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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의(子儀)의 서재입니다.

대표님의 향기로운 경제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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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의(子儀)
작품등록일 :
2023.10.10 12:49
최근연재일 :
2023.11.08 18:10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33,205
추천수 :
1,108
글자수 :
169,450

작성
23.10.28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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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야, 꿇어

DUMMY

XX대학 병원 8인실.

병실 안으로 껄렁한 양복을 입고 몸에 문신한 남자 4명이 들어왔다.


“할매들 뭘 봐! 꺼져!”

“어서 나가!”


문신 남자들은 할매들의 고스톱 판을 뒤집으며 행패를 부렸다.


“아이고!”

“이게 뭔 일이여!”


할매들은 빠르게 병실 밖으로 나갔다.

그때 문신남 중 나이가 제일 많아 보이는 남자가 김명희 여사를 보더니 반색했다.


“아줌마, 여기 있었어?”


문신 남자는 김명희 여사 쪽으로 다가갔다.

그때.

누군가 남자의 앞을 가로막았다.

준경이었다.

준경이 자신의 앞을 가로막자 문신 남자는 눈을 부라렸다.


“시발, 넌 뭐야. 뒤질래?”


김명희 여사가 화들짝 놀라며 준경을 만류했다.


“주, 준경아. 넌 나서지 마. 이건 엄마가 알아서 할······.”


어머니의 말에 준경은 고개를 저으며 묵직한 목소리로 한 마디했다.


“괜찮아요. 제가 처리할게요.”

“하, 하지만······.”

“제 병원비 때문이잖아요. 제가 처리하게 해주세요.”

“준경아······.”


어째서일까.

준경의 모습에서 죽은 남편이 떠올랐다.

오늘따라 아들이 참 듬직해 보였다.

결국 김명희 여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준경이 한 발 앞으로 나오자 문신 남자는 준경을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누런 이를 드러냈다.


“오호라, 니가 그 다쳤다는 아들놈인가 보네. 반신불수라도 된 줄 알았는데 제법 멀쩡하잖아? 아줌마한테 돈 없으면 아들놈한테 연락하라고 그렇게 닦달했는데 끝까지 안 하더니 이렇게 직접 보게 되네. 저 아줌마 자기가 다 해결할 거라고, 아들은 제발 가만 놔두라고 울고불고 비는데 아주 배꼽 빠지는 줄 알았다니까?”

“······.”

“아무튼 이제 니 애미가 진 빚 갚아야겠지?”

“······.”


-흠칫.


문신 남자는 갑자기 등골이 시렸다.

왜지?


‘······저 눈.’


자신을 사람이 아닌, 무기질로 보는 듯한 저 소름 돋는 눈!


‘내가 쫄았다고?’


말도 안 된다.

사채업은 쉬운 일이 아니다.

온갖 악성 채무자를 지옥 끝까지 쫓아가 돈을 받아 내는 직업.

채무자에게 칼도 몇 번 맞아가며 여기까지 왔다.


‘······저놈 눈깔을 뽑아버려야지.’


그러고 보니 요즘 각막 시세가 얼마더라?

모르겠다.

일단 뽑고 보자.

빈정 상한 문신 남자는 병실 바닥에 침을 탁 뱉으며 말했다.


“카악, 퉤! 뭘 그렇게 꼬나 봐! 죽고 싶어? 어!”


그때.

준경이 입을 열었다.


“야, 꿇어.”


문신 남자는 귀를 의심했다.

그래서 되물었다.


“······뭐? 다시 말해 봐. 뭐라고?”

“내 발밑에 꿇으라고 이 버러지 새끼야. 귀 처먹었냐?”

“이, 이 어린놈의 새끼가!”


꼭지가 돈 문신 남자는 준경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

하지만.


-덥썩!


문신 남자의 손을 누군가 잡았다.

선글라스를 쓴 대머리 거한.

호르헤였다.


“뭐, 뭐야! 이 손 못 놔! 이 손······.”


그 순간 사채업자는 깨달았다.

