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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크락 님의 서재입니다.

스트롱홀드 디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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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포크락
작품등록일 :
2017.05.26 17:04
최근연재일 :
2017.05.28 20:31
연재수 :
21 회
조회수 :
4,905
추천수 :
25
글자수 :
73,370

작성
17.05.27 21:11
조회
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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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8쪽

11. 산새

DUMMY

고블린은 의외로 지나치게 순종적이었다.

화살의 회수부터 무기의 손질, 심지어는 고블린 상점으로 심부름도 갔다.

포로가 된 고블린은 무기를 내던지고 투항했던 둘과

최인호에게 얼굴이 베인 한 마리였다.

전투가 끝나자 이쁜이는 고블린의 얼굴에 힐을 써주었지만,

이마부터 입술까지 내려오는 긴 상처를 지워주지는 못했다.


“어떡해, 상처 남나봐. 칼 맞으면 진짜 망하겠네.”

“힐링포션은 부러진 뼈도 붙이는데, 왜 같은 위력인 힐은 상처가 남을까요.”


고블린 상점의 주인은 상당히 무뚝뚝한 녀석이었는데,

포로 고블린들과는 의외로 웃기도 하면서 잡담을 나누는 모습을 보였다.

세오는 그걸 지켜보며 왜인지 포로 고블린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생겼다.

역시 얘네들도 지적인 생명체인 걸까,

그러면 역시 우리는 살인을 하는 중인가.

그런 고민이 자꾸 스멀스멀 기어 올라왔다.

하지만 그렇다고 고블린을 부려먹지 않겠다고 결심한 것도 아니었다.

전투 직후 이뤄진 회의에서 고블린들에게는

새로 생겨난 ‘깊은 숲’에서의 벌목 임무를 맡기자고 합의가 됐다.

고블린들은 도끼와 톱을 들고 가,

목재를 구해왔다.

나무를 도끼로만 쓰러뜨려 쪼개고

널빤지로 가져오는 작업을 반복했다.

가끔 메로나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힘들지 않냐고 물어 와도,

고블린들은 웃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 들곤 했다.

덕분에 요새에 지나치게 크고 많은 구멍을 널빤지로 보완할 수 있었다.


고블린 상점 옆에는 새로 드워프 건설 사무소가 들어왔다.

이곳에서는 광장에 필요한 건물을 개설할 수 있는 스크롤을 팔거나,

성채구축을 위한 드워프 일꾼을 고용할 수 있었다.

각 건물을 소환하기 위한 스크롤은 무려 천 골드였다.

게다가 드워프 일꾼도 한 명에 500골드였으므로,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다음 웨이브인 일주일 후까지 쓸 식비 600골드 정도를 남기고,

2400골드로는 할 수 있는 일이 너무 한정되어 있었다.


드워프 건설소에서 당장 파티원들의 눈길을 끄는 스크롤은

대장간, 물약상점과 직업 훈련소, 용병 사무소였다.

사실은, 모두가 주점과, 식당, 숙소를 탐냈으나,

아무도 그것을 소환하자는 말을 꺼내지는 않았다.


게다가 목록에는 유흥업소라는 항목이 있어,

모두의 마음을 간지럽혔다.

그저 남자들만 조용히 얼굴을 붉히며 음흉만 미소를 지어댔다.

그를 눈치 챈 여성들은 혐오스러운 걸 봤다는 표정을 지었다.


“어후, 어떻게 이런 상황에서 저런!”

“경멸스럽네.”

“정 떨어진다. 진짜.”

“아니 저희가 무슨 말이라도 한 마디 했나요? 억울합니다.”

“‘저희’라고 하지 말아 주세요. 저는 당최 무슨 말들을 하시는지 이해를 못하겠군요.”

“앗!”


세오의 발뺌에 검성은 어미에게 버려진 강아지같은 표정을 지었다.

세오는 씨익 웃어주고,

지금 당장은 무기를 구매할 대장간이나 용병 사무소가 좋겠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는 직업훈련소를 만드는 것이 낫겠다고 말했다.

무기는 계속 바꿔야 하고, 용병은 죽으면 끝이지만,

스킬은 한 번 배우면 계속 쓸 수 있기 때문이었다.

김준영과 성기사, 메로나도 그에 동의해서 직업훈련소를 짓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고블린 훈련소는 직업별로 하나씩의 스킬을 판매했지만,

직업훈련소에는 직업별 열 개 이상의 스킬들이 있었다.

다만, 두번째 스킬부터는 가격이 기하급수적으로 뛰어서

스킬 하나에 300골드가 넘어갔다.

게다가 다음 스킬은 레벨 5가 넘어야 배울 수 있었다.

결국 스킬을 아직 하나도 배우지 못한 사람들만 스킬을 배우기로 했다.


세오는 ‘가벼운 발걸음’을 배웠다.

발자국 소리가 나지 않고, 밟아서 작동하는 함정이 발동하지 않으며,

전투 당 십 분씩 신체의 모든 움직임을 가속할 수 있었다.


검성은 ‘돌격’을 배웠다.

전투 당 두 번 엄청난 속도로 앞으로 달려가며 검을 휘두를 수 있었다.


최인호는 스톤스킨을 배웠는데, 말 그대로 피부가 단단해졌다.

실제로 칼로 살짝 찌르는 정도는 아프지도 않다고 할 정도였다.


성기사의 ‘신속’은 주변에 있는 아군 전체의 속도를 높이는 것으로,

스킬을 배우자마자 모든 사람들의 걸음이 갑자기 빨라져

모두를 당황하게 했다.


리체는 ‘집중’과 ‘속사’를 두고 한참을 고민하다가 결국 집중을 선택했다.

