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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사로의 서재입니다.

오디션(Audition) 2

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일반소설

완결

진사로
작품등록일 :
2020.03.15 00:30
최근연재일 :
2021.09.08 01:39
연재수 :
5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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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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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659,0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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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7 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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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쪽

Round 3. 자신과의 싸움

DUMMY

2라운드에 진출했던 81팀 중 40팀이 3라운드에 진출했다.


본선 3라운드인 캐스팅 오디션에서는 심사위원 1인당 다섯 팀을 캐스팅하게 된다.

이후 라운드에서는 각 기획사의 역량에 따라 참가자들의 합격 여부가 결정되므로 이번 라운드는 심사위원들에게도 매우 중요하다.


각 심사위원들은 캐스팅할 참가자를 어느 정도는 정해두고 심사에 임한다고 한다.

이때는 실력뿐 아니라 잠재력과 스타성까지 심사의 기준으로 삼기에, 단기간에 단점을 고칠 수 있다면 무대를 망쳤어도 뽑히는 일이 더러 있었다. 이렇게 간신히 올라간 참가자가 다음 라운드에서 잠재력을 폭발시켜 사람들을 놀래는 것이 <C-POP Artist>만의 묘미이기도 하다.

그리고 심사위원들에게는 지명 순서에 관계없이 뽑을 수 있는 우선권이 한 장씩 주어진다.


한편 10월이 되자 CBC에서는 <C-POP Artist season 5>에 대한 대대적인 홍보에 들어갔다.

2차 예선부터 방송함에 따라 첫 방송이 2주 먼저 시작하기로 결정됐고, 2월 말로 예정되었던 마지막 방송은 3월로 넘어가게 되었다. 시청자들은 이것을 환영하는 한편, 예고 영상에 등장한 참가자들이 얼굴을 알아볼 수 없을 만큼 흐릿한 점을 아쉬워하기도 했다.

10월 14일로 예정된 첫 방송이 가까워질수록 시청자들의 기대는 더 커지고 있었다.



***



10월 13일 오전 8시 20분. 정완과 서희, 은별은 또다시 CBC 미디어센터에 들어왔다.

서희와 은별의 굳은 표정은 스튜디오에 들어설 때까지 풀리지 않았다.


“긴장돼?”

“···.”

“괜찮아. 연습했던 대로만 하면 돼. 잘할 거야.”


서희와 은별은 정완의 격려에 대꾸하지 않았다.

제작진의 외침에 세 사람은 각자의 상념에서 깨어났다.


“팀당 한 분씩 와주세요!”

“오늘은 저죠?”

“응.”


서희가 동의하자 은별이 제작진에게 갔다.


“왜 은별이가 가?”

“오늘은 은별이 위주라 리더 역할도 쟤가 하기로 했어요.”

“아이디어 좋네. 잘했어.”


잠시 후 은별이 환한 얼굴로 돌아왔다.


“언니. 우리 7번이에요.”

“어? 와!”

“다행이네. 너희들 빨리 하고 싶었지?”

“상관은 없었는데, 이렇게 뽑히니까 좋긴 하네요.”

“푸후후. 그래.”


정완은 조금 전과 확연히 다른 두 사람의 모습을 보고 미소 지었다.


“인터뷰는 언제 한대?”

“9시 30분이요. 오늘은 한 시간에 네 팀만 경연하고, 인터뷰도 딱 한 시간 전에 한대요.”

“나는 연주자 대기실로 가면 되지?”

“네. 지금 가도 돼요.”


세 사람은 울상이 된 팀과 엇갈리며 무대 옆 복도로 들어섰다.

은별이 말했다.


“저 팀 아마 38번일 거예요.”

“거의 끝이네?”

“네. 7시 반에 인터뷰하고 8시 반에 경연이겠죠.”

“헐. 쟤들 진짜 힘들겠다.”


정완이 울상 팀을 뒤돌아보고 말했다.


“너희들이 뒷번호였으면 난 충분히 쉬라고 했을 거야. 집중력 안 떨어지게.”

“저희야 상관없지만 PD님은 또 두 끼나 굶으셨겠죠.”

