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z2*** 님의 서재입니다.

미국 대통령 손태평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z2072
작품등록일 :
2018.02.10 10:26
최근연재일 :
2018.04.13 10:00
연재수 :
39 회
조회수 :
19,048
추천수 :
243
글자수 :
195,618

작성
18.03.06 04:52
조회
350
추천
5
글자
19쪽

30편 최후의 작전 (1장 마지막편)

DUMMY

독화살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국가원수 저격은 한 번 실패하면 끝이라는 것을.


게다가 같은 암살자가 같은 날 한 번의 실패 이후 다시 성공할 가능성은 개인이 국가를 상대로 전쟁을 해서 이길 확률과 비슷하다.


하지만 독화살은 손태평은 다를 것이라는 희망이 있었다. 엄마를 외치며 눈물 바람으로 뛰어오는 손태평, 그리고 얼굴에 어떤 두려운 빛도 없이 총구를 향해 걸어오는 손태평.


이 두가지가 희망의 근거였다. 하지만 독화살은 시간이 지날수록 손태평의 알 수 없는 힘의 존재가 점점 더 선명하게, 그리고 두렵게 느껴졌다.


그가 마지막 작전을 짜는데 가장 골치가 아팠던 부분이었다. 하지만 그는 결국 작전을 고안해냈다. 그 나름대로의 완벽한 작전을.


가즈오 요시치로, 독화살이 아닌 진짜 가즈오 요시치로는 옷장에서 철퍼덕 바닥으로 떨어졌다. 거인이 두 손으로 그를 붙잡아 아무렇게나 구긴 듯 온 몸의 관절과 근육들이 아프고 뻐근했지만 그는 지금 그런 고통 따위에 마음 쓸 겨를이 전혀 없었다.


"메모는 숙독했나?" 장여사를 다른 방에 밀어 넣고 다시 들어온 독화살이 일본말로 물었다.


그는 고개를 빠르게 끄덕였다. 그는 독화살이 자신이 가장 아끼는 커프스를 찼음에도 알아보지 못했다.


"그럼 빨리 나가."


가즈오는 행여나 그의 마음이 바뀌기 전에 벌떡 일어났다. 독화살은 그에게 여권과 지갑을 던져줬다. 만에 하나 복도에서 검문이 이루어 질 경우를 대비하기 위해 잠시 가지고 있었던 것들이었다.


가즈오는 헐레벌떡 문으로 달려갔지만 너무나 당황해서 문고리도 제대로 못 돌렸다. 독화살이 그의 옆으로 다가가 문을 열어줬다. 복도는 아직도 시끌벅적했다. 아직도 못 가져간 짐이 있는지 다시 방에 들어갔다 나오는 사람들도 있었고 이제야 방을 나오는 사람들도 있었다.


경찰은 노약자와 장애인부터 앞에 서라고 소리쳤지만 테러범이 바로 그들 뒷꽁무니에 있기라도 한 듯 복도에 나온 사람들은 저마다 조금이라도 경찰쪽에 가까이 가려고 복도 폭의 절반을 차지하는 캐리어를 이리 끌고 저리 밀며 서로 부딪히기 바빴다.


가즈오가 복도에 발을 내딛기 직전, 독화살이 그의 귀에 대고 빠르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명심해라. 네가 아무 말 없이 그냥 이 호텔을 나가기만 하면 너도 살고 너의 가족은 무사하다는걸."


가즈오는 다시 고개를 정신 없이 끄덕였고 그 바람에 그의 대머리에 맺혔던 땀이 독화살의 얼굴에 튀었다.


독화살이 그의 가발과 안경을 벗긴 것은 자신의 변장을 위한 이유도 있었지만 가즈오가 경찰의 검문을 조금이라도 빨리 통과하게 만들려는 이유였다. 로비에서 수백여 명의 투숙객들을 검문하는 경찰관은 여권 등 신분증 소지 여부, 투숙객 명단에 이름이 있는지 여부, 신분증의 사진과 소지자의 얼굴 대조 등 세가지를 체크했다.


가즈오가 가발과 안경을 썼더라면 경찰관은 그에게 적어도 5초 이상의 시간을 더 할애하고 그 5초 동안의 시간동안 가즈오는 야쿠자의 협박과 중화기로 무장한 경찰관을 저울질 할지도 모른다.


일본어로 또박또박 써진 메모의 협박은 다음과 같았다.


