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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코모코 님의 서재입니다.

아드보카투스 디아볼리

웹소설 > 일반연재 > 전쟁·밀리터리, 일반소설

완결

로코모코
작품등록일 :
2016.09.01 11:52
최근연재일 :
2016.11.27 22:00
연재수 :
6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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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400
추천수 :
759
글자수 :
171,507

작성
16.11.09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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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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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글자
9쪽

교차공격

DUMMY

“······.”


경비대장은 감시초소에서 야간에 제논탐조등을 언제든지 켤 수 있도록 예열시키던 도중 굳은 표정으로 어두워지는 하늘과 정면에 난 도로를 바라봤다. 대비는 하고 있었다. 기지 전체를 감싸는 철책을 따라 정면, 좌우의 3방향을, 안쪽으론 인부들이 만든 참호와 총안을 낸 모래주머니 바리케이드, 소총과 사선이 서로 겹치도록 경기관총 2정씩을 배치하고 바깥으론 철조망을 둘러 철책으로의 접근을 차단했다.


유일하게 철책 없이 뚫린 입구는 이동용 철제 펜스와 오뚝이, 철침판 등 각종 장애물을 설치해 차량출입을 통제함과 동시에 초소 이외에도 추가로 2기의 12.7mm중기관총을 좌우에 배치했다. 현실적으로 적이 끌고 올 수 있는 최대의 기갑장비, 즉 소련의 구형 BMP 시리즈나 서방에서 공여 받은 M113 등에 대한 대비는 이정도면 충분했다.


하지만 비장의 한 수를 남겨두는 것은 잊지 않는다. 상대적으로 화력이 떨어지는 입구 이외의 좌우 쪽으론 대인지뢰와 클레이모어를 설치해서 대보병저지력을 추가한다. 기지 중앙의 감시 초소에는 비록 전력 문제 때문에 지금 당장은 운영하지 않지만 필요할 때는 언제든지 켤 수 있도록 조치한 탐조등을 설치해 야습에도 대비했다.


기지 주변 정글도 고엽제, 방화, 제초작업을 통해 정글을 깨끗이 밀어 주변 100m 정도까지 시야를 확보했다. 때마침 전기톱이 고장 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놔둔 큰 나무가 있지만 적당히 시야에 방해되지 않을 정도로 가지치기를 했다. 조만간 야간근무자들이 정문 초소 이외의 양끝에 위치한 외곽초소에 투입되어 야간 경계를 실시할 시간.


비록 박격포와 유탄발사기 같은 곡사병기는 손에 넣지 못했지만 기지 내의 모든 물자, 인력을 동원해 임전태세를 갖추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다만 이런 모든 조치가 끝나자마자 효과를 보게 될 줄은 기지 내에 있는 누구도 생각지 못했고 원하지도 않았다.


특히나 총병력의 3분의 1과 이동포대 역할도 수행해야 할 테크니컬 1기가 스내치 미션을 위해 기지를 비운 지금은 가히 최악의 타이밍이라고 할만하다. 게다가 단 이틀 동안 빡세게 기지보수를 하고 피곤에 나가떨어진 경비대원들이 간신히 휴식에 들어간 지금 들이닥치다니.


인계철선으로 연결해 누군가 건드리면 작동하도록 설치한 조명탄이 하늘 높이 솟구쳤다 낙하산에 매달려 넘실대며 발하는 빛을 야간감시초소에서 목격했을 때 경비대장은 열대 기후에서 느낄 리 없는,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서늘한 감각을 느꼈다. 몇 번이고 경험한 일이건만 역시나 전장에 서는 이 순간에 무감각해 지기란 대단히 어려웠다.


“기습!”


들짐승에 의한 단순한 오작동이길 바라면서 서둘러 반자동저격소총의 스코프를 들여다 봤을 때 희미한 조명 아래에서 기지로 다가오는 트럭과 검은 파도를 보며 경비대장은 잠시 입을 닫으며 마른 침을 삼켰다.


그리곤 감시초소에 비치해 둔 수타식 조명탄을 집어 들며 큰 소리로 외친 후 익숙한 솜씨로 금속용기를 개봉, 발사캡을 벗긴 후 조명탄 하부에 끼워 각도를 조절한 후 감시초소 벽에 강하게 때린다. 발사. 기지 전체에 울리는 사이렌.


그러나 거기에 못지않은 기세로 적이 내지르는 함성이 점차 가까워지는 것이 느껴진다는 사실에 정신이 아득해지나 언제까지 이러고 있을 수는 없었다. 그는 건물 안으로 뛰어 들어간다.


“전시물자 보급하고 시설보급반장과 이사한테 전화!”

“순찰조의 공백은 어찌 합니까?”


경비대장은 감시초소에서 벗어나 상황실로 뛰어 들어가며 다급히 지시한다. 이미 상황병중 한 명은 2층의 상황실에서 1층에 있는 물자창고로 뛰어가 수류탄, 탄박스 등의 보급 준비를 한다. 남아있는 다른 상황병은 경비대장의 지시에 따라 전화를 걸며 묻는다.


입구초소에서 들리는 경기관총의 사격음. 뒤이어 사무실 전체를 뒤흔드는 폭음이 다이아몬드 채굴장에서 울려 퍼졌다. 경비대장은 잠시 굳어있다 곧 창가로 다가가 폭음의 정체를 확인한다. 다이아몬드 채굴을 위해 만들어놓은 인공연못 주변으로 크게 튄 물의 흔적과 아직도 물결치는 수면, 적의 박격포 포격이었다.


