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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만은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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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만은
작품등록일 :
2016.10.03 09:08
최근연재일 :
2019.01.03 20:30
연재수 :
505 회
조회수 :
359,597
추천수 :
5,086
글자수 :
1,239,628

작성
18.03.12 13:25
조회
209
추천
5
글자
5쪽

ESP

DUMMY

권지아의 말처럼 휴게실 밖에는 정갈한 제복을 차려입은 남자가 한 명 서 있었다. 남자는 곧장 한서준에게 따라오라는 말을 남긴 뒤, 앞장서 걸어갔다.

정신 조작을 당한 탓인지, 아니면 그저 성격이 그런 건지, 남자는 시종일관 무뚝뚝한 얼굴로 한서준을 안내했다. 그리고 한서준에게 아무런 제재도 하질 않은 출입국 심사원을 지나쳐 마침내 비행기 안, 일반적인 좌석에 그를 데려갈 때까지 남자는 단 한 마디의 말도 꺼내지 않았다.

단지 이 하이패스나 다름없는 안내 과정을 이어가면서 비행기에 타기 직전, 총과 칼을 회수하기 위한 공적인 말만 몇 마디 늘어놓았을 뿐, 남자는 그 외의 사적인 말은 조금도 하지 않았던 것이었다.

때문에 한서준도 굳이 남자에게 말을 걸지 않았다. 마냥 성큼성큼 발을 옮기는 남자를 놓치지 않고 따라가기 위해, 쉴 새 없이 목발과 발을 움직이기만 했다.

그리고 총 두 개의 좌석으로 나눠진 좌석의 오른쪽, 즉 복도 쪽 좌석에 자리를 잡자마자, 한서준은 이번에도 역시 거의 습관처럼 주위를 둘러보았다.

확실히 사람들은 많았다. 두런두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곳곳에 포진해 있었고, 벌써부터 목과 등을 기댄 채 눈을 감고 있는 사람들도 여럿 보였다. 개중엔 창밖을 내다보는 이도 있었으나, 그건 비행기를 처음 타 본 사람들에게만 국한된 이야기일 뿐, 대부분의 사람들은 달리 특별한 행동을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단군 소속 요원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물론 한서준이 앉아 있는 좌석에선 볼 수 없는 사각 지대의 좌석에 앉아 있을 수도 있었지만, 그것들은 이미 비행기에 들어서면서 꼼꼼히 봐둔 장소들이었다.

까닭에 앉은 상태에서 훑어보는 지금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것은, 단군이 아예 이 비행기에 탑승하지도 않았다는 소리나 다름이 없었다.

한서준은 다음으로 자신의 바로 옆, 먼저 자리를 잡고 있던 아직 앳돼 보이는 얼굴의 파란 눈, 금발 머리의 이국적인 미모를 지닌, 그러니까 전형적인 외국인 소녀를 바라보았다. 자신의 옆자리에 급작스레 거대한 체구의 남자, 그것도 다소 징그럽게 느껴질 수 있는 외눈, 외다리의 남자가 앉았음에도 딱히 아무렇지도 않은 모양인지, 소녀는 오히려 한서준의 모습을 대놓고 뜯어보았다.

그러다 곧 ‘짝!’ 뜬금없이 자신의 손바닥을 맞부딪치며 탄성을 토해 내었다.

“아! 당신이 그······ Juggernaut를 죽인 일반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한서준의 손이 돌연 소녀의 목을 콱 틀어쥐었다. 마치 밧줄을 움켜쥔 것만 같이, 큼직한 한서준의 손에 비하면 소녀의 목은 거의 나뭇가지나 마찬가지였다.

“응? 근데··· 이 힘은 일반적인 사람의 것은 아닌데? 운동을 얼마나 열심히 한 거야?”

하지만 정작 소녀는 아무렇지도 않아 보였다. 오히려 쾌활하게, 목이 잡혔음에도 달리 이상하다는 얼굴로 고개를 갸웃거릴 정도로, 전혀 어색하지 않은 한국말만큼이나 소녀의 행동엔 부자연스러운 점이 없었다.

한서준은 직감적으로 소녀가 능력자, 그것도 몬스터의 힘을 우습게 볼 정도로 강력한 힘을 지닌 능력자임을 깨달았다.

비록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해 단숨에 목을 비틀어 버릴 수 있는 힘을 준 것은 아니었지만, 이것만 해도 저 가냘픈 목을 삽시간에 틀어막을 수 있는 힘이 담겨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소녀가 평범한 인간이었다면, 절대 저런 태연자약한 행동을 이어갈 수는 없었다. 숨 줄기가 꽉 막혀 또박또박 말을 뱉어 내기는커녕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할 것이란 뜻이었음이다.

헌데 소녀는 보란 듯이 말을 하고 있었고, 보란 듯이 숨을 쉬고 있었다. 그에 한서준이 본격적인 힘을 손아귀에 불어 넣었음에도, 소녀는 눈썹 하나 찌푸리지 않았다. 그 흔한 신음소리도 흘려내지 않았다. 아예 꿈쩍도 하질 않았다.

그저 천연덕스런 미소를 띤 채, 한서준을 신기하다는 눈으로 바라볼 따름이었다.

흡사 한서준의 힘과 동등한, 혹은 훌쩍 뛰어 넘는 무언가가 소녀의 목 안에 숨겨져 있는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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