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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님의 서재입니다.

판타지에 핵이 떨어졌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생각.
작품등록일 :
2020.05.16 10:33
최근연재일 :
2022.03.28 12:05
연재수 :
287 회
조회수 :
293,4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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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95
글자수 :
1,877,846

작성
21.01.14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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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7쪽

지저의 도시(2)

DUMMY

아침이 밝았다.


그리고 여느 때처럼, 스승과 제자가 서로 다투고 있었다.


“···진짜 아저씨는 아무것도 안 할 거예요?”

“그래. 난 가만히 네가 잘 하는지 지켜보기만 할 테니, 아무런 간섭도 없이 네 실력을 발휘해봐라.”


유논은 그리 말하며 느긋한 표정으로 모닥불 근처에 안락의자를 놓고 앉아있었다.


시드는 그 남의 일 대하듯 하는 태도에 속이 부글부글 끓었으나, 어쩔 수 없었다.

이 또한 교육과 마법 훈련의 연장선이었고, 유논은 그런 쪽에서는 타협이 아예 없는 스승님이었다.

싫어도 까라면 까는 수밖에.


‘···아니, 그래도 그렇지. 갑자기 지저 도시에서 보낸 접선책이 근처에 있다더니. 그런데 그 사람이 지금 위험에 처해 있어서 빨리 도우러 가지 않으면 죽을 거라면서, 그 사람 없으면 지저 도시 못 간다면서 자기는 손 하나 까딱 안하고 나더러 해결하라고 하는 게 말이 돼? 이거 완전 노동착취인데···.’


마음속으로 한껏 투덜거려 보았지만, 그래봤자 변하는 것은 없었다.


일의 발단은 이러했다.


날이 밝고, 난쟁이들이 세웠다는 지저의 도시에 대해 관심이 생긴 시드가 이런저런 질문들을 하던 때였다.


‘지저 도시는 어떤 곳이에요? 얼마나 커요? 쉘터랑 비교하면 어떠려나.’

‘지저 도시에는 어떤 사람들이 살지? 일단 드워프들 살 테고, 사람이나 다른 종족들도 있으려나?’

‘지저도시 출입구는 어떻게 생겼어요? 어떻게 그 깊숙한 지하까지 내려가는 거지? 구멍이라도 뚫려있는 건가.’

‘출입구 위치가 정확히 어디에요?’


그 쏟아지는 질문 공세에 유논은 귀찮아하면서도 하나하나 일일이 대답해주었으나, 출입구에 대해서만은 명확하게 말해주지 못했다.

왜냐하면···.


“나도 모르니까.”


유논의 말에 시드는 황당해하며 물었다.


“어? 아저씨 지저도시 가봤다면서요.”

“가봤지.”

“그런데 왜 출입구에 대해서 잘 몰라요?”


유논은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


“그야, 출입구의 보안이 굉장히 철저하니까. 누구나 마음대로 들어갈 수 있는 개방적인 장소가 아니다. 몹시 폐쇄적이지. 오직 초대받은 이들만 지저 도시의 안내자들을 통해서만 정해진 입구로 들어가야 하고, 그마저도 눈과 귀를 가리고 상자에 갇힌 채로 이동해야 한다. 썩 유쾌한 경험은 아니지.”


언뜻 들으면 납득되는 이유이지만, 문제 그 주체가 다른 사람도 아닌 유논이라는 것.

시드는 날카롭게 물었다.


“그런데 스승님한테 눈 가리고 귀 가리고 상자에 가두는 게 제대로 먹힐 리가 없잖아요. 마력으로 전부 느꼈을 거면서.”

“그것도 잘 안되더군.”


유논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마력까지 차단하는 마력 저항이 높은 재질의 금속 상자였다. 물론 그조차도 마음만 먹는다면 얼마든지 꿰뚫어볼 수 있었을 테지만, 겨우 호기심 때문에 그만한 위험을 감수하고 싶지는 않았다. 지저 도시와의 관계를 망친다면 나로서도 타격이 꽤 클 테니까.”

“······!”


그러나 그 대수롭지 않은 듯 하는 말에, 시드는 진심으로 깜짝 놀랐다.


