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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의(子儀)의 서재입니다.

대표님의 향기로운 경제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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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의(子儀)
작품등록일 :
2023.10.10 12:49
최근연재일 :
2023.11.08 18:10
연재수 :
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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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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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69,450

작성
23.11.05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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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프로젝트 살바토레

DUMMY

나는 도비, 일론 머스크와 함께 사무실에 들어왔다.


“음료는 어떤 걸 드릴까요?”

“그냥 콜라를 주시죠.”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손가락을 튕겼다.


-딱!


그러자 비서가 안으로 들어와서 얼음잔과 코카콜라를 가져왔다.

이제 이런 잔심부름은 도비가 하지 않았다.

일론 머스크는 단숨에 코카콜라를 들이켰다.


“크으, 콜라는 역시 코카콜라죠.”

“하하.”


나는 어색하게 웃었다.

내게 코카콜라는 특별한 존재였다.

본래 세계선에 코카콜라가 존재하지 않는 이유가 너무 궁금해서 세피로트의 나무를 좀 뒤져봤는데, 이것도 우리 서씨 가문 때문이었다.

고조할아버지께서 코카콜라를 인수하려고 하셨다.

서씨 가문 제1원칙대로 코카콜라를 저평가 우량주라고 생각하고 사려고 한 것이다.

하지만 코카콜라 쪽에서 인수를 극렬히 거부했다.

딥빡친 고조할아버지께서 다른 콜라 브랜드인 펩시를 인수하고, 펩시 보틀링 컴퍼니를 창립해 압도적인 자본으로 밀어붙여 전 세계에 유통망을 깔아버렸다.

1900년대 초는 공급이 수요에 한참 못 미치는 판매자 우위의 시장 질서.

먼저 유통망을 구축한 쪽이 상대를 압살하는 건 당연지사다.

그렇게 전 세계 콜라 시장을 펩시가 장악하고 코카콜라는 도산해 버린 거지 뭐.

여기서 나는 한 가지 교훈을 얻었다.

센트라고 절대적이진 않다는 것.

진짜 절대적인 건 센트를 사용하는 나 자신이라는 걸 말이다.

센트의 주인인 내가 원하면 예정된 결과조차 바꿀 수 있다.

나의 선택으로 세계의 운명이 결정되는 것이다.

이걸 깨닫는 순간 꼬리뼈부터 척추를 타고 흐르는 짜릿한 전율을 느꼈다.

센트는 그저 예정된 길을 따라가는 게 전부가 아니었다.

때로는 역사의 물줄기조차 내가 원하는 대로 비틀 수 있었다.

나는 얼음이 동동 뜬 코카콜라를 쭈욱 들이켰다.


“크으!”


이 코카콜라 레드 로고를 볼 때마다 나 서준경의 위대함을 상기한다.

언젠가 코카콜라도 손에 넣어야지.

오늘따라 코카콜라가 더 청량하고 달았다.

그렇게 목을 축인 후 일론 머스크와 대화를 시작했다.


“나를 만나려고 한 이유가 뭡니까.”

“당연히 투자를 요청하러 왔습니다.”


일론 머스크는 가방에서 준비한 서류를 꺼냈다.

그리고 능수능란하게 프레젠테이션을 시작했다.


“······한 마디로 나사의 역할 일부를 우리 스페이스X에서 아웃소싱하는 거죠. 본래 공공기관은 예산 운용이 방만합니다. 어쩔 수 없죠. 그들은 사업가가 아니니까. 그저 주어진 미션을 완수하기 위해 자원을 때려 넣을 수밖에요. 그러니 채산성이 안 맞고, 이는 곧 연방정부의 부담으로 다가옵니다. 당연히 예산 심의를 담당하는 의회에 의해 제동이 걸릴 수밖에요. 그러니 이를 민간 부분에 위탁하면 나사 입장에서 엄청난 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되는 겁니다. 스페이스X의 사업 모델은 이런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거죠.”


일론 머스크 이 사람.

