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드보카투스 디아볼리

교차공격

“전원 승차!”

UFR 본거지에서 용병의 우렁찬 구호에 맞춰 전원 무장한 흑인 병사들은 각자 배정받은 트럭에 올라타기 시작했다. 병사 개개인의 얼굴에는 두려움 대신 결연한 의지가 엿보인다. 복장은 제각각이지만 통일된 무기체계, 제법 규율이 선 대규모, 그것도 사기가 드높은 병력과 나름의 기계화전력을 눈앞에 두고도 그러나 용병지휘관의 심정은 밝지 못했다.

“저 중에 얼마나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나?”

“많이는······. 아니겠죠.”

“절반이나 살리면 기적이겠지. 적으나 많으나 일단 필요한 자원은 다 모았으니 자네도 최선을 다해주게.”

부관과 단 둘이 남이 듣지 못하게끔 프랑스어로 속삭이듯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순수보병만으로 중대 3개는 되어 보일 것 같은 병력이 유일한 기계화전력인 트럭 짐칸에, 러시아워의 지하철마냥 구겨 들어간다. 지휘관은 부관에게 담배 한 개비를 건네받아 불을 붙인다.

아무 것도 없는 정글 속 일개 반란군을 이정도로 빠르게 규합시켜 무장시킨, 그리고 자신이 소속된 ‘조직’의 실력을 다시금 몸소 체감하고, 또 앞으로 벌어질 참상을 생각하면서 폐 속 깊숙이 담배연기를 들이마신다. 어젯밤 언더커버가 보내온 최신 기지 내부 정보와 아군의 상태를 파악해 봤을 때, 그가 선택할 수 있는 전략이 거의 없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특히 어젯밤은 웃으며 넘어갔지만 솔로몬의 기습작전이 실패한 것이 그나마 있지도 않은 선택의 폭을 더욱 좁혔다. 장기간에 걸친 점진적인 전략을 짜면 좀 더 희생을 줄이며 이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이곳에 오래 있고 싶은 생각은 결코 없었다. 자신의 몸에 관한 사항도 있지만 인간의 갖은 욕망이 들끓는 곳에 오래 있다간 스스로를 잃고 욕망에 먹혀버리는 일은 흔히 있는 일이다.

그는 희생을 무릎 쓰고 단기결전을 선택했다. 어차피 자신은 외부인이고 고용주는 따로 있으며 이곳에서 많은 희생을 낸다 해도 다른 프리랜서 용병들과는 달리 앞으로의 재취업 문제도 딱히 걱정할 필요가 없다.

“지휘관!”

“훌륭한 전사들입니다, 의장님. 그들의 드높은 사기가 우리를 승리로 이끌 겁니다.”

마음에도 없는 소릴 태연하게 뱉으며 그는 솔로몬을 바라봤다. 지휘관은 이 남자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상주의자는 언제나 현실에 무릎 꿇거나 타협하는 법이다. 이상주의자의 가장 훌륭한 죽음은 자신의 이상이 이뤄지기 직전의 순간에 죽는 것이다. 그는 이 정치꾼에게 다소의 희생은 나오겠지만 확실하게 이길 수 있다며 앞으로 있을 수많은 희생을 두리뭉실하게 넘겼다. 용병이란 항상 남의 전쟁에 끼어드는 불청객인 법이니까.

작가의말

오늘은 극히 짧아서 죄송합니다

되도록 이렇게 짧게 끊고 싶지는 않습니다만

도무지 뒤랑 연결시킬 구석이 없는 지라...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