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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2*** 님의 서재입니다.

미국 대통령 손태평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z2072
작품등록일 :
2018.02.10 10:26
최근연재일 :
2018.04.13 10:00
연재수 :
39 회
조회수 :
19,047
추천수 :
243
글자수 :
195,618

작성
18.04.05 13:57
조회
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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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9쪽

32편 어둠 속 그림자들

DUMMY

요트 안은 잠시 유령선처럼 조용해졌다.


“당신이 왜 여기에?” 루돌프가 거의 사색이 된 얼굴로 물었다. 앱스타인을 제외한 모두는 침을 꿀꺽 삼키며 자칼의 대답을 기다렸다. 자칼은 여유롭게 자신이 대기하고 있던 자리로 돌아가서 새 잔에 샴페인을 가득 따르고 허공에 건배하는 시늉을 한 후 단숨에 잔을 비웠다.


“음. 좋군. 아주 좋아.”


그가 딴청을 피우고 있음이 명백한데도 아무도 그에게 대답을 재촉하는 사람이 없었다. 모두들 그에게 시선을 떼지 못하는 가운데 어느새 앱스타인이 그의 옆에 와 나머지 네명의 사람들을 마주봤다.


“여기 모이신 회원님들께 강한 유감의 뜻을 직접 표명하고 싶다고 해서 제가 초대했습니다.” 앱스타인이 말했다. 하지만 자칼은 아무런 말 없이 사람들을 응시하고만 있었다.


루돌프는 안 그래도 불안한 심장이 금방이라도 정지될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암흑계의 변호사인 브렌드 맥칸 역시 등줄기에서 식은 땀이 흘러내리고 있었지만 한편으로 히트맨 계의 전설 중의 전설을 바로 코 앞에서 보고 있다는 점에 적잖은 흥분을 느끼고 있었다. 그가 상상했던 자칼의 이미지의 가장 큰 특징은 노년의 문턱에 와 있음에도 여전히 날렵하게 빠진 몸매와 살기를 내뿜는 눈빛, 두가지였다. 하지만 그는 식도락에 빠져 있는, 은퇴한 은행간부처럼 살이 올라 있었고 콧대는 날카로왔지만 두터운 하관과 살짝 미소를 띤 입가, 세상을 관조하는 듯한 부드러운 눈매에서 살기는 도저히 어울리는 단어가 아니었다.


“유감이라...” 자칼이 마치 앱스타인의 말을 방금 들은 것처럼 입을 열었다. “사실 상당히 충격이었습니다. 쉬운 임무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독화살 정도 되는 인물이 실패할 정도로 난이도가 높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죠. 어쨌든...”


“어려운 일이긴 했죠. 모두 그렇게 생각했었습니다.”그랜트가 늘 자신에게 아부하는 펀드회사 어느 간부의 어조를 그대로 흉내내며 말했다. 자칼은 자신의 말을 자른 그를 힐끗 쳐다보았다. 살기를 띠는 눈빛은 여전히 없었지만 입가에 미소는 순간적으로 사라졌다. 그 모습에 그를 마주보고 서 있는 사람들은 호흡을 잠시 멈췄다. 브렌드 맥칸은 그때서야 깨달았다. 그가 굳이 표정에 살기를 띨 필요가 전혀 없다는 점을. 악마의 브로커, 죽음의 샤일록, 화장터의 시인이라고도 불리는 자칼, 그 이름과 존재 자체가 완벽한 죽음의 그림자였다.


"어쨌든..." 그는 말을 이으며 다시 부드러운 미소를 얼굴에 띠었다. "저는 이번 일로 제 명예에 커다란 손상을 입었습니다. 누군가는 그에 대해 책임을 져야 했는데 독화살은 이미 죽었고 아쉽게도 그는 고아인데다가 독신이어서 가족도 없습니다. 대신 한국에 자그마한 지부가 하나 있는데 그 지부장이 책임을 지는 선에서 이 일은 마무리 짓기로 했습니다."


