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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만은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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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만은
작품등록일 :
2016.10.03 09:08
최근연재일 :
2019.01.03 20:30
연재수 :
50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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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9,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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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86
글자수 :
1,239,628

작성
18.02.23 13:55
조회
238
추천
5
글자
8쪽

습격

DUMMY

하지만 그런 걱정은 기우杞憂에 불과했다.

필시 두 다리를 온전하게 가진 일반인보다 몸놀림 면에서 몇 수는 아래일 거라 생각했던 외다리의 변이된 몸뚱이는, 한서준, 그 스스로가 놀랄 만큼 번개 같은 속도로 움직였다. 그것도 미처 뇌는 인지하지도 못한 등 뒤의 기습을 마치 또 다른 자아가 생겨난 것처럼, 순식간에 홱 몸을 틀고, 머리를 목표로 날아온 새빨간 세모꼴의 손톱을 정확히 대검의 날로 받아 튕겨냈던 것이었다.

“스스로 모습을 드러낼 정도로······ 많이 급한가 본데?”

그 급작스런 등장과 공격에도 불구하고 어쩐지 무표정하기만 한 권지아가 대뜸 겁도 없이 앞으로 나왔다. 그리곤 가로등 불빛이 정면으로 내리쬐는 길 위에 우두커니 선 몬스터, 각각 왼쪽엔 두 개, 오른쪽엔 한 개의 팔이 자라나 있는 비루한 체격의 몬스터를 가만히 뜯어보았다.

흡사 탐구를 하는 듯한 자세로, 권지아는 허리까지 숙이는 수고를 들이며 앞으로 살짝 몸을 기울인 다음 몬스터의 이곳저곳, 총 세 개의 팔과, 손가락만 한 붉은 손톱이 산발하며 자라나 있는 것을 제외하면 흔히들 ‘멸치’라 부르는 몸의 소유자인 몬스터의 여기저기를 뚫어져라 살펴보다, 곧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언뜻 들어봤을 땐 그저 감탄사 정도로밖에 들리지 않는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권지아가 이내 한서준을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차분히 입을 열었다.

“인명 피해가 난 시점에서부터······ 이건 단군의 영역이 됐어. ···어떡할래? 이대로 도망쳐도······ 딱히 상관은 없어. 물론··· 도망을 치는 게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근처의······, 그러니까··· 앞으로 삼 분 정도면 공격형 능력자가 올 거야. 그때까지 버티던가··· 도망치던가··· 아니면 죽이던가··· 는 순전히 당신의 판단이지.”

하지만 한서준은 이번에도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물론 금차今次 역시 굳이 대답을 할 필요가 없어서가 아니었다.

이유 없이 거친 숨을 몰아쉬던 몬스터가 급작스레, 정말 눈 깜짝할 새에 쏜살같이 덮쳐들었기에, 마찬가지로 급작스레 몸을 움직여야 했던 탓에 미처 입을 열지 못한 것뿐이었다.

카앙!

손톱과 대검이 맞부딪힌 소리라고는 전혀 믿기지 않을 거센 마찰음을 터져 나오고, 목발까지 버려가며 삽시간에 땅을 박차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권지아의 앞, 본능에만 의존하는 몬스터답지 않게, 아니 오히려 이성보단 본능이 더 강했기에, 자신이 아닌 권지아를 먼저 노리고 달려든 몬스터의 다섯 개의 손톱이 모두 뭉뚱그려진 공격을 그리 어렵지 않게 튕겨 낸 한서준은, 이어 왼팔을 쭉 뻗어 내었다.

그리고 분명 어마어마한 힘이 담겨져 있음이 확실한데도 힘없이 튕겨져 나간 몬스터의 오른팔, 정확히는 그 날카로운 손톱이 삐죽빼죽 자라나 있는 다섯 개의 손가락을 뱀처럼 휘감아 그러쥐었다.

그런 뒤 기울어지는 몸의 중심을 잡음과 동시에 몬스터의 머리통에 대검을 박아 넣기 위해 있는 힘껏 자신의 앞으로 끌어당겼다.

하지만 정작 눈앞에 나타난 결과는 찰나에 스쳐간 계획관 달랐다.

끄그그극!

무슨 녹슨 철제문을 강제로 열어젖히는 것 같은 굉음이 울려 퍼지며, 몬스터의 오른손 손가락이 죄다 손바닥과 분리돼 흡사 도마뱀의 꼬리가 그러하듯, 삽시에 뽑혀져 나왔던 것이었다.

