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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서로 님의 서재입니다.

평범한 모험가의 모험계 공략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새글

훈서로
작품등록일 :
2024.04.03 22:56
최근연재일 :
2024.06.02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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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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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글자수 :
124,532

작성
24.05.22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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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9쪽

어둠을 물리치는 빛

DUMMY

정도운은 흐릿한 공간 속에서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본래 그는 무공을 수련할 때 불편한 자세를 싫어하여 편하게 앉아있지만,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해도 문제가 없었지만 이 공간에서만큼은 왜인가 경건한 마음가짐으로 운기를 해야 한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입문 모험가는 저마다 어느 영역에 입문해있는 존재.’


이곳은 그런 영역들의 세상이다.

평소에는 인식할 수 없지만, 입문 영역은 마치 동전의 이면처럼 뒤집힌 고차원의 세상 속에 실존한다.


‘그리고 [입문 영역 답사]는 그런 영역 속으로 들어간다.’


정도운의 입문 영역 [무공] 또한 보이지 않아도 이곳에서 제 주인을 한 몸처럼 따라다녔다.

그가 어딜 가든지 말이다.


‘그렇겠지. 애초에 나와 하나일 테니까.’


고차원 영역에서의 한 걸음은 현실에서 열 걸음이 될 수도 있었고, 백 걸음이 될 수도 있었다.

나비의 날갯짓이 어떤 태풍이 되어 돌아올지 모른다.


그의 입문 영역, [무공]의 영역인 이곳도 그러했다.


“으음···!”


이윽고 집중하는 그의 이마에 내 천(川) 자가 그려졌다.


이 세계에서 무공의 영역이 어떻게 생겼는지 살피는 것만으로, 정신적 충격을 받으며 깨달음과 지평이 강제로 넓어진다.


이곳은 물질적인 세계이기도 하고.

정신적인 세계이기도 하며.

여전히 그가 인지조차 할 수 없는 차원이 흐르는 세계이기도 했다.


아무리 나침반의 기능으로 시간제한까지 두며, 고차원 영역에 접속했다곤 해도 그의 안목과 시야로 훑을 수 있는 건 빙산의 일각조차 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근처의 입문 영역을 읽을수록 심신이 심대한 충격을 받으며 마구 요동친다.

동시에 모험의 서가 폭주하듯이 모험기(冒險記)를 쌓고 있는 게 느껴졌다.


그는 어느 순간 의식을 잃지 않기 위해 집중하며 안간힘을 다해 버텼다.


‘왜, 왜 시간제한을 두는 기능인지 알겠군······.’


성급했다.

생각을 전환한다.

주변을 읽으려고 하지 말고, 그저 이 공간에 적응하자.

나대지 말고 가만히 있자.

그러자 신기하게도 심신에 실시간으로 가해지는 충격이 크게 줄어들었다.


“후우우. 살 것 같군.”


얼마 후.


정도운은 눈을 반개한 채 그가 머물러있는 공간을 둘러보았다.

단순히 생김새를 보는 것 정도는 어찌어찌 심력이 소모되지 않았다.

그리고 조금 적응하자 알 수 있었다.

경계가 흐릿해서 그렇지, 이 안은 그렇게 넓지 않은 공간이라는 걸.


‘이곳이, 내가 보유한 입문 영역 그 자체.’


- 맞아요. 자신의 본질과 맞닿은 지금, 당신은 수련하고자 하면 수십 배의 효율로 수련을 할 수 있을 것이요, 영역을 넓히자 하면 영역을 넓힐 수 있을 것입니다.


요정이 그 집중을 방해하지 않겠다는 듯 빠져있다가 차분하게 말했다.


그 말 그대로였다.


‘내공이 급속도로 늘고 있어. 그리고 신체도 거기에 빠르게 적응한다.’


이곳에 머물러서 숨만 쉬어도 무공의 성취가 증진한다.


그야말로 현실과 고차원 영역의 격차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세간에 이르면 재능 있는 입문경의 모험가가 이 [입문 영역 답사]를 발판처럼 이용하면 빠르게 높은 구간으로 뛰어오를 수가 있다고 하였다.


