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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우리 님의 서재입니다.

나 혼자 100층 회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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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우리
작품등록일 :
2022.12.12 09:23
최근연재일 :
2023.01.28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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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2.12.27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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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이건... 진짜 미친 짓이야

DUMMY

18.


[특성 ‘용의주도한 도박사’를 발동합니다.]

[확률 게임에 한하여, 승률이 올라갑니다.]


눈앞에 떠오르는 메시지를 읽어 들이며 차도윤은 겨우 숨을 골랐다.


“······진짜 늦을 뻔했네.”


창졸간에 떠오른 화려한 이펙트에 발푸스는 미간을 팍 구기고 있었다.

눈앞에서 튕겨나간 발푸스의 손톱을 바라보던 백지현도 질겁한 얼굴을 했다.


“당신······ 대체 어디에 갔다가!”


말을 하면서도 백지현은 김석훈을 치료하길 멈추지 않았다. 그녀의 손끝에서 시작된 빛무리는 갈수록 더욱 커져만 갔다.

한껏 스킬을 운용하는 그녀를 내려다보며 차도윤은 침음을 삼켰다. 그녀가 어떤 스킬을 사용하고 있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으니까.


‘새크리파이스.’


자신의 생명력을 깎아서라도 타인을 회복시키고야 마는 스킬. 차도윤은 그녀를 향해 넌지시 말을 건넸다.


“그만 둬요. 단명하고 싶어요?”

“크읏······.”

“요령을 갖추라고요. 그 사람 이미 회복됐잖아요. 왜 아직도 스킬을 운용 중인 겁니까?”


말한 대로 새크리파이스는 자신의 생명력을 깎아 타인을 회복시킨다.

여기서 말하는 생명력은 게임에서 보여지는 HP 따위가 아니다.

현실이 게임도 아니거니와, 그런 포인트 자체는 존재하지도 않는다.

생명력이란, 무협지에서 말하는 선천지기(先天之氣)에 가깝다.


“당신, 그러다 금세 늙어요.”


새크리파이스는 사용할수록 시전자를 노화시킨다.

덮어놓고 쓰다 보면 목숨까지 잡아먹는 가성비 최악의 스킬.

차도윤은 백지현을 보며 쓰게 웃었다.


‘그나저나 죽은 사람도 살린다는 소문은 거짓이 아니었네.’


한 눈에 봐도 김석훈의 상태는 좋아보이지 않았다.

그가 흘린 피의 양만 봐도 죽었어도 진즉에 죽었어야 한다.

하지만 생기가 감도는 얼굴에 티 하나 없이 맑은 피부가 보였다.

백지현의 스킬이 지나치게 좋은 효과를 발휘했기 때문이다.

하물며 그녀는 발푸스의 공격을 단시간 막아내는 기염을 토했다.


‘······이것까지 바라던 건 아닌데 알아서 능력을 성장시켰군.’


부득이하게 죽어버린 1회 차가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다.

저런 천재성을 갖추고, 저런 사기 스킬을 갖추고.

······대체 어떻게 죽을 수 있었던 건지.

누구는 보잘 것 없는 칼질 하나로만 살아남았는데.

차도윤은 백지현의 앞으로 한 걸음 내딛으며 말했다.


“어쨌든 잘 버텨줬습니다.”

“크읍······.”

“이젠 저한테 맡기세요.”


그리고 앞으로 기분 나쁜 웃음을 흘려대는 발푸스가 성큼성큼 걸어왔다.

눈동자엔 광기가 일렁였다.


-비켜라, 이단은 죽어야 한다.


차도윤이 답했다.


“싫은데?”

-이단은 죽어야 한다. 이단은 죽어야 한다. 이단은 죽어야 한다. 이단은······!

“작게 말해. 귀 안 먹었어.”


점차 소리를 키워가는 통에 차도윤은 신경질적인 어조로 대꾸하였다.

흥분으로 스스로를 주체하질 못하겠는지 녀석은 냅다 손톱부터 휘둘러왔다.


-어떻게 네년 따위가 그 힘을 갖고 있는 거지?


콰아앙!


-어머니의 힘이다! 어머니의 권능이다! 하찮은 필멸자가 가질 게 아니다!


콰아아앙!


휘둘러지는 공격은 죄다 날카롭기 그지없었다.

녀석이 흘려대는 [하울링]에 의해 간헐적인 렉도 여전했다.

모든 공격을 퍼펙트 패링으로 막아낼 수는 없었다.

