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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ject.P

욕망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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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굴P
작품등록일 :
2022.05.11 10:32
최근연재일 :
2023.05.08 18:05
연재수 :
264 회
조회수 :
83,287
추천수 :
3,417
글자수 :
1,991,958

작성
22.05.11 10:37
조회
4,350
추천
80
글자
7쪽

프롤로그

DUMMY

#0 시라비아의 아이


전대미문의 재앙으로 세상이 멸망하고

새로 시작된 세상조차 어떤 희망도 없이 망가져 가던 시대.


그런 시대를 딛고 태어난 한 아이가 있었다.


불운한 시대, 불운한 나라, 불운한 부모를 갖고 태어난 아이는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쳤다.

딱히 목적이 있어서가 아니었다. 아이는 그저 아무것도 몰랐기에 본능적으로 살고자 했던 것이다.


걸음마를 시작할 때 아이는 나이프를 장난감으로 삼았다.

말을 뱉기 시작할 때 아이는 타인을 향한 욕설과 아첨을 배웠다.

달릴 수 있게 되자 아이는 총을 쥐었다.


그랬던 아이가 소년이 된 것은 처음으로 사람을 찌른 날이었다.


푹!

스걱 -


‘처음이 어렵다.’라는 말을 소년은 이해하지 못했다.

소년의 첫 살인은 마치 수도 없이 해왔던 것처럼 익숙했고 싱거운 감상을 남겼기 때문이다.


그건 재능이었다. 이 검은 시대에선 축복받았다고 불릴 정도로 무서운 재능.

그 천부적인 재능이 암흑가의 눈에 든 것은 소년에게 있어 행운이자 불운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소년은 오늘도 누군가를 찌르고 있었다.


푹!

칼이 들어간다.

두툼한 옷가지와 피부를 찢고 그 아래에 숨겨진 근육과 혈관을 자르며, 뼈를 피해 깊숙이 박히는 칼날은 미지근하게 남은 체온을 머금었다.


“아가.”

“?”


여자의 목소리에 정신없이 칼을 쑤셔 넣던 소년이 고개를 들었다.


비가 내리는 폐창고 내부.

열린 문으로 잿빛 하늘을 등진 누군가가 소년을 그림자로 덮고 있었다.


그 어둠 속에서 번들거리는 눈동자는 차가웠다.


차가운 강철.

소년은 그 눈을 볼 때마다 항상 그렇게 생각했다. 겨울의 추위에 냉기를 머금은 날붙이 같은 눈이라고.


“그만.”

“네?”

“이미 죽었잖니.”


고개를 내린 소년은 가슴팍에 깊숙이 박힌 칼을 발견했다. 쓰러진 몸뚱이는 새빨간 웅덩이 위에 있었고 소년은 그 위에 올라탄 상태였다.


다만, 몸뚱이는 머리가 없었다.

잠시 주위를 살피던 소년은 멀찌감치 구석까지 굴러간 남자의 머리를 발견했다.


“....”


스걱 -

소년은 익숙하게 박힌 칼을 잡아 뽑았다. 미끈거리는 칼자루가 뜨거웠고 진득한 피가 칼날을 따라 올라왔다.


“이번에도 잘했구나.”

“네.”

“상을 준비해둘 테니 정리가 끝나면 와서 받아가렴.”

“네. 어머니.”


미지근한 피를 뒤집어쓴 소년을 뒤로하고 그녀는 사라졌다.

어떤 미련도 없이 멀어지는 구두 소리에 소년은 깊은숨을 토했다.


곧, 검은 옷을 입은 사내들이 몰려와 현장을 정리하는 동안 소년은 창고를 나가 내리는 빗줄기에 피를 씻어냈다.


새빨간 핏물이 하수구로 빨려 들어가는 것을 보던 소년은 문득 생각했다.


‘저렇게 도망가면 누구도 모르지 않을까.’


소년은 슬그머니 창고 안을 들여다보았다.


몸뚱이와 머리를 담는 자루. 피 웅덩이를 대충 닦아내는 대걸레. 그 위로 쏟아붓는 모래.

작업자들은 오로지 돈을 위해 저런 지저분한 일을 하고 있었다.


소년에게 목이 잘려 죽은 저 남자도 과하게 돈을 좇던 무모함의 말로였다.


돈.

오로지 돈을 위한 욕망 하나로.


‘돈이 뭐가 좋다는 거지?’