‘그렇군. 그렇다면 나는 이곳에 천천히 길게 머무르면서 최대한 무공의 경지를······.’


하지만 요정이 고개를 저었다.


- 아니요. 그게 아닙니다.


“······뭐?”


- 모험가님이 여기서 하셔야 할 건 그런 게 아닙니다. 그것보다 더욱 중요한 게 있습니다.


어느 순간, 요정의 목소리가 차분해지다 못해 다른 이의 것처럼 바뀌어 들린다.

그러나 나쁜 건 아니었다.

오히려 그 정체불명의 미성의 목소리를 들음으로써, 그의 심신이 이곳에서 조화롭게 되고 안정을 찾아가고 있었다.


‘···가만, 뭐지? 그러고 보니 저 말은 마치 내 생각을 읽은 것 같은······.’


- 그대의 입문 영역에 집중하세요.


정도운 역시 요정의 말투와 목소리에서 위화감을 느꼈으나, 이내 그 말의 인도에 따라 의문을 품었던 것조차 잊고서 자연스럽게 [무공] 자체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바깥을 잊고, 다시금 의식이 빨려 들어간다.

좀 전처럼 심신의 부담이 늘며, 입문 영역 답사의 제한 시간이 급속도로 줄어들었다. 그래도 이번엔 멈추지 않는다.

그저 눈을 감고 내부를 관조하며, 차분하게 믿음을 주는 그 미성의 목소리를 따라갈 뿐이었다.


- 무공은 세상을 좀 더 세밀하게 다루고 볼 수 있는 힘. 지면 위의 세상에서도 능히 그 역할을 다하리.


신묘한 힘이 담긴 말이 공간을 울리고.


우웅, 우웅, 우웅.


기다렸다는 듯이 그의 [무공]이 임계점을 넘어 극한으로 활성화된다.


영역도, 정도운의 정신도 한계를 넘어 마구 요동치기 시작한다.


한 줄기 식은땀이 흘렀다.


‘···무공을 극한으로 끌어올린 이 상태를 유지한다.’


의식이 가속한다.


그리고.


스아아아―!


뭔지 모를 본능적인 전율이 이는 것을 느끼며, 이제까지 겪어본 적 없는 고도의 감각이 활짝 열렸다.


‘아니, 이게 고차원 영역을 그나마 온전히, 진짜에 가깝게 보는 시선이다.’


더 이상 두꺼운 안전 필터는 없다.

그 상태에서 정도운은 감았던 눈을 천천히 떴다.


그러자 입문 영역이 달리 보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저 몽환적이고, 어두우며, 사위가 온통 흐릿했을 뿐인 공간이라면 지금은······


‘아아.’


주변이 보다 명확하게 보인다.

온갖 총천연색의 흐름이 때로는 뭉텅이처럼, 때로는 물줄기처럼 명징하게 세상을 떠다닌다.


이것이 진정한 고차원 영역을 내다보는 것.


‘아니, 이마저도 필터를 하나 더 치웠을 뿐이다.’


오히려 필터를 하나 더 치웠기에, 그사이에 더욱 어마어마한 간극이 있다는 것을 인지할 수 있었다.


그는 한껏 명징해진 다양한 색의 흐름이 노니는 세상을 둘러보았다.

전체적인 어둡고 칙칙한 색감은 여전했다.


‘그렇군. 이곳이 어두운 건 현실의 이면이기 때문이구나. 내 위치는 그대로이고, 현실에서 밤이고 어둠이 다가오고 있기에 이곳도 어두운 것이다.’


이제야 보인다. 세상 곳곳이 영역으로 가득 차 있다.


[ ???의 개척 영역 ]

[ ???의 ??? 영역 ]

[ ???의 범반 영역 ]


대부분은 그의 격이 낮아 알아볼 수 없었지만.


[[[ 어둠의 ??? 영역 ]]] 【???】


‘보인다. 저게 다가오는 어둠의 영역이군.’


