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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님의 서재입니다.

판타지에 핵이 떨어졌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생각.
작품등록일 :
2020.05.16 10:33
최근연재일 :
2022.03.28 12:05
연재수 :
287 회
조회수 :
293,484
추천수 :
14,095
글자수 :
1,877,846

작성
21.01.11 20:05
조회
795
추천
47
글자
16쪽

막간-윌리엄 스왈로우(William Swallow)(1)

DUMMY

피오네가 떠났다.

그 뒤로 며칠이 지났다.


쉘터 전체의 융성한 대접을 받으며, 그녀는 정화교의 성지로 전투사제 몇 명과 함께 떠났다.


대주교와 다분히 정치적이면서 동시에 가족적인 포옹을 나누고, 불퉁한 표정의 부주교와도 인사를 한 뒤, 시드를 꼭 안아주고 떠나는 그녀.

그 정화교의 딸은 한쪽 손에 흑색 건틀릿을 착용한 채 황야로 나아갔다.


아마 멀고도 험한 길이 될 테지만, 그녀는 끝까지 헤쳐 나가 목적지에 도달하고 말 터였다.

틀림없이 그러하리라는 확신이 있었다. 피오네는 주위 사람들에게 그런 믿음을 주는 사람이었다.


그랬기에 그녀가 없는 자리는 이전보다 따뜻함도, 밝음도 덜했다.


유논은 분명 난방이 잘 되도록 벽난로가 활활 타오르고 있는데도, 어딘가 허전하고 또 서늘한 사무실 한쪽에 앉아 허공을 만지작대고 있었다.


일종의 두뇌 여흥이라 할까.

그는 빈 공간 속의 흑색마나들을 조작함으로써 난해한 마력 패턴들을 만들고 또 해결하는 방식으로 무료함을 메꾸고 있었다.


‘음···이 패턴은 내가 만들었지만 창의적인데. 시드한테 숙제로 내면 기절초풍하겠어.’


그렇게 초마다 수만 번씩 변화를 거듭하는 마력 패턴들을 가지고 놀고 있던 때.

노크와 함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끼이이이익─


“저, 계십니까?”


정화교 쉘터의 알레한드로 부주교였다.


그는 마법 사무실 안을 이리저리 둘러보더니, 안락의자에 앉아 암흑의 물질을 조종하는 유논의 모습에 깜짝 놀라 멈춰 섰다.


“아, 거기 계셨군. 하도 조용해서, 외출한 줄로만 알았습니다.”

“···?”


무슨 일로 왔느냐 묻는 유논의 표정에 몇 번 헛기침한 후 대답한다.


“흠흠, 채권 증서가 나왔습니다. 유논 님께서 오늘부터 보유하시게 된, 교단의 2825만 1021개 코인에 달하는 부채에 대한 권리를 증명하는 물건입니다.”


‘사실 원본은 훨씬 복잡했는데, 사제 피오네의 부탁으로 최대한 간략하게 약소화한 증서를 만들어 드리느라 예정보다 조금 늦어졌습니다.’

부주교는 그리 말하며 문서라기보다는 일종의 명패에 가까운 물건을 건넸다.


정화교의 표식이 새겨져 있는 증명패였다.

그 새하얀 원형 금속에 음각되어 있는 여러 글씨들, 채권의 액수와 보유자의 이름 등등을 바라보던 유논이 고개를 들어 올렸을 즈음.


“그리고 이건···.”


부주교가 보따리 하나를 낑낑대며 들어 올리는 모습이 보였다. 노구를 이끌고 무거운 물건을 건네려는 모습에 보다 못한 유논이 도와 보따리를 근처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유논의 근력에 비하면 하잘것없는 물건이었지만, 그래도 꽤나 묵직했다.


“···정화코인 천 개가 들어 있는 보따리입니다.”


부주교가 숨을 헐떡이며 설명했다. 이미 손에 닿는 질감만으로도 물품의 대략적인 수량과 정체를 눈치 챘던 유논이었던지라, 딱히 놀라는 반응을 보이지는 않았다.


‘왜 채권에서 정화코인 천 개 가량이 줄어들었는지 알겠군.’


어찌 되었건 현금으로 즉시 일부를 지급한다면 유논으로서는 나쁜 일이 아니었다.

그는 정화코인이 얼마나 많건 간에 보관에 지장이 생길 일도 없을 뿐더러, 정화코인 천 개는 여러모로 쓸 일이 많을 큰돈이기 때문이다.


