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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주의 서재

왕가의 후계자가 마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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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주
작품등록일 :
2021.01.31 19:29
최근연재일 :
2021.03.12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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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6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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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2.10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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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왕자가 돌아왔다(1)

DUMMY

조슈아가 홀 안으로 들어왔다.

호위 기사 몇 명이 무장을 한 채 따라 들어왔지만,

그들을 제지하는 사람은 없다.


표정, 걸음걸이, 손짓 하나하나에서 거만함이 묻어나온다.

조슈아는 귀족들을 한번 훑어보고는 국왕 워렌 앞으로 갔다.


“아바마마 안 좋은 일이라도 있으십니까?”


조슈아는 국왕 워렌을 이상하다는 듯 바라봤다.

망연자실한 표정의 워렌.

조슈아에게는 확실히 이상해 보였을 것이다.


‘내가 뭘 또 잘못했나?’


순간 그의 머릿속에는 그 생각이 자리 잡았다.


“안색이 안 좋으십니다. 아직 몸이 회복되신 게 아니었습니까?”


옆에 있던 왕비 소니아도 이상하다는 듯이 바라봤다.


‘소니아와 조슈아도 모르게 미하일 혼자 한 일인가?’


워렌은 두 사람을 번갈아 보고는,

미하일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미하일이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자다.

이와노프 가문을 위해서라면 자기 자신도 속일 수 있는 사람이니까.


“아직 몸이 안 좋으신 겁니까? 그래도 조금만 자리를 지키십시오. 왕실의 후계자를 발표하는 자리에 국왕이 없어서야 되겠습니까?”


미하일은 여전히 득의양양한 얼굴로 워렌을 바라보고 있다.

지금 워렌의 분노를 아는 사람은 미하일 밖에는 없으리라.

그런데도 이곳에서 가장 기분이 좋아 보이는 사람 역시 미하일이었다.


워렌은 속으로 외쳤다.


‘비열한 놈!!’


어쩌겠는가.

지금 이곳에는 미하일의 사람이 훨씬 많을 것인데,

그에 대한 욕은 속으로 삼킬 수밖에.


“폐하. 어서 발표하시고, 침실로 드시지요. 왕자도 왔겠다, 무엇을 망설이십니까?”


소니아의 재촉에 워렌은 일단 자리에 다시 앉는다.


“자! 자! 이제 폐하께서 오늘 여러분들을 모이게 한 이유를 말씀하신다고 합니다.”


미하일은 제멋대로 귀족들의 시선을 워렌에게로 집중시켰다.

장내의 귀족들은 모두 워렌을 바라봤다.


“아....”


자식이 위험에 빠져 있는데 정신이 온전한 아비가 과연 누가 있겠는가.

워렌은 여전히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허나 그를 도와줄 사람은 어디에도 없어 보였다.


보통 때였다면 당연히 루카스를 불렀겠지만,

루카스마저 미하일의 사람이었지 않은가.

이제는 믿었던 자들도 의심할 수밖에 없다.


그래도 굳이 믿을만한 자를 찾자면.


수석 집사 램버트?

확실히 워렌이 젊을 때부터 함께 해온 사람이었지만,

그는 지금 이 상황을 타개할 힘이나 권력이 있는 사람이 아니다.


그럼,

피델 하인리히 백작?

그에게는 나름 권력도 힘도 있지만,

그가 자신의 가문에 위기를 초래해 가며 노골적으로 워렌을 도와줄지는 의문이다.


‘도와줄 자는 아무도 없다는 말인가.’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워렌은 미칠 지경이었다.

분명 10여 년 전만 해도 강력한 왕권을 바탕으로,

로드리아 왕국을 이끌었다.


무골의 기재를 타고난 그레이디 가의 혈통으로,

전쟁에서 직접 지휘하며 주변의 어떤 왕국보다 강력한 왕국을 만들었다.


워렌 그레이디.

그의 이름은 주변 국가들에게는 공포 그 자체였다.


그런데 10년이 지난 지금은

몸도 마음도 병들어 버린 나약한 왕이 되어있지 않은가.

연이은 왕족의 실종과 죽음이 그를 천천히 망가뜨린 것이다.


그러던 와중에

노엘이 돌아왔다.

