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포크락 님의 서재입니다.

스트롱홀드 디펜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게임

완결

포크락
작품등록일 :
2017.05.26 17:04
최근연재일 :
2017.05.28 20:31
연재수 :
21 회
조회수 :
4,906
추천수 :
25
글자수 :
73,370

작성
17.05.28 19:57
조회
142
추천
1
글자
8쪽

19. 홉고블린

DUMMY

지붕이 햇빛을 가리는 요새의 내부에서는

빛나는 구슬이 램프 역할을 대신하고 있었다.

여느 때와 같이 정보 창은 ‘고블린’이라는 것 외에는

아무 것도 가르쳐주지 않았다.

만약 최소한 고블린 위자드가 있다는 정보만 주어졌어도,

묘인족 아가씨는 죽지 않았을 것이었다.

그리고 오늘도 필요한 정보는 주어지지 않았다.

그것은 곧 누군가 또 죽을 수 있음을 의미했다.

실프의 복귀를 기다리는 동안, 그 누구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기다렸다.

다만 자신이 기다리는 것이 죽음이 아니길 바랄 뿐이었다.


마침내 김준영의 시선이 쇠창살이 달린 창문을 향했다.


“그래.”


김준영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상황을 짧게 설명했다.


“고블린은 총 스물. 그 중에 말 탄 놈은 열. 그리고 큰 놈이 하나 더.”


큰 놈이라니. 파티원들은 서로 말없이 불안한 눈길만 주고받았다.


“내가 이런 말 할 자격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죽지 마라.”


김준영은 이 말을 남기고 침묵했다.

창밖으로 보이는 지평선에서 고블린 무리가 등장했다.

이백 미터까지 접근한 고블린의 무리에는,

정말 말 그대로 큰 놈이 하나 섞여 있었다.

투석을 위한 돌덩이를 점검하던 치프 고블린이 갑자기 당황한 듯,

안절부절을 못하더니, 허둥지둥 지붕 위로 올라갔다.


“뭔데 그래?”


드워프 일꾼의 리더가 된 제이나가, 창문 밖을 살펴본 후 설명했다.


“홉고블린이네.”

“뭔데, 그게?”

“세계의 고블린 중에 단 한 마리, 고블린을 지배하기 위해 태어나는 고블린의 제왕이지. 한 마리의 홉고블린이 죽으면 어디에선가 다른 홉고블린이 태어난다. 그렇게 홉고블린은 고블린을 지배하며 대를 이어가지.”

“그러니까, 결국 고블린 중에서는 가장 쎄다는 거잖아?”

“그렇다고 봐야지.”

"그래봐야 고블린 아니야?"

"듣기로는 혼자 트롤도 때려잡는다더군. 보통의 고블린은 그를 보기만 해도 오줌을 질질 흘린다는데."


제이나가 옥상으로 올라간 고블린 치프쪽을 눈으로 가리켰다.

검성과 제이나의 대화를 듣던 최인호가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는 성큼성큼 다가가 성기사의 멱살을 잡았다.


“너! 정신 똑바로 차려. 알아들어?”


성기사는 초점 없는 눈으로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영혼 없는 성기사의 몸뚱이를 내려놓은 최인호는

이번엔 손가락으로 김준영을 가리켰다.


“너도다.”

“내 일 내가 알아서 한다.”


김준영이 지지 않고 최인호를 노려봤다.

최인호는 다시 자리로 돌아가 앉았다.

'뒈지든 말든 알아서 해라'

그 말이 모두의 가슴을 찔렀다.

옥상으로 이어지는 계단에서 리체의 목소리가 들렸다.


“슬슬 준비해! 사정권에 근접한다!”


리체와 세오가 처음 화살을 날리기 시작했다.

저쪽에서도 고블린들이 돌덩이를 날렸다.

옥상 위에 있던 인원들은 서둘러 요새 안으로 피신했다.

이주일 만에 생존한 파티원이 한 자리에 모이는 순간이었다.

그들은 조용히 쇠창살 밖으로 보이는 고블린들을 분석해나갔다.