악마의 주둥이네?

점점 혹한다.


“이게 전부가 아닙니다. 여기 보시면 로켓 재활용에 관한 저희 회사 엔지니어들의 견해가 있습니다. 적절한 자금이 투입되면 충분히 구현 가능합니다.”


나는 일론 머스크가 내민 서류를 받아들었다.


“흡!”


그리고 센트를 발동했다.


-화악!


실로 엄청난 향기가 코끝에 휘몰아쳤다.

그중에서도 중심이 되는 건 파이프 담배 향.

미칠 듯한 돈 냄새가 이 서류에서 나고 있었다.

하지만 일론 머스크의 프레젠테이션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제가 운영하는 사업체 중에 테슬라라는 전기차 회사가 있습니다. 아직은 스타트업 수준으로 기술을 축적하고 있지만, 전 30년 안에 내연기관을 전면적으로 폐기해야 한다고 확신합니다. 바로 기후 위기 때문이죠.”

“······기후 위기?”

“그렇습니다. 뉴올리언즈를 폐허로 만든 허리케인 카트리나 아시죠? 그건 시작에 불과합니다. 기후 위기를 통해 전 세계 기온이 올라가면 자연히 해수면의 온도 역시 올라갑니다. 해수면 온도가 올라가면 수증기 증발이 많아지고, 태풍에 수증기가 공급되면 짧은 시간에 급격히 발달하는 ‘급강화’ 현상을 일으키게 되죠. 여기 하버드 대학에서 발간한 허리케인 카트리나 관련 논문을 첨부했습니다.”


일론 머스크는 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대로 내버려 두면 해안가 도시 대부분이 물에 잠기게 될 겁니다.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하루라도 빨리 내연기관의 종말을 고해야 합니다.”


일론 머스크가 내민 논문을 들었다.


-화악!


코끝으로 파고 드는 향기에 나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마치 산업혁명기 런던을 떠올리게 하는 강렬한 스모그 향.

이 논문이 가리키는 건 예정된 절망이다.

이대로는 인류의 앞날엔 파멸뿐이다.

하지만.

나는 슬그머니 웃음을 흘렸다.

그래서 뭐?

이런 걸 해결하라고 서씨 가문이 존재하는 거다.

서씨 가문을 중심으로 인류의 역량을 하나로 집중시켜 인류 쇠퇴의 위기를 헤쳐 나간다.

그 과정에서 서씨 가문은 등불이 되어 인류를 절대로 실패하지 않는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 간다.

일론 머스크의 주장에서 나는 어떤 운명을 느꼈다.

우주적 의지가 어째서 나 서준경을 평행세계로 이끌었는지 말이다.

그렇게 마음을 먹자 일론 머스크가 좀 다르게 보였다.

나 서준경의 수족이 돼줄 인물로 말이다.

나는 잠시 눈을 감았다.


-화악!


심상에 떠오르는 황금빛 나무.

나는 세피로트의 나무를 빠르게 검색했다.

그리고 찬란히 빛나는 잎사귀 하나를 찾아냈다.

서씨 가문에서도 극도로 중요하게 생각하던 프로젝트.

그걸 꺼낼 때가 온 것이다.

조용히 눈을 뜨고 일론 머스크를 바라봤다.


“미스터 머스크.”

“일론이라고 불러주시죠.”

“뭐 좋습니다. 일론. 내게 계획이 하나 있는데 들어보시겠습니까?”

“뭔가요?”

“나는 당신의 계획이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내 말에 일론 머스크의 얼굴이 급격히 실망감으로 물들었다.

오이오이, 내 말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당신의 계획은 내 구상에 비하면 스케일이 너무 작습니다. 너무 작아요.”

“······예? 그게 무슨?”

“일론. 혹시 달(Moon)에 갈 생각 없습니까?”

“달이요?”

“맞아요. 달.”

“가고야 싶죠. 하지만 달에 가려면 엄청난 비용이 들잖아요. 굳이 달에 갈 이유가······.”