하지만 차도윤은 짧게 혀를 차며 답할 뿐이었다.


“누가 누구보고 이단이라는 거냐?”


솔직히 녀석이 하는 말은 어이가 없을 정도다.


“엄밀히 말하자면 이쪽이 원조인데.”

-뭣이?

“모방한 건 그 미친년이지.”


눈앞의 발푸스가 지독한 광증을 일으키며 혈안이 된 이유가 뭘까.

놈의 주인인 빌어먹을 성모가 바로 [새크리파이스]의 보유자이기 때문이다.

그것도 자기희생을 원료로 삼는 게 아닌, 타인의 심장을 엔진으로 삼는 기술.

[새크리파이스]를 모방해서 만들었을 뿐인 아주 정교한 복제품이었다.


“진짜 새크리파이스가 그 미친년의 것처럼 저급한 스킬인 줄 알아?”

-감히!

“하여간 도둑놈이 당당하기까지 하면 어쩌자는 건지.”


그 말에 콧김을 크게 내뿜으며 발푸스가 손톱 끝으로 줄기차게 마력을 뿜어냈다.

고압적인 마력은 눈살부터 찌푸리게 만들었다. 한 눈에 봐도 알겠는 것은 위험하다는 사실이다.


-알겠다, 알겠어······ 어머니가 날 이곳으로 보낸 데에는 이유가 있는 거로구나!


뜬금없이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발푸스를 향해 차도윤은 검을 겨누었다.

아마도 지금부터가 진짜다.

발푸스의 상체가 전보다 크게 부풀었고 근육질로 이루어진 몸통 위로 털이 자라났다.

전력을 다한다는 증거였다.

차도윤은 미간을 구겼다.


“백지현 씨, 당장 김석훈 씨를 데리고 여기서 가능한 한 멀리 떨어지세요.”

“네?”

“대답할 시간 없어요. 빨리!”


차도윤은 두 사람을 등지고 호흡을 정돈했다.

2차전의 시작이었다.


*


크르르르릉!


울음이 터지면서 정면으로 다가선 발푸스의 손톱이 그를 죽일 듯이 쫓아왔다.

간헐적인 렉이 생겨나는 마당에 퍼펙트 패링을 연달아 시도하는 건 미련한 짓이다.

회피를 택한 차도윤은 창졸간의 틈을 남겨놓고 녀석과의 접전을 이어나갔다.

미처 막지 못한 공격에 허리가 쓸리고, 어깨의 살점이 일부 떨어져나갔다.

반대로 발푸스의 전신은 여전히 베어도 회복되어서 여전히 멀쩡하기만 했다.

불리함은 가중되었다.


-부질없다. 네놈의 힘으로는 날 어찌할 수 없어.

“······확실히 그래 보이네.”

-고작 이 정도더냐? 감히 이 정도로 나의 앞을 가로막은 것이더냐?


문제는 전투가 이어질수록 녀석의 광증도 조금씩 옅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백지현의 스킬을 보고 미쳐 날뛰기에, 적당히 받아쳐주면 알아서 지쳐 떨어져나갈 줄 알았건만.

생각보다 빠르게 흥분을 가라앉혔다.

단조롭던 패턴이 다시 복잡해지고 퍼펙트 패링의 난이도는 더욱 올라갔다.


‘그만큼 내가 하울링에 적응한다고 쳐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놈에게 대미지를 입히질 못한다는 건 처음과 다르지 않다.


-더는 못 견디겠군.


오만한 눈깔을 뜬 발푸스가 손톱을 교차한 채로 흉흉한 기세를 끌어올렸다.

거기서 파생되는 마력은 폭발적이었다. 녀석이 무슨 스킬을 쓰려는지도 알 수 있엇다.


‘야생의 참격인가.’


손톱에 담긴 마력을 서로 충돌시켜 일대를 초토화시키는 발푸스의 고유 기술.

말하자면, 광역기!


‘퍼펙트 패링으로도 못 막는다.’


반드시 정확한 타이밍에 맞부딪쳐야 한다는 조건을 가진 퍼펙트 패링으로는 무리였다.

방법은 단 두 가지뿐이다.


‘피하거나, 비슷한 위력의 스킬로 상쇄시키거나······.’


하지만 어중간한 현재의 몸으로는 그 둘 중 그 무엇도 하기 어려웠다.

차도윤은 숨을 길게 내뱉었다.


‘나도 더 못 견디겠군.’


