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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모험가의 모험계 공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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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서로
작품등록일 :
2024.04.03 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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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22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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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03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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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소

DUMMY

입문경(入門境)의 모험가는 그릇을 각성하고.

개척경(開拓境)의 모험가는 영역을 확장한다.

범반경(氾盤境)의 모험가는 그 강력한 힘을 다룬다.


이로써 보통 사람이 해낼 수 없는 일을 해내는 용맹한 자의 육신을 완성할 단초를 잡는다.

그 과정을 통틀어 앞선 처음의 세 개는 기반(基盤)의 경지, 나머지는 두 개를 구축(構築)의 경지라 부른다.


***


지구가 종말계의 침공을 받아 망했다.


『모험의 서』


신비한 책 너머, 생존자 중 일부는 인류가 재기할 수 있도록 조성된 세계에 진입했다.

만들어진 세계는 광활했다.

정도운은 그렇게 넘어온 세계에서 홀로 어딘가로 떨어졌다.



***



- 모험가 기초 훈련소에 어서 오세요!


기초 모험가 훈련소.

책 너머의 세계에 온 이주민들이 초인(超人)의 기초를 다지는 장소.


“······.”


화르륵.


화마(火魔)가 숙소와 연병장을 이어주는 사열대마저 덮친다. 정도운은 숙소 곳곳에 옮겨붙어 일렁이는 불꽃을 보면서 그 가슴 속의 기분도 불꽃처럼 격하게 타오르는 것을 느꼈다.


이런저런 생각이 많다.


이 세계는 중세 판타지 게임과 같다.

모험계라는 게임의 필드가 있고, 모험가는 그 모험의 육성 플레이어가 된다.


플레이어의 목표는 일신의 영달 혹은 원래 세계로 돌아가는 것.

혹은 둘 다거나.

둘 다 모험가로서의 계급을 올리면 가능하다고 한다.


‘아, 가장 중요한 게 하나가 더 있군.’


바로 생존이었다.


‘대학도 등 떠밀려 가서 그렇게 학업에 대단한 뜻이 있는 건 아니었지만 말이야. 그렇다고 이런 세계에 와서 이런 꼴을 당하고 싶었던 것도 아닌데.’


이런 생각을 하게 된 이유는 다름 아닌 동이 트기도 전, 지금으로부터 불과 몇 시간 전부터 시작된 일 때문이었다.


[ 수료식이 시작되었습니다. ]


말했듯 모험계는 게임 같은 세계다.

훈련소 20일간의 마지막 날 자는 도중 이벤트가 발생한 것도 그런 일환이었다.


[ 수료식이 시작되었습니다. ]

[ 종말계 하급 아귀종의 군락이 훈련소에 야습을 감행합니다. ]

[ 날이 밝기 전에 보스를 쓰러트리거나 날이 밝을 때까지 버티십시오. ]

[ 보스 ] : 1/1

[ 졸개 ] : 1355/1355

[ 남은 시간 ] : 2:59:59


화르륵···


그 결과가 이 꼴이다.


“256번, 무사했나.”


256번.

기수 끝 번호인 정도운을 부르며 옆 방의 동기 하나가 다리를 절뚝거리고 나타났다. 녀석의 다리보다 한쪽 팔이 덜렁거리는 게 끔찍하게 아파 보였다.

정도운은 그걸 보고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어, 너도 무사했구나. 팔은 왜 그래, 생명력 일으켜서 치료해.”


모험가는 생명의 그릇을 가진 초인이다.

입문경의 모험가여도 생명력을 끌어올리면 상처를 천천히 자가 치유 정도는 할 수 있었다.


“그러고 싶지만, 생명력을 활력으로 치환해서 싸우느라 동났다.”

“고생이 많군.”


정도운은 싸늘한 주검이 되어 누운 동기들을 훑었다.


“······.”


훈련소 20일간 동고동락한 이들이지만, 썩 친하진 않았다.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아니, 그는 스멀스멀 차오르는 분노를 느꼈다.

역시 제일 큰 건 정황상 괴물들의 야습을 미리 알고 있었음에도 알려주지 않은 교관들에 대한 분노였다.

아니나 다를까.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정도운은 어딘가로 고개를 돌렸다.

짝, 짝, 짝.


“이거 훌륭하군.”

“보스급 거대 아귀가 출현했는데도 빠르게 잘 제압했어.”


제복 사내들이 태연한 얼굴로 나타났다.

훈련소 교관들.

256명의 모험가들을 가르치기 위해 파견된 12명의 개척경의 모험가들이었다.


“256번. 저쪽의 거대 아귀는 네 작품인가?”


정도운은 고개를 끄덕였다.


“거대 아귀를 쓰러트렸으니 나가면 거의 이견 없이 수석(首席)이겠군. 하기야 네가 원래도 수위를 다투긴 했지.”