다행히 지금은 시간이 멈춘 듯 느려져 있지만, 고차원 영역에서 보니 오히려 더욱 흉측해 보이는 무언가였다.


그 외에도 정말로 태산처럼 거대한 영역, 그보단 작지만 성채만 한 영역, 그리고 그 밑에 무수한 집채만 한 영역들과, 사람, 짐승, 마차 크기의 영역까지.


괴물도, 모험가도, 그저 지형도 모두 영역을 가지고 있었다.


그 안에서 본 그의 영역은 평범했다.

크기도 수준도.

지금 보이는 배경 너머의 영역들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태양 앞의 반딧불과 같으리라.


그리고······


- 훌륭합니다. 충분한 성과가 있었기를.


예의 미성의 목소리가 그를 독려한다.


‘이건···.’


한층 높은 시야를 얻은 지금이기에 알 수 있었다.

누군가가 요정의 말을 빌려, 순수한 호의로 가르침을 주었다는 것을.

누군지 몰라도 그에게 도움을 주고자 한 것이다.


아직은 제 주변만 인지하는 것도 고작이어서 이 목소리가 얼마나 멀리서 오는 것인지도, 얼마나 대단한 자인지도 알 수 없었지만.


‘분명 위대한 존재다.’


정도운은 그 호의에 감사하며 이 일을 잊지 않기로 했다.


‘누군지 몰라도, 그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정도운은 입문 영역 답사의 지속 시간이 끝나감을 느꼈다.


그리고 영역 속 자신의 육체를 처음으로 내려다보았다.


그의 육체라고 생각했던 것은 알고 보니 육체가 아니었다.


- 무공.


‘···뭐?’


그는 뒤늦게 자신이 목도한 진실에 머릿속에 천둥이 치는 듯한 충격을 받았다.


글자.

그것도 겨우 두 글자였다.


‘이게, 고차원 영역에서 보는 나라고······?’


진실을 인식함과 동시에 몇 가지 정보가 흘러들어온다.


‘그럼 현실의 모험가는 이 두 글자가 육신을 가지고 지구에서의 기억을 물려받아 탄생한 것이고. 진짜 자신은, 진짜 나는 이쪽의 두 글자라는 건가?’


기억을 물려받아 재탄생한 건지, 들어오면서 글자가 된 건지는 몰라도 어쨌건.


‘입문급 영역을 가진 ‘무공’, 두 글자가 현실의 인간으로 활동하는 게 나다.’


고차원의 무공이라는 두 글자가 낮은 차원으로 내려와서, 정도운이라는 한 사람의 모험가이고 육신으로 표현되는 것이다.


‘······그래서 입문 모험가는 자신의 입문 영역을 수련하면 장수가 오르고, 모험기가 오르는 것이었나? 애초에 그것이 자기 자신을 단련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정도운은 이 세계의 진실 일부를 깨닫고 경악했다.


그가 놀라거나 말거나 급속하게 의식이 흐릿해진다.


마치 정신이 어딘가로 빨려 들어가는 것 같다.


‘아니, 돌아가는 거다. 원래 있어야 할 곳으로.’


동화 1닢을 내고 들어온 [입문 영역 답사]가 끝나간다는 의미였다.


중간에 무리한 것치고 나름 오래 버텼지만, 이제 정말로 이곳에서 나갈 시간이 되었다.

그때였다.


슥슥, 슥슥슥슥슥슥.

슥슥슥슥슥슥.


[ 모험의 서 장수가 21장으로 올랐습니다. ]

[ 모험의 서 장수가 22장으로 올랐습니다. ]

[ 모험의 서 장수가 23장으로 올랐습니다. ]

[ ······올랐습니다. ]

[ 모험의 서 장수가 27장으로 올랐습니다. ]


“!?”


쾅!


느껴진다.

현실의 그의 몸뚱이가 순식간에 몇 단계를 뛰어넘어 진화하고 있었다. 그 과정에서 엄청난 기운이 태동하며 그에게만 들리는 폭발음 같은 것이 들렸다.


‘2, 27장이라고?’


그 갑작스러운 성장에 당황할 틈도 없이.