난 씨익 웃었다.


“내겐 이유가 있습니다. 도비. 빈 종이랑 펜 좀 가져와.”


도비가 잽싸게 가져왔다.

나는 펜을 들고 빈 종이에 그림을 그렸다.


“일론. 당신의 계획에는 큰 허점이 있습니다.”

“그게 뭔가요?”

“에너지 수급이죠. 만약 지구상의 모든 자동차가 전기차로 전환되면? 그 에너지는 어디서 수급할 겁니까. 원자력 발전? 핵폐기물이 나오죠. 석탄이나 석유? 거기서 나오는 탄소는 어떻게 할 거죠? 차량을 운행하기 위해 필요한 화석 연료를 고스란히 발전소에 퍼부어야 할 겁니다. 아니, 그 이상일지도 모릅니다. 당연히 에너지 비용은 천정부지로 오르겠죠. 그게 기후 위기에 도움이 되겠습니까?”

“으음······.”


일론 머스크는 침음성을 흘렸다.

난 단언했다.


“현시점에서 일론 당신의 계획은 그저 비즈니스를 위한 구호일 뿐입니다. 기후 위기 해결에 아무 도움도 되지 않는.”


일론 머스크는 고개를 푹 숙였다.

후훗, 실컷 때렸으니 약을 줄 차례다.


“혹시 핵융합에 대해 아십니까?”

“······물론이죠. 완벽히 청정한, 꿈의 에너지 아닙니까.”

“나는 10년 안에 핵융합 상용화 기술을 확보할 계획입니다.”

“예에?!”


일론이 입을 떡 벌렸다.

뭘 그렇게 놀래.


“현재 핵융합 관련 기업을 인수할 계획이 진행 중입니다. 이를 위해 GB그룹 산하의 GB 아크리액터(GB Arc Reactor)라는 기업을 창립했죠. 나는 핵융합 관련 기업을 모두 GB 아크리액터 자회사로 모을 생각입니다.”

“하하, 관련 기업을 모은다고 해서 핵융합 상용화가 그렇게 쉽게 이루어지면 그게 꿈의 에너지겠습니까.”

“일론. 이런 생각해 본 적 있습니까.”

“어떤 생각이요?”

“꿈이 이루어지지 않는 건 돈이 부족해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요.”

“······.”

“기술 개발이 늦다면 무한대의 자본의 투입하는 걸로 대충 해결되지 않겠습니까?”


물론 말도 안 되는 소리다.

하지만 여기에 센트 한스푼을 끼얹으면?

붐!

문제 해결이지.

물론 일론의 말도 아주 틀린 건 아니다.

핵융합 상용화의 난이도는 그만큼 높으니까.

하지만.

이를 극적으로 낮춰줄 수 있는 치트키가 내게 있지.


“그리고 현재 내 개인 연구소에서 상온 초전도체 연구가 진행 중입니다. 그리고 유의미한 결과를 내는 중입니다.”

“예엣?!”

“이게 무슨 의민지 일론도 알고 있겠죠?”


토카막 방식 핵융합 기술의 핵심은 플라즈마 구현에 있다.

플라즈마를 생성하는 데 필요한 것이 바로 초전도 코일이다.

초전도 현상을 일으키기 위해선 기온을 절대 영도로 내려야 하고, 이는 필연적으로 엄청난 크기의 냉각 장치를 요구한다.

하지만 상온 초전도체가 존재하면?

냉각 장치 따위 필요 없다.

디바이스의 크기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지.

이 외에도 용도는 무궁무진하다.

이는 핵융합 기술 개발의 난이도를 극적으로 낮춰줄 것이다.

내가 괜히 핵융합 개발을 자신하는 게 아니라는 말씀!


“핵융합 발전이 상용화되면 더 이상 탄소 배출을 걱정할 필요 없는 청정에너지를 얻게 됩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게 하나 있죠.”

“뭔가요?”

“채산성입니다.”


어떤 사업이든 이익이 없으면 그건 실패한 사업이다.