[조용히 하라. 미동도 하지 말아라. 입을 열거나 몸을 움직일시 그 즉시 나의 칼이 너의 몸을 갈갈이 찢는다. 이 메모를 지금부터 30번 눈으로 읽어라.]


[나는 고베야마구치구미에 속해있는 한 조직의 조장이다. 누군가 너를 죽여달라고 나에게 부탁했다. 하지만 나는 너를 살려주기로 결심했다. 너의 지갑 속에 있는 너의 딸 사진 때문이다. 너의 딸은 어릴 때 죽은 나의 딸을 꼭 빼 닮았다. 바보같은 얘기지만 그것이 너를 살려주기로 결심한 유일한 이유다.]


[아무런 조건은 없다. 내가 신호를 하면 너는 그저 이 호텔에 묵은 다른 사람들을 따라 밖으로 나가서 택시를 타고 공항으로 가면 된다. 네가 만약 그 어떤 누구에게라도 입을 뻥긋하면 이 호텔 투숙객들 사이 사이에 숨은 내 조직원들이 너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도쿄 타이토구 쿠라매 121-3754의 집에 사는 너의 가족도 모두 죽을 것이다. 네 막내딸만 빼고 너의 큰딸과 아들, 그리고 부인 모두 다. 명심해라. 입만 다물고 앞만 쳐다보면 너에게는 아무일도 없었던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을.]


기절했다가 깨어난 가즈오는 옷장 틈으로 들어오는 빛에 희미하게 비치는 메모지를 읽고 또 읽었다.


-----------------------------------------------


호텔 지하 1층 보안실, 차장과 블랙버드 그리고 손태평은 경찰과 경호원 몇명과 함께 수백개의 화면 중 관제요원이 선택하여 별도의 재생용 스크린에 띄어놓은 11개의 CCTV 화면에 집중했다. 바로 9층의 1시간 20분전을 비추는 화면이었다. 손태평은 독화살이 설사 컨벤션 센터 옥상으로 내려가는 4개의 방을 선택하지 않았더라도 만일의 경우 신속한 도주를 위해 여전히 9층으로 올라갔을 것이라는, 거의 확신에 가까운 가정을 했다.


그리고 오래 지나지 않아 그 가정은 사실로 드러났다. 장여사를 등에 업은 소방관 차림의 독화살이 방문을 두드렸고 그 안에 있는 사람이 문을 열어 독화살이 방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선명하게 포착되었다.


“왜 이걸 그냥 넘어갔지?”


차장이 자기를 책망한다고 생각한 관제요원은 더듬거리면서 혼자 수백개의 CCTV를 1초의 순간도 놓치지 않고 확인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이상징후나 형태를 파악하는 지능형 CCTV가 제기능을 어쩌고 저쩌고 변명을 늘어놓았으나 차장은 그것을 전혀 듣지 않고 있었다. 왜냐하면 그의 책망 대상은 바로 자기 자신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책망의 시간은 극히 짧았다. 여기서는 그가 최고 결정권자였다. 그는 무선으로 경찰 특공대 1개 소대와 경호원들 4명을 9층으로 급파하도록 지시를 내렸다. 그리고 로비에 배치된 경호원에게는 947호 투숙객의 신원과 대피시 로비에서 진행된 신원 확인에서 동일 신원을 발견했는지 여부를 30초내로 파악해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

독화살은 거울을 봤다. 가발은 아직도 어색했지만 남들의 눈에는 덜 어색해 보일 것이라고 믿었다. 이제 이 방에서 할 일은 두가지가 남았다.


드라이기에서 잘라낸 전선으로 미리 준비해 놓은 매듭에 그의 손목을 집어 넣고 입으로 매듭을 조이는 일. 문제는 그 전에 해야 할 일이었다.


독화살은 추장이 여자를 죽이려는 것을 막으려다가 귀 옆에 생긴 흉터만 제외하고는 직업에 맞지 않게 깨끗한 얼굴이었다. 그는 잠시 엉덩이나 허벅지를 칼로 베어 거기에서 나온 피로 얼굴을 칠하는 대안을 떠올렸다가 고개를 내저었다. 이 작전에서 리얼리티는 타협의 대상이 될 수 없었다. 독화살은 대검의 칼끝을 자신의 눈과 광대뼈 사이에 올려 놓았다.

------------------------------------

차장과 경호원은 9층으로 당장 올라가려는 손태평과 블랙버드를 막았다. 독화살은 이미 빠져나간게 틀림 없었지만 그가 9층에 어떤 위험한 장치를 숨겨 놨을지 모를 일이었다.