[ 입문 영역 삽화, ‘무공’이 새롭게 소묘(素描)에 들어갑니다. ]

[ 삽화의 형태가 보다 정교하게 변모합니다. ]

[ 변모한 모습에 따라 능력이 강화됩니다. ]


입문 삽화, 무공이 또다시 변화한다.

현실로 튕겨 나가기 직전 의식 속에서 정도운이 재차 경악했다.


‘두, 두 번째 소묘?!’


입문 계급의 모험가는 단 한 번만의 소묘를 거치고 개척경으로 올라가는 게 아니었나?

그러나 그의 그런 상식을 비웃기라도 하듯, 입문 삽화 [무공]이, 아니 정도운 그 자신의 상징인 삽화가 다시 한 번 시시각각 그림이 변화하는 게 느껴진다.


‘나’가 격동했다.

그리고 모험의 서가 격동했다.


[ 소묘 완료. ]

[ 입문 영역 무공이 강화되었습니다. ]


【모험가 정도운의 입문 영역】

[ 명칭 ] : 무공

[ 등급 ] : 입문 심화 등급

[ 능력 ] : 모험가의 체내를 순환하는 생명력을 재료로 삼아 내공 알갱이를 빚는다.

[ 효과 ] : 활력 효율 +150%

[ 현재 경지 ] : 삼류(59%)

[ 심화 기술 ] : 탄지공(彈指功)

설명 : 기를 응집하여 날린다.

[ 심화 기술2 ] : 호신기공(護身氣功)

설명 : 기를 산개하여 몸을 보호한다.


“···!”


양피지 메시지가 펼쳐진다.

다음 순간 정도운은 [입문 영역 답사] 밖으로 튕겨져 나왔다.


***


정도운은 눈을 떴다.

현실의 시간은 그렇게 많이 지나있지는 않았다.


꾸르륵.


그래도 어둠이 허리까지 잠겨있어서, 원래는 여기서 어둠에 잡아먹히기 전에 곧바로 다음 기능으로 넘어갈 계획이었다.

그러나 정도운은 다음 기능으로 넘어가려는 요정을 제지했다.


“기다려. 지금 파랑새 모험단이 있는 나무로 올라갈 거다.”


말과 함께, 그의 전신에 무색의 빛이 맺히기 시작했다.


호신기공(護身氣功).


원래라면 생명력의 절대량이 부족한 입문경의 모험가가 내보일 수 없는 능력이다.


그러나 내공 입자가 부족한 양으로도 전신을 덮을 수 있는 묘리로 다시 한 번 형태 변화했다.


그렇게 산개와 보호에 적합하게 내공 알갱이의 형태가 변모하여 내부에서 주변 생명력을 진두지휘한다.

그 결과, 전신을 물 샐 틈 없이 보호하는 방어막을 전개하는 묘리를 가진 기술이었다.


‘예상과는 다른 방식이지만, 입문 영역을 답사하면서 그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성취를 얻었다. 그러니 도박을 감행해야 한다면, 바로 지금이 적기다.’


그가 각오를 다지며 지체하지 않고 몸을 움직인다.


치익···

치이익···


호신기를 가동시켰음에도 어둠이 뚫고 들어와 그의 육체를 침식하기 시작했다.


움찔.


어둠이 닿을 때마다 격통이 일었지만 정도운은 멈추지 않고 물속을 걷듯 저항감을 받으며 어둠을 헤쳐나갔다.


- 그, 그만둬요, 내공이 급속도로 고갈되고 있어요! 애당초 종말계의 어둠은 호신기로도 완벽히 막을 수 없다고요!


요정이 만류했고.

정도운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기다려··· 아직이다.”


지금 움직여야 한다.

어둠이 아직 허리 부근까지밖에 차오르지 않은 지금이, 밀리오 일행과 합류하여 다음을 도모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였다.


완전히 범람하면 그럴 기회도 없었다.


‘그게 실제 지금 상황에서 의미가 있건, 없건 말이야. 뭐라도 해보지 않고 안면이 있는 이들이 허무하게 죽으면 내 마음이 편치 않을 테니까.’


