입가에선 다시금 비틀린 미소가 번졌다.


“계집. 제법 볼만한 표정을 짓는구나.”


눈벌레가 산 자와 죽은 자를 갉아먹듯, 그는 사람의 절망을 갉아먹으며 음미하는 왕이니.


철퇴를 어깨에 걸친 블라가스의 흉악한 손아귀가 그녀를 향해 뻗어왔다.


“짐을 더 즐겁게 해다오.”


피로 물든 손은 결국 그녀의 남은 모든 걸 부술 것이다. 그는 그런 왕이었다. 하나도 남김없이 손에 넣고, 완전히 망가질 때까지 취하는 욕망의 화신과도 같은 존재였다.


“!”


그러나 불꽃과 그림자를 잃은 붉은 소녀가 그의 손에 붙잡히는 일은 없었다. 밤을 가르는 한줄기의 섬광이 피에 젖은 왕의 손을 베어낸 것이다.


눈처럼 새하얀 머리칼을 휘날리는 여인. 재빨리 철퇴를 고쳐 쥔 블라가스는 여인의 머리를 향해 내리쳤지만, 그녀의 검은 숱한 전장을 해쳐온 블라가스보다도 아득히 먼 곳에 있는 것이었다.


그야말로 전설 속의 검극(劍極)이라 불리는 검사의 경지.


블라가스는 그 검을 채 받아치지도 못한 채 번쩍이는 섬광에 휘말렸다. 섬광은 철퇴를 단칼에 쳐내고 블라가스의 가슴팍을 순식간에 베어냈다. 희뿌연 기운을 흘리는 검에 밀려난 블라가스는 당혹스럽다는 얼굴로 상대를 마주 보았다.


전장의 싸움에서 자신이 밀려나다니, 블라가스에게 있어선 손에 꼽을 정도의 일이었다. 그렇게 당황하던 것도 잠시, 블라가스의 입꼬리가 말려들었다. 그의 눈에서 위험한 빛이 흘러나왔다.


“너는 누구냐?”

“······.”

“저 계집도 그렇고, 이름을 대는 놈이 하나도 없다니. 하지만 그 검은 꽤 놀랍구나. 이 정도의 검기에 달한 자가 북부에 있었을 줄이야.”


여인은 대꾸하지 않았다. 단지 심상치 않은 기운을 가진 검을 내세운 채, 차갑디차가운 눈으로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눈처럼 새하얀 머리칼에 탁한 백색 눈동자. 그녀를 보던 블라가스가 끄덕였다.


“백사병인가. 그런데도 그런 움직임이라니······.”


그는 진심으로 감탄하고 있었다. 자신을 짓누르는 무명의 검사의 압박감조차도 그를 흥분시켰다. 철퇴를 쥔 손이 땀으로 미끈거렸다. 얼마 만에 느껴보는지 모를 희미한 죽음의 공포가 그의 명치를 꾹꾹 누르는 것 같았다.


{ ─ !!!!!! }


그때, 밤하늘을 울리는 거대한 포효가 있었다.


하늘 뿐만이 아니었다. 포효는 이 거대한 얼음 협곡을 뒤집을 기세였다. 눈앞의 강자에 흥분하던 블라가스도, 그런 블라가스로부터 붉은 소녀를 지켜내던 하얀 여인도 그 포효에 얼굴을 찌푸렸다.


“이건 용인가?”

“블라가스 전하!”


한쪽 귀를 막은 블라가스가 혀를 찼다. 뒤늦게 블라가스 군의 병사들이 숲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하얀 여인은 용의 포효에 한쪽 귀를 막으면서도 검만큼은 세운 채 조금씩 뒤로 물러났다.


“요, 용이 나타났습니다! 협곡 아래에서 마치 그림자처럼 새까만 용이 기어 올라와서 날뛰고 있습니다······!”


심상치 않은 상황임을 직감한 블라가스였다. 그는 전사이기 이전에 왕이었고, 수많은 이들의 목숨을 손가락 하나로 좌지우지하는 위치였다. 눈앞의 즐거움을 챙기기엔 상황이 좋지 않았다.


“용이 오고 있다!”

“이쪽으로 오고 있어!”

“피해!!”


아퀴토날과 블라가스의 전장에 난입한 검은 용은 전장을 가로질러 곧장 숲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용의 앞에 서 있던 불행한 이들은 비명을 마지막으로 용에게 짓밟혔다. 용의 한 걸음마다 진득하게 퍼지는 그림자는 모두 용의 주둥이처럼 입을 벌리고 산 자와 죽은 자들을 포식했다.


“움직여야 해.”


하얀 여인은 붉은 소녀를 향해 말했다. 그녀는 여전히 눈벌레에 뜯어먹히는 소년을 허망한 표정으로 바라만 보고 있을 뿐, 아무런 대답을 할 수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여인은 그녀의 손을 강제로 잡아끌었다.


“백사병 여자. 네 검은 정의를 품은 검이었다.”


그렇게 돌아서는 여인을 향해 블라가스가 말했다. 여인은 내딛던 발걸음을 잠시 멈추었다.