“마법사는 없어! 기마병 빼면 다 일반 보병이야!”


돌에 맞은 쇠창살은 요새 안으로 요란한 소리를 울리게 했으므로,

리첼은 고함을 지르다시피 설명해야 했다.


“그럼 마법 먼저 던지고 시작해도 될 거 같은데? 메로나, 마법 뭐 배웠어?”

“근접 마법이야!”


메로나는 쇠창살에 손을 대고 파이어볼을 준비했다.


“야, 그럼 안에서 터지는 거 아냐?”

“아냐. 이미 다 실험해 봤어.”


메로나의 파이어볼은 쇠창살을 통과한 바로 앞에서 생성되어 앞으로 튀어나갔다.

파이어볼은 고블린들의 비명을 생성해냈다.

그러나, 홉고블린이라 불리는 잿빛의 거대한 고블린은 불덩이를 맞고도

쓰러지거나 고통스러워하지도 않았다.


“저것도 미친놈이네.”


홉고블린이 어린아이 크기의 몽둥이를 머리 위로 들었다가 앞으로 휘둘렀다.

그러자 라이노를 탄 고블린들과,

보병 고블린들이 질주하기 시작했다.

상당수의 고블린들이 화살과 돌에 맞고 쓰러졌고,

일부는 함점에 빠져 허우적거리거나 철침에 찔려 죽어갔다.

결국 끝까지 도착한 라이노는 4마리, 뒤에 달려오는 보병은 5마리였다.

라이노 라이더 중, 두 마리는 석벽을 지나치며 창살에 철퇴를 내질렀다.

그러나 요란한 건 소리뿐이었다.

두 마리는 석벽에 머리를 직접 박았으나, 허사였다.

라이노 한 마리는 그대로 머리가 깨져 즉사했다.


“하하! 두께만 40센티가 넘는데, 이걸 깨겠다고?”


제이나가 비웃었다.

남은 한 마리도 비틀대다가, 리첼이 쏜 화살에 주인을 잃고 도망쳤다.

두 마리의 고블린 라이더가 다시 돌진해 왔다.

메로나는 철창을 통해

‘라이트닝 쇼크’를 시전했다.

요새를 치고 가기 직전 몸이 굳은 라이노는 앞으로 고꾸라졌고,

라이더 고블린은 반동을 버티지 못하고 하늘 높이 몸이 솟았다가,

그대로 땅에 쳐박혔다.

세오는 일어나려 애를 쓰는 고블린의 등에 화살을 꽂았다.

나머지 한 마리도 리체의 화살에 허무하게 주인을 잃고 도망쳤다.


뒤늦게 도착한 몇 마리의 고블린은

라이노 라이더들이 전멸하는 걸 목격하고는,

그 자리에 멈춰서서 더 이상 움직이지 못했다.


돌진해봐야 기다리는 것은 죽음뿐이라는 것을 깨달은 고블린들은

슬금슬금 뒷걸음질을 쳤다.

그러다 무언가가 부딪쳤다.

뒤를 돌아본 고블린의 얼굴에는 절망의 빛이 스쳤다.

홉고블린은 그대로 고블린의 머리를 쥐고

팔을 빙빙 돌렸다.

공중에서 원형 궤도를 그리며 돌던 고블린은

홉고블린의 기합과 함께 직선으로 날았다.


퍽!


철장에 고블린이 처박히자,

요새 안의 사람들의 얼굴에는 따듯하고 무서운 것이 흘렀다.

고블린이 죽으며 튀긴 피였다.


“밖으로 나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다들 계단을 타고 옥상으로 올라갔다.

가까이에서 본 홉고블린의 위용은 엄청났다.

잿빛 피부가 꿈틀거리는 근육으로 터질 듯했다.

185센티가 넘는 성기사보다 머리 하나는 더 커 보였다.


“저걸 고블린이라고 할 수 있는 거야?”

“접근전은 하지마! 아까 고블린 던지는 힘 봤지?”


김준영이 먼저 나섰다.

실프를 시켜 홉고블린의 목을 긋게 했다.