날붙이와 권총만 있어도 소년은 지금까지 그럭저럭 살아왔다. 때문에 어째서 사람들이 저렇게 돈을 좇는지 아직 소년은 이해할 수 없었다.


“수고했다. 혼자서 잡았다며?”


그러던 소년의 어깨를 두드리며 한 남자가 말을 걸어왔다.

작업자들과는 다른 차림새. 말끔한 정장을 빼입은 중년의 남자였다.


“....”

“왜 그래? 무슨 일 있었냐?”

“그냥 슬슬 질려서요.”


소년의 말에 남자는 미간을 찡그렸다.


“뭐가 질려?”

“그냥 전부 다요.”

“혹시 이상한 생각 하는 거 아니지?”

“뭐가요?”


남자는 한숨을 푹 쉬더니 담배를 물었다.


“평소에 안 하던 생각. 그런 거 하기 시작하면 꼭 나한테 먼저 말해라. 내가 이래도 선생이잖냐.”

“싫어요. 선생님은 어머니한테 바로 말하잖아요.”

“어중간하게 낀 내 입장도 좀 생각해줘라.”


소년은 남자가 그랬듯이 한숨을 내쉬었다.

차가운 공기로 뻗어 나간 뿌연 입김 속, 뻥 뚫린 항구가 보였다.

남자는 그 항구를 가리켰다.


“저기 뭐가 보이냐?”

“바다?”

“그거 말고. 더 너머에.”


소년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보이는 건 어두컴컴한 바다뿐인데, 그 너머에 있는 게 보일 리 없었다.


“안 보이는데요.”

“저 너머엔 사람이 산다.”


‘후-’ 하며 남자는 짙은 연기를 내뿜었다. 익숙한 담배 냄새에 소년은 코를 훌쩍였다.


“이 시라비아랑 전혀 다른 땅이 저 바다 너머에 있다는 소리야.”

“...”

“총소리보다 웃는 소리가 더 많이 들리는 도시들이 있어. 이딴 똥구덩이에 비하면 훨씬 살기 좋은 곳이지.”

“....”

“언젠가 가볼 수 있을 거다. 지금이야 네가 아직 어리고..”


남자의 말은 그 이상 소년에게 닿지 못했다.

소년이 다시금 생각에 잠겼기 때문이다.


저 어두컴컴한 바다 너머 있을 땅을 상상한다.

날붙이와 총, 술과 약으로 살아가는 이 혹독한 시라비아의 땅에서 웃음소리란 비열한 조소와 거짓 사랑에서 나오는 게 전부다.


사람들의 진짜 웃음을 들어본 적 없는 소년에겐 상상하는 것조차 어려웠다.

하지만 들어보고 싶었고, 그런 세상을 직접 눈으로 보고 싶다는 충동이 목구멍을 타고 꿈틀거렸다.


“...내 말 듣고 있냐?”

“예?”

“안 들었냐. 또 혼자 떠들었네.”

“뭐라고 했는데요?”

“요컨대 부자가 되면 네 마음대로 살 수 있다는 거다. 돈이 곧 자유라는 거야.”

“자유..”

“이 생활이 질리면 우선 돈부터 아득바득 모아. 그래야 여길 떠도 뭘 하든 먹고 살 수 있어.”


이제서야 소년은 깨달았다.

어째서 사람들이 아득바득 돈을 모으려 하는지.


‘다들 여길 나가려고 그러는 거구나.’


아닌 사람도 있겠지만, 적어도 소년이 처음으로 안 ‘돈’의 가치는 이 더러운 생활을 청산하는 데 필요한 것처럼 받아들여졌다.


소년의 입가엔 옅은 미소가 걸렸다.

하늘의 먹구름을 향해 고개를 든 소년은 길거리에서 본 한 거지 노인이 하던 얘기를 떠올렸다.

저 하늘 너머에 있는 신에게 간절히 기도하면 분명 소원을 들어줄 것이라고.


‘해볼까.’


추찹한 욕망이 들끓는 하늘.

소년은 한 가지 소원을 빌었다.


그 날 밤, 혹독한 시라비아의 땅에서 한 소년이 자취를 감췄다.


흔한 일이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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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산(3) - 면접 +2 22.05.13 1,383 49 20쪽
3 산(2) - 최악의 하루 +2 22.05.12 1,703 50 17쪽
2 산(1) - 욕망 시대의 일꾼 +4 22.05.11 2,763 70 23쪽
» 프롤로그 +6 22.05.11 4,351 8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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