대전쟁 이전의 세상이라면 모를까, 마나가 전부 오염되어 이전의 기사나 마법사 같은 마력 사용자들이 기를 펴지 못하는 요즘 같은 시대에 마력까지 차단하는 기술이라니.

단순히 철두철미하다는 말만으로는 설명하기 힘는, 대단히 철통같은 보안이었다.


유논에게 물어보니, 드워프라는 종족의 특징이 원래 그렇다고 한다.

무엇보다도 종족의 안위를 중요시 여기며, 모든 일에 철저하고 또 꼼꼼한 장인들로 이루어진 집단.

그래서인지 핵이 떨어졌을 때에도 가장 먼저 지하의 광산으로 들어가 방사능으로부터 안전한 지저의 도시를 개발하고, 또 지금까지도 그곳을 지켜온 지하세계의 패권종족.


흔히 두더지들Moles이라 불리곤 하는, 환상세계 일곱 가지 세력 중 한 자리를 당당히 차지하고 있는 이들이었다.


“게다가, 어차피 그때 내가 통과했던 출입구의 형태와 위치를 기억한다 한들 지저 도시는 굉장히 넓은 곳이고, 출입구가 한두 곳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가 갈 출입구와는 다른 곳일 거다. 애초에 위치부터가 아예 달라도 너무 다른 곳이었지.”


결국 출입구는 모른다는 뜻이었다.


그러면 출입구 위치도 모르고, 모습도 모르면 지금 우리는 도대체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인가 하는 의문.


시드는 유논이 했던 말에서부터 금세 답을 찾고 입을 열었다.


“그러면, 지금 우리는 그 입구로 데려가준다는 지저 도시의 안내자? 를 만나러 가는 거겠네요. 만나기로 약속한 장소라도 있나 보다.”

“정확히는, 만나기로 약속한 좌표가 있었지.”

“언제 그런 약속을 맺은 거예요? 지저도시랑 통신 주고받을 수 있는 방법이라도 있었나.”

“나한테는 없었지만, 다른 곳에는 있었지.”


잠시 고민하던 시드는 이내 아! 하고 소리쳤다.


“떠나기 전에 대주교 아줌마 만나고 온 게 그거 때문이었어요?”

“그래. 아무리 폐쇄적인 지저 도시라도, 혹여나 지하에 무슨 변고가 일어날 일을 대비해 지상의 주변 유력 집단들과 최소한의 연락망 정도는 맺어 두는 편이지. 최악의 상황에는 지상으로 대피해야 할지도 모르니까.”


그리고 정화교 쉘터는 인근에서 가장 큰 규모의 도시였다. 그런 쉘터의 1인자인 대주교 요한나는 당연히 지저도시 측과 접선할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었던 것.


쉘터의 영웅인 유논이 두더지들의 도시에 출입할 수 있게끔 지하에 연락을 넣어 달라 부탁하자, 그녀는 선선히 받아들였다.


그렇게 대주교의 주선을 통해 지저 도시의 안내인과 만나기로 약속한 시일과 장소를 맞추기 위해 북동쪽의 황야로 움직이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오늘 만나는 거예요? 이 근처에서?”

“그렇지.”

“와아, 지저도시의 안내인이라고 했으니, 드워프겠지? 어떻게 생겼을지 궁금하네. 땅에서만 생활했을 텐데, 바깥세상 드워프들이랑은 다르겠죠?”


시드의 질문 세례에 유논은 의미심장하게 대답했다.


“글쎄. 드워프일지 아닐지, 어떻게 생겼을지는 전혀 모르는 일이지.”


또 두루뭉술하게 넘기는 대답이 시작됐다 싶어 한숨을 쉬던 도중.

유논이 대뜸 말했다.


“그렇게 궁금하면, 직접 가서 만나보지 그러냐. 지저도시의 안내인을.”

“···엥?”

“마침 이 근처에 있구나. 괴수들한테 습격을 당하고 있는 것 같은데. 자칫하면 위험할 수도 있겠어. 어쩐다, 저 안내인이 죽어버리면 우리는 지저도시로 들어가지 못하게 될 텐데.”

“······.”

