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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틱 님의 서재입니다.

오타쿠의 무림정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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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틱
작품등록일 :
2023.10.10 16:19
최근연재일 :
2023.11.09 14:25
연재수 :
1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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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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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1.09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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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9파 1방이 밥 먹여 주더라 - 2

DUMMY

길청이 머뭇거리며 차마 말을 잇지 못하자 객잔 내의 분위기가 또 바뀌었다. 터질 듯 긴장감이 감돌던 것이 이제는 우울함마저 느껴지는 분위기가 되었다.


<형님. 종남파라면 적 공자를 잠입시켜도 되겠습니까? 우리의 뜻대로 움직여줄지 확신이 없어서 일단 저 자의 말을 끊긴 했습니다만···.>


당민도 그 의미를 알고 지그시 눈을 감으며 생각에 잠겼다. 그러다 이내 결정을 내렸는지 전음을 보내왔다.


<나도 확신이 생기진 않는군. 저들의 진짜 목적이 뭔지도 모르고 말일세.>


“사문의 어르신들께선 외부인들에게 굳이 이야기 할 필요 없다고 하셨으나, 뭐 어떻습니까? 어차피 무림에서 좀 굴러본 사람이라면 다들 쉬쉬하고 있을 뿐 아는 사실인 것을. 이대로 가다간 종남파는 9파1방의 자리를 지키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제자들이 발 벗고 나섰습니다. 우리 종남파의 제자들은 사문에 대한 자부심이 있다 이겁니다. 결코 9파1방의 자리를 빼앗길 순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한수가 쉽게 홀리지 않고 물어오자 홍보 전략을 바꾼 모양이다. 대단한 장점을 가진 문파로 홍보하는 것에서 눈물겨운 서사와 그에 굴하지 않는 의리!

쉽게 말하면 감성팔이 되시겠다.


헌데 종남파의 제자들이 이렇게 호객행위를 하는 것은 한수에게 큰 의문으로 다가왔다. 무림맹에 고수를 파견하여 꽤나 비중이 있는 직책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이들의 행동은 또 뭐란 말인가? 단순히 사람들의 이목을 현혹하는 계책의 일환일까? 아니면 정말로 종남파의 처지가 바닥을 향해 곤두박질치는 중일까?


“길 소협이 말하는 바는 알겠으나, 종남파가 그렇게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은 믿기 힘듭니다.”


그러자 길청은 홍보를 포기했는지, 아니면 잠깐 보류를 한 것인지 알 순 없었지만 처연한 표정으로 설명을 시작했다.


“과거에 비해 종남파의 명성은 갈수록 희미해지고 있소. 그 때야 중원의 가운데 자리하고 있어 위명(偉名)을 떨쳤으나 지금은 오히려 그게 종남파의 발전을 저해(沮害)하고 있단 말이오.”


종남파는 섬서성의 중심부 아래에 위치하고 있는 제법 큰 문파였다. 그러다보니 위로는 뭐가 없었지만 동쪽으로는 하남과 호북, 남쪽으로는 호남과 중경이 있고 서쪽으로는 감숙성과 사천이 있었다.


중원에서 진짜 중심이라고 하면 호북성이나 중경일 것이다. 하지만 그 두 지역과 매우 인접해 있기에 종남파도 조금만 억지를 쓰면 중심에 위치한다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꽤 지나면서 이런저런 사건들이 겹치고 겹쳐 이제는 그 지리적인 이점이 역효과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같은 섬서에 자리 잡은 화산파(華山派)에 인지도가 밀리다보니 사람들이 점점 화산파로 몰려가기 시작했던 것이다. 게다가 도가(道家)의 가르침을 전하는 것도 아니기에 종남파의 제자들은 도사(道士)들도 아니었다.


이것은 황당하게도 군문(軍門)에서 군침을 흘리는 괴랄한 결과를 만들고야 말았다. 무림과 군은 될 수 있으면 서로 참견하지 않는 편이다. 높으신 양반들이야 무림인도 이 나라의 백성이니 어쩌니 하면서 발아래 두려고 하지만, 정작 현장에서 뛰는 병사나 관리들은 괜히 건드려봐야 좋을 게 없는 무림인들을 방치하다시피 하는 중이다.