검문을 담당한 경찰관들은 가즈오 요시치로를 기억하지 못했지만 투숙객 명단의 그의 이름은 체크가 되어 있었다. 그들은 호텔을 빠져 나가는 사람들이 여권 또는 신분증의 사진과 동일인물임을 100% 모두 확인했다는 대답만 몇번이나 반복했다.


장여사의 경우 경찰관들은 손태평이 지니고 있던 그녀의 사진의 복사본을 가지고 있었지만 비슷한 인물들은 신분증 확인 결과 다른 사람이었고 외모와 상관 없이 장여사의 신분증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없었다.


결국 차장이 도달한 유일한 결론은 변장과 일본어에 능한 독화살이 가즈오 요시치로로 완벽하게 변장하여 홀로 호텔을 빠져나갔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장여사는? 차장은 제발 9층의 방에 그녀의 시체가 발견되지 않기를 기도하며 CCTV 화면에 시선을 집중했다.


9층에서 대피 작전을 수행했던 경찰 특공대 요원들이 다시 계단을 통해 9층에 올라서는 모습이 보였다. 주민대피 작전 때보다 훨씬 더 긴장되고 재빠른 모습들이었다. 947호 문 앞까지 일사분란하게 접근한 그들은 복도 벽에 등을 붙였고 한 명이 바짝 엎드린 채 문 밑으로 탐사경을 집어 넣었다. 그가 안에 희생자만 남아 있다는 수신호를 보내자 그 뒤에 있던 다른 요원이 미리 준비해 둔 카드키를 문에 대었다. 세 명의 대원들만 엄호를 위해 남겨 놓고 일곱 명의 대원이 방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대원들을 쫓아온 경호원 4명 역시 방안으로 들어갔다. 차장은 바로 무전기를 들었다.


"방에 일본인 투숙객만 있습니다. 여사님은 없습니다." 경호원이 차장에게 보고했다. 차장은 적어도 장여사의 시체가 없다는 사실에 안도했다. 차장의 옆에서 무전내용을 들은 손태평은 뭔가를 생각하는 듯 했고 블랙버드는 입술을 깨물고 있었다.


"일본인 상태는 어떤가?"


"방 한가운데 쓰러져 있는데 손발이 묶여 있는 상태에서 전화기 쪽으로 기어가다 혼절한 것 같습니다. 아..... "


경호원이 말을 잇지 못했다.


"왜 그래?"


"방금 경찰이 몸을 뒤집었는데 얼굴을 크게 베인 것 같습니다. 아... 뭐라고 하는데.... 일본어라서.... 캔 유 스피크 잉글리쉬?"


"뭐라고 하는 거야?"


"같이 있던 여자를 봤다는 얘기를 하는 것 같습니다. 여사님 얘기를 하는 것 같은데... 헤이! 아 유 오케이? 아... 의식이 또 희미해지나 봅니다. 바로 이동시켜야 할 것 같습니다."


들것이 곧바로 도착했고 호텔은 특별히 한 개의 엘리베이터만 전원을 넣었다.


"아무래도 위험해. 여사님의 소재를 아는 것 같은데 병원에 가다가 의식을 완전히 잃을 수도 있겠어." 차장이 무전기를 아직도 귓가에 댄채 혼잣말처럼 말했다.


"로비로 바로 올라가죠." 손태평이 말했다. "그리고 차장님. 올라가 있는 경찰들 몇 명에게 9층의 모든 방을 하나씩 다 열어보라고 하세요. 947호랑 가까운 방부터요. 가지고 있는 방키는 당연히 만능키겠죠? 단 일본인이 9층을 완전히 떠난 다음에."


차장은 대통령 당선자의 말을 9층에 그대로 전달했다.


"이름이 뭐에요?" 손태평이 차장과 경호원들의 뒤를 따라 계단을 올라가며 그의 오른쪽 반보 뒤에서 따라오고 있는 블랙버드에게 물었다.


"예! 미합중국 국토안보부 비밀 경호국 카운터 어설트 3팀 케이트 황입니다."


"코드명은요?"


"예! 블랙버드입니다."


"어, 그거 내가 제일 좋아하는 노래인데."


"예!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차장은 뒤에서 들려오는 생뚱맞은 대화를 들으며 손태평이 지금 이 시점에서 다시 해리로 돌아오는 것이 아닌가 걱정했다.


