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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주의 서재

왕가의 후계자가 마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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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주
작품등록일 :
2021.01.31 19:29
최근연재일 :
2021.03.12 19:05
연재수 :
3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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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04
추천수 :
146
글자수 :
186,686

작성
21.02.22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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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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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검은 숲의 습격

DUMMY

“내 몸에 손대지 말라고 경고했다.”


고통스러워하는 기사를 노려보며 말했다.

다른 기사들은 엉거주춤한 자세로 그 모습을 바라봤다.

그들은 검을 뽑아야 할지 고민하는 것 같았다.


겁이 나지 않는 건 아니었다.

길포드의 기사들은 그의 명령이면 뭐든 할 수 있는 자들이니까.


내가 못 본 사이에 길포드가 더욱 냉혈한이 되었다면,

나는 여기서 죽을 수도 있다.


길포드를 바라봤다.

그는 당황한 것처럼 보였다.


나이를 먹어서인지 과거의 그 사자 같던 기개가 꺾여버린 건가.


“길포드 후작. 말과 행동을 조심하시오. 내가 누구인지 잊은 건 아니겠지?”


여전히 기사의 팔목을 쥔 채 길포드에게 말했다.


“일을 크게 만들고 싶지 않으면 어서 그 손을 놓으십시오.”


길포드의 입에서 나온 말은 그게 다였다.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고작 그게 다인가? 길포드 타슈마르가 언제부터 이렇게 우유부단한 자가 되었지?”

“이런...”


길포드가 이를 꽉 물고 노려봤다.


나는 길포드를 잘 알고 있다.

그는 용맹하고 사나웠지만,

자존심이 세고, 우유부단했다.


‘길포드를 다루는 방법은 간단하단다. 자존심을 건드리면 된다.’


어마마마께서는 그렇게 말씀하셨다.

후에 내가 왕이 되어서도 길포드 후작은 든든한 우군이 되어줄 거라며,

그에 대해서는 꽤 많이 이야기하셨다.


길포드의 표정을 살피다가 잡고 있던 기사의 팔목을 놓아주었다.


“더 이상 이곳에 틀어박혀 있지 말고, 나를 도우시오. 내가 로드리아 왕국을 예전의 모습으로 돌려놓을 것이오.”

“내 성에서 명령할 수 있는 건 나 하나뿐입니다.”


길포드가 자신의 검을 잡았다.

하지만 그 검을 뽑지는 않고 있었다.


뿌우우!


쇼파르 소리였다.

위급한 상황을 알리는 소리.


“이런 젠장. 하필 이 때에.”


길포드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리고 그는 다급한 목소리로 기사들에게 말했다.


“성 밖의 인원을 모두 데리고 들어와라.”


나는 그 모습을 살피다가 물었다.


“이게 무슨 소리지?”

“몬스터가 출몰한 것입니다.”

“그런데 모두 성안으로 들어오라고?”

“그렇지 않으면 모두 나가서 싸워야겠습니까?”

“당연하지 않소.”


길포드는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저들은 보통 몬스터가 아닙니다. 마기의 영향을 받은 놈들입니다.”

“그렇다고 보고만 있을 것이오? 근처의 마을이라도 습격하면 어쩌려고.”


귀족에게 의무가 있다면 그건 영지의 백성들을 보호하는 일.

물론, 대부분의 귀족이 그들의 의무를 다하지는 않는다지만,

길포드까지 그런 자들처럼 되었다는 것인가.


실망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나를 보고 길포드가 말했다.


“노엘 왕자님. 이곳까지 오면서 마을을 본 적이 있습니까?”

“본 적 없소.”

“왜 그런지 아십니까?”

“그대가 이리 성안에 숨어만 있으니 모두 죽거나 도망간 것이 아니겠소?”


내 말에 길포드는 껄껄거리며 웃었다.

그리고 잠시 후 웃음을 멈춘 길포드가 말했다.


“내가 마을을 모두 없앴기 때문입니다.”

“그게 무슨 말이지?”

“저 몬스터 놈들 때문에 마을 사람들을 이 성안으로 대피시켰다는 말입니다. 자리가 없어서 들어오지 못하는 자들은 남쪽으로 이주시켰습니다.”