“그러네. 인터뷰 전까지 쉬었다가 끝나고 두 노래만 두 번씩 연습해. 이따 보자.”

“네. 쉬세요.”


정완은 서희와 은별의 손을 잡아준 후 연주자 대기실로 들어갔다.





여우비의 이번 경연은 은별 중심으로 이루어지기에 인터뷰 역시 은별이 주도했다.


“캐스팅 오디션에서 저희가 받은 미션은 2009년에서 2010년 사이에 발표된 신곡, 그리고 제 비중이 더 높은 기성곡입니다.”

“저희는 자신과의 싸움, 그리고 그것을 이겨낸 사람의 노래로 테마를 구성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저희가 부를 노래는, 제가 지난번 인터뷰에서 말씀드렸던 스토니 스컹크의 <내면의 전쟁>과 2NE1의 2009년 노래인 <Fire>예요.”

“와아.”


인터뷰하던 작가가 선곡을 듣고 고개를 주억거렸다.


“확인해봤더니 <내면의 전쟁>이 레게더라고요. 설마 정말로 그걸 할까 했죠. 편곡은 어떻게 했어요?”

“멜로디와 리듬은 원곡대로 했고, 템포 조금 늦추고 가사를 일부 바꿨어요. <Fire>도 레게로 편곡했습니다.”

“<Fire>는 원곡이 굉장히 독창적인데 레게로 편곡하기 어렵지는 않았나요?”

“어려웠어요. 원곡이 워낙 완성도가 높아서 어떻게 바꿔도 마음에 들지 않았거든요. 그리고 저희는 힘을 빼고 부르는 편인데 이 노래는 부르다보면 자꾸 힘이 들어가서 힘들었어요. 최대한 힘을 빼고 부르겠습니다.”

“나름대로 오랫동안 상의해서 만들었습니다. 최선을 다해서 좋은 무대 보여드릴게요.”

“네. 기대하겠습니다. 여기까지 할게요.”


두 사람은 인터뷰를 마치고 대기실로 돌아왔다.

서희는 전보다 인터뷰가 빨리 끝난 점에 만족했다.


“앞으로 인터뷰 네가 할래? 간결하고 깔끔하게 잘하네.”

“아니에요. 너무 짧게 해서 방송 분량이 안 나올 것 같은데요?”

“헐. 너 이제 방송 분량까지 걱정하는 거야?”

“이왕 여기까지 왔으니까 조금이라도 더 나오는 게 좋죠.”

“으응.”


두 사람은 밝은 목소리로 대화하다가 이내 침묵에 빠져들었다.

정완이 없는 이 자리가 문득 무겁게 느껴졌다.


“우리 올라갈 수 있을까?”


서희의 말에 은별이 그녀를 빤히 쳐다보았다. 지금까지 세 사람 중 누구도 이런 말을 꺼낸 적이 없었다.

그런데도 서희가 이 말을 꺼낸 것은 중압감과 긴장 때문이었고, 결과와 상관없이 오늘을 마지막으로 끝나는 것이 있어서이기도 했다.


“난 당장 떨어져도 괜찮은데, 할 수 있는 데까진 해봐야죠.”

“그치? 이런 생각하는 것도 웃긴다. 지금은 의미도 없는 걸.”

“언니 긴장돼요?”

“솔직히 조금.”

“너무 걱정 말아요. PD님 금방 올 거니까.”


은별의 말에 서희가 멈칫했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오늘은 네가 리더 맞네.”

“그럼요. 연습 두 번 하랬죠?”

“응. 하자.”


두 사람은 MR이 담긴 이어폰을 꽂은 후 조그맣게 노래하기 시작했다.





6번 팀이 무대에 올라간 후에야 7번 팀 여우비에게 스탠바이 사인이 떨어졌다.

서희와 은별이 무대 뒤에 나왔을 때 정완은 출입문 틈에 눈을 대고 6번 팀의 노래를 듣고 있었다.

은별이 옆에 있던 스태프에게 물었다.


“저희 무대에 거울 들어가죠?”

“네. 앞 팀 끝나면 바로 의자 옆에 놓을게요.”

“밀어서 넘어뜨릴 거라 깨질 수도 있는데.”