-------------------------


어쩌면 도박인지도 몰랐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가장 최선의 도박이었다. 로비 엘리베이터에서 정문에 정차되어 있는 엠뷸런스 까지의 거리는 기껏해야 50미터 남짓. 그 짧은 거리가 손태평이 자기 엄마의 소재를 들을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다. 이미 위험요인이 사라진 마당에, 그가 나타날 가능성은 높다. 그리고 환자 앞에다 대고 총을 겨눌 인간들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엘리베이터 안에 경호원 한 명과 경찰 특공대 요원 두 명의 존재를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었다. 들것을 들고 온 두 명의 구급대원도 걸리적거렸다.


9, 7, 8... 독화살은 엘리베이터의 층수를 알리는 숫자가 자신의 눈에 들어온 핏물로 더 붉게 보이는 건지 알 수 없었다. 하얀 시트 아래 그의 오른 손은 셔츠 안쪽 허리에 깊숙히 끼워 넣은 베레타 권총의 방아쇠 울에 집게 손가락을 집어 넣고 있었다. 지금은 물론 총을 쏴서는 안 되는 타이밍이었다.


5, 4, 3... 독화살은 피식 웃었다. 지금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거지? 그는 엘리베이터 안의 인간들을 죽이더라도 어차피 이 호텔을 살아서 나갈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자칼한테 프랑스 남부나 이태리의 와인농장에서의 결혼생활을 얘기할 때도 그는 자신에게 그런 인생이 절대 오지 않으리라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이제 1분여도 채 안 남은 그의 인생에서 의미 있는 것은 이제 오로지 자칼이 부여한 미션의 완수 여부뿐이었다.


2. 1...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렸다. 의미 없는 슈트와 제복들 사이에서 손태평의 얼굴이 똑똑히 보였다. 그가 아무리 총알의 궤적을 휘게 하는 힘이 있다 하더라도 이 거리에서는 어떤 식으로든 치명상을 입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독화살의 시트 오른쪽이 불룩 솟아나왔다.


하지만, 손태평 옆 블랙버드의 시그사우어가 더 빨랐다. 그녀의 총알은 독화살의 얼굴 위 어느새 말라 붙기 시작한 핏물위에 신선한 핏물을 다시 공급했다.


-------------------------------------------------------------


949호 침대에 묶여 있었던 장여사를 병원에 후송하기 위해 또 다른 엠뷸런스가 호텔 앞에 도착했다. 장여사는 엘리베이터가 로비에 도착해 문이 열리자마자 들것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리고 엘리베이터 문 앞에 서 있던 아들을 꼭 껴안고 울음을 터뜨렸다.


"아이고... 내가 널 다시 못 보는 줄 알고... 아이고 천지신명님. 이 은혜를 잊지 않을께요."


장여사는 엠뷸런스에 타는 것을 한사코 거절했지만 결국 아들과 차장, 블랙버드 이렇게 셋과 함께 엠뷸런스 뒤에 올라탔다.


"이 차는 지금 어디로 가는가?" 장여사는 눕는 것도 답답하다며 침상에 앉아 있었다.


"세브란스로 갑니다." 응급요원에게 물었지만 차장이 대신 대답했다.


"그나저나 그 사람도 참 안 됐어."


"누구 말씀하시는거에요?" 차장이 물었다.


"누구긴 누구겠어요. 으이그... 본성은 그렇게 나쁘게 보이지 않던데... 아이구, 어서 빨리 통일이 되어야지 이런 일이 없지."


차장은 아마도 뇌진탕의 영향이 아직도 남아 있는 것 같다고 추측했다.


장여사는 블랙버드의 얼굴을 생전 처음 본 듯이 유심히 쳐다봤다. 사실 그녀는 블랙버드를 전혀 기억하지 못했다.


"얼굴이 참 곱상하네요. 나이가 올해 몇이에요?"


"트웬티 세븐... 아니 이십칠입니다."


"좋은 나이네. 좋은 나이야. 우리 대통령님은 나이가 서른 셋인데 그래도 동안이라는 얘기를 많이 들어요."


"아... 예."


"장가를 가고 그래야 퍼스트 레이디하고 보기 좋게 같이 세계 여기저기 다니고 그러는 법인데... 아유... 하긴 요새 막 여기 저기 전화가 걸려오긴 하지만. 우리 동네도 갑자기 아주 이쁘게 꾸민, 보니까 아주 부잣집 아가씨들이 갑자기 많이 왔다갔다 하는 것 같고. 전에 보니까 유명한 탤런트도 우리 집 앞을 서성이더라고."