자신의 손목이······ 부서질 것처럼 아프다는 걸 말이다.


“으, 으아······.”


비명을 지르려는 찰나.

호르헤가 손을 뻗어 사채업자의 입을 막아버렸다.


“읍! 으읍!”


사채업자는 자신의 입이 바이스로 꽉 고정된 듯한 감각에 어안이 벙벙했다.

호르헤가 고래를 돌려 준경에게 물었다.


“보스.”


준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머니가 계신 병실이야. 치워.”

“Si, 보스.”


호르헤는 곧장 다른 손을 뻗어 사채업자와 같이 온 똘마니 한 명의 입을 틀어쥐었다.


“케흡!”


그리고 사채업자와 똘마니를 그대로 들어 올렸다.

무지막지한 힘!

호르헤와 함께 온 경호원 두 명도 소리 없이 다른 똘마니 뒤로 붙더니 입을 막아버렸다.

이 모든 일이 1초도 안 돼서 벌어졌다.


“헐, 미친.”


도비는 어안이 벙벙한 눈으로 그 광경을 지켜봤다.

호르헤를 비롯해 RDM컴퍼니 경호원들과 매일 지내다 보니 많이 친근해졌다.

그냥 직장 동료?

이 정도로 감각이었다.

헌데 이런 사람들일 줄이야!


‘······아, 앞으로 잘해줘야지.’


경호원 사무실에 전용 커피머신이라도 놔줘야 하나?

호르헤는 남자 두 명을 들어 올린 채 병실 밖으로 나갔다.

얼굴이 잡혀 공중에 뜬 사채업자와 똘마니는 경추가 부러질 듯한 고통에 바둥거렸다.

다른 경호원 역시 똘마니들을 병실 밖으로 끌어냈다.

준경은 김명희 여사를 보며 말했다.


“어머니. 쉬고 계세요. 제가 다 해결할게요.”

“으응.”


그 말을 끝으로 준경은 병실 문으로 향했다.


“주, 준경이 형! 같이 가!”


도비는 서둘러 준경의 뒤를 쫓아갔다.

병실에 둘만 남은 김명희 여사와 도비 어머님.

그때 도비 어머님이 입을 열었다.


“언니! 우리 준경이 봤어? 너무 멋지더라!”

“그, 그런가?”


아버지를 잃고 방황하던 아들의 변신이 아직 적응이 안 되는 김명희 여사였다.


***


우리는 곧장 대학병원 장례식장 뒤의 공터로 이동했다.

여기가 조폭 영화에도 자주 등장하는 패싸움 명당이지.

일을 벌이기에 딱이다.

경호원들이 통신을 넣었는지 경호원 전체가 모였다.

몇몇은 공터로 들어오는 입구를 통제했다.

190cm가 넘는 거구의 히스패닉 수십 명이 모이자 분위기는 살벌하기 그지없다.

딱 내가 원하던 공포 분위기가 조성된 것이다.

나는 경호원이 가져온 의자에 앉았다.


“Arrodillarse(무릎 꿇어!)!”

“케헥!”


경호원이 정강이를 걷어차자 사채업자 놈들은 비명을 지르며 무릎을 꿇었다.

그래.

나 서준경 님과 버러지들의 눈높이는 이 정도가 적당하지.

응, 뭐지 이건?

코끝을 스치는 알싸한 향기.

마라탕 같은 요리에 향신료로 쓰이는 팔각 향이다.

팔각 향이 상징하는 건 공포.

이놈들의 풍기는 팔각 향이 내 기분을 들뜨게 만든다.

한동안 드러내지 않던 망나니 시절의 성질머리가 올라오는 게 느껴진다.

아무튼, 슬슬 시작해 보자고.


“야.”

“······예.”


나는 그대로 사채업자의 뺨을 후렸다.


-짜악!


“크윽!”

“말 끌지 마. 재깍재깍 대답해라.”

“예, 예.”


-쫘악!


“소리가 작아.”

“예, 옛!”


-짜악!