“깨져도 괜찮은데 강화유리라 안 깨질 거예요. 다치지 않게 주의하세요.”

“감사합니다.”


정완은 고개를 저으며 뒤돌아섰고, 은별이 앞 팀 노래를 들으려고 하자 막았다.


“안 들어도 돼. 듣지 마.”

“왜요?”

“댄스 팀이라 너희들한테 도움이 안 돼. 나 같음 저 팀 안 뽑아.”


정완은 계단에 주저앉았고, 서희와 은별은 그의 앞에 나란히 섰다.


“준비 다 됐어?”


정완의 물음에 서희와 은별은 대답을 머뭇거렸다.


“여기까지 왔는데 멀쩡한 건 둘 중 하나야. 이 오디션에 애착이 없거나, 너희들한테 감정이 없거나.”

“···.”

“지금은 노래가 기억나지 않는 게 정상이야.”

“네.”


서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제까지 수없이 연습했고 조금 전까지도 합을 맞추었으며 혼자 있을 때도 늘 이미지 트레이닝을 해 왔지만, 문득 두 곡이 하나도 기억나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도 연습했던 대로 노래할 수 있어야 가수야. 똑같은 노래를 수없이 연습하는 건 그걸 전부 잊은 상태에서도 했던 대로 나오게 하려는 거고. 하루 연습한 거랑 열흘 연습한 거랑 다를 게 없으니 어떻게 보면 비효율적이지.”

“네.”

“둘이 손잡고 눈 감아 봐.”


서희와 은별이 손을 맞잡고 눈을 감자 정완은 두 사람의 반대쪽 손을 마주 잡고 <내면의 전쟁>의 첫 소절을 불렀다.


“그대는 오늘 하루 몇 번이나 크게 웃었나요.”

“많은 이들이 곁에 항상 있지만 외롭다고 느끼진 않나요.”


서희가 곧바로 제 파트를 이어 부르자 정완은 두 손에 힘을 주고 말했다.


“거봐. 잘하잖아.”

“···네.”

“눈 떠.”


서희와 은별은 눈을 뜨고 정완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기억해. 합격은 100퍼센트 너희들 공이야.”

“탈락하면 PD님 탓이에요?”

“걱정 마. 그럴 일 없으니까.”


정완이 씩 웃으며 말하자 서희와 은별이 눈을 여러 번 끔뻑거렸다. 지금껏 느끼지 못했던 묘한 긴장이 사그라지고 있었다.

이때 문 밖에서는 댄스팀 ‘세이지’의 심사가 끝나 가고 있었다.


“댄스 팀에게도 두 곡을 부르라는 건 춤과 노래를 전부, 최대한 많이 보기 위해서인데, 솔직히 춤은 <상남자>(방탄소년단)만 마음에 듭니다. <첫눈>(엑소)은 노래를 보기 위해 선택한 곡인데 거기서도 굳이 안무를 할 필요는 없었어요. 그게 잘 되었으면 괜찮은 선택이었겠지만, 안무도 급조한 티가 났고 연습량이 부족해 보였어요. 오히려 마이너스였습니다.”

“데뷔하게 되면 무대에서 대부분 딱 한 곡 부릅니다. 그때야 전력으로 해야겠지만, 여러 곡을 불러야 하는 상황에서 세이지처럼 5인조쯤 되는 팀이라면 역할을 분담해서 춤과 노래를 돌아가며 해야지요. 체력이 모자란 상황에서 두 곡을 한꺼번에 전력으로 하는 건 좋지 않은 선택이었습니다.”

“이제 캐스팅입니다.”

“KP에서는 세이지를 캐스팅하지 않겠습니다.”

“TYK도 하지 않겠습니다.”

“인디밴드연합도 하지 않겠습니다.”

“뮤컬트도요. 수고 많았어요.”


스태프가 무대로 통하는 문을 살짝 열자 밝은 빛이 안쪽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정완은 그제야 서희와 은별의 손을 놓았다.


“다음 팀 들어오세요.”

“가볼까?”

“네.”


세 사람은 하이파이브를 하고 무대로 나갔다.

은별이 부탁했던 큰 거울이 무대 한쪽에 놓였다.