“이 일은 너한테 맡길 테니, 빨리 도우러 가 봐라. 이참에 네 마법 실력이나 오랜만에 구경해 보자. 이전에 비해 얼마나 늘었는지, 마력 통제하는 건 좀 괜찮아졌는지. 난 여기 가만히 앉아 있으마.”

그렇게 된 것이었다.


미우나 고우나 유논이 시드에게 직접 맡긴 과제였고, 해결해야만 했다.


아마 그의 교육방침상 마냥 쉽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예 수행이 불가능할 정도의 난이도도 아닐 것이다.

미리 접선책의 위치와 그 자를 위협하는 적들의 수준을 전부 파악하고 이 정도면 시드가 혼자서도 해결할 수 있겠다 싶어 일을 넘긴 것일 터.


자칫 실패하기라도 한다면 자존심에 상처가 가는 정도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앞으로의 여정 자체에 문제가 생길지도 몰랐다.

그럴 수는 없었다.


시드는 진지한 눈빛으로 주위의 황야를 둘러보았다.


단순히 눈과 귀로만 살피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무려 서클 파이브 급의 광범위함까지 갖추게 된 마력 감지망까지 응용한다.


그러나 성과는 없었다.

육안으로도 보이는 게 없고, 소리는 바람소리에 묻혀 제대로 들리는 게 없다.

믿었던 마력 탐지도 최대한으로 펼쳐 보았으나 잡히는 게 없었다.


‘아니, 근처에 있다면서···이 정도면 적어도 인근 500미터 안에는 아무것도 없다는 건데.’


그럼 그렇지. 마냥 쉬운 일을 과제로 내줄 리가 없다. 시드는 투덜대며 품속을 뒤졌다.


신체적 감각도, 마력적 감각도 통하지 않는다면 다른 방법이 하나 있었다.

자신이 아닌 다른 존재의 감각을 함께 활용하는 것.


시드는 작게 속삭였다.


“쉬, 쉬. 플러피. 네가 도와줄 일이 있어.”


이내 그녀의 옷 안주머니 속에서 부스럭대고 달그락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내 쌩 하고 날아오른 것은 자그마한, 뼈다귀로 된 앵무새였다.


정화교 쉘터에서 윌리엄 스왈로우와 처음 대면했을 때, 그가 시드에게 사령술을 알려주며 건네주었던 뼈다귀 새.

그때 시드와 친구가 된 플러피는 오늘 이 순간 자신이 대활약을 펼치게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는 듯 힘차게 날아올랐다.


죽은 몸이라 추위도 타지 않고, 깃털이 없는데도 어째서인지 잘만 날아다니는 모습에 시드는 안도하며 플러피에게 바람의 영향을 덜 받게 하는 주문을 걸어주었다.


“주변을 돌아다니면서, 싸우는 걸 발견한다면 바로 돌아와서 나한테 알려줘. 알았지? 배고프다고? 그래. 이거 잘 하면 맛있는 거 잔뜩 줄게. 약속이야.”


시드가 내민 새끼손가락을 부리로 툭 밀친 뒤, 플러피는 힘찬 날갯짓으로 하늘 높이 날아가 버렸다.


이제 접선책을 찾기 위해 할 수 있는 건 다했다.

정말 어찌 손을 쓸 수도 없는 거리에 있는 것이 아닌 이상에야, 조만간 플러피가 위치를 찾아내고 안내하러 와줄 터.


남은 것은 기다리는 일뿐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무것도 안 하고, 느긋하게 멍이나 때리고 있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어떤 의뢰나 임무, 과제라도 수행하기 전에 사전 준비가 철저해야 한다. 가능한 한 많은 정보들을 수집한 뒤에 작업에 착수해야 한다.


이번 경우에는 사전에 얻을 수 있는 정보가 거의 없다시피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힌트가 아예 없는 것은 또 아니었다.


‘아저씨는 분명 나한테 힌트를 줬어. 그것도 대놓고. 그걸 못 알아들으면 제자 자격도 없지.’


유논이 말하길, 지저도시의 안내인이 이 근처에 있으며, 괴수‘들’에게 습격을 당하는 것 같다고 했다.


그 뜻인즉슨···.


‘괴수들. 한 마리가 아니라 여러 마리. 서로 성향 다른 괴수종끼리 연합해서 습격을 하는 경우는 극히 드무니 애초에 무리활동을 하는 동일종의 괴수들 여러 마리가 접선책을 습격했다고 보는 게 맞겠지.’