그러나 그건 결코 몬스터의 의도가 아니었다. 단순히 엄청난 손의 악력에 의해 손바닥과 손가락의 경계선이 짓눌렸기에, 짓눌리다 못해 아예 압축되어 버렸기에, 그 힘에 버티지 못해 일어난 기현상이었다.

뒤이어 다섯 가닥의 붉은 피가 순간 ‘팍’하고 튀어 오르며 한서준의 코트 앞섬을 무자비하게 물들였지만, 정작 몬스터에게서 터져 나오는 비명은 아무것도 없었다.

마치 ‘고통’이란 낱말을 전혀 알지 못하는 선천적인 병자病者와도 같이, 오로지 거친 숨소리만을 토해 내며 아무렇지도 않게 두 개의 왼팔을 예리한 창처럼 사용할 따름이었다.

“···역시······.”

또 다시 이어지는 의미 불명의 권지아의 감탄사를 뒤로 한 채, 한서준은 즉시 손 안에 가득한 손가락을 아무렇게나 내던졌다. 그리곤 서서히 기울어져 가는 몸의 중심을 가볍게 한 번 살짝 뛰는 것으로 일시적으로나마 고쳐 잡은 뒤, 잇따라 자신에게 날아오는 열 개의 손톱을 향해 대검, 빈손인 왼팔을 불쑥 내밀었다.

카앙!

아무것도 없는 왼팔보다 살짝 더 거리가 보장된 대검이 무리 없이 먼저 다섯 개의 손톱을 튕겨 내었다.

푸욱!

하지만 아무런 장비도 없는 왼팔은 사정이 달랐다.

아무리 변이가 된 몸이라지만, 역시 연약한 인간의 피부로 몬스터의 손톱을 정면으로 받아 내는 건 아무래도 힘든 모양인지, 막기는커녕 도리어 손바닥, 나아가 팔꿈치에 이르기까지, 손가락보다 긴 새빨간 손톱이 잔악하게 할퀴고 지나간 것이었다. 허나 그 덕에 본래의 궤도에서 상당히 왼쪽으로 틀어진 몬스터의 나머지 왼팔은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쿡 찌르는 것에 그치고 말았다.

순식간에 잘려 나간 기다란 살덩이가, 뜨끈한 핏방울과 함께 여지없이 바닥에 나뒹굴었다.

그 화끈거리는 고통에 절로 비명이 터져 나올 법도 했지만, 한서준은 몬스터와 마찬가지로 그 흔한 신음, 비명 하나 지르지 않았다.

대신 더할 나위 없이 이맛살을 찌푸리며, 마침내 땅에 발이 닿음과 동시에 뒷걸음질을 치듯 뒤로 물러났다.

그러자 후웅! 몬스터의 날카로운 열 개의 손톱이 기다렸다는 양 그가 착지한 자리를 빠르게 훑고 지나갔다.

이 역시 처음 몬스터의 습격을 맞받아쳤던 것처럼,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외다리 몸뚱이의 반사적인 행동이었음을 한서준은 그리 어렵지 않게, 거의 반강제적으로 깨달을 수 있었다. 손톱이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갈 때까지, 머리는 미처 몬스터의 후속타에 반응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허나 그 다음 이어진 행동은 순전히 한서준의 머리에서 비롯된 행동이었다.

먼저 걸리적거리는 권지아를 밀쳐 내보내고, 대뜸 대검을 던져 몬스터의 전진을 잠깐이나마 늦춘 뒤, 오른쪽 어깨에서 요란하게 덜그럭거리는 저격총의 총열을 쥐고 그대로 휘둘러 총을 빼내 듬과 아울러 화상을 입은 것처럼 눌어붙은 거죽을 뒤집어 쓴 몬스터의 머리통을 사정없이 개머리판으로 후려갈긴 것은, 어디까지나 변이된 몸이 말미암아진 반사적인 행동이 아니라는 뜻이었다.

까앙!

머리통에서라기보다는 K-14 저격총 내부에서 울린 것 같은 커다란 공명음이 순간 세차게 터져 나왔다.

이와 더불어 변이된 몸이 가져다 준 엄청난 힘과, 이러한 힘이 중심이 된 어마어마한 순간 가속도, 내처 오히려 다리가 하나였기에, 그로 인해 탄생한 막대하기 그지없는 구심력求心力까지 더해진 무지막지한 파괴력에 속수무책으로 얻어맞았기 때문인지, 맑은 타격 소리와 함께 날아가 볼품없이 담벼락 아래에 처박힌 몬스터의 머리통은 누구라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잔뜩 찌그러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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