“축하한다, 256번. 경험치인 모험기(冒險記)는 퇴소와 동시에 한꺼번에 정산될 것이다.”


교관 몇이 치하했지만 정도운은 이 자리에 모인 이백여 명의 동기들을 둘러볼 뿐이었다.

다들 전에 없던 독기가 눈에 차 있다.

그는 몰랐지만 그도 그랬다.


말로 하지 않아도 눈을 마주하면 안다.

지난 이십 일간 열심히 훈련한 것보다도 밤사이의 사투 한 번이 그들의 정신에 더 큰 상흔과 흔적을 남긴 듯했다.

정도운은 이 순간 강력한 유대감이 모두 간에 강력한 끈처럼 엮인 느낌이 들었다.


“교관님.”

“응?”


정도운은 아귀들의 피가 덕지덕지 묻은 검을 내려놓고, 품에서 가죽 장갑을 꺼냈다.

그걸 제일 먼저 웃어젖힌 교관의 가슴팍에 던진다.

툭.

교관에게 맞은 장갑이 땅바닥으로 떨어졌다.


“훈련소 수석으로서, 결투를 신청합니다.”

“···?”


일개 교육생의 선언에 장내로 침묵이 흘렀다.

교관들이 서로를 쳐다본다. 그들의 눈빛에 황당함이 머물렀다.


“256번, 지금 뭐라 했나?”

“결투를 신청한다고요. 규칙은 맨손 격투로.”

“결투?”


그제야 그들의 눈이 장갑을 맞은 교관에게 향한다.

교관 악티르.

입술을 대각선으로 가로지르는 흉물스러운 흉터가 특징인 교관이다.

며칠에 한 번 군기를 잡는다는 명목으로 트집을 잡아 교육생을 죽기 직전까지 두들겨 패는 놈이었다.

악티르는 으드득, 소리를 내며 고개를 좌우로 꺾었다.


“허허, 이거야 원 진심으로 하는 소리인지 모르겠군. 아무리 수석 예정이라도 모험가가 된 지 겨우 20일 된 풋내기, 계급 간의 차이도 인지하지 못하는 머저리인 건 아닐 텐데······.”

“···.”

“퇴소시키기 전에 너무 커진 대가리를 좀 눌러주는 것도 나쁘지 않겠구나.”


자연스럽게 이백여 명이 넘는 교육생들과, 나머지 교관들이 물러나면서 자리를 만들어준다.

연병장 한복판에 투기장처럼 둥그런 공간이 생겼다.

악티르가 흉진 입술을 비틀어 올렸다.


“각오는 됐겠지?”


정도운이 그를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손가락을 까딱였다.


“건방진 새끼가!”


노호성과 함께 큼지막한 교관의 주먹이 곧바로 날아든다.

빠르다.

정도운이 잘 보고 있다가 피해냈다.

옆얼굴을 주먹이 만들어낸 바람이 스쳐 지나갔다.

입문경과 개척경.

두 경지는 한 단계 차이이지만, 육체 능력에 상당한 간극이 있었다. 한 방이라도 맞으면 골로 간다.

타닷.

즉시 무방비한 안쪽으로 파고들며 옆구리에 한 방을 먹여줬다.


퍼억.


“새끼가···!”


후우웅―!

교관 악티르가 발작적으로 팔을 휘둘렀다. 마구잡이로 뻗어온 손이지만 서슬 퍼런 위력에 정도운은 더 들어가지 못하고 서둘러 물러났다.


하지만 곧 빈틈이 보이면 놓치지 않고 파고들어 한 방을 먹여 주었다.


그런 식으로 몇 번을 치고 빠지자 악티르의 얼굴이 흉하게 일그러졌다.


“노옴··· 내가 그렇게 쥐새끼처럼 싸우라고 가르쳤더냐?”


녀석의 팔뚝에 무색 빛이 뭉글뭉글 맺혔다.


‘생명력을 겉으로 꺼내 쓰는 힘, 활력이다.’


판타지 세계에 마나가 있다면, 이곳은 생명의 그릇인 모험가로부터 체내의 생명력을 활력(活力)으로 꺼내 쓸 수 있었다.

그야말로 물리력을 행사하는 공방일체의 힘이라고 할 수 있었다.


‘저건 뚫을 수 없다.’


이제 막 활력의 입문 단계에 있는 모험가로서는 저 절대적인 방어를 뚫을 수 없다.

활력이 보호하고 있는 저 ‘부위’만은 말이다.


‘우회한다.’


그에겐 달라질 게 없었다.


“병아리, 몸 성히 나갈 생각은 접어라.”


그 말과 동시에 악티르가 뛰어들었다.

쿠웅!

지면이 달리는 자국을 내며 비산한다.

개척경의 모험가인 악티르가 본격적으로 활력을 운용하기 시작하자 그 속도는 어지간한 교육생은 반응조차 하지 못할 정도로 민첩했다.