워렌이 가장 사랑했던 왕자 노엘이 사라진 지 10년 만에 돌아왔다.

노엘의 등장과 함께 무너진 왕권의 재건이라는 목표까지 세웠다.


그런데 이렇게 다시 노엘을 잃는다고?


‘절대 안 돼.’


노엘은 워렌의 유일한 희망이다.


어떻게든 노엘을 구해야 한다.

왕실의 후계자 자리를 이와노프 가문에게 내주는 한이 있더라도,

노엘 만큼은 일단 살려야 한다.


이것이 워렌의 생각이었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정신이 또렷해졌다.

시야도 맑아졌다.

그런 그의 시선에 한 사내가 들어왔다.


혼자만 이질적인 분위기를 품고 있는 저 기사.

투구를 완전히 벗지 않고, 반쯤 머리에 걸친 채 웃고 있는 저 기사.

낯이 익다.


“노엘...?”


워렌은 신음을 내뱉듯 작은 소리로 노엘을 불렀다.

노엘은 입꼬리를 올리며 더욱 짙은 미소를 보냈다.


“살아있었구나.”


*


*


*


꽤 걱정하셨나 보군.

날 알아보자마자 눈시울을 붉히시잖아.


회의장에는 많은 이들이 있었다.

그중 아바마마 다음으로 눈에 띄는 건.


대공 미하일 이와노프....

나를 제거했다고 생각했는지,

기쁜 얼굴을 감출 생각 따위는 없어 보인다.


회의장 내의 귀족 대부분이 그의 눈치를 보고 있다.

몇몇은 아예 미하일의 옆에서 그의 비위를 맞추고 있다.

그중에는 아바마마의 오랜 충신들이었던 자들도 있다.


인간이란 나약한 존재라더니,

아바마마에 대한 충성 맹세까지 저버리고 미하일을 추종하는 것인가.


“오래 기다리게 했소. 오늘 짐은 로드리아 왕국의 후계자 문제로 중대한 발표를 하고자 하오.”


대화 소리가 잦아든다. 대신 작은 웅성거림이 시작된다.

모두 조슈아를 다음 왕실 후계자로 지정한다고 생각하는 것이겠지.

그들의 반응은 두 가지로 엇갈린다.


한쪽은 고개를 끄덕이며 미하일과 조슈아를 번갈아 바라보는 사람들.

다른 한쪽은 고개를 푹 숙이거나 고개를 가로저으며 미하일이 왕국을 집어삼키는 걸 안타까워하는 자들.


어떤 자들이 더 많냐고?


끄덕이는 놈들이 네 배는 더 많아 보였다.


나는 아무런 내색을 하지 않고 그저 이곳에 있는 귀족들을 살폈다.

인간이란 권력을 가진 자 앞에서는 본 모습을 숨기기 마련.

하지만, 이들은 내가 노엘인지 모른다.

이들의 본심을 알기 위해서는 내가 왕자인 줄 모르는 지금이 최적기이다.


짧은 시간이지만,

조금이라도 더 많은 이들의 본심을 파악해야 한다.


나는 눈알이 뻐근해 올 정도로 사람들을 살폈고,

머릿속으로는 사람들을 두 부류로 정리하느라 정신없었다.


나에게 도움이 될 자들과

나의 적이 될 사람들.


다시 말해,

내 편과 미하일의 편으로 사람들을 나눴다.


어떻게 아냐고?

그저 그들을 주의 깊게 관찰하면 된다.

그들은 아바마마와 미하일에게는 자신의 기분을 숨기겠지만,

상대적으로 낮은 신분인 일개 기사에게는 굳이 숨길 이유가 없다.

내가 그들을 바라본다 한들,

나를 신경이나 쓰겠는가.

기분이 나쁘면 찡그릴 것이고, 좋으면 웃을 뿐이다.


“험프리! 로이드! 너희들은 아바마마가 발표하시면 나를 향해 무릎을 꿇어라. 내가 돋보이도록 강하게 무릎을 꿇어야 할 것이야.”


한편 조슈아는

벌써 왕이라도 된 듯이 기쁨에 몸부림치고 있었다.


주접떨고 있네.

나는 한심한 눈으로 조슈아의 못생긴 뒤통수를 바라봤다.