화살을 많이 쏴봐야 맞지 않으면 그만이라, 화살의 적중률을 올리는 방법을 택했다.

리체의 말로는, 움직이지만 않으면 오십 미터 밖의 깡통도 맞출 정도로

화살의 궤적이 뚜렷하게 예측된다는 것이었다.


처음 검성이 돌격을 썼을 때, 사람들은 모두 어안이 벙벙한 표정이었다.

거의 3미터를 눈 깜짝할 사이에 돌진하며 칼을 횡으로 휘둘렀다.

이걸 연속으로 두 번이나 사용한 검성은 말했다.


“와, 내가 내가 아니게 되어버렸는데.”

“저도 같은 기분입니다.”


숏소드로 자기의 팔을 쿡쿡 찔러보며 최인호가 말했다.


“저는 원래 딜러 타입인데, 왜 이런 이상한 걸. 지금이라도 전직 무르면 안되나요.”


파티원들이 스킬에 심취해 훈련을 거듭하는 동안,

남은 돈으로 고용한 드워프 일꾼은 고블린들과 함께

요새 주변에 함정을 설치했다.

적들이 달려오는 길목에 작은 구덩이를 여러 개 파고, 그 곳에 나무 말뚝을 설치했다.

그리고 그 일대를 숲에서 구해온 나뭇가지로 덮어버렸다.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전투가 시작되어봐야 알았다.


일주일이 거의 지나고 마지막 날이 되었다.

리체는 드워프 일꾼이 만들어 준 화장실에서 나와,

조용히 숲을 따라 걷고 있었다.


“뻐꾹뻐꾹!”


고블린들과 드워프들이 만들어 놓은 숲길 사이를 걷자

맑은 새 소리가 들렸다.

오랜만에 듣는 새 소리네.

풀밭에 누워 숲속다운 짙은 나뭇잎 냄새를 맡았다.

리체는 순간 숨이 멎는 듯한 충격을 받았다.


“리체가 늦네.”

“일단 우리끼리 회의를 진행할까요?”

“네, 그래요.”


김준영은 내일 있을 전투에서 펼칠 작전에 대해 재검토하는 회의를 진행했다.

기본적으로 원거리 공격을 통나무 뒤에서 피하고

적이 근접해 오기 시작하면 원거리로 견제하는 것,

적이 도착하면 성벽을 지키며 올라오지 못하게 하는 것,

적이 넘어오면 성기사와 세오가 우선적으로 제압하는 것 등은

지난 번의 전투와 큰 차이가 없었다.


대신 이번에는 드워프 일꾼 하나와 고블린 노예 셋이 있었다.

드워프 일꾼은 자신의 망치로 넘어온 적을 제압하는 데 지원하고,

고블린 포로들은 벽 위에서 원거리 사격을 지원하다가,

적이 근접해서 넘어 오는 적을 숏소드로 공격하기로 했다.


한창 자기 임무를 재확인하는 중에, 리체가 벽을 타고 넘어 왔다.


“짜잔!”


리체는 다짜고짜 세오의 발 앞에 무겁고 큰 털복숭이를 던졌다.

세오는 약간 불쾌한 마음에 뒤로 살짝 물러나 앉았으나,

이내 눈이 황소처럼 커졌다.


“어, 이거 그거 아냐?”


다들 필사적으로 무언가 떠올리다가 일제히 소리쳤다.


“꿩이다!”

“고기!”


원래 풀이 있는 곳에는 벌레가 있어야 했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이곳은 온통 풀밭이면서

벌레가 한 마리도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당연히 숲에도 동물이 없으리라 생각했다.

그래서 아무도 가보지 않았다.

하지만 있었다.

세오가 드워프를 돌아보며 물었다.


“아니, 숲에 원래 동물이 있었어?”


드워프는 그 풍부한 수염을 쓰다듬으며 사람 좋은 표정으로 웃었다.


“그렇다.”

“원래 알았다고?”

“그렇다.”

“그런데 그냥 있었어?”

“아니다. 주인.”


드워프는 씨익 웃으며 말했다.


“우린 충분히 많이 먹었다.”

“우리?”


얼굴에 상처가 있는 고블린도 씨익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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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칠만 자를 쓴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군요. +1 17.05.28 237 0 -
21 21. 새로운 시작 17.05.28 189 1 1쪽
20 20. 홉고블린(2) 17.05.28 187 1 8쪽
19 19. 홉고블린 17.05.28 142 1 8쪽
18 18. 패배감 17.05.28 165 1 7쪽
17 17. 소실 17.05.28 142 1 9쪽
16 16. 기병대 17.05.28 179 1 8쪽
15 15. 논쟁 17.05.28 153 1 7쪽
14 14. 숙소 17.05.28 183 1 8쪽
13 13. 연전연승 17.05.28 201 1 9쪽
12 12. 자신감 17.05.27 194 1 7쪽
» 11. 산새 17.05.27 169 1 8쪽
10 10. 진보 17.05.27 197 1 7쪽
9 9. 두 번째 웨이브 17.05.27 179 1 7쪽
8 8. 전후회의 17.05.27 228 1 9쪽
7 7. 직업 선택 +1 17.05.27 285 1 9쪽
6 6. 웨이브 클리어 17.05.27 249 1 8쪽
5 5. 대치 17.05.26 261 1 8쪽
4 4. 조우 +1 17.05.26 310 2 9쪽
3 3. 첫번째 요새 +1 17.05.26 375 2 10쪽
2 2. 통나무 하나로 17.05.26 348 1 9쪽
1 1. 낯선 곳에서 17.05.26 560 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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