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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코모코 님의 서재입니다.

아드보카투스 디아볼리

웹소설 > 일반연재 > 전쟁·밀리터리, 일반소설

완결

로코모코
작품등록일 :
2016.09.01 11:52
최근연재일 :
2016.11.27 22:00
연재수 :
65 회
조회수 :
48,328
추천수 :
759
글자수 :
171,507

작성
16.11.08 22:00
조회
548
추천
9
글자
7쪽

교차공격

DUMMY

“사격중지! 사격중지! 휴.”


사격중지를 명령한 후 하늘을 올려보며 크게 숨을 내뱉는다. 신명 나는 스포츠라도 즐긴 후 그 짜릿한 여운을 즐기는 태도다. 다른 부하들도 일단은 무기를 내리고 코인 로커의 다음 지시를 기다린다.


“칠면조 사냥은 재밌었나, 새끼들아?”


부하들은 피식거리며 웃지만 눈에는 차가운 독기가 스며있다. 아직 해가 완전히 저물지는 않았지만 조금만 있으면 금세 어두워질 것이 확실했다. 주변을 둘러본다.


벌렁 뒤집어져 가슴에서 피를 흘리는 노인, 울타리를 넘어가려던 자세 그대로 울타리에 내걸린 시체, 아직 숨이 붙어 있어 신음을 흘리는 어린애, 샷 건의 수많은 펠릿에 얼굴이 짓이겨진 여성이나 수류탄 파편에 걸레가 된 시체도 있다.


끈질기게 땅바닥을 기어 헛된 도망을 시도하는 생존자의 뒤통수에 9mm 파라블럼탄을 박아 넣으며 코인 로커는 부하들에게 명령한다.


“헤드카운트 실시해서 살아있는 새끼들 전부 끌고 와.”


헤드카운트란 바디카운트, 즉 사망자확인과는 반대의 생존자확인점호이다. 2인 1조로 한 명의 엄호 가운데 대상에게 신중히 다가가 일단 발로 차 반응을 확인한 후 무장병력일 경우는 무장을 치우고 엎어진 시체를 바로 눕히는데 이 과정에서 수류탄 같은 것이 있다면 그대로 다시 엎어버린다.


2조는 쓰러진 시체들을 상대로 헤드 카운트, 다른 1조는 집안을 돌아다니며 생존자를 끌고 나온다. 그 사이에도 저격수들은 정글 저편으로의 경계를 지속 중이다. 마을을 제압한 후 통제권을 완전히 장악한 코인 로커 일당은 헤드카운트를 하며 마을 중앙으로 생존자들을 모두 끌고 왔다.


많지도 않은 인원들이 다들 얼굴조차 들지 못한 채 양손을 머리 위로 얹고서 무릎 꿇은 채 앉아 있다. 생존자 27명, 대부분이 어린애, 여성, 부상당한 노인 등 도주할 능력이 부족한 사람들이다. 도망칠 능력이 있다 하더라도 어차피 무리였을 테지만. 포로들 중에는 코인 로커가 처음으로 다리를 박살낸 성인남성도 있었다. 곳곳에 이제는 썩을 없어질 준비를 하는 시체들을 발로 걷어차 뒤집어 보며 코인 로커는 부하들에게 명령했다.


“위성전화로 테크니컬에 연락해. 호송준비 하라고.”


당연히 이 사람들 전원을 데려갈 생각은 없다. 코인 로커는 데려갈 인원을 체크하기 시작했다. 솔로몬에 동조해 공격에 참여했을 가능성이 가장 높은 성인 남성, 마을의 어른으로서 많은 것을 알고 있을 노인, 성인 여성 순으로 샘플링 했다.


코인 로커가 지목한 인원들은 따로 선발되어 케이블 타이와 재갈, 헝겊주머니를 머리에 씌워 구속한다. 코인 로커는 자기가 처음으로 진입했던 집으로 돌아가 집주인이 마당에 꺼내 놓고 있던 공구 중 도끼를 집어 들어 사람들이 모인 곳으로 돌아왔다. 그것도 손도끼 따위가 아니라 큰 나무를 벨 때 쓰는 중량감 있는 도끼이다.


“애새끼들은 저리로.”

“또 말입니까?”


코인 로커는 송곳니를 드러내는 미소를 지으며 도끼를 양손으로 들어올렸다. 마을 한편에 놓인 통나무로 4명의 살아남은 아이들이 끌려온다. 또 말입니까, 라며 질리는 표정으로 반론했던 병사가 그들을 인솔하여 데려온다. 좋든 싫든 현장지휘관인 코인 로커가 시키면 그들은 따른다.


이 지옥 속에서 살아남았으니 당연히 눈이 퉁퉁 부을 정도로 울었고 목이 터져라 고함을 질렀으니 어린이들의 몰골이란 이루 말할 것도 없다. 일렬로 늘어선 행렬 제일 앞에 선 꼬마가 통나무 위로 강제로 손을 올려놓는다. 코인 로커는 그런 꼬마의 정면으로 자기 얼굴을 들이밀며 웃었다.