홉고블린의 목에 빨간 선이 그어지며 피가 조금 튀었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홉고블린은 혈관은 다치지 않은 듯,

손바닥으로 목의 피를 한 번 스윽 닦고는

손바닥을 바라본 후, 그걸 옆에 있는 고블린의 옷에 닦았다.

고블린 병사는 홉고블린의 손이 스치고 지나갈 때

얼음처럼 굳어 있었다.


“피부가 두껍다!”

“젠장! 그럼 칼도 안 박히는 거 아냐?”

"라이노보다 두껍다고 생각해야 돼!"


홉고블린은 요새 위의 파티원들을 노려보며,

얼음처럼 굳은 고블린의 어깨를 툭 치곤

짧게 무어라고 말했다.

그러자 고블린 네 마리는 일제히 앞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꼭 무슨 목적의식이 있어 달린다기 보다는

서서 죽는 것과 달리며 죽는 것 중에

달리며 죽는 길을 택한 듯 보였다.

그러나 한 마리의 고블린의 필사적인 뜀걸음은 허공을 딛고 있었다.

홉고블린이 머리를 집고 들어 올렸기 때문이었다.

고블린은 여지없이 공간을 가르며 날아 왔다.


“으악!”


모두가 피하려 몸을 틀었지만,

성기사의 플레이트를 박살내며 요새 뒤로 추락시켰다.


“성기사!”


세오가 재빨리 뛰어내려 성기사에게 포션을 먹였다.

성기사는 입에서 피를 한 번 뿜고는 정신을 잃었다.


“안돼!”


그 사이에 리체는 새로 배운 속사로,

달려오는 고블린을 모두 저격해 쓰러뜨렸다.

홉고블린은 입꼬리를 올렸다.


“웃은 거지?”

“뭐가 웃기냐, 개새끼야!”


검성의 욕설을 알아듣기라도 한 듯 홉 고블린은 앞으로 뛰쳐 나왔다.

한 걸음에 최소 2미터는 뛰어 넘는 무시무시한 탄력이었다.


“도망쳐!”


누군가 외쳤지만 무의미했다.

홉고블린은 벽을 한 번 차고 곧바로 도약해선,

거대한 몽둥이를 쓸듯이 휘둘렀다.

압도적인 힘과 속도 앞에 모두 속수무책이었다.

피한 사람은 없었다.

뛰어 내리려 잠깐이나마 공중에 떴기 때문에

심각한 부상을 피할 수 있었을 뿐이었다.

옥상의 구석에 있던 고블린 치프와 드워프를 제외한 모두가

몽둥이질 한 방에 사방팔방으로 나가떨어졌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스트롱홀드 디펜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칠만 자를 쓴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군요. +1 17.05.28 237 0 -
21 21. 새로운 시작 17.05.28 189 1 1쪽
20 20. 홉고블린(2) 17.05.28 187 1 8쪽
» 19. 홉고블린 17.05.28 143 1 8쪽
18 18. 패배감 17.05.28 165 1 7쪽
17 17. 소실 17.05.28 142 1 9쪽
16 16. 기병대 17.05.28 179 1 8쪽
15 15. 논쟁 17.05.28 153 1 7쪽
14 14. 숙소 17.05.28 183 1 8쪽
13 13. 연전연승 17.05.28 201 1 9쪽
12 12. 자신감 17.05.27 194 1 7쪽
11 11. 산새 17.05.27 169 1 8쪽
10 10. 진보 17.05.27 197 1 7쪽
9 9. 두 번째 웨이브 17.05.27 179 1 7쪽
8 8. 전후회의 17.05.27 228 1 9쪽
7 7. 직업 선택 +1 17.05.27 285 1 9쪽
6 6. 웨이브 클리어 17.05.27 249 1 8쪽
5 5. 대치 17.05.26 261 1 8쪽
4 4. 조우 +1 17.05.26 310 2 9쪽
3 3. 첫번째 요새 +1 17.05.26 375 2 10쪽
2 2. 통나무 하나로 17.05.26 348 1 9쪽
1 1. 낯선 곳에서 17.05.26 560 3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