낮에 활동하며, 이만큼 춥고 바람 부는 날씨에도 거리낌 없이 황야를 가로지를 만큼 기후에 내성이 강한 데다, 무리활동까지 하는 괴수종이라.


‘후보군이 꽤 좁혀지긴 했지만···문제는 하나같이 다 만만치 않은 괴수종들이라는 건데.’


언뜻 떠오르는 종들만 해도 변종 놀, 검치호, 육지늘보 등등···.

전부 유논이 괴수 사냥법을 가르칠 때 각별히 주의를 요해야 하는 대상이라고 알려주었던 변종 괴수종들이었다.


일반적인 개체가 지닌 위험성만 놓고 볼 때, 독기의 골짜기의 칼날 개미나 강철 말벌쯤은 우습게 뛰어넘는 수준의 강력한 변종들.


실력이 말도 안 되게 늘어난 지금의 시드로서도 열 마리 이상은 홀로 상대하기가 버거울 터였다.


‘아무래도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해야 할 것 같은데···.’


시드가 긴장한 채 손을 비비던 때였다.


끼오옥-!


하늘에서 앵무새의 소리가 들려왔다.


머리 위에서 원을 그리며 도는 플러피의 모습에, 시드는 입 주위로 손을 모아 소리쳤다.


“찾았다는 거지? 안내해줘. 바로 따라갈게!”


알았다는 듯 허공을 몇 바퀴 더 돈 후 곧바로 다시 날아가는 플러피의 뒤를 열심히 쫓는다.


덩치가 작아서 그런지 쏜살같이 쏘아져 나가는 통에, 입에서 단내가 날 때까지 뛰며 따라가야 했다.

나름 유논의 지옥 같은 체력훈련을 끊임없이 받아온 몸인데, 플러피는 상상 이상으로 재빨라서 도저히 따라갈 수가 없었다.

결국 시간가속 마법까지 쓰면서 달려야 했을 지경.


“···이건 반칙이야. 왜 나한테만 날개가 없는 거지. 세상은 불공평해. 뭔가 잘못된 게 틀림없어.”


잔뜩 숨을 몰아쉬며 마침내 도착한 곳은 구부정한 언덕. 플러피가 도착했다고 말해주듯 공중에 그림을 그리며 여유롭게 날아다니고 있었다.

헐떡대며 언덕을 오르자, 마침내 치열한 전투의 소음이 들리기 시작한다.


혹여나 늦는다면 큰일이 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시드는 녹초가 된 다리에 힘을 가했다.

미끄러운 언덕을 기어오르다시피 하며 넘어가자, 눈에 보이는 광경.


처음 보이는 것은 한 인영이었다.


키가 유논에 가까울 정도로 기다란 그 누군가는, 묵직한 금속으로 된 외골격을 갖춘 채 온몸에서 증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한 손으로는 연기 흐르는 손대포의 총구를 겨누고, 다른 한 손으로는 열선이 흐르는 검을 꼬나쥔 그 모습.


필시 저자가 지저도시에서 온 안내인일 터.


흑색마법을 되찾기 이전 유논의 무장과 몹시 유사하게 채비 갖춘 저 기계 두른 장신의 인물을 향해, 괴수들이 달려든다.


‘빠르다···!’


괴수들의 진격보다도 눈에 띄는 것이 있었다.

시드는 그에 대응하는 장신인의 움직임에 감탄했다.


발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하체의 외골격 관절 부위에서 치익─하는 증기와 함께 열이 뿜어지며 앞으로 쏘아지듯 날아간다.


그리하여 돌격해오는 괴수의 목에 곧바로 뜨거운 검날을 가져다 긋는다.

그것만으로도 모자라 섬전 같은 몸놀림으로 곧바로 손대포를 겨냥해 방아쇠를 당긴다!


탕───!


무자비하게 쏘아진 탄환이 괴수의 급소를 정확히 맞췄다.


평범한 괴수였다면 그 일격에 바로 사망해 다시는 일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평범한 괴수였다면.


안타깝게도 적은 그저 그런 평범한 괴수가 아니었다.