정완은 스포트라이트 밖에 놓인 키보드 앞에 앉았고, 서희와 은별은 마이크를 받아 들고 무대 중앙에 서서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감성을 노래하는 여성 듀엣 여우비입니다.”

“네. 여우비 반갑습니다. 많이 연습했나요?”

“많이 연습했지만 부족합니다.”

“알겠습니다. 선곡 보여주세요.”


인길의 말과 함께 멀티비전과 심사위원들의 태블릿 PC에 여우비의 미션과 선곡이 나타났다.

수휘가 마이크를 들었다.


“지난번 인터뷰에서 은별 양이 <내면의 전쟁> 얘기했다고 듣기는 했는데, 설마 정말로 그걸 할 줄은 몰랐어요. 이게 은별 양의 비중이 높은 기성곡이죠?”

“그렇습니다. 중 1때 처음 들었는데 제 고민이 그대로 들려서 그냥 눈물이 났어요.”

“알겠습니다. 또 하나는 2NE1의 <Fire>인데 이건 지정곡이지요. 2009년에 발표된 노래니까요.”

“바로 들어보시죠.”


인길의 말에 수휘가 마이크를 놓았다.

그러자 서희가 말했다.


“두 곡 연달아 부르겠습니다.”

“알겠습니다. 다른 분들도 두 곡 다 끝날 때까지 노래 잘 들어주세요.”


은별은 객석과 45도를 이루도록 비뚜름하게 앉은 후 거울을 돌려 제 얼굴이 보이도록 했다. 서희는 은별의 뒤에서 거울을 통해 그녀를 볼 수 있는 위치에 서서 그녀의 어깨를 잡았다.

심호흡을 마친 은별이 고개를 끄덕이자 서희는 곧바로 정완을 향해 신호를 보냈다.


레게리듬의 피아노 반주에 맞추어 은별의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내면의 전쟁> 원곡 : 스토니 스컹크


(서희's song)

그대는 오늘 하루 몇 번이나 크게 웃었나요.

많은 이들이 곁에 항상 있지만 외롭다고 느끼진 않나요.

그대는 부모님께 사랑한다는 이야기를 해본 적 있나요.

자식을 천국에 보내기 위해 지옥문을 밟으신 어머니의 발을 보았나요.


(은별's song)

그대는 다른 사람의 슬픔의 빵을 훔치진 않는지.

그대는 어제 폭력의 와인을 마신 적이 없는지.

그대가 직접 짊어지지 않으면 절대 줄어들지 않는 짐

이 앞은 벼랑 끝, 하나뿐인 밧줄. 하지만 가야 할 길.


(서희's song)

천천히 가요.

그대 이제 변화시켜 봐요. [그대의, 그대의 삶 자체를.]

내면의 전쟁에 뛰어 들어봐요. [그대 안의 악마를.]

자신과의 싸움에 당당히 맞서 봐요. [당당히 맞서 봐요.]


(은별's song)*

세상이 그대를 속인다고 그대는 자꾸 이야기하지만

아무도 그대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그대는 믿고 있지만

그대 혹시 자기 자신 속이고 있지는 않나요.

그대의 집에는 단 하나의 거울도 남아있지가 않잖아요.

[거울 쓰러뜨리며 일어섬]


이따금 나는 부유한 척하는 날 자랑스러워했지만

화려한 거짓의 뒤에 남아버린 건 텅 빈 공허함뿐.

힘겹게 늘어뜨린 어깨에 걸쳐진 아버지의 낡은 옷

오늘도 나는 못 본 척하며 그냥 지나쳐갔네요.


(서희's song)*

그대 이제 천천히 가요.

그대 이제 변화시켜 봐요. [나의 삶을, 나의 삶 자체를.]

내면의 전쟁에 뛰어 들어봐요. [내 안의 악마를]

자신과의 싸움에 당당히 맞서 봐요.


(은별's song)*

나는 이제 천천히 갈게요.

나는 이제 변화해볼게요. [그대의 삶을, 그대의 삶 자체를.]

내면의 전쟁을 이겨내 볼게요. [그대 안의 악마를]

자신과의 싸움에 당당히 맞설게요.


그리고 찾아올 자유를 꿈꿀게요.

꿈, 꿔, 요.