“전해드린 증서만으로도 모든 정화교의 영역에서 극진히 대접과 협조를 받을 수 있으실 테지만, 혹시나 현금이 필요할 경우가 있을 수도 있으니 쉘터에서 할 수 있는 한 준비해 놓은 정화코인들입니다.”


쉘터 운영에 지장이 가지 않는 선에서 알아서 준비한 돈일 터.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고맙게 받도록 하지.”


유논은 손가락을 튕겨 보따리를 공간의 틈 사이로 집어넣었다. 조만간 유용하게 쓰일 날이 올 것 같았다.


그리고 그걸로 끝이었다.

사무실까지 찾아온 이유는 그것 하나뿐이었던 모양인지, 부주교는 우물쭈물하다 고개를 푹 숙였다.


“다시 한 번, 정화교를 지켜주어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는 말을 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또, 보수와 관련하여 물의를 빚어서 죄송했습니다.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부주교는 그렇게 떠났다.


유논은 안락의자에 다시 걸터앉아 하던 일을 계속하려다가···그만두었다.


‘이대로 혼자 무용한 시간들만 보내기보다는, 바깥에 나가서 뭐라도 하는 게 낫겠군.’


그렇다면, 무얼 하는 게 좋을까.


마침 생각해놓은 할 일거리가 있었다.


“자기 스승은 안중에도 없이, 아침부터 바깥을 쏘다니며 놀고 있는 건방진 제자 녀석을 찾아서 끌고 오는 것 정도면 괜찮은 소일거리가 되겠지.”


상상만으로도 기분이 쾌적해지는 듯했다.

유논은 씨익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외투 하나 없이 바깥으로 나섰다.


외로운 찬바람으로 가득한 초겨울의 날씨가 그를 맞이했다.




* * *




시드는 쉘터의 한 공터에서 또래의 아이와 함께 술래잡기를 하며 놀고 있었다.


유논은 시드와 그녀의 친구가 노는 것을 공터 한쪽 자리에서 흐뭇하게 지켜보고 있는 인물들과 눈이 마주쳤다.

익숙한 중년의 사내와 그와 함께 앉아 있는 창백한 낯의 여인.


윌리엄 스왈로우와 그의 죽은 아내였다.


유논은 그들에게로 발걸음을 옮겼다.


“오랜만이군, 윌리엄 스왈로우.”

“예. 그때 피오네 님의 송별식 이후 처음이군요.”


다시 만나는 윌리엄 스왈로우는 너무나도 행복해 보이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기분이 좋아 보이는데.”

“뭐···전부 유논 님 덕분이지요.”


그는 옆쪽의 아내를 끌어당겨 어깨를 감싸안으며 말했다.


“유논 님 덕분에 제 가족들도 다시 전부 뭉치게 되었고, 대왕께서 내린 도플갱어 사냥의 과업도 무사히 처리하게 되었으니까요.”


‘가족들이 전부 뭉치게 되었다.’ 라는 말에 유논은 힐끗 시드와 또래 아이가 노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


이미 그 또래의 아이들이 행하는 술래잡기라고는 도저히 보기 어려운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시드는 금색마나를 줄기차게 뿜어대며 스스로의 시간을 가속시키며 놀라운 속도로 다른 아이를 쫓고 있었다.

평범한 또래 아이였다면 맥도 못 추고 당했겠지만, 시드의 상대도 만만치 않았다.

자그마한 체구의 소년은 몸을 영체화시켜 반투명한 모습으로 발이 땅에 닿지도 않게 미끄러지며 날아가고 있었다.


잡았다─!


시드가 소년의 몸 뒷자락에 손을 뻗어 낚아채려던 무렵.

소년의 몸이 일렁이며 공터 정중앙의 커다란 나무를 통과해 사라졌고, 그 뒤를 쫒던 시드는 나무에 그대로 몸을 박아 버렸다.


쾅!


굉음이 울려 퍼짐과 함께, 우지끈─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우람하던 나무가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내 완전히 쓰러져서 넘어가 버린다. 사방으로 튄 나무의 잔해와 흙먼지에 윌리엄 스왈로우도 할 말을 잃고 쳐다본다.


완전히 엉망진창이 된 공터의 모습에 유논은 짙은 한숨을 내뱉었다.


“그, 애들이 원래 한창 놀 때니까요. 이런 사고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제가 주의를 시키겠···.”