“저놈들이 그 정도로 위험하단 말이오? 내가 상대해 본 오크들은 강하긴 했지만 타슈마르 가의 병사들을 압도할 만큼은 아니었는데.”


분명 낮에 오크들을 상대해봤다.

빌튼과 기사 하나가 당하기는 했지만,

거대한 오크 한 마리를 제외하고는 일반 병사보다 조금 강한 수준이었다.


그런데,

그런 놈들이 위험하다고 할 정도면 타슈마르의 군대가 약해진 것인가.


타슈마르 가문의 군대.

로드리아 왕국 안에서도 강함으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자들이다.

애초에 이 왕국을 세울 수 있었던 것도 타슈마르 가문의 군사력 덕분이었다고 들었다.


선왕께서는 그들의 전투력을 인정하여 북방의 방어를 맡겼고,

그들은 이곳 모로나에서 오랜 세월 동안 몬스터와 마족들을 상대해야 했다.


나는 그들의 그런 점을 높이 사 내 편으로 끌어들이고자 했다.


그런데 지금 내가 보는 모습은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그건 놈들과 낮에 만났기 때문이지요.”

“그게 무슨 말이오?”

“저놈들이 마기를 띠고 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마족은 어둠 속에서 본래의 힘을 발휘하는 종족입니다. 그 영향을 받았으니 당연히 밤에 훨씬 강하지요.”


마족이 밤에 강하다는 것은 들어 알고 있지만,

낮과 밤이 전혀 다를 정도의 차이라는 것인가.


“그럼 이대로 성을 지키고만 있을 것이오?”

“지금은 저놈들이 성벽을 넘지 않도록 지키고 있는 것이 상책입니다. 지금까지 한 마리도 이 성벽을 넘은 적은 없었습니다. 날이 밝는 대로 병사들을 모아 놈들을 사냥할 것입니다.”


그럼 그렇지.

길포드는 자신의 영지를 침입한 몬스터를 가만히 놔둘 사람이 아니다.


그 말을 들으니 조금은 안심이 되는군.

길포드가 많이 변한 것 같지는 않으니 말이다.


그런데 이 찝찝한 느낌은 뭐지.

뭔가를 놓친 듯한...


“험프리!!”

“험프리 경!!”


나와 길포드가 거의 동시에 외쳤다.


그래.

성밖에 아무도 없을 거라던 건 우리의 착각이었다.

내가 직접 험프리에게 말하지 않았는가.

오늘은 야영을 하라고.


“험프리와 그 일행이 위험하오. 어서 병사들을 모으시오.”

“이 밤중에 나가서 싸우겠다는 겁니까?”

“어쩔 수 없지. 이대로 그들이 당하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도 없는 일이니.”


내 말에 길포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인상만 쓰고 있었다.


“왜 말이 없소? 어서 병사들을 보내야 한다니까.”

“이곳에서는 나만 명령할 수 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리고 내 병사들이 성 밖으로 나가는 일은 없을 겁니다.”

“뭐?”


길포드는 나를 외면하고 걸어 나갔다.

나는 길포드를 쫓아갔다.


“길포드 후작 거기 서시오.”

“모두 뭣 하고 있나? 놈들이 넘어오지 못하게 경계를 강화해라.”


길포드는 여전히 나를 무시하고 성벽을 향해 갔다.


“이대로 험프리가 놈들에게 당하도록 두겠다는 건가?”

“보아하니 일행 중에 마법사가 있는 것 같던데. 운이 좋으면 잘 숨어 있다가 내일 아침에 나타날 겁니다.”

“그걸 말이라고 하시오? 그대가 가기 싫다면 내가 직접 병사들을 이끌고 가겠소.”


길포드는 발걸음을 멈추고 돌아보았다.

그리고 나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왔다.

그는 화가 잔뜩 나 있었다.


“내가 지금 나 혼자 살자고 이러는 것 같습니까? 험프리 경과 일행 몇 명 구하자고 내 병사 수십 명을 잃을 수는 없습니다.”

“그렇군. 그대의 사람을 잃기 싫은 것이군.”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뭐. 예전부터 자기 사람 하나는 잘 챙기는 걸로 유명했으니까.