“내 이름은 코인 로커다. 날 봐. 난 인간 사냥꾼이지. 내 이름을 잊지 마. 평생 너의 악몽이 될 사람이니까.”


번쩍 들어 올린 도끼날이 통나무에 박힌다. 이름도 모를 어린이의 하얀 척골이 생애 처음으로 바깥세상을 구경하는 날이었다. 여자 아이도 있고 남자 아이도 있다. 차례차례, 4개의 오른팔이 숲 속으로 아무렇게나 던져진다. 그 뒤를 이어 피 묻은 도끼도 같이 풀숲에 아무렇게나 던져진다. 무가치한 쓰레기처럼.


한쪽에선 또 다른 학살극이 펼쳐진다. 종교도, 이념도, 신념도, 복수심조차 없는 차라리 순수하게 투명하기까지 한 학살. 마지막 가는 길에 선물 삼아 시체들 밑에 수류탄을 이용한 부비트랩을 설치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테러리스트나 할 법한 극악한 짓이지만 그들 자신도 당했던 만큼 코인 로커 일당의 행동에는 아무런 주저가 없다.


코인 로커는 이제는 폐허가 된 마을을 바라보며 상의 포켓에서 남은 초콜릿을 꺼내 얼마 남지 않은 그것을 모조리 입에 털어 넣어 씹어 먹었다. 텅 빈 초콜릿 봉지는 시체 사이에 아무렇지도 않게 내던진다. 그에게 있어 시체와 쓰레기 봉지는 같은 가치인 것이다.


이윽고 연락했던 테크니컬이 도착하자 그는 구속한 포로를 싣는 부하들의 뒤편에서 소이 수류탄을 건네받아 집에 불을 붙인다. 검은 연기를 내며 불타는 집을 바라보며 만족스런 표정으로 바라보다 돌아서서 테크니컬의 조수석에 앉는다. 운전자는 순찰조장이다. 대가리에 나사 하나가 맛이 간 쪽으로 은근히 손발이 잘 맞는 두 사람은 오늘도 주거니 받거니 개소리를 지껄이며 화기애애하게 기지로 향한다.


“내가 오늘 애들 손을 자르면서 한 가지 떠오른 게 있는데 말이야.”

“별로 안 듣고 싶은데?”

“닥쳐, 그리고 들어. 내가 아주 어렸을 때, 4살인가 5살이었나? 고아원 창고에서 말이지, 죽어가는 쥐 한 마리 발견했어. 쥐약이라도 먹었는지 숨을 가쁘게 몰아쉬면서 창고 한쪽 구석에 누워있더군.”

“그거 주워 먹고 이렇게 또라이가 된 거우?”


운전대를 잡은 자세 그대로 고개와 눈동자만 슬쩍 움직여 순찰대장은 코인 로커를 바라보곤 이내 정면으로 시선을 돌렸다.


“자기소개 그만해, 이 머저리야. 내가 지금 이야기하잖아.”

“예, 예. 그럼 계속하슈.”

“그래서 말이야. 뭐 할 게 없나 싶어서 둘러보는데 정말이지 온갖 게 다 있더군. 망치, 송곳, 톱, 못······. 생각만 해도 끝내주지 않나? 어린애를 위한 최고의 외과수술실이었지.”


“쥐한테는 최악의 신체해체 쇼였겠구먼. 세 살 버릇 여든 간다고. 옛말이 틀린 게 없어.”

“그러는 너는 어릴 때 너는 뭐하고 놀았냐?”

“평범했슈. 남들 다 하듯 소매치기랑 퍽치기 이런 거?”

“퍽이나 평범하시다. 그나저나 광산까지 얼마나 남았냐? 슬슬 또 현기증 나려고 한다.”

“현기증이 아니라 멀미 아니유? 한 시간? 45분?”


이런 식의 이야기를 주고받던 와중에 글러브 박스 위에 올려둔 위성전화기가 울리자 코인 로커는 집어 들어 통화버튼을 눌렀다.


“시설경비반장 코인 로커올시다.”

“기지상황병입니다.”

“무슨 일이야?”

“기지가 공격받고 있습니다!”


작가의말

사람은 사람을 죽여야 한다는 상황 자체가 스트레스라고 합니다

전쟁터에서 총을 쏘지 않거나, 혹은 엉뚱한 방향으로 총을 쏘는 병사가

심각한 수준으로 많다는 건 미군의 연구에서도 증명되었죠


뭐, 그냥 그렇다구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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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차공격 16.11.08 549 9 7쪽
45 교차공격 16.11.07 509 8 5쪽
44 교차공격 16.11.06 522 10 6쪽
43 교차공격 16.11.05 549 8 3쪽
42 폭풍전야 16.11.04 527 7 6쪽
41 폭풍전야 16.11.03 540 8 10쪽
40 폭풍전야 16.11.02 629 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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