“그러니 이름을 대지 않더라도 이건 기억해두어라. 이 몸은 북부의 제왕 블라가스다. 그리고 짐은 북부를 피로 물들일 것이며, 북부에서 ‘악’이라 불리는 마왕이 될 것이다. 그 검이 정녕 정의를 꿈꾼다면, 짐은 언제든지 기다리고 있겠다.”


간만에 만난 강자를 놓치기엔 아쉬움이 남았다. 그렇기에 블라가스는 그녀의 검이 자신을 찾아오길 바라며 그리 말했다.


싸구려 도발임은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하얀 여인은 살짝 고개를 돌려 블라가스를 노려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 싸늘한 시선에 블라가스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것 같았다. 그마저도 그를 흥분시키는 공포였다.


하얀 여인은 멈췄던 걸음을 재촉했다. 소년과 점점 멀어지자 마침내 붉은 소녀는 손을 뻗었다.


“안 돼······.”


그 애절한 중얼거림에도 하얀 여인은 멈추지 않았다. 그저 달리길 계속하며, 작게 ‘미안해.’라는 말을 반복했다.



***



그림자는 가장 낮은 곳에서 태어나

가장 낮은 곳에서 울며

누구보다 높은 곳을 향해 손을 뻗는다.

하지만 결국 가장 낮은 곳에서 죽으리라.


그 오래된 그림자의 이야기를 아는 이는 많지 않지만, 단순히 흥미로 읽었던 고서의 내용을 블라가스는 기억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지금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서 그는 기묘한 기분을 느꼈고, 눈을 떼지 못했다.


{ ······!! }


검은 괴물이 울고 있었다.


그것은 굶주려서, 혹은 잔뜩 성이 나서 내지르는 소리가 아니었다. 그건 처절하다시피 한 슬픔이었고 구슬프게 부르짖는 절규였다.


사람을 먹는 괴물은 감정이 무디다. 여타 다른 짐승들이 그러하듯, 본능에 충실한 짐승이란 존재는 살기 위해 사냥하고, 먹으며, 영역의 침입자를 향해 분노를 토해내는 것이다.


그런 괴물이 저렇게 슬피 우는 것을 블라가스는 처음 들었다. 푸르스름한 동이 터오는 하늘 아래, 싸늘한 겨울바람을 맞으며 괴물은 울고 있었다.


그리고 블라가스는 이 검은 괴물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이건 단순한 짐승이 아니었다.


‘이걸 용이라 보아야 하는지.’


조금 전까지만 해도 난폭하게 아퀴토날과 블라가스 군의 병사들을 짓밟고 씹어 삼키던 거대한 용이라고는 생각도 할 수 없었다. 그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지금 죽은 소년의 앞에 있는 건 소년과 그다지 차이가 나지 않는 크기의 작은 용이었다.


용은 고고하고 오만하다. 그리고 인간보다 아득히 높은 곳에 있는 생명체다. 인간과 비슷한 감정을 가진 듯하면서도, 용들이 가진 감정은 인간과는 확실히 달랐다.


그렇기에 많은 학자와 마법사들은 말한다. ‘용은 슬픔이란 감정을 모른다.’ 라고.


용은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

그들은 슬픔이란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며, 가까운 동포의 죽음에도 침울해하거나 비탄에 빠지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 블라가스의 앞에선 용이 서럽게 울고 있었다.


“왜 우는 것이냐?”


블라가스가 물었다.


자신을 집어삼키려던 검은 용이 소년을 보자마자 저렇게 몸집을 작게 만들어 울기 시작한 것이다. 겁에 질려 움직이지도 못하는 병사들과 달리 블라가스는 그런 용에게 흥미를 느끼고 있었다.


{ 내 동생이 죽었어. }


그리고 용이 답했다.


블라가스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에겐 이해할 수 없는 대답이었기 때문이다.


용에겐 가족이란 개념이 희미하다. 자신을 낳아준 어미도, 같은 둥지에서 알을 깨고 나온 형제자매도 가족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태어날 때부터 천애 고독의 삶을 사는 생물이 바로 용이다. 동포라는 인식은 있을지언정, 친구나 연인, 가족의 인지는 없는 생물이다.


그러나 지금 이 용은 가족의 죽음에 울고 있는 것이다. 이상한 일이었다.


{ 동생이 죽었어. }


용이 재차 말했다. 블라가스는 용이 동생이라 부르는 소년을 보았다.


설원 위에 피를 잔뜩 흘린 채 차갑게 식은 소년. 눈벌레에게 뜯어먹혀 이리저리 너덜거리는 소년의 시체는 용이라 부르기엔 분명 사람에 가까웠다.


이따금 사람의 모습을 취하는 용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존재였다면 죽기 직전에 마법이 풀려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갔을 것이다. 그러나 소년은 죽음에 이르러서도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이 소년은 용이 아니었다.


“그 어린 마왕이 네 동생이란 말인가?”


{ 내 하나뿐인 동생이야. }


용의 갈라지는 음성엔 소녀의 가녀린 목소리가 섞여 있었다.


{ 내 동생이 죽었어. }


“······.”


