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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가린 님의 서재입니다.

소도외전

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용가린
작품등록일 :
2018.11.28 15:30
최근연재일 :
2023.05.10 22:33
연재수 :
105 회
조회수 :
29,545
추천수 :
273
글자수 :
706,311

작성
18.12.10 15:14
조회
466
추천
4
글자
8쪽

사방천지로 퍼진 소문

DUMMY

“중대신 어른, 여러 경로를 통해 <천경보전>이라는 책자를 수소문한 바 있으나 어느 것 하나 확실한 것은 없습니다. 일설에는 준왕이 피난을 가면서 미처 챙기지 못해 왕검성 주변의 어느 비밀 장소에 묻어 놓았다가 상황이 좋아지면 찾아올 것이라는 얘기가 있는가 하면, 피난 시 챙긴 그것을 현재는 마한의 왕궁 어딘가에 숨겼다는 말도 있습니다만 여러 가지 소문만 무성할 뿐 소문을 뒷받침할만한 증좌(證左)가 있는 신빙성 있는 정보는 아직까지 확보되지 못했습니다.”

나라 밖의 정세를 살펴보고 첩보를 보고하는 일선 간자들의 정보를 취합하여 보고하는 일호(一號) 간자가 구리달에게 보고했다. 일전에 위만왕이 <천경보전>이 현재 어디에 있는지 알아보도록 구리달에게 지시하면서 원활한 업무 추진을 위해서는 현재 가동되고 있는 간자단들을 활용하도록 조치한 것에 기인한 것이었다. 나라 안의 첩보를 취합해서 보고하는 이호(二號) 간자는 의외로 일호 간자보다 훨씬 보고하는 빈도와 내용이 빈약했다. 정보 수집에 애를 먹고 있는 것이 티가 날 정도였다. 국내에서의 활발한 첩보 자료 물색이 어려운 것은 어찌보면 <천경보전>이 조선을 떠났다는 것에 신빙성을 더해주는 것 같기는 했으나 조선에는 그것이 없다고 단정 지을 수도 없는 노릇이어서 답답한 감도 없지 않았다. 어찌 됐건 구리달은 간자들을 독려하며 소문의 정확성을 높이기에 주력했다. 사방천지에서 활동하는 간자들의 수는 알려지지는 않았으나 무척 많았다. 그럼에도 답보상태가 계속되자 구리달은 일호와 이호 간자에게 조금 더 힘을 내도록 사비를 털기도 했다. 그래도 여전히 보고되는 탐문 내용들은 그저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미약한 근거의 소문을 취합하는 수준에서 맴돌 뿐이었다.

간자들이 혹은 객잔이나 허름한 주막 등 많은 유동인구들이 다니는 장소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탐문을 시작하자 처음엔 소문을 아무렇지 않게 전하던 백성들 사이에서 입을 잘못 놀리면 곤욕을 치를 수 있다는 얘기도 만들어지면서 후환을 두려워한 사람들이 입을 다무는 경향을 보였기 때문이었다.


다만, 적극적인 탐문으로 인하여 신선술에 대한 숨겨진 비급이 있다는 소문만 삽시간에 퍼져나갔는데 조선은 물론 멀리 중국 대륙의 여러 나라에까지도 퍼져나갔다. 조선 왕실에서 비밀리에 그것을 찾기 위해 어두운 곳에서 추적하고 있었는데 그 행동 상황이 공개되어버린 것이다. 예기치 못한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구리달은 이런 상황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는 애초부터 사람이 신선이 된다는 것을 믿지 않았다. 단지 보다 높은 신하가 되기 위한 방편으로 <천경보전>을 활용하고 있을 뿐이었다. 천성(天性)적으로 공명심(功名心)이 강했고 제법 허세가 넘치는 인물이었기에 어쨌든 결과만 좋다면 다 좋다라고 생각한 것도 느긋한 상황을 연출하는데 제법 한몫을 하기도 했다. 어차피 보다 많은 관심의 눈길이 있다면 <천경보전>이 발견되는 것은 더욱 빨라질 수도 있다는 판단도 선 구리달이었다.

최초로 <천경보전> 책자의 이름을 입 밖에 낸 데다 몽형의 사후에는 조선에서 유일하게 그 내용을 알고 있는 신하이기도 한 그였다. 그로 인하여 독점한 정보를 홀로 취급하였는데 자신의 경험까지도 가끔씩 해석을 붙여서 위만에게 보고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구리달이 취급하는 정보도 많아졌다. 그만큼 위만왕과 독대하는 시간도 잦아지고 길어져갔다. 가끔씩 위만이 구리달을 향하여 보내는 치하의 목소리는 다른 신하들에게는 부러움의 대상이 되었다.


