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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노트 님의 서재입니다.

더 로비스트(The Lobbyist)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전쟁·밀리터리

딘 캐슬(DEAN CASTLE)
작품등록일 :
2018.09.18 09:44
최근연재일 :
2018.12.04 12:13
연재수 :
72 회
조회수 :
402,824
추천수 :
8,147
글자수 :
371,045

작성
18.09.18 16:00
조회
9,629
추천
158
글자
11쪽

제 1화, 3년후 강현우(1)

더 로비스트는 허구의 이야기입니다. 본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 단체, 지명, 국명, 사건등은 현실과 일절 관계없습니다. 비슷해 보여도 이는 독자분들의 착각입니다. ^^;;;;




DUMMY


붕! 부우우웅!


트럭의 거친 엔진 소리 뒤로 희뿌연 연기가 피어오른다. 요동을 치는 트럭의 옆면에 박힌 UN이라는 글자와 운전자석 창문에 달린 자그마한 깃발 하나. 팔괘와 태극을 형상화한, 누가 보더라도 쉬이 잊히지 않는 그것은 바로 한국 국기다. 이곳은 레바논 남부 티르에 위치한 평화유지군인 청천부대의 공병대였다.

그들은 최근 내린 빗물로 인해 유실된 외곽지역 도로를 복구하기 위해 나선 것이다.


흔들리는 트럭 한 귀퉁이에 앉아 연신 바깥을 보는 한 병사. 다른 사람보다 가늘고 긴 눈썹에, 각진 듯하면서도 턱 선이 살아 있으며 이목구비가 뚜렷한 것이 흔히 말하는 미남형 얼굴을 가졌다. 거기다 키도 179에 달해 모델로도 손색이 없을 듯하다. 드라마나 영화를 촬영하는 게 아닐까 하는 착각마저 들던 그때, 그의 상념을 깨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강상병!”

“······.”

“강상병!”

“······상병 강현우!”


황급히 돌려지는 고개 너머로 주근깨 가득한 두 달 고참 오상병이 보인다. 불만 가득해 보이는 그는 일명 깃발맨이라 불린다. 후임병 중에 하나를 골라 하루 종일 쏘아붙이는 탓에 그런 별명이 붙은 것이다. 일각에선 그를 갈구는 맛에 산다고 할 정도니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갈 것이다. 부대 내 기피 일 순위인 그는 오늘 강현우를 깃발로 찍었는지 잔뜩 부풀린 볼을 씰룩댄다.


“이제 상병 3호봉 됐다고 대답도 잘 안 하냐?”

“아닙니다.”


단호한 어조로 토해지는 그의 외침에 오상병의 미간이 좁혀 든다.

오상병은 그렇게 말없이 한참을 쏘아보더니 고개를 홱 돌려 버린다.


“됐다! 그만두자! 너랑 말 섞으면 하루 일진이 안 좋아!”


물러서는 그를 보며 주변 사람들이 두 눈을 휘둥그레 뜬다.

한바탕 쏟아지겠거니 했는데 그만두는 것이 놀라웠던 것이다.

옆에서 입을 벌리고 있던 이일병이 슬며시 고개를 기대어 온다.


“강상병님! 뇌물이라도 주십니까? 어떻게 매번 오상병님이 물러섭니까?”

그리고 보니 최근 들어 유독 강현우에게만 잔소리를 하지 않는다. 한다 해도 지금처럼 뜨끈 미지근하게 하다 만다. 더 이상한 건 주위의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왕따를 의심하는 이도 있겠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다들 강현우에게는 너무 조심하기에 왕따를 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발단은 강현우의 변화에서 시작되었다. 나약하긴 해도 만사에 열심히 했던 그가 한 달 전부터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던 것이다. 침묵에 가까울 정도로 말수도 적어지고 예전엔 자잘하게 실수도 많이 했던 그가 지금은 뭐든 완벽하게 해낸다.


그 전의 모습이 가짜인가 의심이 들 정도로 말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소대장은 강현우를 관심사병으로 두고 부대원들에게 조심히 대하도록 했다. 파병 나온 마당에 탈영이라도 하면 큰일이기 때문이었다. 이런 내막을 모르는 강현우는 다시 시선을 차창 밖으로 던진다.


‘하~아! 콜로라도의 로키 산맥이 보고 싶군. 광활하게 펼쳐진 대초원도, 물살이 거센 강물도, 사막도 말이야.’


뜬금없이 강현우가 미국 오클라호마 콜라라도를 들먹인 건 그가 바로 바드에게 죽임을 당했던 킹 레드였기 때문이다. 정확히 말하면 한 달 전, 족구 시합 중 혼절했다가 깨어났을 때부터이다. 그는 한동안 극심한 두통과 불면증에 시달려야 했는데 그때마다 낯선 영상들이 머리를 가득 메웠다.