“말 더듬지 마.”

“옛!”


-짜악!


“아, 이번엔 그냥 한 번 때려봤어.”

“예엣!”


역시 버러지는 처맞아야 정신 차린다니까.


“미리 말해두는데 나한테 거짓말은 안 통한다. 있는 대로 부는 게 좋을 거야.”

“엣!”

“어머니가 진 빚이 얼마야.”

“2,700만 원입니다.”


순간 꼭지가 도는 줄 알았다.


“······시발. 병원비가 1,000만 원도 안 나왔는데 그게 2,700만 원이 됐다고?”

“이, 이건 이자고 원금 포함하면 3,700만······.”


나는 구둣발로 사채업자를 차버렸다.


-퍼억!


“아악!”


사채업자가 고통에 바닥을 데굴데굴 굴었다.


“안 일어나? 뒤질래?”

“예엣!”


구둣발에 차여서 광대가 움푹 들어갔네.

그래도 분이 안 풀린다.


“이 개새끼들이 감히 나 서준경의 어머니께 개수작을 부려? 어!”

“으, 으으······.”


곧장 사채업자의 얼굴에 싸커킥을 날렸다.


-퍼억!


“아악!”

“누가 자빠져 있으래! 내가! 나 서준경이! 대답 빠릿빠릿하게 하라고 했어, 안 했어! 어!”


사채업자는 입과 코에서 피를 질질 흘리며 절규하듯 외쳤다.


“예엣!”


-후두둑!


입에서 피가래와 함께 하얀 이빨 몇 개가 떨어졌다.


“후우, 후우. 됐고. 도비.”


내가 손을 내밀자 도비는 잽싸게 다가오더니 서류 가방에서 100달러 지폐 더미를 꺼냈다.

나는 지폐 더미를 사채업자 앞에 뿌렸다.

달러가 사채업자가 쏟은 피로 붉게 물들었다.


“이걸로 어머니 빚은 갚았고. 개자식아. 차용증 내놔.”

“그, 그건 사장님이 보관하고 계십니다!”

“뭐 사장님?”


나도 모르게 입가에 웃음이 피어올랐다.


“손봐줄 놈이 더 있다는 거네? 좋아, 아~주 좋아. 야. 앞장서.”

“예?”

“앞장서라고. 느그 사무실로 가자니까?”


안 그래도 울분을 다 못 풀었는데 잘됐네.

한 놈도 빠짐없이 자근자근 밟아주겠어.


***


송파구에 위치한 XX캐피탈.

오늘도 평화롭게 수금해온 돈을 장부에 기록하고 있던 XX캐피탈 대표 장경철은 옆에 있던 똘마니에게 물었다.


“춘식아. 그 노원구 아파트에 산다던 아줌마 있잖아. 병원에 입원했다는.”

“덕수 형님이 수금하러 간 데요?”

“어. 가서 적당히 압박하고 오라고 했지?”

“그럼요.”

“잘하라고 해. 그 아줌마 아파트 털어먹을 예정이거든.”

“아하.”

“경매에 넘기면 쏠쏠할 거야.”


장경철은 한 집안을 풍비박산 낸다는 말을 서슴없이 하고 있었다.

허나 그는 알지 못했다.

죄 많은 자신을 잡으러 지옥의 사신이 오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아니, 이미 턱 끝에 사신의 낫이 드리워 있었다.


-쿵! 쿵쿵!


“응? 무슨 소리야.”

“그, 글쎄요?”


장경철은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마, 막아!

-시발! 저 괴물들을 어떻게 막아!

-안 돼!


불길한 예감에 사로잡힌 장경철.

그때 사무실 문이 열리고 누군가 뛰어 들어왔다.


“사장님! 어서 피하십······.”


문에서 거대한 손이 불쑥 튀어나오더니 똘마니의 목을 꽉 쥐었다.

순식간에 똘마니가 문밖으로 사라졌다.


-퍽! 콱! 우지지직!


소름 돋는 소리가 들리고.