레게리듬의 간주가 이어지는 사이에 거울이 치워졌다.

은별은 후련한 표정으로 정면을 향해 한 발을 내디뎠다.


이윽고 곡이 2반음 전조(轉調)되어 올라가며 템포가 빨라짐과 동시에 서희와 은별의 얼굴에 미소가 어렸다.

두 사람의 또 다른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Fire> 원곡 : 2NE1


(서희's rap)*

자신과의 싸움에서 내가 이겼지만 진 사람도 나.

난 오늘 승자의 특권으로 세상에 자유를 외치리라.

패자인 또 다른 내 손을 잡고 한 발 더 나아가리라.

이긴 나와 진 나 모두 자유로운 세상 향해 가자!


(전주)


(은별's song)

Come in, come in, come in 다른 세상으로

지겹기만한 고민은 이제 등을 지고.

랄랄랄라 가식 없는 나의 콧노래로

하하하하 다시 날 비웃지 못하도록.


(서희's song)*

Now let's 박수, 박수, 박술 쳐요 wanna get up.

보다 큰 꿈을, 꿈을, 꿈을 꿔, 세상은 내 맘

대로 다 할 수 있기에. 큰 자유를 위해

Tonight, tonight. Uh!


(은별's song)

내 눈빛에 빛나는 별들로 내 심장 속을 태우는 저 불빛도

영원하진 않겠지. but 잃을 건 없지. Uh.


(서희)* 미, 쳐, 볼, 까.

(은별)* 자, 유, 롭, 게!


(서희's song)

난 미, 미치고 싶어. 더 빨리 뛰고 싶어.

저 높은 빌딩위로, 저 푸른 하늘위로.

크게 소리(소리, 소리), 소리, 소리(소리 질러).

제일 큰 목소리로 크게 외치고 싶어.


(간주)


(서희's song)

You gotta FIRE, 나의 가슴을 쿵, 쿵, 쿵.

You gotta drop it like its hot.

지금 멈추려 하지 마. ooh.

The FIRE, 내 머릿속을 boom, boom, boom.

I gotta drop it like its hot.

멈추려 하지 마.


(은별's song)

Get up, get up, get up. 몇 번 넘어져도

믿었던 세상이 날 또 다시 배신해도

나나나난 절대 울지 않아 바보처럼.

어머머머 내숭 떨지 마라 남들처럼.


(서희's rap)

내가 저 끝까지 데려갈게 Follow, follow me.

숨이 차오를 만큼 달려주는 나의 가슴이

왠지 나 쉽지만은 않아 재밌죠.

겁내지 마라 let it go.

보다 더 나은 내일로

Le, le, le, le, let's go.


(은별's song)

내 눈빛에 빛나는 별들로 내 심장 속을 태우는 저 불빛도

영원하진 않겠지. but 잃을 건 없지. Uh.


(서희)* 미, 쳐, 볼, 까.

(은별)* 자, 유, 롭, 게!


(은별's song)

난 미, 미치고 싶어. 더 빨리 뛰고 싶어.

저 높은 빌딩위로, 저 푸른 하늘위로.

크게 소리(소리, 소리), 소리, 소리(소리 질러).

제일 큰 목소리로 크게 외치고 싶어.

And My piano.*


(간주)


(은별's song)

머리가 찰, 랑 대도록 온몸을 살, 랑 흔들어.

머리가 찰, 랑 대도록 온몸을 살, 랑 흔들어. uh.


(서희's song)

난 미, 미치고 싶어. 더 빨리 뛰고 싶어.

저 높은 빌딩위로, 저 푸른 하늘위로.

크게 소리(소리, 소리), 소리, 소리(소리 질러).

제일 큰 목소리로 크게 외치고 싶어.


(은별) 언제나 오늘처럼 난 자유롭고 싶어.





두 곡 모두 가사 중 일부가 수정되었다.

특히 서희가 <Fire>에서 중점을 두었던 부분은 ‘춤을 춰요’를 ‘박술 쳐요’로 바꾼 곳이었다. 원곡은 강렬한 댄스곡이지만 서희는 춤을 출 생각이 없었기에 살랑살랑 흔드는 부분도 엉덩이가 아니라 온몸으로 바꾸었다.