블라가스는 검은 용의 꿈틀거리는 그림자를 보며 미소 지었다.


어째서일까. 숱한 죽음을 보아왔던 그에겐 그다지 별날 것도 없는 죽음이건만, 이 소년의 죽음과 슬피 우는 용은 무언가 다르게만 느껴졌다.


대마법사의 경고.

마녀의 예언.


‘마왕이 태어날 것이다.’


대마법사는 그리 말했다.


‘전쟁을 멈춰야만 해. 마왕이 나타날 거야.’


그리고 황금의 마녀조차 그리 말했다.


그들 뿐인가? 지금 아리아드의 모든 마녀들은 같은 꿈을 꾸었고, 같은 예언을 하고 있었다.


북부의 전쟁이 마왕을 태어나게 할 것이며, 그 마왕이 아리아드를 집어삼킬 것이라고.


블라가스는 예언을 의심하진 않았다. 그럼에도 전쟁을 멈추지 않은 건, 오히려 그 마왕이란 존재가 궁금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오히려 마음 한편에는 자신이 그 마왕이 아닐까 생각했다.


북부를 지배하는 제왕은 중앙을, 그리고 남부에 이어 훗날엔 먼 동쪽 땅을 손에 넣을 것이다. 그 정도까지 한다면 제왕 블라가스는 마왕이라 불리게 될지도 모른다고, 그는 생각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었다. 자신은 마왕이란 이름을 담기엔 그릇이 작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 마왕이란 단순히 패왕(覇王)의 이름에서 태어나는 존재가 아니었으니까.


“설마 네가 마왕인가?”


블라가스는 용을 향해 물었다. 용은 슬피 울기만 할 뿐, 대답하지 않았다.


이 용이 아니라면, 마왕은 누구인가.

그런 건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


“어린 마왕. 그래. 너였구나.”


블라가스의 입이 흉측하게 웃었다. 주변을 훑은 그는 질척한 눈 속에 손을 파묻고 무언가를 끄집어냈다.


그건 부러진 칼날이었다. 부러져 본래의 용도를 잃었음에도 여전히 재해의 불꽃을 봉인한 잿더미로부터 단조 된 검의 일부였다.


불꽃은 모든 것을 파괴하는 적색이지만, 때로는 생명을 보호하고 치료하는 힘이기도 하다.


“흡!”


칼날을 강하게 움켜쥔 블라가스의 손에서 피가 뚝뚝 흘렀다. 피를 머금은 칼날에서 연기가 피어올랐다. 그렇게 칼날을 쥔 블라가스가 죽은 소년의 앞에 섰다.


“검은 용. 이 어린 마왕의 이름을 아느냐?”


{ ······나인. }


용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블라가스는 놀란 눈을 크게 떴다. 용의 모습이라고만 생각하던 그림자 속에는 죽은 소년과 똑 닮은 소녀의 얼굴이 있었다.


{ 나인 벤터. }


“그래.”


이젠 불꽃이 튀기 시작하는 칼날을 블라가스는 거꾸로 고쳐잡았다.


“예언이 사실이라면.”


그리고 불꽃과 그의 피를 머금은 칼날을 소년의 가슴에 내리쳤다.


“어린 마왕은 다시 태어나겠지!”


심장에 꽂힌 칼날.

블라가스의 피가 부글부글 끓고, 새빨간 불꽃이 얼어붙은 소년의 몸속에서 열선을 뻗었다.


“용이여. 거래를 하지.”


불타기 시작하는 소년을 내려다보며 블라가스가 말했다. 똑같이 소년을 바라보던 용도 고개를 들어 그를 마주 보았다.


“이 소년을 살려주마. 대신 내게 보여다오.”


{ 무엇을? }


“마왕의 탄생을.”


용은 다시 몸집을 키웠다. 처음엔 그림자라고 생각했던 것이 더욱 짙고 깊은 색으로 물들고 그 진짜 모습을 드러냈다.


주변에서 그 광경을 지켜보던 병사들은 비명을 지르며 졸도하거나 그 자리에서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자해하기 시작했다. 인간에게 있어 심연은 발을 들여서도, 바라보아서도 안 되는 영역이었다.


블라가스는 아슬하게 자신의 정신을 유지한 채, 용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그의 입가가 쭉 찢어지듯 웃었다. 용이 맞는지 의심하던 자신을 멍청하다고 평가할 만했다.


이건 용이다. 세상 그 무엇보다 낮은 곳에 있으며, 사람이 범접할 수 없는 곳에서 수면 위로 고개를 내민 용이었다.


{ 계약에 따라 이름을 대거라. }


심연의 용이 말했다. 블라가스는 활짝 이를 드러내며 주먹을 움켜쥐었다. 미쳐버릴 것만 같은 정신을 가다듬으면서도 그는 자신이 누구인가를 말했다.


“짐은 북부의 제왕 블라가스다.”


{ 움브라 하퀴테. }


가장 낮은 곳에 있는 용은 자신의 이름을 말했다.


그리하여 북부에선 피비린내 나는 왕과 용의 계약이 맺어졌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편안한 주말 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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