-끼이이익.


문이 열리고 누군가 들어왔다.

키가 2m는 거뜬히 넘어 보이는, 선글라스를 낀 근육질의 대머리 괴한이 손에 무언가를 든 채 안으로 들어왔다.


-뚝. 뚝.


괴한이 손에 든 것은 톤파였다.

그것도 쇠로 된 톤파.

강철 톤파에서 피가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장경철은 침을 꿀꺽 삼켰다.

저 피가 자기 식구들의 피임을 직감한 것이다.


-우르르르!


순식간에 사무실 안으로 서양인 십여 명이 들어왔다.

하나 같이 손에 피 묻은 톤파를 들고 있었다.

칼날 같이 도열한 괴한들 사이로 누군가 유유히 걸어들어왔다.

딱 봐도 최고급 맞춤 정장에 포마드 헤어를 한, 엉덩이 턱이 인상적인 남자.

서준경이었다.

준경은 유유히 사무실 안으로 들어와 자기 방이라도 되는 양 소파에 털썩 앉았다.

그는 장경철을 응시했다.

준경과 눈이 마주친 순간 장경철은 심장이 내려앉는 기분을 느꼈다.


‘저, 저건······.’


사람을 벌레 보듯 하는 저 눈!

급전이 필요해 자신에게 손을 벌린 재벌 회장 눈이 꼭 저랬지.

물론 그 재벌 기업은 자신이 수를 써서 부도나게 만들었지만.

그때 준경이 손가락을 튕겼다.

경호원들이 무언가를 던졌다.


-와장창!


사무실 책상이 엉망진창이 됐다.

그걸 본 장경철의 눈이 커졌다.


“더, 덕수야······.”

“으, 으으. 사장님······.”


준경이 입을 열었다.


“야, 꿇어.”


말이 끝나기 무섭게 장경철은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무릎을 꿇었다.


***


“응?”


이거 봐라.

바로 무릎 꿇네.

딱 봐도 50대로 보이는데 새파랗게 어린 내게 1초도 망설이지 않고 바로 꿇는다고?

배알이 없는 놈인가?

아니.

저건 감이 좋은 거야.

정확히는 생존 본능이랄까.

망나니짓을 하며 몇 년간 세계를 떠돈 건 서씨 가문의 가주 입장에서 시간 낭비였지만, 아주 허송세월은 아니었다.

밑바닥 시궁창 인생들과 뒤엉켜 지내다 보니 인간에 대해 나름의 통찰이 생겼달까.

덕분에 이놈과 비슷한, 감이 좋은 놈도 몇 번 만나봤다.

이런 종류의 인간은 어떤 식으로 행동해야 살아남는지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그런 놈들은 제법 쓸모가 있어.

뭐 좋아.

네놈이 살려줄 가치가 있는지 내 코로 판단하겠어.

나는 곧장 센트를 발동했다.


-화악!


작가의말

재밌게 보셨으면 선작과 추천 코멘트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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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 꿇어 +7 23.10.28 989 36 11쪽
18 믿고 있었어 +12 23.10.27 1,031 33 13쪽
17 파국의 향기 +16 23.10.26 1,074 34 14쪽
16 므두셀라 +6 23.10.25 1,101 38 12쪽
15 사과 한 입만 +11 23.10.24 1,151 37 11쪽
14 감미로운 향기로 채우고 싶다 +9 23.10.23 1,157 41 12쪽
13 칼을 준비해야겠지 +5 23.10.21 1,206 38 11쪽
12 레이어링 +6 23.10.20 1,206 43 12쪽
11 유니콘 사냥꾼 +11 23.10.19 1,199 42 12쪽
10 검머······ +5 23.10.18 1,226 36 14쪽
9 권력의 법칙 +8 23.10.17 1,248 37 13쪽
8 주유소집 막내손자 +5 23.10.16 1,262 35 14쪽
7 슈퍼클래스 +9 23.10.15 1,287 34 14쪽
6 서드아이 +6 23.10.14 1,287 3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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