그리고 더는 물러날 생각조차 하질 않고 새로이 자세를 고쳐 잡았다.

여기서 도망친다고 한들 [야생의 참격]의 범위에서 벗어나리란 보장은 못한다.

설령 빠져나간다 해도 스킬 범위 내에 백지현이나 김석훈이 있으면 어쩐단 말인가.

그러니 싸워야 한다면 지금이다.


“슬슬 너도 끝물이겠지?”


하물며 녀석이 [야생의 참격]을 꺼내어 쓴다는 건 가지고 있는 힘이 그만큼 소모됐단 증거다.

몇 번이고 부딪치고 싸웠는데도 죽질 않고 결말이 나질 않으니 조바심이 난 거겠지.

침착하게 변하는 것 같으면서도 녀석의 태도엔 조급함이 깔려 있었다.


-글쎄······ 그리 보이더냐?


여전히 오만한 눈깔을 뜬 놈을 향해 차도윤은 어깨를 으쓱이며 입을 열었다.


“뭐든 상관없긴 해. 이쯤이면 백지현 씨도 어느 정도 도망쳤을 테니까.”


차도윤은 백지현이 사라진 방향을 잠시 흘겨봤다.

마찬가지로 그쪽을 응시한 발푸스가 중얼거렸다.


-걱정 마라. 네놈을 죽이고 쫓아가기엔 충분한 거리다.


이에 차도윤은 놈을 돌아보며 답했다.


“너 오해하는 모양인데.”

-흐음?

“누가 너 때문에 도망치라고 한 줄 알아?”


의문으로 쳐다보는 발푸스의 시선을 마주하며 차도윤은 잡념을 밀어냈다.

굳건한 의지로 선 그의 몸에서 가지고 있던 모든 마력이 일제히 움직였다.


“바로 나 때문이야.”


동시에 폭주하듯 솟구친 마력은 알알이 뭉쳐 차도윤의 심장께로 집적됐다.

모여든 마력은 서로 겹치고 포개지더니 이내 점차 그 크기를 줄여나갔다.

이른바 마력 압축.


“······이건 나도 아직 제어하질 못하겠거든.”


물론 기술의 여파는 썩 이롭지 못했다. 압축된 마력은 신체를 점유해나가더니 제멋대로 감각을 확장시켜댔으니까.


‘이건······ 진짜 미친 짓이야.’


갑자기 눈앞이 훤해져 확대되듯 보였고, 지독하게 열린 후각은 사방의 냄새를 빨아들였다.

입속으로 피비린내가 더욱 선명해졌다. 돌가루가 바닥에 쓸리는 소리가 마치 대포 터지듯 귓가를 흔들어댔다.

촉각은 또 뭐 이리 예민해진 건지······ 바람이 스치기만 해도 칼에 베이듯 아파왔다.

당연한 일이었다.

이건 아직 수준이 낮은 몸 상태로는 시도조차 해서는 안 될 그보다 상급의 기술.


‘때론 강한 힘은 독이 된다.’


잠깐이지만 온몸을 감도는 압축된 마력이 그의 신체를 갉아먹고 있었다.

심장은 너덜너덜해지고 머지않아 터지고 말 것이다.

뼈조차도 견디질 못해 부러지고 말 것이다.

당장이라도 마력을 모조리 밖으로 꺼내야만 살 수 있다.

어쩌면 아주 신박한 자살 방법이 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렇기에 강력하다.’


차도윤은 이쪽을 보며 경악하는 발푸스를 향해 말했다.


“너도 느껴지지? 이게 얼마나 위험한 건지.”

-키아악!

“한 번 해보자고. 누구의 스킬이 더 강한지.”


활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발푸스가 야생의 참격의 발동 모션을 꺼내들었다.

그 힘이 어찌나 강렬한지 달려오는 내내 주변의 공기가 거칠게 떨어댔다.

아마 저 공격의 반경에 남는다면 차도윤의 뼈 또한 남아나는 게 없겠지.

그만큼 위협적인 기술이다.


“하지만······.”


지척에 이른 발푸스를 응시하며 차도윤은 압축한 마력을 손끝으로 뭉쳤다.

움직일 때마다 장기를 모조리 긁어대서 울컥 울컥 피가 쏟아져 나왔다.

‘악바리 정신’이 아니었더라면 온갖 상태 이상에 허우적거리며 정신을 잃었을 거다.

또한 세밀한 마력 조정 능력이 없어선 결코 시도조차 못할 정신 나간 기술이다.