구리달의 입지는 위만왕의 관심도 증가와 함께 점점 커져갔다. 구리달은 마치 승전 장군의 위세인 양 보고 들은 내용들을 위만에 보고한 후 자신의 정보를 공유하고 싶어하는 주변의 신하들에게 찔끔찔끔 던졌다. 그렇게 구리달은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높여나갔다. 그와 만나는 신하들과 그를 만나려고 줄을 서는 신하들의 수가 점점 늘어나고 있었다. 비례하여 그의 권력은 커져 갔으나 입은 점점 가벼워지고 혀 놀림은 빨라졌다. 무게감 없이 소리 소문 없이 왔다가 사라지는 여러 소문들처럼,


때때로 소문은 유사한 소문을 낳거나 모양을 바꾸거나 내용을 가감하는 형태로 돌아 다녔다. 뜬금없는 소문이나 밑도 끝도 없는 출처 불분명의 소문 같지도 않은 소문도 많았다. `조만간 <천경보전>은 마한에 소재한 어느 험준한 악산의 정상에 옮겨질 예정이다`라는 식으로 제법 설득력을 가진 것으로 추정되는 소문들도 흘러 다녔다. 일단 생산된 소문은 시간의 흐름에 비례하여 내용이 확대되었을 뿐 아니라 다소 허황되고 과장되게 재생산되어 다시 천하를 떠도는 살아있는 유기체(有機體)였다.

최근에는 `한준왕이 가지고 있는 <천경보전>은 사람의 경지를 초월한 무공을 연마하는 최고의 무술 비급으로 이를 익히면 무림의 최고봉이 되는 것은 물론이고, 그 수련의 마지막 경지에 도달하면 신선이 된다`는 그럴듯한 소문으로까지 탈바꿈되어 여기저기를 떠돌고 있었는데 여기에 꽂힌 수많은 강호의 고수들이 관심을 고조하는 계기가 되는 소문이 되고 말았다.


“여기가 왕검성으로 바로 갈 수 있는 대동천 포구입니다.”

작은 나룻배의 뱃사공이 방립(方笠)을 쓴 손님 둘에게 말했다.

“여기가 조선의 왕검성이라, 흠... 최고의 무술 비급을 얻기 위해서는 제일 먼저 확인해야 하는 곳이지?”

“그렇지, 이곳에 있는 오랜 친구가 며칠 전에 개업한 고급 주루(酒樓)에서 기다리기로 했으니 서둘러 출발하자고,”

등 뒤에 찬 칼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도 그랬지만 가볍게 내딛는 걸음걸이로 보아 예사롭지 않은 사내들이었다. 언 듯 보기에도 엄청난 고수의 느낌이 물씬했다. 그들은 소문에서만 존재하는 최강의 무술 비급을 얻기 위해서 조선에 첫 발을 내딛고 있었다.


소문의 영향이었다. 조선에서 위만왕은 왕대로, 강호의 고수들은 고수대로 <천경보전>을 찾기에 혈안이 되어있었다. 가히 최고의 무공을 선망하는 조선반도와 중국 대륙의 강호인들은 구미가 당기는 소문의 내용에 사나운 눈길을 던지며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었다. 그만큼 소문의 힘은 대단했다.

거기다, 소문의 진원지가 왕실로 확인되다보니 그 신뢰 수준이 높을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한 이치였다. 소문의 영향으로 삼한에도 당연히 <천경보전>을 찾기 위한 행렬은 줄을 이었다. 다만, 다른 것이 있다면 조선 왕실에서 보낸 간자들은 함부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반면 도처(到處)에서 몰려온 강호인들은 공공연히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고 있었다. 고수인 자신의 위명(威名)을 듣고 어쭙잖은 무인들은 스스로 떠나기를 바라는 것이었다.

다만, 그러함에도 조선에서처럼 공공연하게 <천경보전>의 이름을 거론하지는 않았다. 어쩌면 책자의 주인인 한준왕으로부터 공격을 받을 수도 있다는 경각심은 거두지 않은 것이다.


조선의 간자들 역시 최대한 정체를 숨긴 채 때로는 강호인들과 어울려서 정보를 듣는가 하면 개별적으로도 독자적인 정보를 수집하여 쉼 없이 조선으로 보내고 있었다. 바야흐로, 조선과 삼한의 전역으로 눈과 귀가 쉼 없이 움직이는 가운데 때때로 날카로운 검기(劍氣)들이 춤을 추는 격동(激動)의 세월을 맞이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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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고수 탐문 18.12.13 413 4 14쪽
18 확정된 마한의 소도 18.12.12 416 4 10쪽
17 소문에 대처하는 방법 18.12.12 422 4 13쪽
» 사방천지로 퍼진 소문 18.12.10 467 4 8쪽
15 천경보전 18.12.10 494 4 15쪽
14 조선 창업의 상징, 천부인과 비급 +2 18.12.07 517 4 10쪽
13 소도제도의 시행 18.12.06 504 4 7쪽
12 마리산 영봉의 칼바위 평야를 만나다 18.12.06 546 4 12쪽
11 소도의 태동 18.12.05 565 4 10쪽
10 삼한의 탄생 18.12.05 622 4 20쪽
9 반추하는 패망의 원인 18.12.04 597 5 16쪽
8 굳어지는 입지 18.12.04 621 4 6쪽
7 월지국 신지 +1 18.12.04 647 4 11쪽
6 남부소국연맹 18.12.03 725 4 11쪽
5 뱃머리를 남으로 +3 18.12.02 733 5 10쪽
4 위만 18.12.01 826 4 17쪽
3 반란의 개요 18.11.30 960 6 7쪽
2 회상 +2 18.11.29 1,298 8 17쪽
1 악몽 +6 18.11.28 4,488 10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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