"예."


"그런데 나는 내 며느리 될 사람은 그냥 오냐 오냐 키운 공주님이 아니라 좀 야물딱지고 똑순이 같았으면 좋겠어. 그래야 세상 풍파를 같이 견뎌내고 그러지."


"아... 그렇죠." 사실 블랙버드는 장여사의 두서 없는 말을 20%도 이해하지 못했다.


"집안 어른들은 뭐하시는 분들인가?"


보다 못한 차장이 화제를 돌렸다. 사실 처음부터 블랙버드에게 계속 묻고 싶은 질문이었다.


"어떻게 바로 그 자가 독화살이란 것을 알았나요? 아니면 몰랐는데 총을 쏘려는 것을 발견한 건가요"


블랙버드는 대답 대신 손태평의 얼굴을 쳐다봤다. 손태평은 조금전부터 창가를 계속 내다보고만 있었다.


손태평은 지하 1층 보안실에서 로비로 올라갈 때, 비틀즈의 블랙버드 얘기를 꺼내고는 갑자기 그 노래의 한 소절을 불렀었다.


"You were only waiting for this moment to rise."


그리고 자기 멋대로 노랫말을 붙였다. 그 뜻은 직설적이었다. 로비로 도착하는 들것에 실린 남자는 독화살이며 그가 쏘기 전에 그를 쏘라는 내용이었다.


블랙버드는 차장에게 그냥 낌새를 느꼈다고만 말했다. 차장은 반신반의한 얼굴이었지만 그냥 넘어갔다. 장여사가 응급실로 걸어 들어가고 차장이 화장실에 간다고 자리를 비웠을 때 블랙버드가 손태평에게 어떻게 알았는지 물었다. 그녀는 이 질문이 대통령님에게 하는 마지막 질문이라 다짐했다.


"그는 나를 어떻게든 만나야 했어요. 그래서 보안실에서 내가 생각한 건 내가 그의 입장이라면 나를 만나기 위해 어떤 방법을 썼을까였죠. 만약 그가 인질을 붙잡고 나를 지정된 장소로 부르는 식이었더라면 경호실에서는 절대 나를 보내지 않았을거에요. 어떤 식으로든 막았을 겁니다. 모든 위험의 원인, 즉 그가 이 호텔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모두가 믿을 때만, 그리고 내가 가장 궁금해 하는 어머니의 소재를 아는 누군가가 나타날 때만 내가 노출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겠죠. 따라서 나는 이 노출의 접점에는 반드시 그가 있을 것이라고 결론 내렸어요."


"하지만... 그래도 그가 진짜 일본인 투숙객이었을 가능성도 있었잖아요?"


손태평은 그의 목을 가리켰다.


"들것에 실려 나오는 그의 모습을 CCTV 화면으로 자세히 봤죠. 시트 밖으로 노출된 건 그의 머리와 목이 유일했는데 셔츠의 목 둘레가 2인치는 작아보였어요. 질이 꽤 좋은 셔츠인데 말이죠. 아무도 그렇게 재질이 좋은 셔츠를 사이즈 구분 없이 사지는 않으니까요."


독화살이 장여사를 9층의 가까운 방에 숨겨 놓은 것을 어떻게 알았는지는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투숙객 대피로 인해 복도 전체가 북새통이 되고 CCTV 카메라가 사람들의 벽에 의해 가려졌던 시간이 장여사를 숨길 수 있는 유일한 순간이었고 그 장소는 수시로 문이 열리고 닫히는 다른 방이 가장 적당했으리라. 하지만 독화살은 그녀를 죽일 수도 있었다. 손태평은 그런 두려움을 갖고 있었을까?


장여사가 손태평을 부둥켜 안고 눈물을 흘릴 때 손태평의 표정이 생각났다. 그는 눈물을 한방울도 흘리지 않았다. 주차장으로 갈 때 엄마와 한시라도 떨어지지 않겠다며 울고 불고 했던 손태평과는 완전히 딴판이었다. 도대체 어느게 그의 진짜 모습인가?


장여사는 입원을 하라는 의사와 차장의 권유에 이 정도면 통원치료로도 충분하다고 고집을 피웠다. 결국 셋은 경호처의 차를 타고 기자들이 깔린 청운동 집 대신, 경호처장이 아직 입주하지 않은 삼성동의 어느 아파트로 향했다. 어느새 짙은 밤이었다.