자칼이 말을 하고 있는 때와 거의 비슷한 시각, 청담동의 까르티에 매장에 제일 먼저 출근한 남자 종업원은 항상 아홉시 삼십분에 맞춰 출근하는 사장이 열시 넘어서도 오지 않자 그의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었지만 사장은 전화를 받을 수가 없었다. 그는 곧 그가 살고 있는 도곡동의 어느 아파트 15층 자기 집 베란다에서 투신자살 당할 운명이었기 때문이었다. 유서도 이미 써 놓은 상태였다. 그의 뒷통수를 누르고 있는 차가운 총구를 느끼며 떨리는 손으로 힘겹게 쓴 유서였다. 한가지 다행이라면 1년전 이혼한 상태라 집에는 그 혼자만 있다는 사실이었다. 자칼은 법적인 가족관계를 중시하는 입장이어서 책임 추궁이 전처와 자식들에게까지 미치지는 않았다.


"이렇게 저희 조직 내부일까지 얘기하는 건 그만큼 제가 이번 일에 대해 뼛속 깊은 유감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려드리기 위해서입니다."


다시 요트안이 조용해졌다. 앱스타인이 분위기를 바꾸어보려는 듯 손뼉을 한 번 쳤다.


"자! 과거는 과거이고. 이제부터 진짜 재미있는 게임이 시작되는 겁니다."


"게임이라니?" 루돌프가 내내 참았던 숨을 토하듯이 물었다.


"전설이 복귀하니까요." 앱스타인이 말했다. 모두들 그 말에 설마 하는 얼굴로 서로를 쳐다봤다. 자칼이 두번째 샴페인 잔을 마시다 말고 테이블 위에 올려 놓은 후 자신의 턱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엄밀히 따지면 복귀는 아닙니다. 제가 직접 현장에 가는 건 아니니까. 하지만 이거 하나만큼은 분명히 하고 싶네요." 그는 다시 샴페인 잔을 들었지만 입에 대지는 않았다. "독화살은 제 수족들 중에서 결코 최고는 아니었습니다. 음... 말하자면 B급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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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하, 드디어 첫번째 키가 작동되었습니다." 토노브레드바시가 골리지아렙투스의 입을 빌려 말했다. 바스크는 그 말에 한 손으로 움켜 쥐고 있던, 먹다 남은 벌레의 마디 한쪽을 천장 쪽으로 던졌다. 철썩하는 소리와 함께 벌레의 노란 점액이 바스크의 머리 위로 떨어졌지만 그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이제 드디어 물꼬가 트였구만! 그래 어떤 힘이었나?"


"글쎄요. 정확하게 어떤 메카니즘에 의한 건지는 모르겠습니다. 한 번 보시죠."


골리지아렙투스의 작고 미끌미끌한 검은 눈동자가 빨갛게 빛나더니 바스크의 앞에 다소 거친 화질의 영상을 띄웠다. 바스크는 양미간을 잔뜩 좁힌채 영상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블랙버드의 우지 기관단총에서 발사된 27발의 총알이 포물선을 그리며 휘고 그 이후 독화살이 손태평을 향해 쏜 총알이 손태평의 바로 앞에서 떨어지는 장면이 이어졌다.


"조금 실망스러운 걸. 겨우 이 정도 밖에 안 되는가?" 영상이 아직 다 끝나지도 않은 시점에서 바스크가 말했다.


"제 생각입니다만 상대의 힘이 너무 미미해서 그런거 아닐까요? 지구인이 총이라고 부르는 저 무기는 상당히 원시적인 수준이니까요."


"총? 저걸 총이라고 부르나? 저기에서 나오는 것들은 뭐라고 부르지?"


"총알이라고 합니다."


"설마 저런걸 맞는다고 죽지는 않겠지."


"제가 아는 바로는 맞는 부위에 따라 다릅니다. 머리나 가슴에 맞으면 죽을 수 있고요. 어쨌든 그런 위험에 방어시스템이 작동하게 된 것 같습니다. 이번 경우는 공간을 휘게 하는..."


"잠깐, 이 화면을 확대할 수 있나? 처음부터 다시 돌아가서 확대할 수 있을만큼 크게 확대하고 화면은 최대한 늦게 돌려봐. 저 총알이란게 어떻게 궤적을 바꾸는 건지 보고 싶으니까."