인류의 에너지 전환을 이루기 위한 대전략이다.

이런 기본적 이익 구조부터 튼튼하게 설계하지 않으면 사업은 반드시 빠그라진다.

서씨 가문의 가주로서 제왕학을 배운 내가 그렇게 놔둘 순 없지.


“여기서 필요한 게 바로 스페이스X죠.”


일론 머스크도 보통 사람은 아니었다.

바로 내 의도를 깨달았다.


“혹시 헬륨3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핵융합 발전의 주 연료는 삼중수소 혹은 헬륨3죠. 이중 삼중수소는 가격이 1g당 3만 불인 것도 문제지만, 결정적으로 핵무기의 원료가 될 수 있어 상업용으로 적절하지 않습니다. 결국 헬륨3 뿐이죠.”

“하핫! 그리고 헬륨3는 달에 무진장 쌓여 있고요!”


일론 머스크의 말대로다.

헬륨3는 태양에서 태양계 전체로 날아오는데, 지구는 대기권에서 대부분 타버린다.

하지만 달은?

대기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달 표면에 그냥 쌓이지.

달에는 인류가 1만 년을 사용해도 부족하지 않을 만큼의 헬륨3가 쌓여 있는 걸로 추산된다.

1만 년 동안 헬륨3를 다 써버리면?

알빠냐.

그 사이 헬륨3를 합성하든, 태양에서 날아오는 헬륨3를 포집하는 기술을 개발하든 하겠지.

1만 년 후의 일은 미래의 내 후손에게 맡기면 그만이다.


“스페이스X를 통해 달에서 광석을 채굴해 헬륨3를 정제하고, 이를 지구로 가져와 핵융합 발전을 돌려 청정한 에너지를 확보한다. 그리고 저렴한 청정에너지를 바탕으로 전기차 전환에 드라이브를 걸어 탄소중립을 이룬다. 어떻습니까?”


이것이 바로 ‘프로젝트 살바토레’.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서씨 가문이 준비한 그레이트 플랜이다.


작가의말

재밌게 보셨으면 선작과 추천 코멘트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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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젝트 살바토레 +3 23.11.05 673 3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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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Hello, Multiverse +8 23.11.04 715 29 12쪽
24 흉악한 년 +6 23.11.03 798 35 12쪽
23 블랙맘바 +6 23.11.01 868 39 13쪽
22 미국 정치에 개입할 시기가 온 거 같아 +6 23.10.31 890 32 13쪽
21 센트가 인류를 구원할 거야 +5 23.10.30 947 40 12쪽
20 돌을 굽는다고? +14 23.10.29 1,001 38 12쪽
19 야, 꿇어 +7 23.10.28 989 36 11쪽
18 믿고 있었어 +12 23.10.27 1,031 33 13쪽
17 파국의 향기 +16 23.10.26 1,074 34 14쪽
16 므두셀라 +6 23.10.25 1,101 38 12쪽
15 사과 한 입만 +11 23.10.24 1,151 37 11쪽
14 감미로운 향기로 채우고 싶다 +9 23.10.23 1,157 41 12쪽
13 칼을 준비해야겠지 +5 23.10.21 1,206 38 11쪽
12 레이어링 +6 23.10.20 1,206 43 12쪽
11 유니콘 사냥꾼 +11 23.10.19 1,199 42 12쪽
10 검머······ +5 23.10.18 1,226 36 14쪽
9 권력의 법칙 +8 23.10.17 1,248 37 13쪽
8 주유소집 막내손자 +5 23.10.16 1,262 35 14쪽
7 슈퍼클래스 +9 23.10.15 1,287 34 14쪽
6 서드아이 +6 23.10.14 1,287 36 12쪽
5 월드컵을 즐길 준비 됐어? +6 23.10.13 1,301 38 13쪽
4 시드머니를 만들자! +4 23.10.12 1,385 36 13쪽
3 골수까지 빨아먹어야지 +3 23.10.11 1,495 3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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