오늘날의 그는 견디지 못할 힘.

이윽고 차도윤의 손끝에서 빠져나간 뭉특한 마력이 검 위로 도포되기 시작했다.


‘다음은······.’


압축된 마력이 평범한 장검 위로 그 크기를 벌리더니 하나의 검이 되었다.

안 그래도 실금이 갔던 평범한 장검은 금방이라도 깨질 듯이 부들부들 떨어댔다.


‘상관없어. 한 번이면 충분해.’


머릿속을 정리한 차도윤은 생각을 길게 잇질 않았다.

해야 할 일은, 단 한 번의 휘두름이다.

실패는 염두에 두질 않았다.

몸이 불완전해서 그렇지 기술 자체는 그에겐 익숙했으니까.


‘스킬 외 스킬.’


아마도 랭커라면 누구나 알고 있을 아주 특별한 기술.

퍼펙트 패링만큼이나 난이도가 높아 아무나 쓸 수 없는 능력.


‘조건은 갖추었다.’


걱정됐던 건 이 기술을 사용하고 난 후의 후폭풍이었다.

아무렴 온몸의 마력을 모조리 꺼내어 쓰질 않는다면 그는 죽는다.

공기가 가득 들어간 풍선처럼 몸이 터져나가고 말 거다.


‘또한 마력을 전부 써도 죽는다.’


마력이 0에 수렴하면 신체는 그에 걸맞은 반응을 하기 마련이다.

인간에게 마력이 부족해지면 그땐 온몸의 수분부터 바싹 마른다.

미라처럼 쭈그러들고 가루가 되어 소멸한다.

마력을 모조리 소모시킨 헌터의 비극적인 결말은 익히 봐왔다.

차도윤은 그걸 경계해야만 한다.


‘······아니, 난 죽지 않는다.’


마치 시간이 느려진 듯한 감각 속에서 차도윤은 생각을 정리했다.

죽음을 눈앞에 둔 것처럼 웬 기억이 주마등처럼 떠올랐지만.

모두 두 눈을 꾹 감고 외면했다.

지금 생각해야 할 건 하나다.


‘벤다.’


한 순간 천 번의 고민이 떠올랐고.

한 순간 만 번의 번뇌가 스쳐갔다.

하지만 두 눈을 번뜩인 차도윤이 휘둘러야 할 건 단 한 번이었다.

느리지도 그리고 빠르지도 않은 속도로.

베어야 할 건 따로 정하지도 않았다.

그저 좌(左)에서 우(右)로.


“가로 베기.”


정면을 수평으로 갈라내었다.


작가의말

내일도 21시 15분에 연재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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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로또 맞은 건가 +2 22.12.29 3,014 74 13쪽
19 이걸 왜 놓치고 있던 건지 +1 22.12.28 3,059 70 12쪽
» 이건... 진짜 미친 짓이야 +3 22.12.27 3,154 64 13쪽
17 1분이면 됩니다 +1 22.12.26 3,190 72 13쪽
16 어차피 못 도망칩니다 +7 22.12.25 3,380 75 13쪽
15 원래 잔챙이는 그냥 무시하는 주의인데 +1 22.12.24 3,596 77 12쪽
14 너희들에게 악 감정은 없어 +1 22.12.24 3,740 79 12쪽
13 난이도가 아주 X같아졌거든 +2 22.12.23 3,888 87 12쪽
12 하여간 성질 급한 2회 차로군 +3 22.12.22 4,330 87 13쪽
11 이러니 내가 담배를 못 끊지 +2 22.12.21 4,401 95 12쪽
10 운이 좋다고 해야 하나 +3 22.12.20 4,684 87 13쪽
9 난 욕심이 많은 편인데 +2 22.12.19 4,776 98 13쪽
8 어떤 미친 새끼야! +4 22.12.18 4,872 98 13쪽
7 일단 코인 재벌부터 되어볼까 +2 22.12.17 5,046 104 12쪽
6 애초에 급이 다른데 +4 22.12.16 5,100 96 13쪽
5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6 22.12.15 5,281 97 13쪽
4 침몰하는 배에 승선하는 취미는 없거든요 +2 22.12.14 5,606 105 13쪽
3 일이 술술 풀릴 리가 없지 +4 22.12.13 6,343 109 12쪽
2 모두 예상했던 일이다 +5 22.12.13 7,925 115 13쪽
1 두 번의 기회 +5 22.12.13 9,783 129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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