토노브레드바시는 그가 시키는대로 화면을 확대했고 공중의 화면을 양쪽에서 보고 있는 둘은 거의 동시에 탄성을 내질렀다. 200ml 우유팩에 53해 7,500경개가 들어갈만큼 작은 '리티'입자들이 빛의 입자들처럼 손태평의 오렌지색 눈에서 방출되었고 미리 눈 안에서부터 특정한 알고리즘에 따라 각자의 역할이 프로그래밍 되어 있는 입자들은 밖으로 나오자마자 수백만개씩 짝을 지어 헬기를 거꾸로 뒤집어 놓은 것같은 비행체들을 조립해냈으며 그런 비행체들은 토성을 두르고 있는 띠처럼 하나의 빽빽한 띠를 만들었는데 좀더 자세히 보면 그 띠는 하나의 휘어진 터널이었고 한쪽 끝은 땅을 향하고 있었다.


지구 따위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고도로 발전된 켄타로로로의 과학기술문명에 익숙한 그들이었지만 영상에서 보여지고 있는 장면은 넋을 읽을만큼 황홀했다.


"정말 천재적이군! 이 정도일 줄이야!" 바스크가 외쳤다.


"천하의 라카헨 대왕의 특명에 켄타로로로성의 최고 엘리트 과학자들이 모두 동원된 결과물이니까요." 토노브레드바시가 참모답게 애써 담담하게 말했다. "좀 과하다는 생각이 들긴 하네요."


"흐흐흐." 바스크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아직도 감이 안 오나? 이건 정말 물건이야. 우주 최고의 무기로 손색이 없어. 하지만..."


"뭐, 마음에 걸리시는 거라도?"


"문제는 여왕의 다른 한쪽 눈이야. 왼쪽 눈 말이지. 그것도 저와 비슷한 힘을 가지고 있을 것이고 만약 여왕이 지금이라도 그것을 완벽히 제어할 수 있다면..."


골리지아렙투스의 동그란 주등이가 조금 넓어졌는데 그것은 그의 집 밀실에 앉아 있는 토노브레드바시가 미소를 짓고 있음을 나타냈다.


"제가 전에 보고드린 바와 같이 레이니 공주는 두번째 여왕의 눈을 본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왕실의 정식 후계자이고 성년이 훌쩍 지났는데도 아직 안 봤다는 건 어쩌면 여왕의 눈은 오로지 하나뿐일 수도 있다는 의미이죠."


"그래, 똑똑히 기억하고 있지. 그래서 내가 알아보라는 대로 알아봤나?"


"그게 아직..."


"지금 이 시각부터 3일 시간을 주지. 3일 후에 오게."


"예. 알겠습니다."


골리지아렙투스가 다시 어둠속으로 사라진 후에도 바스크는 제자리에 꼼짝 하지 않고 앉아 머릿속에 여러가지 시나리오를 그리고 있었다. 그중 하나의 시나리오의 한 장면이 바스크의 마음에 특히 들었는데, 그것은 블라큘 핏빛 대운하에 둥둥 떠다니는 여왕과 공주의 머리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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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33편 블랙버드의 브리핑 18.04.06 203 3 9쪽
» 32편 어둠 속 그림자들 18.04.05 213 3 9쪽
31 31편 자칼의 또 다른 날 18.04.05 249 3 12쪽
30 30편 최후의 작전 (1장 마지막편) +2 18.03.06 350 5 19쪽
29 29편 최초의 각성 2부 18.03.05 283 5 14쪽
28 28편 최초의 각성 1부 18.03.04 329 3 9쪽
27 27편 손태평과 여왕의 눈 18.03.03 317 4 12쪽
26 26편 독화살, 손태평을 향해 쏘아지다 3부 18.03.02 289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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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22편 블랙버드 vs 독화살 vs 나체의 사내 2부 +2 18.02.25 330 6 11쪽
21 21편 블랙버드 vs 독화살 vs 나체의 사내 1부 +2 18.02.24 387 6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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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14편 여왕의 눈 2부 +3 18.02.17 459 9 12쪽
13 13편 여왕의 눈 1부 +2 18.02.16 441 6 13쪽
12 12편 팔콘스 2부 +3 18.02.16 441 7 13쪽
11 11편 팔콘스(FALCONS)는 손태평을 보호할 수 있을까? (1부) +2 18.02.15 545 7 10쪽
10 10편 손태평의 주변은 어떠한가? +2 18.02.14 550 7 11쪽
9 9편 손태평의 비밀은 무엇인가? +2 18.02.13 653 9 13쪽
8 8편 독화살은 과연 손태평을 죽일 수 있는 자격을 갖추었는가? +1 18.02.13 691 1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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