그렇게 곳곳에서 올라오는 격통을 감내하며 얼마 안 되는 거리지만 한없이 멀게 느껴지는 거리를 주파했다.

마침내 밀리오 일행이 올라간 아름드리나무가 보였다.

그들이 아니나 다를까 어둠을 헤쳐오는 정도운을 보며 깜짝 놀랐다.


“어, 어? 형씨!”

“뭐야, 왜 벌써 나온 거야? 거기 있지 말고 어서 올라와!”


개척경의 모험가도 속수무책으로 당한 어둠의 바다를 정도운이 당당히 가르며 다가오는 장면은 가히 일대 장관이라고 해도 모자람이 없는 광경이었다.

적어도 밀리오 일행은 그렇게 느꼈다.


“대, 대단하군.”

“맙소사···.”


그들은 그 신위(神威)에 감탄하면서도, 점점 느려지고 점점 차오르는 어둠에 잠기는 정도운을 보며 발을 동동 굴렀다.


“무리하지 마! 우린 괜찮으니까 일단 나침반으로 대피하라고!”


‘크윽, 조, 조금만 더···!’

- 모험가님, 제발요! 그러다 죽는다고요!


그때였다.


콰르르르.


지면이 흔들린다 싶더니, 허리까지 잠긴 어둠이 급격하게 수위가 올라갔다.


“!?”


그리고 뒤에서 해일과 같은 어둠의 파도가 정도운을 덮쳐왔다.


“뭐야!?”


어째서 갑자기?


돌아보니, 어둠 속에 거대한 존재가 붉은 안광을 내며 그를 주시하고 있었다.


[[ Lv.?? 시조를 따르는 자 ]] 【수괴】


‘허업.’


그는 헛바람을 집어삼켰다.


거대한 해골!

아니, 해골이었던 것이, 어둠 속에서 수염이 성성한 거인의 육체를 되찾은 채 그를 향해 성큼성큼 기어 오고 있었다.

놈이 몇 층 건물에 달하는 압도적인 거체(巨體)를 일으키자, 어둠이 그에 떠밀리듯 덩달아 파도처럼 덮쳐온 것이다.


수위가 빠르게 높아진다.


‘위험하다.’


놈의 흉흉한 붉은 안광을 보자마자 소름이 우수수 돋았다.


현격히 성장한 지금, 오히려 저놈이 얼마나 무시무시한 괴물인지 더욱 생생하게 피부로 느껴지기 시작한 탓이었다.


기껏 성장했는데, 이 압도적인 재해 앞에서는 여전히 그는 한낱 미물에 불과했다.


“미, 미친···!”


무얼 할 틈도 없이 어둠의 파도가 대응할 수 없이 코앞까지 들이닥친다.


“어어어!”

“형씨!”


밀리오 일행이 나무 위에서 무어라 소리친다. 그것도 정신없어서 잘 들리지도 않았다.


‘······이대로 있으면 죽는다!’


- 안 되겠어요, 즉시 다음 기능으로 이동······!


절체절명의 순간이었다.


“파사의 빛이 이윽고 어둠을 몰아내리.”


선명한 목소리가 모두의 귀청을 파고든다.

어디서 들리는지 모를 신비감 담긴 여성의 목소리.


그와 함께 세상이 빛으로 물든다.


파아앗―!


다음 순간, 정도운은 어둠이 없는 눈부신 구체의 공간 속에 들어와 있었다.


“헉, 헉······.”


상서로운 빛이 어둠을 몰아내며 급격히 영역을 확장한다.


그리고 그런 그의 앞에, 허리까지 오는 눈에 띄는 백금발. 그리고 그에 대비되는 간편한 모험가 복장을 한 단아한 인상의 미녀가 보였다.


특이하게 그 여자는 맨발로 땅을 디디고 서 있었으며, 한 손으로는 염주를 닮은 보구(寶具)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그녀의 손에서 빛이 나오며 빛의 영역을 만들었다.