몹시 심기 불편해 보이는 유논의 모습에 쩔쩔매며 이야기하던 윌리엄 스왈로우.

그러나 유논의 입에서 튀어나온 말은 예상 밖이었다.


“저 망할 녀석이, 마법을 쓸 거면 제대로 쓰기라도 하던가, 마력 갈무리하는 수식은 어디에다가 내팽개치고 저런 원시적이고 비효율적인 방법으로···. 서클이 늘었다고 아주 기고만장해져서는, 내 이럴 줄 알았지.”

“······.”

“거의 마력의 삼 분지일 가량은 땅바닥에 내다 버리는 꼴이군. 저 불균형한 가속에 들일 마력을 아주 조금만 통제력에 투자했다면 나무에 부딪히지도 않고 매끄럽게 지나칠 수 있었을 텐데. 쯧쯧, 모자란 것. 저런 기초적인 것도 못 하는 녀석을 내가 제자로 들였다니.”


마법과 제자 교육에 있어서는 언제나 진지한 사내, 유논은 시드가 피운 소란에는 아주 조금도 신경을 쓰지 않고 있었다.

그저 시드가 술래잡기를 하며 쓴 마법의 성취가 성에 차지 않아 기분이 나빠졌던 것.


유논은 예상하지 못한 반응에 벙쪄 있는 윌리엄 스왈로우에게 말을 걸었다.


“아들이 활기차 보이는군.”

“아, 예. 저도 제 아이가 힘든 일을 겪고도 괜찮아 보여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시드와 함께 술래잡기를 하고 있는 사내아이는 윌리엄 스왈로우의 아들이자, 독기의 골짜기에서 시드와 함께 다니던 유령 소년 유진Eugene이었다.


본래는 윌리엄 스왈로우에게서 멀어져 있는 상태로, 도플갱어가 지닌 언데드 지배력에 그대로 휘말려 그의 군단 사이에 끼어 있던 유령 소년이었으나.

정화교 쉘터 공성전 도중 자연스럽게 유논의 [블랙홀] 마법에 휘말리게 되었고, 그렇게 검은 구멍 속에 갇혀 있던 유령 소년을 유논이 알아보고 살려놓은 것.


그렇게 윌리엄 스왈로우는 전쟁이 끝난 후 자신의 아들과 성공적으로 재회하게 되었다.

유논에게 덕분에 가족들이 다시 뭉치게 되었다며 감사 인사를 전하던 것도 바로 그것 때문이었다.


유령 소년을 바라보던 유논의 시선이 이번에는 윌리엄 스왈로우의 죽은 아내에게로 향했다.


“그러고 보니···자네의 아들이나, 함께 다니는 죽지 않은 이들의 이름은 들었지만, 아내의 이름은 들어본 적이 없는 것 같군.”


유논의 말에 윌리엄 스왈로우는 따스한 손길로 제 아내의 볼을 쓰다듬었다.

생전의 발성기관이 찢어져 말을 하지는 못할지언정, 언제나 곁에서 행동함으로써 도와주었던 그의 죽은 아내, 평생의 사랑.


“아샤Asha입니다.”

“좋은 이름이군.”

“좋은 이름이지요.”


그렇게 대화가 끊기고, 다시금 어색한 정적이 흘렀다.

침묵이 부담스럽게 느껴졌던 것일까. 윌리엄 스왈로우는 대뜸 입을 열었다.


“아샤와 저는 제국 수도의 한 포목점에서 만났습니다. 아샤는 포목점 주인이었고, 저는 한 상단의 주인이었는데, 높으신 분과의 거래 일정이 잡혀 새로 옷을 맞추러 갔었죠.

그때 옷이 저에게 딱 맞아 너무 마음에 들더군요. 덕분에 자신감이 생겼는지, 그다지 성공 확률이 높지 않아 보이던 거래를 성공적으로 끝마치게 되었고, 그것을 계기로 포목점의 단골이 되었습니다.”


갑자기 튀어나오는 윌리엄 스왈로우의 연애 스토리에 유논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 또한 제국의 7공주, 훗날 황비가 된 샤를로트와의 비극적인 연애사라도 이야기해야 하는 분위기인가 싶어, 무어라 말을 꺼내지 못하고 엉거주춤하게 듣고만 있던 때였다.


“그렇게 단골이 되어 아샤와 점차 친해졌고, 연애를 하다 마침내 결혼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행복한 시절이었죠. 아들, 유진까지 낳았고 상단은 번성했고···. 모든 게 그대로 술술 풀릴 줄만 알았습니다.”