그렇게 일주일의 시간을 보내고서야 두통이 잦아들기 시작했다. 고통에서 벗어난 그는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해 알아보았다. 대부분 부대원을 통해 정보를 얻을 수 있었는데 정리해 보면 대충 이렇다.


현시점은 2010년 4월, 레드로서 죽은 지 삼년이란 시간이 흐른 뒤라는 것. 왜 그리 시간이 오래 걸렸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저 강현우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 시간이 걸린 거라고 막연하게 추측할 뿐이다.


두 번째는 몸 주인에 대한 과거가 생각나질 않는다는 것이다. 가족, 부대원같이 주위 사람들에 대한 것은 기억이 나는데 유독 강현우 본인에 대한 것만은 떠오르질 않는다.


첫사랑이 누군지, 싫어했던 것이 뭔지 도통 알 수가 없다.


아마도 머리가 아팠을 때 보였던 영상들이 통증이 사라지면서 다시 떠오르지 않는 걸 보면 그것과 관련된 것 같다. 처음엔 이 때문에 애를 먹긴 했지만 부대 생활이라는 게 타인과 타인이 만나서 생활하는 것이라 딱히 문제 될 것은 없었다.


세 번째는 가족이라는 것이 생겼다는 것이다. 레드는 어릴 적에 부모님이 사고로 돌아가셨기에 콜로라도에 있는 할머니 품에서 자라났다. 그나마 가족이라 할 수 있는 그분도 그가 열 살이 되던 해부터 열일곱 살까지 하반신 불구에, 치매로 자리보전하는 바람에 그는 가족의 정 같은 것을 제대로 느껴 보지 못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함과 동시에 해군 학교로 진학한 것도 이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강현우의 가족은 부모님을 비롯해 형제 세 명까지 총 다섯 명이나 되다 보니 당혹스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외롭지 않아서 좋았다. 물론 번잡스러움도 있긴 하겠지만 나름대로 재미도 있고 사람의 정도 느낄 수 있어 좋을 것 같았다.


위의 세 가지를 빼면 나머지는 쓸데없는 풍문에 지나지 않는다. 군대에 있다 보니 얻을 수 있는 정보에는 한계가 있었고 대부분 추측에 기인된 것이 많아서 그런 것이다. 그런데 막상 정보를 수집하고 나니 한 가지 문제에 봉착하고 말았다.


자신이 강현우인지, 아니면 레드인지 구분이 되지 않았던 것이다.

장자의 호접지몽처럼 강현우의 인생에 레드가 끼어든 것인지, 아니면 강현우가 레드 인생을 체험한 것인지 판단이 서질 않았다. 그는 이 문제로 한동안 고민도 해 봤지만 딱히 뭐라고 단정 지을 순 없었다.


“하~아!”


답답한 나머지 긴 한숨이 흘러나왔다. 현재의 강현우 인생을 살아야 하는지 아니면 과거 속 레드의 삶을 이어 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딜레마 때문이었다. 재차 한숨을 내쉬던 그는 슬쩍 주위를 둘러보았다.


“평화롭군!”


분쟁 지역에 파견된 입장에서 할 말은 못 되지만 시선 너머로 보이는 풍경에서 레드의 삶에서는 못 느꼈던 편안함과 안도감이 느껴진다. 날카로운 칼날 위에 선 듯한 위태로운 그때와는 천지 차이다. 묘한 이질감에 때때로 그는 이래도 되나 싶어 불안한 마음으로 주위를 둘러보곤 했다.


“앞으로 어떻게 한다?”


하루에 수백 번은 되뇌어 이젠 입에 딱 붙을 것만 같다.

재차 한숨이 나오려는 찰나, 오상병이 툭 말을 건네 온다.


“강상병! 그래 가지고 세상 무너지겠어?”


이죽대는 그의 모습에 절로 콧등이 찡그려진다.

마음 같아선 뒤통수 한 대 시원하게 후려치고 싶다.


‘깐죽거리는 건 세계 최고군! 미군을 포함해서 말이야.’


그거 하나만은 인정한다며 그는 고개를 끄덕인다.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트럭의 주행이 멈췄다.


탕탕!

“다 왔다! 모두 내려!”


트럭 측면을 두들기는 부소대장 최하사의 목소리에 병사들은 하나둘 밖으로 나섰다.

딱히 한 것도 없는데 벌써부터 턱 밑에 땀방울이 고인다. 특히 등골을 타고 흐르는 땀은 오싹함과 찜찜함을 동시에 선사한다. 지중해의 고온다습한 기후 때문이겠지만 그리 좋은 경험은 아니다. 최하사도 그런 듯 상의 뒷덜미를 잡고 들썩여 댄다.