정도운은 몸에 힘을 풀었다.

다음 순간 교관이 뛰어드는 경로를 보고 있다가 물 흐르듯 그 옆으로 돌며 빠져나왔다.

퍼억!

반동으로 시원한 뒤돌려차기를 먹인다.

악티르의 신형이 억, 하는 억눌린 소리와 함께 잠시 흔들렸다.


“커헉···!”


제대로 타격이 있다는 방증.

그러나 정도운은 이번에도 더 들어가지 못했다.

타격을 허용한 직후 악티르로부터 전에 없던 흉흉한 기세가 피어올랐기 때문이었다. 모험가의 능력, [영역]이 활짝 열리려는 징조!

아직 정체는 몰라도 악티르의 개척 영역을 맞는 순간 일개 입문경의 모험가인 그는 곤죽이 되어버릴 터.


정도운의 눈매가 꿈틀거렸다.


‘능력을 쓰는 건가?’


교관이 치미는 분노를 이기지 못하고 진정으로 살심(殺心)을 품은 순간. 외려 정도운이 기다려온 가장 큰 빈틈이 열렸다.

제아무리 개척경의 모험가라도, 완숙한 경지가 아니면 능력을 쓰는 순간 활력을 크게 끌어올려야 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거기에는 약간의 준비가 필요하다.


‘지금이다.’


파앙!

정도운이 접근하자 악티르가 반사적으로 손을 뻗었다. 손을 뻗느라 무방비한 그의 목젖을 향해 가볍게 일격을 꽂아 넣었다.


“끄륵······!”


악티르가 목을 부여잡고 다시 휘청거린다.


‘자꾸 눈앞에서 알짱거리니 잡고 싶겠지.’


정도운이 눈앞에 알짱거리니 균형을 회복하기도 전에 재차 손을 뻗게 되었다. 활력을 손에 집중하자 능력의 구사도 늦춰진다.

모든 행위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상대를 악순환의 흐름에 집어넣는다.

제대로 자세를 잡기 전에 움직이니 필연적으로 빈틈도 생겼다.


팟.


다시 한 번 공격을 피하고 옆구리에 카운터를 꽂아 넣었다.

쿠웅.

악티르가 마침내 무릎을 꿇었다.

놈이 입가에 거품을 물며 얼굴은 고통으로 얼룩져 있었다.

그 틈에 사커킥으로 안면을 날렸다.

퍽!

고개가 크게 돌아간다.


“크아아!”


일발 역전을 노리고 어떻게든 완력으로 붙잡으려고 했으나 번번이 허사였다.

오히려 점점 날카로움을 잃고 마구잡이로 변한다.

피하고 다시 안면을 향해 사커킥.


퍽!


다시.

다시.

다시 한 번.


몇 차롄가 반복할 즈음에는 어느덧 장내가 쥐 죽은 듯 조용해져 있었다.

경악, 안도, 불신, 쾌감······ 다양한 감정이 공기를 타고 전해져 온다.

교관들은 물론 같은 교육생들마저 그가 이 정도로 해낼 줄은 몰랐는지 입을 쩍 벌리고 있었다.


“후우···.”


정도운은 숨을 몰아쉬며 쓰러진 교관 악티르를 쳐다보았다.

이미 그는 기절한 상태였다.


“맙소사.”


아무리 목숨을 건 싸움이 아니고 방심까지 했다곤 하나, 고작 입문 계급이 한 급 위인 개척경의 교관을 쓰러트리는 순간이었다.

단순히 성적이 우수하다거나 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업적. 모두가 그를 보는 시선이 달라져 있었다.

천재, 혹은 괴물을 바라보는 시선이다.


‘잠시나마 같은 공간에서 시간을 보낸 동기들아, 고작 20일이지만 즐거웠다. 이게 내가 너희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마지막 볼거리다.’


남들이 어떻게 보거나 말거나, 정도운은 속이 후련해졌다.

누구든 교관 하나 붙잡고 한 방 먹여 주고 싶다는 목적을 달성했으니, 더는 실랑이로 힘 뺄 생각도 없었다.

더욱이 방심하지 않는 교관들을 상대로는 어림없기도 했고.


그가 더는 말썽 피울 생각 없다는 듯 손을 들었다.


“교관님들.”

“···어. 어어 그래.”

“그동안 가르치느라 수고하셨습니다. 그래서 퇴소식은 언제 하나요.”


256명 중 최종 성적 수석.

정도운은 훈련소를 마치고, 마침내 모험가들의 도시 성도(聖都)에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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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늑대인간 술래잡기 (2) 24.05.04 12 1 20쪽
4 늑대인간 술래잡기 (1) 24.05.01 17 1 21쪽
3 남부 3구의 모험 24.04.16 34 1 21쪽
2 입문 모험가 정도운 24.04.04 50 1 23쪽
» 훈련소 24.04.03 82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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