은별은 <내면의 전쟁>에서 거울을 쓰러뜨린 후 ‘그대’를 ‘나’로 바꾸었고, 서희를 은별의 관찰자로 ‘그대’라는 호칭을 유지하도록 했다.


서희의 파트에서 은별은 머리 위로 박수를 치며 객석의 호응을 유도했고, 객석에서는 한동안 박수를 치며 화답해 주었다.

하지만 <Fire>가 시작된 후 심사위원들은 이따금 고개를 갸웃거렸고, 특히 여원은 노래 중간부터 두 사람을 보지 않은 채 깊은 생각에 빠져 있었다.


“감사합니다.”

“와아아!”


서희와 은별은 객석을 향해 인사한 후 뒤돌아보았다.

정완이 둘을 향해 손가락 동그라미를 보이며 어둠속으로 사라졌다.


둘은 서로의 손을 마주 잡았다.

마지막일지 모를 경연을 무사히 마쳤다는 생각에 후련함과 편안함이 동시에 밀려왔다.


여원은 한쪽 귀에 이어폰을 꽂고 뭔가를 듣기 시작했다.

함성이 잦아들자 수휘가 마이크를 들었는데, 지노가 그의 마이크를 잡아 내려놓고 자신이 마이크를 들었다.


“왜 이러세요.”

“이 동네 흑인음악 최강자가 먼저 하지요.”

“와아아!”


수휘는 객석의 환호를 듣고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지노 심사위원은 힙합이지 레게는 아니지 않습니까.”

“수휘 심사위원보다는 레게 많이 압니다만.”

“그래봤자 한국인.”

“인종차별합니까?”


수휘가 고개를 저으며 마이크에서 손을 떼자 지노가 심사에 들어갔다.


“여우비 팀은 또 제 예상을 깼어요. <Fire>까지 레게로 할 줄은 몰랐는데, 지난번에 수휘 심사위원이 여우비한테 미디엄 템포 발라드만 한다고 해서 이런 거예요?”

“아닙니다.”

“아니라는 말이 진심이라고 해도, 여우비는 <C-POP Artist> 모든 시즌을 통틀어 수휘 심사위원의 최강의 천적이라고 할 만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하다니요. 두 사람 지금 제 천적이라는 걸 인정하는 겁니까?”

“까르르!”


은별의 인사에 수휘가 끼어들자 객석에서 또다시 웃음이 터졌는데, 서희와 은별은 이 말을 듣고 완전히 긴장을 풀 수 있었다.

지노가 말을 이었다.


“노래를 듣다보니 여우비가 불렀던 1라운드 노래들이 떠오르더군요. <내면의 전쟁>은 <화살>처럼 들렸고, <Fire>는 <나의 아리랑>과 같은 역할을 했습니다. 그 정도의 연관성을 갖고 두 곡을 고른 것 같진 않지만, <내면의 전쟁> 마지막에 은별 양의 노래랑 <Fire> 도입부에 들어간 서희 양의 랩 가사가 논리적인 연결고리 역할을 했어요. 자신과의 싸움으로 두 곡을 이었으니까요.”

“네.”

“<내면의 전쟁>은 레게이면서도 발라드에 가깝게 잔잔했어요. 은별 양 특유의 고음은 없었지만 독백처럼 담담하게 부르는 게 아주 듣기 좋았습니다. 저는 <내면의 전쟁>은 참 잘 불렀지만 힘이 부족하다고 느꼈는데, <Fire> 듣다 보니 일부러 힘을 다 빼고 불렀구나 싶었어요. <Fire>가 내면의 전쟁에서 승리한 자신에게 주는 상처럼 들렸으니까요.”

“감사합니다.”

“그리고 <내면의 전쟁>에서는 가사 중 일부를 자기 상황에 맞게 바꿔놔서 자기 얘기로 만들었어요. 원곡에서는 풍족한 뮤지션들이 가난함을 이야기한다는 점을 꼬집는데, 은별 양은 부유한 척하는 자신을 자랑스러워하고 낡은 옷을 입은 아버지를 외면했던 점을 반성했어요. 이게 중 1때 얘기라는 거죠?”