“야! 취사병들이 복귀하면 특식으로 팥빙수 해 준다니까 빨리 끝내고 가자! 내 말 알았지?”

“알겠습니다.”


눈앞에 팥빙수가 새겨졌는지 다들 흥분해 목소리를 높인다.

하긴 초코파이 하나로 종교까지 바꾸게 만드는 곳이 군대인데 어련할까?

피식 웃던 최하사는 몸을 돌리다 이내 멈춰 선다.


“참! 오늘은 특전사 지원이 없다고 했지? 경계는 누가 보기로 했어?”

“오상병과 도일병이 하기로 했습니다.”


두 사람은 손을 들어 근무자가 누군지 알려 준다. 딱 봐도 잔소리꾼을 없애기 위한 조합임을 알 수 있었지만 최하사는 내색하지 않았다. 그 역시도 싸움닭마냥 툭 하면 쪼아 대는 오 상병이 맘에 안 들었기 때문이다.


“주변 차량과 사람들 잘 통제하고 의심 가는 사항이 있으면 언제든 무전으로 알릴 수 있도록! 내 말 알겠나?”

“알겠습니다.”


하나둘 자신의 일을 찾아 움직였고 강현우 역시 미니 포크 레인 차량에 탑승했다.

그는 처음에 공사 차량을 운전하라고 해서 당황도 했지만 몸이 기억하고 있어서인지 별 무리 없이 움직였다. 며칠 해 보니 재미도 쏠쏠한 것이 땡볕에서 총 들고 서 있는 것보다는 나을 듯싶다.


“빗물로 울퉁불퉁해진 도로를 파헤친 다음 평탄화 작업을 할 거다. 자갈을 실은 차량이 1시간 후에 온다니까 일단 바닥부터 쫙 훑어서 정리 좀 해 봐!”

“알겠습니다.”

띠이~! 띠이!


경고 벨소리와 함께 유턴 등이 켜졌다. 최하사가 서 있는 곳이 작업 방향이라 그런 것이다. 강현우가 막 차량을 움직이려는데 뒤편에서 차량 두 대가 다가왔다. 그러자 경계 근무를 서던 병사들은 눈살을 찌푸렸다. 이곳은 인근 도로나 고속도로와는 멀리 떨어져 있는 탓에 차량 이동이 극히 드문데다가 왜건 스타일의 차량은 레바논에서도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이었다.


“경비대와 HQ에선 별 연락 없었냐?”

“딱히 없었습니다. 오상병님!”

“혹시 모르니 차 넘버 수소문해 봐!”

“알겠습니다.”


통신을 하는 후임병을 대신해 오 상병이 다가오는 차량을 향해 손짓을 했다.

군복에 총기로 무장한 그에게 위압감을 느꼈는지 상대도 서서히 멈춰 섰다.


“오상병님! HQ에서 연락 왔는데 말입니다. 정부 소속 차량으로 베이루트에서 나쿼라로 간다고 합니다.”

“나쿼라? 거기는 여기서 동쪽이잖아? 왜 여기로 온 거지?”


고속도로를 타면 한 번에 나쿼라로 간다. 특히나 정부 차량이면 더더욱 이곳까지 올 가능성이 없다. 여러모로 납득이 되지 않았지만 운전 미숙 등의 문제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일단 돌려보내기로 맘을 먹었다.


톡톡!


오상병이 운전석 창을 두들기자 창문이 천천히 내려간다.


“디스 웨이······. 뭐, 뭐야?”


놀란 듯 뒤로 물러서는 그의 앞에 총부리가 튀어나오더니 불을 뿜는다.


타아앙!

“커어억!”


빙그르르 돌아가는 상체를 따라 오상병이 바닥에 엎어진다.

놀란 후임병이 총을 들지만 곧이어 들려온 총소리에 옆으로 피하고 만다.


탕! 타탕!

“트, 트럭 뒤로 모두 피······ 피햇!”


최하사의 다급한 일갈에 병사들은 하던 일을 죄다 내팽개치고 트럭을 향했다.

이걸 노렸는지 총을 쏜 차량이 거친 엔진 소리를 내며 차머리를 틀었다.

하지만 한 발 앞서 강현우의 미니 포크 레인 차량이 빠른 속도로 쇄도해 들어갔다.


콰쾅!


앞선 차량의 라이트를 그대로 받은 탓에 차량이 사선으로 틀어져 버렸다.

강현우는 그 상태 그대로 미니 포크 레인으로 밀고 나간 뒤 차량과 함께 후방에 위치한 나무를 들이받았다.


쾅! 콰콰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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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제 2화, 3년후 강현우(2) +3 18.09.19 8,592 145 10쪽
» 제 1화, 3년후 강현우(1) +5 18.09.18 9,630 158 11쪽
1 [프롤로그] +7 18.09.18 10,646 136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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