“그냥 비워두게!”


이제 와서 배치를 조정할 수도 없고 또 감시조, 순찰조, 경비조를 뒤섞어 배치했기에 공백을 메울 수 없어도 화망 자체가 비는 곳은 없으니 굳이 조정할 이유도 없다. 사이렌이 울리는 것만으로도 대원들 전원이 각자 각자의 무장을 들고 튀어나와 지정된 보급품과 무전기를 들고 초소로 뛰어 들어간다.


기관총, 철조망, 참호로 대표되는 1차 대전의 참호전이 연상되는 전현대적인 전투가 원시적인 환경에서 현대인의 손으로 벌어지기 시작한다. 적의 포격은 점점 기세를 더해 기지외곽 50m지점에 둘러친 철조망 제거에 집중된다.


한 번 설치하면 눈이 오나 비가 오나 폭탄이 쏟아지나 충실하게 본연의 임무에 수행하는 철조망은 가장 기초적인 보병저지수단이고 이게 있는 한 헐벗은 몸이나 다름없는 민병대는 기지에 접근하는 일조차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적은 박격포를 동원해서 일차적으로 이 철조망을 제거하려고 했다.


“옥상 위 저격수 배치 끝.”

“되도록 지휘관이나 박격포를 노리게!”


전쟁에서 지휘관의 부재는 어떤 상황에서건 치명적이지만 특히 훈련 수준이 극도로 떨어지는 민병대가 용병들의 지휘력에 전적으로 의지하는 지금 같은 경우엔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다. 무전기를 들고 경비대장은 옥상에 배치한 저격병에게 명령했다.


“좌초소 배치 끝.”

“우초소 배치 끝.”

“적은 관측 가능한가?”

“아직입니다.

“이쪽도 아직입니다.”

“입구초소는?”

“안 보입니다.”


금방이라도 들이닥칠 것 같은 기세지만 어째서인지 바로 들어오지 않는다. 설마 장갑차? 라는 최악의 상황에까지 생각이 미쳤으나 곧 머리에서 지웠다. 장갑차가 있다면 굳이 귀찮게 박격포로 철조망을 폭격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뭘 기다리는 건가, 공중지원? 헬기? 여러 가지 가능성을 타진해 봤지만 딱히 떠오르는 것 없이 시간은 흐른다. 어차피 기지방어에 있어 주도권은 공격하는 쪽이 가지고 있고 경비대원들은 수동적으로 방어에 임할 뿐이다. 상상하긴 싫지만 적이 이쪽을 뛰어넘는 전략적 무언가를 가지고 있다면 포기할 수 밖에 없다.


“경비대장님, 이사님과 전화 연결 됐습니다.”


무전기를 손에 놓고 경비대장은 위성전화기를 건네받는다.


“경비대장입니다. 현재 광산이 공격 받고 있습니다.”

“코인 로커는 있나?”


이사가 제일 먼저 확인한 것은 서류를 들고 도주해 언론에 떠들어버리겠다고 협박한 코인 로커의 유무였다.


“그는 현재 별도의 작전수행 중에 있으며 현재는 작전을 성공리에 종료하고 긴급 귀환 중입니다.”

“믿을 수 있나? 그대로 도주하지 않겠는가 이 말이야!”

“그것보다 아침에 요청한 지원 병력은 어떻게 됐습니까?”


“묻는 말에 대답하게. 코인 로커를 어떻게 믿나! 그 인간이 평소에 무슨 짓을 하고 다니는지 자네가 더 잘 알······”

“믿고 안 믿고가 뭐가 중요합니까! 그 새끼는 지금 기지로 귀환 중이니 신경 쓸 거 없고 아침에 약속한 지원 병력이나 빨리 보내시죠! 지금도 여기선 내 부하들이 죽어갑니다!”


경비대장은 이사의 말을 중간에 끊었다. 게다가 이사보다 코인 로커 쪽을 더 신뢰하는 어투로 강하게 이사를 비난했다. 이사가 협박에 못 이겨 억지로 약속한 지원 병력은 결국 그날 해가 떨어지도록 도착하지 않았지만 코인 로커는 최소한 자기가 맡거나 제안한 일은 해내는 자였다. 3년 전에 똑같은 전과가 있는데다 애초에 이사가 병력을 증파하기 위해 노력했는지조차 확인이 불가능하니 경비대장이나 코인 로커의 입장에선 이사를 신뢰하려야 할 수도 없다.


“사람 움직이는 게 어디 쉬운 줄 아나! 고함치고 윽박지르면 다 해결되나! 나도 최선을 다하고 있어!”


“최선을 다하라는 게 아니라 결과를 만들어 내라고 하는 겁니다! 없는 병력 만들어 내라는 게 아니고 다른 광산에서 1개 분대씩만 빼와도 2개 소대는 나오는데! 지금 이대로는 못 버틴다니까 왜 자꾸 헛소리입니까! 3년 전의 산적 떼와는 달라서 저건 군대입니다!”


기지 저편에서 아스라이, 박격포와는 다른 폭음이 울려 퍼진다. 적이 기지 바깥에 매설한 지뢰를 제거하는 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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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폭풍전야 16.11.03 541 8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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