"저녁을 먹어야 할텐데..." 장여사가 말했다.


"배달을 시키겠습니다." 차장이 말했다.


"난 짜장면! 아니.. 짬뽕! 아니.. 짜장면!" 손태평이 우뢰와 같은 목소리로 외쳤다.


꾸벅꾸벅 졸고 있던 블랙버드는 그 소리에 화들짝 놀라 차 천장에 머리를 부딪혔다.


작가의말

그동안 성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미국 대통령 손태평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2장 연재주기 및 분량 안내 +4 18.04.06 149 0 -
공지 감사 인사 +1 18.03.05 325 0 -
39 39편 트럼프와의 아침식사 3부 +5 18.04.13 260 3 9쪽
38 38편 트럼프와의 아침식사 2부 18.04.12 186 1 9쪽
37 37편 트럼프와의 아침식사 1부 18.04.10 178 2 9쪽
36 36편 알렉스 +2 18.04.10 194 1 11쪽
35 35편 출국 전야 18.04.08 189 2 10쪽
34 34편 해피 월드 18.04.07 187 2 12쪽
33 33편 블랙버드의 브리핑 18.04.06 203 3 9쪽
32 32편 어둠 속 그림자들 18.04.05 213 3 9쪽
31 31편 자칼의 또 다른 날 18.04.05 249 3 12쪽
» 30편 최후의 작전 (1장 마지막편) +2 18.03.06 351 5 19쪽
29 29편 최초의 각성 2부 18.03.05 283 5 14쪽
28 28편 최초의 각성 1부 18.03.04 329 3 9쪽
27 27편 손태평과 여왕의 눈 18.03.03 317 4 12쪽
26 26편 독화살, 손태평을 향해 쏘아지다 3부 18.03.02 289 3 12쪽
25 25편 독화살, 손태평을 향해 쏘아지다 2부 18.02.28 294 3 11쪽
24 24편 독화살, 손태평을 향해 쏘아지다 1부 18.02.27 280 7 9쪽
23 23편 블랙버드 vs 독화살 vs 나체의 사내 3부 18.02.27 286 5 10쪽
22 22편 블랙버드 vs 독화살 vs 나체의 사내 2부 +2 18.02.25 330 6 11쪽
21 21편 블랙버드 vs 독화살 vs 나체의 사내 1부 +2 18.02.24 387 6 10쪽
20 20편 남대문 선언 3부 +6 18.02.23 353 6 13쪽
19 19편 남대문 선언 2부 +2 18.02.22 338 5 10쪽
18 18편 남대문 선언 1부 +2 18.02.20 423 6 11쪽
17 17편 독화살과 강노인 2부 +2 18.02.19 371 5 11쪽
16 16편 독화살과 강노인 1부 +2 18.02.19 397 8 9쪽
15 15편 여왕의 눈 3부 +2 18.02.18 392 6 8쪽
14 14편 여왕의 눈 2부 +3 18.02.17 459 9 12쪽
13 13편 여왕의 눈 1부 +2 18.02.16 441 6 13쪽
12 12편 팔콘스 2부 +3 18.02.16 441 7 13쪽
11 11편 팔콘스(FALCONS)는 손태평을 보호할 수 있을까? (1부) +2 18.02.15 545 7 10쪽
10 10편 손태평의 주변은 어떠한가? +2 18.02.14 550 7 11쪽
9 9편 손태평의 비밀은 무엇인가? +2 18.02.13 653 9 13쪽
8 8편 독화살은 과연 손태평을 죽일 수 있는 자격을 갖추었는가? +1 18.02.13 691 10 13쪽
7 7편 손태평은 훌륭한 교육을 받고 있는가? +4 18.02.12 703 10 12쪽
6 6편 손태평에 대한 첫번째 암살흉계는 어떻게 기획되었는가? +2 18.02.11 784 8 11쪽
5 5편 손태평은 대통령다운 매너를 갖출 수 있을까? +2 18.02.11 955 11 12쪽
4 4편 미국은 과연 손태평을 받아들일 것인가? +4 18.02.11 1,061 9 12쪽
3 3편 손태평이 되고 싶은 세상에서 제일 강한 사람은 누구인가? +6 18.02.11 1,220 13 12쪽
2 2편 손태평은 왜 바보가 되었고 무엇을 원하는가? +5 18.02.10 1,325 15 11쪽
1 1편 손태평이 누구? +4 18.02.10 1,920 19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