“이만한 위험은 살아나가기만 해도 거대한 모험기(冒險記)로 보답될 터. 여러분은 혹시라도 살아나가면 이 일이 큰 지침(指針)이 되겠군요.”


그녀가 슬쩍 정도운을 바라본다.


정도운의 양팔은 무리하게 어둠을 파헤치느라 거뭇하게 침식되어 있었다. 백금발의 여자는 그런 정도운의 두 팔을 가벼운 손짓으로 섬광을 날려 잘라냈다.


“크아악!”


피도 나오지 않는다. 정도운의 잘린 팔들은 목책 입구에서 봤던 보초들의 그것처럼, 그의 육신이지만 그가 아닌 다른 무언가가 되어있었다.


“괜찮아요.”


파앗!


다시금 일수(一手)에 섬광이 일며 잘린 팔들이 증발한다.


백금발 여자는 연이은 손짓으로 그의 팔을 순식간에 증발시킨 후 빛의 기운을 그에게 집중시켰다.

그러자 잘린 팔에서 새로운 팔이 형성되었다.


‘이, 이 무슨······.’


남의 잘린 팔을 멋대로 생성시킨다니.

아무리 생명력을 다루는 모험가라도 보통 일이 아니다.


성력이 깃들어있다는 신전 중심도 아닌데 이만한 이적을 다루는 건 그 존재들밖에 없었다.


‘설마.’


스르륵.


그녀의 유려한 손짓에 다시금 아름다운 백색의 기운이 깃든다.


정도운은 그녀가 자유자재로 다루는 그 기운을 보았다.

입문, 개척, 심지어 범반경의 그것과도 다른 생명력.

최소 2급 전투 면허 이상 소지자.


그리고···


다른 말로, 사람들이 극진한 경외를 담아 도시를 지키는 자, 도시의 위병(衛兵)이라 부르는 존재.


‘숙련경의 모험가···!’


도시 백대 모험가라고 불리는, 위대한 모험가의 한 축이 그의 앞에 있었다.


인간의 몸으로 기적의 영역에 도달한 존재!


그것이 숙련경의 모험가였다.


우웅, 우웅.


이제 손만이 아닌, 그녀의 전신에서 순백의 생명력이 넘실거린다.


범반경까지 사용하는 무색빛이 아니었다.


인간이되 인간을 초월한 격의 단초.


내면으로부터 숙련(熟練)의 지고한 개념을 꽃피워낸 자에게만 주어지는 순백색의 생명력.


육체가 정련을 마쳐, 마침내 정순한 백색(白色)의 빛이 깃든다는 숙련경 이상 모험가의 활력이었다.


이윽고 백금발의 그녀와 눈이 마주친다.


“당신은 낮의 그······!”

“죄송하지만 대화는 잠시 미루죠.”


크르르르···


[[ Lv.?? 시조를 따르는 자 ]] 【수괴】


붉은 안광의 거인이 깊은 어둠 속에서 그런 여자를 향해 으르렁거린다.


“닥쳐라. 삿된 것이 감히.”


백금발의 여자가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갔다.


빛이 폭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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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모험가의 모험계 공략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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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무공의 후인 NEW 22시간 전 3 1 21쪽
13 개척경으로 (2) 24.05.31 5 1 17쪽
12 개척경으로 (1) 24.05.28 10 1 20쪽
11 전화위복 24.05.26 9 1 22쪽
» 어둠을 물리치는 빛 24.05.22 11 1 19쪽
9 어둠이 덮친 요새 (2) 24.05.19 7 1 20쪽
8 어둠이 덮친 요새 (1) 24.05.15 14 1 21쪽
7 영외 마을 24.05.13 9 1 15쪽
6 성장 24.05.07 15 1 20쪽
5 늑대인간 술래잡기 (2) 24.05.04 16 1 20쪽
4 늑대인간 술래잡기 (1) 24.05.01 22 1 21쪽
3 남부 3구의 모험 24.04.16 39 1 21쪽
2 입문 모험가 정도운 24.04.04 54 1 23쪽
1 훈련소 24.04.03 93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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