아바마마는 웅성거림이 조금 잠잠해질 무렵 말씀을 이어가셨다.


“짐은 최근 왕자 유바 그레이디를 잃었소. 그는 짐의 혈육임과 동시에 이 로드리아 왕국의 왕위를 이을 짐의 후계자였소.”


대부분은 억지로라도 어두운 표정을 지었지만,

미하일은 그러지 않았다.


“유바의 일로 침울해 있던 짐에게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소. 덕분에 기운을 차리고 이 자리에 설 수 있었지.”


미하일은 뭔가 이상함을 감지하고 눈살을 찌푸렸다.


“여기 있는 모든 이들에게 새로운 왕실의 후계자를 소개하겠소.”


아바마마는 조슈아 쪽을 지그시 응시했다.

정확히는 그 뒤에 있는 나를 보고 계셨다.

그 시선은 조슈아를 보는 것으로 착각하기에 충분했다.


조슈아는 벅차오르는 마음이 진정이 안 되는지

숨까지 헐떡이며 천천히 앞으로 걸어 나갔다.


예전 버릇을 아직도 못 고쳤군.

조슈아는 어렸을 때부터 너무 좋으면 숨을 헐떡인다.

처음으로 유바와의 달리기에서 이겼을 때도 딱 저 모습이었다.


나는 험프리와 함께 조슈아의 뒤를 따랐다.

그리고 품속에 넣어둔 왕관을 찾았다.


아차.

루카스 그 인간이 내 왕관을 밟아버렸지.


왕관을 쓰지 않으면 뿔이 그대로 드러날 터.

그렇다고 지금처럼 투구를 계속 걸치고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나는 뿔을 가릴만한 것을 찾았다.

없다.


“자. 더는 뜸 들이지 않겠소. 새로운 왕실의 후계자는 왕자 노엘 그레이디오!”


아바마마의 말에 장내는 어수선해졌다.

웅성거림을 넘어 비명을 지르는 자들도 있었다.

비명 중 가장 큰 것은

왕비 소니아의 것이었다.


아바마마의 옆에 딱 붙어있던 그녀는

비명을 지르며 나가 떨어졌다.


하지만,

조슈아는 멈추지 않았다.

조슈아는 흥분하면 남의 말을 잘 듣지 못한다.

당연히 자신의 이름을 말했으려니 생각하고 아바마마가 계신 곳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네 자리는 거기가 아니다.”


나는 조슈아의 어깨를 지그시 눌러 멈춰 세웠다.


“응?”


조슈아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내 얼굴을 바라봤다.

나는 재빨리 조슈아가 쓰고 있는 왕관을 빼앗아 내 투구와 바꿨다.

다행히 내 뿔을 눈치챈 자는 없었다.


사람들은 내 머리카락 사이에 돋아난 뿔을 볼 정신이 없을 테니까.


“이. 이게 무슨?”


역시 가장 놀란 건 동생 조슈아였다.

조슈아는 입을 벌리고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조슈아의 얼굴을 보고 씨익 웃어주었다.


그리고 자세를 곧게 펴고,

장내를 천천히 둘러보았다.


사람들의 눈에는 반가움보다는 공포의 감정이 더 많았던 것 같다.

그들에게 나는 죽은 사람이었으니까.

10년 동안 그렇게 믿고 있었으니까.


그런데 나는 살아있다.

이렇게 온전한 모습으로 여기에 서 있다.


“나는 로드리아 왕국 국왕 폐하의 장자 노엘 그레이디오!”


그 한마디로 장내는 조용해졌다.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았다.

누구 하나 움직이지도 않았다.


“10년 전 잃어버렸던 내 자리를 다시 찾으러 왔소.”


누구 하나 반대하지도 찬성하지도 못하고 있었다.


짝 짝 짝짝짝


살얼음 같던 분위기를 깬 건

카탄 왕국의 사절단 대표로 온 자였다.


그의 박수를 시작으로,

좀 전까지 침울하게 있던 미하일의 반대 세력 귀족들이 박수를 치고 나섰다.


이쯤 되면 가장 최악의 기분을 맞이할 사람은 한 사람일 것이다.


미하일 이와노프.