대전쟁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말입니다.


윌리엄 스왈로우의 씁쓸한 목소리에 유논도 움찔했다.

대전쟁은 유논에게도 좋은 기억으로 남지 않았다. 전쟁의 결말이 핵으로 종결되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더더욱 그러했다.


“뭐, 하늘이 무너져도 살아날 구석은 있다고, 대전쟁 도중에도 보급 상단의 역할을 하다 보니 어떻게든 상단을 다시 꾸리고 반등을 노릴 법은 하더군요. 전황도 어느 정도 괜찮아지고 있다는 소식이 연달아 들려오기 시작했고···. 그런데.”


윌리엄 스왈로우는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한순간에 세상이 폭삭 망해 버렸지 뭡니까. 상단도 완전히 박살이 나 버렸죠. 수백 명이 넘는 상단을 이끌기는 무슨, 제 가족들을 건사하며 살기에도 벅찬 세상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런데 참 우습게도, 제 상단의 모토가 가족같이 동료들을 아끼자는 것이어서, 한때 같이 일하던 이들을 가만히 내버려 둘 수가 없더군요. 가족 같아서. 그래서 그나마 남은 이들이라도 모아 어떻게든 오염되지 않은 지역을 찾아서, 그곳에서 살아남았습니다. 당시에 아샤가 놀랍게도 변이자가 된 덕분에 제게 큰 힘이 되어주었었죠.”


유논은 착잡한 심정에 하늘을 바라보았다.

윌리엄 스왈로우의 과거사는 이미 그를 체포했을 당시, 쉘터의 감찰사제로부터 들은 적 있었던 바.

그는 이 이야기의 결말을 알고 있었다.


비극적인 과거. 멸망한 세상에서는 흔한 이야기였다. 흔하기에 더욱 잔혹한 한 사람의 일화.

윌리엄 스왈로우가 말했다.


“이미 대충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갈지 알고 계시는 모양이니, 빠르게 넘어가자면···제 오른팔 역할을 자처하던 사내였습니다. 제가 언제나 가장 신뢰하던, 친동생 같은 상단의 2인자였죠.”

“······.”

“제가 사람 보는 눈이 없었나 봅니다. 그가 제 아내와, 아들을 죽이고 저까지 죽이려 했습니다. 세상이 멸망했고, 이런 세상에서는 저보다는 자기 자신이 더 적합한 지도자가 될 수 있을 거라는 말과 함께요.

어쩌면 정말 그 말이 맞을지도 모르죠. 그렇게 거리낌 없고 잔혹한 리더가 약육강식의 세계에서는 큰 힘을 발휘하는 법이고, 저는 그런 면에서는 조금 뒤떨어지는, 유약한 성정을 지니고 있었으니까요.”


그리고 시간이 흐른 지금, 그는 세계에서 가장 악명 높은 거대 세력 중 하나인 죽지 않은 자들의 군세의 총군사가 되었다.

그의 유약한 성정은 그날 이후로 죽어 버린 것이다. 목적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라도 할 수 있는 악인이 되어 버린 것이다.


한때 약육강식과 악인들의 세계에서 도태되었었지만, 지금은 그 꼭대기 층 어딘가에 있는 사내가 입을 열었다.


“오히려 제가 평소에 믿지 않았던, 너무나도 수상하다 여겨 쉽게 승진시켜주지 않았던 다른 직원이 저를 구했습니다. 그 친구는 저에게 그간 고마웠다 말하며, 자기 자신을 희생해서 대신 저를 구했죠. 제가 이만큼이나 사람 보는 눈이 없었습니다.”


윌리엄 스왈로우는 웃었다.


“그 이후로는 뭐, 뻔한 이야기입니다. 생사의 고비를 넘기다가 우연히 네크로맨서로서의 자질을 깨달았고, 그게 생각보다도 더 대단한 재능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죠.

그 능력을 점차 발전시키다 보니 대왕님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되었고, 죽지 않은 자들의 군세의 일원이 되어 힘을 쌓아 그간의 복수를 했습니다. 너무나도 쉽고, 너무나도 허무하더군요. 그래봐야 죽은 가족들이 살아나는 것은 아니었으니까요.”


죽은 이후에 다시 만나 함께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 자와 이미 죽은 자 간의 경계는 너무나도 명확했다.