분명 검에 베이고 총탄에 맞아 나가떨어졌던 것이, 아무렇지도 않은 듯 다시 일어나 온몸의 털을 꼿꼿이 세우고 뛰어든다.


키다리 지저인도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치잇 하는 소리와 함께 뒤로 물러나며 괴수의 돌격을 피했지만, 문제는 그리 도약하는 괴수의 숫자가 무려 열 몇 마리가 넘는다는 것.


기계의 힘을 빌린 속도조차 어렵지 않게 따라붙은 괴수들이 증기와 열기 뿜는 외골격에 달라붙어 이빨을 내밀었다.

안 그래도 괴수들에게 오랫동안 시달린 듯, 흠집 많고 여러 군데 벌어진 금속 복장은 안쪽에서부터 끼기긱 하는 비명을 토했다.


“···아, 이거 일 났네.”


그리고 그 광경을 지켜보던 시드는 탄식과 함께 입술을 깨물었다.


좋지 않았다.

너무나도 나쁜 상황이었다. 가히 최악이라고 보아도 좋을 수준.


기분 탓일까.

기계장치를 두른 지저인의 무너져가는 몸 위에 두 발로 당당히 서 주위를 둘러보는 그 야수들과 눈을 마주친 것만 같았다.

곧바로 고개를 숙여 피했음에도, 두려움과 긴장감에 절로 침이 꿀꺽 넘어간다.


‘어떻게 그 많고 많은 괴수들 중에서, 하필이면 바로 저 종이···.’


이런 때에 황야에서 마주칠 수 있는 무리활동 하는 괴수들 중에서도 가장 끔찍한 부류.


유논 또한 경고한 적 있는 바, 황야에서 절대 마주쳐서는 안 되는 괴수종 중 하나.


탁월한 후각과 다리 근육으로 한 번 먹이로 인식한 대상을 절대 놓아주지 않으며, 강철도 우습게 가르는 앞발과 수천 킬로그램에 달하는 치악력과 더불어, 흉포하고 또 난폭한 맹수의 형질을 지닌 타고난 사냥꾼들.


사냥감에게 반대로 사냥당하지 않기 위해 필요한 신중함과 생존력까지 두루 갖춰, 사냥하는 중에는 반드시 보초를 세워 주위를 경계한다.


추운 기후에서도, 더운 기후에서도. 어떤 환경에도 빠르게 적응해 어디에서나 살 수 있고, 어떤 상황에서든 먹잇감을 쫓을 수 있다.


게다가 특유의 기름기 있고 억센 털가죽은 그 자체로 두꺼운 갑옷의 역할을 해, 그 어떤 날카로운 명검으로도 베이지 않으며 그 어떤 치밀한 총탄으로도 뚫리지 않는다.


이런 괴물 같은 신체 능력과 지능을 지닌 괴수들이, 심지어 단독으로 행동하는 것도 아니고 무리를 이루어서 수십 마리가 함께 단체로 사냥한다.


그 사냥법이 실로 체계적이고 상호 협력적이어서, 모든 개체들이 한 몸이 된 것처럼 움직여 사냥감의 약한 부위를 귀신같이 찾아내 협공한다.

단독 개체의 무력만 놓고 보면 훨씬 우월한 오우거나 바실리스크 같은 괴수들도 한 번 이것들의 사냥터에 발을 들이고 나면 이것들을 이길 수 없다.


이것들의 정체는···.


“변종···.”


차마 그 명칭을 입에 담기조차 두려운 괴수종. 달리는 ‘황야의 파수꾼들’이라 불리기도 하는 가장 무시무시한 것들.


시드는 떨리는 목소리로, 식은땀을 훔치며 말했다.


“···미어캣.”


그렇다.


변종 미어캣이었다.


작가의말

언뜻 보면 귀여운 미어캣들이, 실상은 매우 난폭하고 무시무시한 야수라더군요. 

물론 작중에서 나오는 체계적이고 끈질긴 사냥꾼의 풍모나, 뛰어난 기후적응능력, 괴물같은 치악력은 변이를 거친 결과라고 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현실의 미어캣과는 여러모로 다른 종이 되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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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 유논(11) +9 21.01.04 761 44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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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 유논(6) +7 20.12.30 825 4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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