“길포드 후작 그럼 부탁이 있소.”

“병사는 못 줍니다.”

“병사는 필요 없소. 내 갑옷과 무기를 돌려주시오.”

“혼자서 가려는 겁니까?”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대는 그대의 사람을 지키고, 나는 내 사람을 지키고. 그것이 옳지 않겠소?”

“진심입니까? 죽을 수도 있습니다.”

“그들을 데리고 돌아오면 성문이나 제때 열어주시오.”


길포드는 잠시 고민을 한 끝에 말했다.


“왕자 노엘의 짐을 모두 가져와라.”


*


*


*


“성문을 열어라!”


덜컹 끼이익!


거대한 성문이 열린다.

성문 밖은 안쪽과 다르게 어둠이 짙게 깔려있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칠흑 같은 어둠.

그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히이잉!


말은 겁이 났는지 앞으로 가지 않으려고 짜증 섞인 소리를 낸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이미 혼자 가기로 마음먹었지 않은가.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밖에 있었다면 험프리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뛰어나왔을 것이다.


로드리아 왕국의 첫째 왕자 노엘.

부하들을 구하기 위해 마기가 가득한 몬스터들을 상대로 홀연 단신의 전투를 펼친 사내.


만일 내가 죽으면 후대에는 그렇게 기억되려나?

아니 오히려 어리석은 왕자로 기억이 되려나?


뭐 일단 무엇이 되었든 출발해야겠지.

다른 건 몰라도 부하들을 사지로 내몰고,

자신의 안전이나 꾀하는 이기적인 왕자로 기억되기는 싫으니.


자. 가보자.


말이 성문 밖으로 걷기 시작했다.

나는 횃불도 들지 않은 채 어둠 속으로 몸을 맡겼다.


휘이익! 휘익!


성벽 위에서 불화살을 곳곳에 쏘아 올린다.

기름을 먹인 화살들은 바닥에 박힌 뒤에도 꽤 오래 불꽃을 유지할 것이다.

덕분에 지근거리의 시야 확보는 될 터.


길포드... 저승 가는길을 밝혀주는 것 같군.

나는 성벽 위를 올려봤다.

길포드는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나는 그를 향해 웃어 보였다.


“이랴!”


나는 말의 옆구리를 찼다.

말은 점점 속도를 내서 걷다가 가볍게 뛰기 시작했다.


험프리는 분명 산 쪽으로 이동했었지.

분명 성에서 멀지 않은 곳을 야영지로 정했을 터.


아직은 몬스터의 모습도,

전투의 흔적도 보이지 않는다.


말은 계속해서 달렸다.

성벽에서 한참 떨어진 곳까지 이르자 어두워지며 시야 확보가 어려웠다.


이제는 소리에 의존해야 할 것이다.


다각 다각 다각


말발굽 소리만 들린다.


다각 다각 다각


아무것도 없는 거 아니야?


다각 다각 사락 다각


응?

분명히 다른 소리가 들렸다.

오른쪽이다.


“험프리?”


아무런 대답도 돌아오지 않았다.

다시 한번 불러봤다.


“엘리나 거기 있어?”


대답 대신 돌아온 건.


크르...


오크 소리 뿐이었다.


“이랴!”


말고삐를 더욱 세게 당겼다.

위험을 직감한 것인지 말은 빠르게 달려 나갔다.


크르르...


말발굽 소리와 함께 오크들의 발소리도 함께 들렸다.


내려서 싸울까?

하는 생각을 했다가 바로 접었다.

지금 괜히 내려서 싸웠다가는 몇 놈 죽이지도 못하고 포위당할 수가 있다.


인간인 나는 어두워 시야 확보조차 어렵지만,

저 마기를 띤 몬스터들은 지금이 더 강할 때라고 하지 않았나.


“이랴! 이랴!”


고로 내 결정은

말을 재촉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계속해서 일행을 찾았다.


“험프리! 엘리나!”


마기의 영향을 받았다고 해도, 오크가 말보다 빠르지는 않았다.

그들과 내 거리는 점점 벌어졌다.