“그렇게 복수를 마치고 찾아보니···아샤의 신체는 상처 입은 목 부위를 제외하고는 놀랍도록 멀쩡했고, 아들 녀석은 시체를 찾을 수가 없더군요. 그래서 이렇게 된 겁니다.

아샤는 죽은 몸을 일으켜 좀비가 되었고, 아들 녀석은 영혼이 돌아와 유령이 되었죠. 둘 다 죽은 상태에서 죽지 않은 상태Undead가 되기로 동의했습니다.”


그 후 지금까지 시간이 흘러, 죽지 않은 자들의 군세의 총군사가 되었다는 이야기일 터.


윌리엄 스왈로우는 잠시 말을 고른 끝에 입을 열었다.


“무언가 두서없는 이야기가 되어 버렸지만, 결론은 그겁니다. 저는 가족을 무척 사랑한다는 것. 이미 가족들을 잃은 적이 있기에, 다시는 또 잃고 싶지 않다는 것. 그래서 제 가족을 구해 주신 게···저로서는 엄청나게 기적 같은 일이었습니다.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최근 들어 감사의 인사를 들을 일이 많다 싶어, 유논은 떨떠름한 낯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뭐···천만의 말을.”


그래도 썩 나쁜 기분은 아니었다.


유논이 몸을 돌려 시드 쪽으로 향하려던 때였다.


“유논 님은, 죽지 않은 군세를···아니.”


윌리엄 스왈로우가 주저하다 내뱉은 말.


“죽지 않은 자들의 왕을 그리 좋아하지 않으시죠. 제가 모시는 대왕님을.”


유논은 발걸음을 멈췄다.


고개를 돌리고 묻는다.


“···티가 좀 났나?”

“예. 확실히 느껴지더군요.”


윌리엄 스왈로우는 한숨과 함께 말했다.


“대왕님과 과거에 무슨 관계이셨는지는 모르겠지만···그분을 너무 미워하지는 말아 주십시오.”


작가의말

네크로맨서를 참 좋아합니다. 죽은 자들을 다시 일으킨다는 것에 뭐라 설명 못할 낭만이 있는 것 같아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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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2

  • 작성자
    Lv.67 kirper03..
    작성일
    21.01.11 21:12
    No. 1

    잘 보고 갑니다.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66 생각.
    작성일
    21.01.12 23:18
    No. 2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0 코책
    작성일
    21.01.11 21:13
    No. 3

    이제 대왕 보러가나요?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66 생각.
    작성일
    21.01.12 23:16
    No. 4

    아직은 아닙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2 노약자
    작성일
    21.01.11 21:55
    No. 5

    내가 네크로 생활을 대전쟁 이후에 시작했다 그 시대에 시작한놈이 백명이라 치면 지금 나 만큼 사는 놈은 나혼자 뿐이야
    내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느냐?
    잘난놈 언데드 만들고 못난놈 보내고
    주위는 다 내 언데드로 만들었다
    유논아 담배하나 찔러봐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66 생각.
    작성일
    21.01.12 23:16
    No. 6

    잘난놈 언데드 만들고 ㅋㅋㅋㅋ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8 라파군
    작성일
    21.01.12 01:55
    No. 7

    그러고보니 시드의 몸에 불안정하게 믕쳐진 5서클의 마나를 어떻게 처리했는지...유논이 알아서 했을 것 같긴하지만...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66 생각.
    작성일
    21.01.12 23:19
    No. 8

    사실 현재로서는 시드가 그거 때문에 마력량 조절을 못하고 마구 분출하면서 사고치고 다녀서 유논이 잔소리 하는 거 말고는 딱히 뭐 없습니다. 시드가 빨리 조절하는 법을 터득해야 처리할 수가 있는데, 그러질 못해서 여러모로 고생중이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9 그라시아S
    작성일
    21.01.12 06:09
    No. 9

    ^^ 재밌게 읽었어요. ^^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66 생각.
    작성일
    21.01.12 23:16
    No. 10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0 Harue.
    작성일
    21.01.12 22:44
    No. 11
    비밀댓글

    비밀 댓글입니다.

  • 답글
    작성자
    Lv.66 생각.
    작성일
    21.01.12 23:17
    No. 12
    비밀댓글

    비밀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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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 유논(10) +10 21.01.03 788 45 16쪽
114 유논(9) +12 21.01.02 765 40 12쪽
113 유논(8) +7 21.01.01 772 45 14쪽
112 유논(7) +9 20.12.31 799 46 17쪽
111 유논(6) +7 20.12.30 825 4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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