역시나 그는 얼굴을 붉히며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웬만해서는 흥분한 내색을 보이지 않는 자이기에

그가 얼마나 화가 났는지 느낄 수 있다.


“노엘이라니!!”


미하일의 외침에 장내는 다시 조용해진다.


“대공 뭐라고 하셨소?”


아바마마는 차가운 얼굴로 미하일을 노려봤다.


“저자가 노엘 왕자라고 어찌 확신한단 말입니까?”


충분히 의심할 만하지.

그런데 왜 다른 이들은 아무도 의심하지 않았을까?


내 얼굴이 10년 전 노엘의 얼굴과 너무 닮았거든.

그리고 그 얼굴은 다시 아바마마의 얼굴과 닮아있고.

내 얼굴을 기억하는 자라면 내가 노엘 그레이디라는 말에 조용히 수긍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이런 질문을 했다는 건.

갈 데까지 가보자는 거지.


“왕자 노엘이 확실하오. 내가 내 아들도 몰라볼까 봐 그러시는 것이오?”

“폐하께서 속고 계시는 것일 수도 있지 않습니까? 모습 따위는 마법으로도 충분히 바꿀 수 있습니다.”

“대공께서는 노엘이 아니기를 바라시는 것 아니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미하일은 아바마마를 노려보고,

아바마마는 미하일을 노려봤다.


“폐하. 그럼 이분이 노엘 왕자님인지 아닌지 확인해보면 될 것이 아닙니까?”


그 질문을 던진 건 수석 재판관 게바우어였다.

사람들은 그의 발언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걸 어찌 확인한단 말인가?”

“마법으로 모습은 바꿀지언정 기억과 정신까지 바꿀 수는 없을 것입니다. 노엘 왕자님만이 알 수 있는 질문을 해보면 어떻겠습니까?”


이미 루카스가 써먹었던 방법이다.

그런 거라면 충분히 자신 있지.

나는 정말로 노엘이니까.


귀족들은 자신들이 알고 있는 나와의 일화들을 계속해서 물어봤다.

자신을 처음 어디에서 만났는지,

자신의 딸과 무얼 하고 놀았었는지.


심지어,

어린 나에게 어떤 장난을 쳤었는지 묻는 자도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결론은.


나는 노엘이다.


로드리아 왕실의 첫째 왕자 노엘 그레이디가 돌아왔다.


작가의말

(조슈아) : ? 형이 왜 거기서 나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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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왕자의 소문 +1 21.03.08 43 2 12쪽
30 잠 자는 숲속의 원장 +1 21.03.05 38 2 13쪽
29 마족과의 전투 +1 21.03.04 43 2 13쪽
28 호위 기사 험프리 +1 21.03.03 45 3 12쪽
27 사냥꾼들(3) +2 21.03.02 48 2 12쪽
26 사냥꾼들(2) +1 21.02.26 51 2 11쪽
25 사냥꾼들(1) +1 21.02.25 52 2 12쪽
24 빛나는 검(2) +1 21.02.24 57 2 11쪽
23 빛나는 검(1) +1 21.02.23 53 2 12쪽
22 검은 숲의 습격 +1 21.02.22 52 2 12쪽
21 벤무스로 산다는 것 +3 21.02.19 65 3 12쪽
20 타슈마르 가의 가주 +2 21.02.18 69 3 13쪽
19 키로프 산의 오크 떼 +4 21.02.17 84 4 12쪽
18 배신자의 최후 +3 21.02.16 95 3 11쪽
17 조엔 가의 가주(3) +2 21.02.15 97 4 12쪽
16 조엔 가의 가주(2) +3 21.02.14 111 4 12쪽
15 조엔 가의 가주(1) +2 21.02.13 131 4 12쪽
14 왕자가 간다 +3 21.02.12 169 3 13쪽
13 왕자가 돌아왔다(2) +4 21.02.11 170 4 13쪽
» 왕자가 돌아왔다(1) +4 21.02.10 164 4 12쪽
11 돌아가는 길(2) +4 21.02.09 163 5 12쪽
10 돌아가는 길(1) +4 21.02.08 168 5 12쪽
9 못난 동생(3) +3 21.02.07 170 5 13쪽
8 못난 동생(2) +3 21.02.06 162 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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