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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만은 님의 서재입니다.

나 혼자 게임에서 수면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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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만은
작품등록일 :
2019.01.13 22:48
최근연재일 :
2019.04.17 19:19
연재수 :
54 회
조회수 :
27,599
추천수 :
570
글자수 :
190,738

작성
19.01.20 16:09
조회
1,077
추천
19
글자
8쪽

그냥 잠만 자고 싶었다

DUMMY

의자에 앉자 냄새는 더 강렬해졌다.

나는 접시 옆에 놓인 숫가락을 들고 수프를 떠먹었다.


"이건···."


놀랍군.


다시 한 번 수프를 떠먹었다. 뜨겁고 달콤한 액체가 목구멍을 통과해 내려가자 속이 뜨끈해졌다.


맛있는데. 이게 뭐지? 꿀인가? 아니··· 우유맛도 좀 나는데. 참깨 비슷한 거랑.


나는 거듭 수프를 떠먹었다.

먹을수록 침이 고였다.

칼스가 왜 코를 박고 있는지 알 것 같았다.



[보상 '환상의 수프'를 드셨습니다.]


[모든 능력치가 영구적으로 3 증가합니다. 이 효과는 한 번만 적용됩니다.]


[모든 상태이상 내성이 영구적으로 10% 증가합니다. 이 효과는 한 번만 적용됩니다.]


[일시적으로 체력과 마력이 10% 증가합니다.]


[모든 상태이상과 체력, 마력이 풀로 회복됩니다.]


[칭호 '이게 수프라고?'를 획득하셨습니다.]



나는 어지럽게 눈앞을 장악한 메시지창을 끄고 수프에 집중했다.

달짝지근하면서도 고소함이 느껴지는 수프는 걸쭉하게 입안을 장악했다.

잠시 후, 빈 접시를 긁던 나는 입맛을 다시고 침대로 돌아왔다.

게임이지만 제법 배가 부른 느낌이 들었다.

나쁜 기분은 아니었고, 오히려 콧노래가 절로 나올 정도로 좋았다.

나는 침대에 누워 꺼 버린 메시지창을 하나하나 확인했다.


뭔가 많군.


크게 특별한 건 없었다.

상태이상이 치료돼 이따금씩 아프던 발이 편안하졌다는 것과 죄다 능력치 상승이라는 옵션이 붙은 칭호가 전부였다.

그나마 '미궁을 탈출한 자'라는 칭호에 사념의 일부분이 형상화된다는 내용이 붙어 있을 뿐이었다.

새로 얻은 스킬도 마찬가지였다.



- 미궁 소환 LV.1

- 소모 MP 50

- 미궁 레마나탈을 소환한다. 소환하기 위해선 일정 장소가 필요하며 소환된 미궁은 사용자가 역소환을 하거나 하루가 지나면 자동으로 사라진다.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도통 감이 안 오는 스킬이었다.

설명도 모호했고 효과도 없었다.

그냥 장식용이 아닐까 싶은 스킬이었다.

이 외에도 칼스의 조건 퀘스트가 해방되었다는 메시지가 있었다.

조건 퀘스트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단어 그대로 특정 조건을 만족하면 저절로 등장하는 퀘스트인 모양이었다.

나는 칼스를 보았다.

칼스는 난로 앞에 앉아 수건으로 머리를 닦고 불을 쬐고 있었다.


"칼스."


칼스가 고개를 돌려 날 보았다.

난 침대에서 일어나 앉았다.


"뭐 하고 싶은 말은 없니?"


퀘스트 같이 유저들이 쓸 법한 단어를 NPC에게 직접적으로 말하는 건 안 좋다.

'라이프'를 즐기는 부하 직원들의 수다를 엿들은 바로는 그랬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다짜고짜 호감도가 깎인다고 하니 굳이 사용할 이유는 없었다.


"하고 싶은 말이요? 그럼··· 음,언제 갈까요?"

"밖으로 말이냐?"

"네. 미궁은 탈출한 것 같으니까··· 그냥 문만 열만 되지 않겠어요?"

"그렇긴 하지. 하지만 그것 말고 말이다."


나는 두 팔을 무릎 위에 얹었다.


"뭔가 부탁할 거라든가. 그런 건 없니?"

"부탁이요? 음··· 글쎄요? 딱히 없는데. ···아, 맞아. 아저씨. 그··· 옆집 애들··· 이랑 친하죠?"


조건 퀘스트란 게 설마···.


"그··· 될 수 있으면··· 편지 좀 전해다 주실래요? 그냥 건네주기만 하면 돼요."



[NPC 칼스의 조건 퀘스트가 시작됩니다.]


[퀘스트 : 첫사랑은 기억에 남는 법 - F급]


[칼스의 편지를 옆집 아이들에게 전해주세요.]


[보상 : 칼스와의 호감도 상승.]



허, 정확하군.

좋아. 내가 징검다리가 돼 주지.


"그래. 알겠다."


나는 칼스가 건네는 편지를 받아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닫힌 문을 열자 빗줄기로 뒤덮인 광장이 보였다.

나는 한걸음 앞으로 나아간 뒤 뒤를 돌아보았다.

문은 없었다.

진흙으로 가득한 골목길이었고 곧 허공에서 손이 튀어나오더니 칼스의 몸뚱이가 쑥 빠져나왔다.