“네. 그렇습니다.”

“<Fire>는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하여 부른 노래라 <내면의 전쟁>보다 밝게 느껴졌고, 원곡의 동어 반복을 줄인 건 레게리듬에 맞게 하느라 그랬겠죠. 서희 양의 랩과 은별 양의 고음이 모두 <Fire>에 몰렸는데, 저는 두 사람이 새로운 곡의 분위기에 맞게 소화했다고 봅니다. 다만 은별 양의 강약 조절이 불안해서 균형이 흔들렸던 데가 몇 군데 있었어요.”

“감사합니다.”

“두 사람이 무대에서 진심으로 노래를 즐기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은별 양뿐 아니라 서희 양의 노래와 랩에서도 자신과의 싸움을 이겨낸 사람의 여유가 느껴졌어요. 감성을 노래하는 여성 듀엣이라는 말이 어울린 무대였습니다. 여우비 팀, 노래 잘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다음으로 수휘가 마이크를 들었다.


“두 사람은 만약에 이번 라운드에서 자작곡이 가능했다면 어떻게 했겠어요?”

“자작곡 불렀을 겁니다.”

“그렇죠. 그럴 것 같아서 제가 여우비한테 두 곡 모두 기성곡으로 부르라고 한 겁니다. 자작곡이 들어가면 최강이니까 그게 없으면 어떨지 궁금했죠.”

“어땠어요?”

“저 친구들은 제 천적 맞아요.”

“와아.”


여원의 물음에 수휘가 고개를 끄덕이며 답하자 객석에서 또다시 탄성이 나왔다.


“먼저 <내면의 전쟁>부터 얘기할게요. 레게로도 자기감정을 충분히 전달했다고 느꼈습니다. 근데 템포를 원곡보다 느리게 한 이유가 있나요?”

“거울을 보면서 천천히 독백하는 이미지가 노래에 어울릴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의미를 더 명확하게 전달하고 싶다는 점에 서희 언니랑 의견이 맞았어요.”

“그래요. 싱어송라이터라면 편곡에 합당한 이유가 있어야 합니다. 제가 묻지 않아도 시청자 분들께서 알아주시면 더 좋겠죠. <Fire>를 <내면의 전쟁>보다 약간 빠르게 편곡한 건요?”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겼으니까 전보다는 기분이 업(up)됐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예. 제 생각과 비슷합니다. 이 팀은 자작곡을 못 부르게 하니까 기성곡을 자기들 노래로 만들어 버렸네요. 악기를 달랑 피아노와 기타, 드럼만 썼는데 원곡의 틀을 유지하면서도 색다른 분위기가 나왔어요. 레게음악을 이런 방식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것에 놀랐어요.”

“감사합니다.”

“다만 <Fire>는 원곡과 다른 방식으로 임팩트가 극대화된 대신 공감은 줄어든 것으로 느껴졌습니다. 도입부에서는 힘을 빼고 시작해야 하는데 힘을 주었고, 반대로 감정이 고조돼야 할 곳에서 힘을 뺀 곳이 몇 군데 있었는데, 그래서가 아닐까. 어쨌든 공감과 임팩트, 두 가지가 완벽하게 양립하지는 못했어요.”

“감사합니다.”

“그리고 제가 지난 라운드에서 저 친구들이 앞으로 크게 성장할 것이냐, 이도 저도 아닌 팀이 될 것이냐의 기로에 서 있다고 했습니다. 그때까지는 듀엣보다 그저 솔로 둘을 뭉쳐놓았다는 인식이 컸으니까요. 헌데 이번에는 듀엣으로서의 가능성을 봤습니다. 화음이 들어가면서 상대를 보완하려는 노력이 보였기 때문인데, 앞으로는 서로 더 많이 소통하고, 상대방에게 없는 자기의 장점도 고민해 보시기 바랍니다. 잘 들었어요.”

“감사합니다.”


작가의말

오늘은 글을 쓰지는 않았는데 글에 대해 생각하느라 조금 늦었습니다.

쓸 내용이 있는데 손가락이 움직이지 않는 건 왜 그럴까요.. ㅠ

나름대로 노력하지만 워낙 과작이라 글 쓰는 속도가 연재 속도보다 느립니다.
골치 아픈 상황이 되지 않으려면 더 열심히 써야겠지요...