문제는 이것들이 끈질긴 놈들이라는 것이다.

지칠 법도 하건만 계속해서 말을 쫓아오고 있었다.

보이지도 않는데 어떻게 아냐고?


놈들이 강력한 살기를 내뿜고 있었거든.

살기의 수는 점점 더 많아지고 있었다.

얼핏 서른 마리 정도.


달리는 말을 멈춰 세운 건 갑자기 날아온 도끼였다.

오크 중 하나가 던졌겠지.


퍽!


도끼는 말의 뒷다리 허벅지에 정확하게 박혀 들어갔다.


히이잉!


말은 자지러지는 소리를 내며 이내 고꾸라졌다.

그 위에 있는 나는?


말할 것도 없지.

그대로 바닥에 뒹굴었다.


“크윽!”


통증이 느껴졌다.

어깨, 무릎, 옆구리, 발목.., 그냥 온몸이 다 아팠다.


하지만 통증을 느끼며 뒹굴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곧장 오크들의 공격을 막아내야 했거든.

벌떡 일어나서 검을 잡았다.

그리고 거의 동시에 검을 휘둘렀다.


캉! 카각! 카앙!


낮에 싸웠던 오크들보다 훨씬 강하다.

두 배?

아니다. 그 이상이다.


놈들은 내 강한 공격에도 쉽게 밀리지 않았다.


오히려 공격을 퍼붓는 쪽은 오크들이었다.

나는 막아내기 급급할 뿐.

게다가 잘 보이지 않으니 답답하기까지 하다.


주변으로 오크들이 모여드는 것이 느껴졌다.

나는 앞, 뒤, 옆 할 것 없이 사방에서 쏟아지는 공격을 막아내야 했다.


놈들의 공격이 조금씩 내 갑옷에 도달하기 시작했다.


사칵!


팔꿈치를 베였다.


위험하군.

지금은 도와줄 사람도 없으니,

살아남으려면 이놈들을 혼자 물리쳐야 한다.

그 생각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두근 두근 두근


오크들의 무지막지한 힘에 공포를 느낀 것인가?

내 심장은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공포?

그런 감정은 아닌 것 같은데.

심장은 빠르게 뛰고 손끝은 떨렸다.


그리고,

몸에 힘이 들어가고,

시야가 환해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오크의 눈동자가 보이다가 점점 놈들의 얼굴, 무기가 보이기 시작했다.


작가의말

암순응?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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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왕자의 소문 +1 21.03.08 43 2 12쪽
30 잠 자는 숲속의 원장 +1 21.03.05 38 2 13쪽
29 마족과의 전투 +1 21.03.04 43 2 13쪽
28 호위 기사 험프리 +1 21.03.03 45 3 12쪽
27 사냥꾼들(3) +2 21.03.02 48 2 12쪽
26 사냥꾼들(2) +1 21.02.26 52 2 11쪽
25 사냥꾼들(1) +1 21.02.25 52 2 12쪽
24 빛나는 검(2) +1 21.02.24 57 2 11쪽
23 빛나는 검(1) +1 21.02.23 53 2 12쪽
» 검은 숲의 습격 +1 21.02.22 53 2 12쪽
21 벤무스로 산다는 것 +3 21.02.19 65 3 12쪽
20 타슈마르 가의 가주 +2 21.02.18 69 3 13쪽
19 키로프 산의 오크 떼 +4 21.02.17 84 4 12쪽
18 배신자의 최후 +3 21.02.16 95 3 11쪽
17 조엔 가의 가주(3) +2 21.02.15 97 4 12쪽
16 조엔 가의 가주(2) +3 21.02.14 111 4 12쪽
15 조엔 가의 가주(1) +2 21.02.13 131 4 12쪽
14 왕자가 간다 +3 21.02.12 169 3 13쪽
13 왕자가 돌아왔다(2) +4 21.02.11 170 4 13쪽
12 왕자가 돌아왔다(1) +4 21.02.10 164 4 12쪽
11 돌아가는 길(2) +4 21.02.09 163 5 12쪽
10 돌아가는 길(1) +4 21.02.08 168 5 12쪽
9 못난 동생(3) +3 21.02.07 170 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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