물론 관리들 중에 무공을 익힌 자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허나 그것은 황궁무학(皇宮武學)을 익힌 자들이었다. 즉, 황제가 있는 황궁에서 제법 눈에 띄어야 접근하는 게 가능하단 것이다.


그러다보니 무공을 가르쳐준다며 회유해도 약속이 다르면 귀향하거나 도망가기 일쑤였다. 그래서 각 지방의 관리들이 생각해낸 방법이 이미 무공을 익힌 무림인들을 회유하여 그 무력을 써먹는 것이다.


그런데 중원 무림에서 무공을 가르치고 익히는 대부분의 문파들이 도가 계열이다. 이들을 데려다가 황제에게 충성 어쩌고 하는 것부터 이미 씨알도 안 먹혔다. 그들의 마음은 원시천존(元始天尊)에게 가 있었으니 황제가 눈에 들어오겠는가?


마찬가지로 불문(佛門)에 있는 사람들은 그 마음속에 부처님이 자리하고 있으니 역시 황제는 안중에 없었다.


그러던 와중에 승려(僧侶)도 아니고 도사도 아니며 단순히 무공만을 익히고 있는 거대한 문파를 발견했으니, 그것이 종남파였다. 도사들처럼 도를 닦는 것은 싫고, 무공은 익히고 싶고, 또 사파처럼 인생을 막 사는 것은 달갑지 않고, 잘만 하면 제법 성공도 하고······. 이런 조건을 원하는 사람들에겐 모든 것을 갖춘 완벽한 문파란 이야기다.


허나 이 때문에 종남파에서 무공을 사사받은 제자들은 관군이 되는 것을 꺼려하지 않았다. 그들의 마음속엔 원시천존도 부처님도 없으니 황제가 자리 잡아도 상관없던 것이다. 게다가 무공을 익혔기에 그 대우도 훨씬 좋았고 출세할 기회를 잡기도 수월했다.


사정이 이러다보니 종남파에서 배운 제자들이 사문의 명성을 떨치기보단 군인(軍人)으로써 명성을 떨치게 되었고 이제는 군문에 들어가기 위한 수단으로써 종남파를 찾는 사람이 훨씬 많은 지경이었다.

정말 이렇게 가다간 늙고 병든 원로(元老)들만 문파에 남겨지고 젊은 후기지수는 배출하지 못해 결국 무림에서 그 존재가 사라질지도 모르는 것이다.


그럼에도 종남파가 아직 유지되고 있는 것은 모든 사람들이 관군이 되는 것까진 아니었기 때문이다. 되도록 많은 수의 제자를 받아서 관군으로 갈아타는 인원을 충분히 감당하면 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이제는 한계에 달해있는 상황이다. 섬서에서는 화산에 밀리고 호북의 경계를 넘어가면 가까운 곳에 무당파가 떡 버티고 있었다. 사천성은 당문과 청성파의 위세가 대단하여 감히 넘볼 생각도 못했고 감숙성엔 공동파와 근접해 있었으며, 마지못해 하남으로 눈을 돌리면 그곳엔 소림사(少林寺)가 있지 않겠는가? 이래저래 종남파의 영향력은 그 어느 쪽으로 뻗어나가기 힘든 구조였다.


“그거 참, 안타깝게 됐습니다.”


하소연 하다시피 설명을 마친 길청을 향해 일행은 유감의 뜻을 표했다. 그렇다고 해서 이런 감성팔이에 휘둘려 종남파에 들어갈 생각은 추호도 없었으니, 이 또한 참으로 안타깝게 된 상황이었다.


“실례했소이다. 사문을 생각한다는 마음이 앞서 괜한 짓을 한 모양이오.”


“당황스럽긴 하나, 그 마음 충분히 이해합니다. 제자가 사문의 처지를 생각하지 않으면 누가 생각한단 말입니까? 너무 괘념치 마십시오.”


감정이 격해진 그를 적당히 달랜 당민은 슬쩍 한수에게 눈짓을 하였다. 시간낭비 말고 자리를 뜨자는 신호였다.

그러나 아직 한수는 궁금한 것이 조금 남아있었다.


“허면, 종남파의 자리를 위협하는 문파는 어딥니까?”