"차원문 같은 건가 봐요."


칼스가 신기한 듯 골목길을 휘적거렸다.

하지만 골목길은 그냥 골목길이었다.

나오는 건 가능해도 다시 들어가는 건 불가능한 모양이었다.


"얼른 가자. 네 부모님이 기다릴 거다."


칼스의 집과 빵집은 분수대 건너편이었다.

나는 칼스를 집으로 돌려보낸 뒤 빵집의 문을 두드렸다.

잠시 후 제빵 아이가 고개를 내밀었고 날 보자마자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나는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고 인벤토리에서 발판을 꺼내 건네주었다.



['잃어버린 발판을 찾아라.'를 클리어하셨습니다.]


[제빵 NPC의 호감도가 상승합니다.]


[판매 NPC의 호감도가 상승합니다.]


[칼스의 부모 NPC와의 호감도가 대폭 상승합니다.]


[보상 100실버를 얻으셨습니다.]



많은 메시지창을 뒤로 하고 나는 다시 칼스의 편지를 꺼내 제빵 아이에게 건네주었다.


"옆집 애가 너희들한테 주란다."


아이는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이내 편지를 뜯어 읽기 시작했고 아랫입술을 삐죽이고 판매 아이에게 편지를 주었다.

판매 아이는 콧방귀를 뀌고 안으로 들어가더니 얼마 후 새로운 편지와 칼스의 편지를 나에게 넘겨주었다.

아이가 다물었던 입을 열었다.


- 주고 와.


목소리는 없었지만 입 모양은 뚜렷했다.


"지금?"


- 지금.


"···그래."


NPC에게 있어 유저는 어떻게 보면 심부름꾼이다.

나는 이 사실을 되새기고 옅은 미소를 지으며 제빵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제빵 NPC가 기뻐합니다.]


[제빵 NPC의 호감도가 상승합니다.]


[제빵 NPC는 이제 당신에게만 특별한 빵을 만들어 줄 것입니다.]



좋아. 특별한 빵? 더 맛있는 거겠지?


나는 판매 아이를 보았다.

아이는 특유의 날카로운 눈매로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판매하는 아이는··· 또 호감도가 깎이겠지.


나는 바로 옆집으로 몸을 돌렸다.



[판매 NPC의 호감도 소량 하락합니다.]



···왜?


나는 판매 아이를 보았지만 아이들은 이미 집으로 들어간 상태였다.


···설마, 조금 올랐다고 벌써 그 단계야?


저런 아이들의 특징은 쉽게 곁을 내주지 않지만 한 번 마음을 열면 아주 친해진다는 점이었다.

적어도 내가 아는 고아원의 아이들은 그랬고 그중 성인이 된 아이들은 지금도 연락을 주고받는 사이였다.


마음을 통 알 수가 없군.


뭔가를 원하면서도 겉으로는 티를 내지 않는다.

어쩜 아이들의 특징은 게임이나 현실이나 이렇게 똑같은지 의문이었다.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고 다시 몸을 돌렸다.

몇 발자국 걷지 않아 나는 옆집의 문을 두드렸다.


* * *


전화가 울렸다.

냉장고에서 맥주캔을 꺼내던 나는 먼저 맥주를 따고 이름을 확인했다.


최선영.


또 전화했군.


나는 통화 버튼을 눌렀다.


"어, 그래. 선···."


- 산저씨! 지금 어디야? 집?


"···그래. 무슨 일···."


- 오케이. 그럼 바로 갈게! 기다려! 어디 나가지 말고!


전화는 바로 끊어졌다.


이 말광량이 같으니.


나는 콧방귀를 뀌고 맥주를 들이켰다.

탁자 뒤 소파에 몸을 파묻고 리모컨으로 TV를 켰다.

가상현실게임 '라이프'에 대한 자칭 전문가들의 토론이 한창 이어지고 있었다.

채널을 돌려 적당한 예능 채널로 바꾼 나는 탁자 위에 올려놓은 휴대폰을 내려다보았다.

5시 34분이었고 방금 막 35분이 되었다.


그렇다면··· 여기 오는 이유는 한 가지군.


나는 냉장고로 가 대파와 양파를 꺼내들고 냉동고에서 고기 한 덩이를 꺼내 싱크대 위에 올려놓았다.

우우웅.

전화가 다시 울렸다.

나는 그때까지 들고 있던 맥주를 내려놓고 거실로 가 휴대폰을 확인했다.


벤 클라크.


···이 아가씨는 통 포기를 모르는군.


나는 휴대폰을 내려놓으려다 다시 휴대폰의 전원을 눌러 메시지를 확인했다.


- 산 씨. 죄송하지만 오늘 집으로 좀 찾아가겠습니다. 산 씨가 절 피하는 게 영 마음에 안 들어서요. 산 씨가 그렇게 된 게 솔직히 제 잘못은 아니잖습니까. 앞으로 30분 후에 찾아뵙겠습니다.




오타나 기타 수정 사항, 혹은 거슬리거나 이상한 부분은 지적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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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현실에서 치이고 게임에서 힐링 +2 19.01.13 1,328 24 8쪽
2 현실에서 치이고 게임에서 힐링 +1 19.01.13 1,416 2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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