거리두기가 완화되었지만 늘 조심하시고, 모두가 건강한 나날이 되기를 바랍니다.
감사해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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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4

  • 작성자
    Lv.72 평온하즈아
    작성일
    20.05.07 05:58
    No. 1

    노래가사를 직접 쓰시는거에요? 자작곡 하시면 멜로디를 머리속에 그리시나요? 노래가사 쓰느라 시간 다 갈거 같아요 ㅎ...제가 오디션프로그래은 거의 다 챙겨볼정도로 광 팬인데...항상 느끼는거지만 심사위원 감사평은 꼭 티비를 보는거 같이 머리에 그려지네요...너무너무 재밌게 보고 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0 진사로
    작성일
    20.05.07 14:13
    No. 2

    말씀하신 대로입니다. 이 작품에서 제일 힘든 게 가사를 쓸 때죠.
    개략적인 멜로디를 머릿속에 그려놓고 가사를 써야 하고, 작사하는 인물의 캐릭터까지 살려야 하니까요.
    그래서 오디션2로 넘어오면서 자작곡 규정을 만든 게 저한테도 큰 도전이었습니다.

    심사위원 의견도 마찬가지죠. 각 인물의 캐릭터와 전문분야가 있고 그것에 맞춰서 평가를 써야죠.
    어느 한 군데를 쉽게 수정하지 못하는 이유가 이런 데에 있습니다.

    평온하즈아님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욱일302
    작성일
    20.05.07 06:05
    No. 3
  • 답글
    작성자
    Lv.20 진사로
    작성일
    20.05.07 14:12
    No. 4

    욱일302님 늘 감사합니다.
    열심히 쓰겠습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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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션(Audition) 2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5 Aphrodite. 풀밭, 꽃, 그리고 꿀 20.06.16 170 10 21쪽
24 Round 4. 너를 잊지 않았듯 +2 20.06.14 155 9 24쪽
23 Burden. 그대에게 옮은 감기 20.06.09 165 9 27쪽
22 Clue. 또 다른 오디션 +4 20.06.04 168 10 25쪽
21 Slough. 그녀의 취미 20.05.31 162 6 31쪽
20 Tears. 한계가 아닌 줄 알았는데 +6 20.05.28 182 11 23쪽
19 Abyss. 눈물조차 사치라고 느껴질 때 +6 20.05.24 178 9 22쪽
18 Restart. 욕심이 되어버린 밤 +2 20.05.21 196 9 27쪽
17 Separation. 신데렐라처럼 +4 20.05.17 185 11 24쪽
16 Friendship. 내일 일어날 일 +4 20.05.14 194 8 23쪽
15 Limitation. 임무를 마친 자의 여유 +2 20.05.10 192 11 21쪽
» Round 3. 자신과의 싸움 +4 20.05.07 200 11 23쪽
13 Preparation. 조금 덜 치열해도 괜찮은 곳 20.04.30 211 10 29쪽
12 Wedding. 순정남녀가 순정부부로 20.04.23 228 9 29쪽
11 Goodness. 이럴 줄 알았으면 +2 20.04.21 224 8 23쪽
10 Round 2. 치열하게 따분한 날 +2 20.04.12 203 8 23쪽
9 Deeper. 녹음이 잘 되지 않는 이유 +8 20.04.09 238 11 22쪽
8 Fangs. 그녀의 실수 +8 20.04.07 233 12 28쪽
7 Round 1. 화살은 누가 쏜 걸까 +4 20.04.02 227 11 29쪽
6 Reoccurrence. 묻고 싶었던 말 +4 20.03.31 243 11 31쪽
5 Suggest. 좋은 제안이지만 +2 20.03.29 242 13 29쪽
4 Preliminary 2. 비 오는 아침 +2 20.03.24 270 11 29쪽
3 Preliminary 1. 저 사람들 또 +2 20.03.22 268 10 30쪽
2 Making. 만들어야 할 게 노래만은 아닌 팀 +4 20.03.15 355 13 28쪽
1 Prologue. 오래 전 약속 +4 20.03.15 715 16 2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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