“들리는 말로는 두 문파가 있었소. 해남성(海南省)에 위치한 해남파(海南派)와 호남성(湖南省)의 형산파(衡山派)였소. 그 중 해남파는 중원과의 거리가 멀기에 가능성이 크진 않을 것이고, 종남파와 자리가 바뀐다면 형산파가 유력할 것이오.”


중원과 가까우면서 동시에 무림맹이 위치한 호북과도 가깝다. 호남과 호북이니 바로 위아래가 아닌가? 중원에서의 거리를 생각한다면 오히려 청해성 끝에 있는 곤륜파보다 가까운 위치였다. 심지어 그런 문파가 9파1방의 자리까지 위협하고 있다면···, 뭔가 수상쩍은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럼 그들은 어떻게 문파의 영향력을 확장한 것인지 아십니까?”


“그야······. 정확한 것은 모르지만 호남성과 경계를 마주하는 곳은 크게 이름 있는 문파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소. 때문에 제자를 받는 일은 수월했을 것이오.”


“그렇군요. 고맙습니다.”


“정녕 세 분께선 우리와 함께 하실 마음이 없는 것이오?”


그 물음에 한수와 당민은 고개를 돌려 적서천을 쳐다봤다. 아까부터 뭔가에 홀린 듯 열심히 듣고 있었으니 원한다면 이곳에서 헤어져도 되는 것이다. 물론 그로 인해서 두 사람이 해야 할 일은 더욱 늘어나겠지만.


“왜 저를 보십니까?”


“그야···.”


“아아, 그런 게 아닙니다. 다른 문파의 이야기는 처음 듣는지라 재밌어서 집중했던 거지, 다른 뜻은 없습니다. 일전에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전 이미 무공에 대한 욕심을 버렸다니까요.”


그러자 두 사람은 고개를 돌려 길청을 쳐다봤다. 아무말 없이 눈빛으로 유감의 뜻을 전하는 중이었다.


“저희는 갈 길이 있어 이만 일어나야 할 듯합니다. 기회가 된다면 다음에 또 뵙지요.”


당민이 일어나 포권하며 작별을 고하자 일행도 함께 일어섰다. 그럼에도 길청과 주변의 종남파 제자들은 아쉬운 표정을 지우지 못했다.


“예, 저 또한 그럴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조심히 가십시오.”


객잔에서 나와 말을 타고 제법 멀리 이동한 뒤에 한수가 궁금한 점들을 당민에게 물어 확인했다.


“형님께 묻고 싶은 게 있습니다.”


“무엇인가?”


“보통 지역에서 이름 난 문파들이 보호비 명목으로 돈을 받기도 합니까?”


당민은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의 뜻을 표했다.


“그렇다네. 보통은 지역의 유지(有志)나 상인들이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돈을 가져오며 사정하는 형국이지. 시정잡배들이야 관에 고발하면 그만이겠지만 관군의 눈치를 보지 않는 무림인이 난리치면 그들로썬 어찌 할 도리가 없거든. 그 때문에 한 지역에서 영향력을 키우고 위명을 떨친다면 크게 힘 들이지 않고도 생각보다 많은 돈을 벌수가 있는 것이지.”


“그럼 9파1방이라는 명성을 얻었을 때 발생하는 금전적인 이득은 어마어마한 수준이겠군요.”


“그렇다고 봐야겠지. 9파1방뿐만 아니라 무림맹에서 인정해주는 4대 세가도 마찬가지네.”


그 말을 들은 한수는 여태 생각지 못했던 무림맹의 또 다른 기능에 대해 이해했다. 그것은 바로 사람들에게 ‘공신력(公信力)’이 있는 하나의 기관으로써 작용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는 것은 9파1방이나 4대 세가에서 제명되었을 때 그 만큼의 손실 또한 발생한다는 뜻이었다. 해당 문파의 명성에 먹칠을 하여 위상을 떨어뜨리는 일이 되니까.


“그럼 정파들 사이에 알력(軋轢)이 생기는 것도 그런 이유로 생기는 것이 많겠군요.”


“물론이지. 문파들은 자신들의 영향력을 더욱 넓히려 안달이네. 단순히 문도들의 수가 많거나 명성이 대단한 걸 떠나서, 얼마나 넓은 영역에 자신들의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지에 따라 막대한 돈이 생겨나는 거니까. 심하면 칼부림까지 나기도 하니 그 정도면 말 다 한 것 아니겠나?”


그 말에 한수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고작 그런 이유로 명문 정파들끼리 서로 칼부림했단 이야기는 무협지에서 본 적이 없었으니까.


“칼부림을 말입니까? 보는 눈이 많을 텐데 어째서······.”


“대형 문파들이 대놓고 싸우진 않는다네. 그 영향력 아래 있는 중소 방파들이 있으니까.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기엔 여러모로 귀찮은 지역들은 그곳에 위치한 중소 방파들에게 맡기는 거지. 그러면 그들은 대형 문파에게 적당히 감사의 뜻을 전하고 남는 수익금을 그들이 가져가는 거라네.”


‘응? 이거 조폭들이 하는 거 아닌가? 지역 총괄을 맡기고 상납금 받아 내는 거랑 다를 게 없잖아?’


이제야 무협에 존재하는 문파들이 하는 ‘사업’이라는 것이 뭔지 정확히 이해하게 된 한수였다.


“그럼 문파에서 직접적인 사업체를 운영하는 것은 없습니까?”


“물론 있지. 하지만 그런 일들은 무슨 일이 있어도 관군에게 걸려선 안 되는 종류의 일이네.”


“예를 든다면 밀수(密輸)를 한다거나?”


“그것도 할 수 있겠군. 하지만 중원에선 밀수에 이용할 교역로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아서 대부분은 손대지 않는다네.”


한수는 마지막 하나의 가능성을 따져보기 위해 직접적으로 물었다.


“그렇다면 호남에 있는 문파가 해상 밀무역을 하는 것도 힘들겠습니까?”


“그거라면 가능할지도 모르······, 자네 설마?”


“어떻게 하면 가능하겠습니까?”


“그···글쎄. 해상이라면 항구가 있어야하지 않겠나? 호남에서 어려움 없이 영향력을 행사하려면 광동성(廣東省)이 무난하겠군. 조금 무리한다면 복건성(福建省)이나 절강성(浙江省)까지 진출하는 것도 고려해봄직 하고 말일세. 하지만 밀무역을 성공적으로 해내기 위해선 또 무엇이 필요한지, 거기까진 나도 모르겠네.”


그러자 한수가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사전에 밀무역을 약속한 거래 상대가 필요하겠죠. 배도 필요할 것이고 어쩌면 그 지역을 감독하는 관리나 관군을 매수할 필요도 있겠군요.”


“종남파의 고수들은 관을 달가워하지 않았었지.”


“공교롭게 형산파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은밀한 사업에 관군이 얽힐 가능성이 있고 말이죠.”


“종남파를 밀어내고 그 자리를 차지하면, 매수한 관리에게 더욱 많은 액수의 뇌물을 약속할 수도 있겠군.”


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그 눈은 다시 적서천을 향했다.

적서천이 그런 두 사람을 멀뚱멀뚱 쳐다보자 당민은 잠시 머뭇거리는 듯하더니, 짐짓 가벼운 일인 것처럼 물었다.


“허허, 적공자는 바다를 좋아하시오?”




오탈자나 오류 말씀해주시면 최대한 빠르게 확인하겠습니다.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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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별호(別號) - 3 23.11.06 17 0 14쪽
11 별호(別號) - 2 23.11.05 16 0 15쪽
10 별호(別號) - 1 23.11.04 20 0 12쪽
9 서녕의 협객(俠客) - 4 23.11.03 24 0 14쪽
8 서녕의 협객(俠客) - 3 23.11.02 27 0 12쪽
7 서녕의 협객(俠客) - 2 23.10.31 28 0 12쪽
6 서녕의 협객(俠客) - 1 23.10.30 38 0 13쪽
5 같이 일 하나 합시다 - 2 23.10.29 40 0 13쪽
4 같이 일 하나 합시다 - 1 23.10.28 44 0 12쪽
3 개도(開導) - 2 23.10.26 51 0 16쪽
2 개도(開導) - 1 23.10.25 75 2 15쪽
1 서장 23.10.25 73 0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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