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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조자 님의 서재입니다.

내가 최강의 목수가 되기까지

웹소설 > 자유연재 > 라이트노벨, 판타지

탕조자
작품등록일 :
2020.05.20 19:03
최근연재일 :
2020.06.16 19:41
연재수 :
8 회
조회수 :
420
추천수 :
59
글자수 :
26,965

작성
20.06.14 03:24
조회
23
추천
5
글자
7쪽

죽음

DUMMY

죽음.

황금의 열차 앞에서 라제르가를 마주쳤을 때,

그리고 목수가 되기로 결심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나는 쭉 죽음과 가까이 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던 모양이다.

죽음이 내 앞까지 찾아오자, 나는 실감했다.

나는 죽음이라는 것에 조금도 다가가지 못했다.

내가 마음대로 각오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라제르가와 싸우며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게 아니었다.

죽음은 언제나 갑자기 찾아온다.

나에게는, 그것이 지금인 것 같다.


죽음의 꽃이, 황야의 한가운데서 피어났다.

나는 몸을 꽉 묶은 듯한 중압감을 부숴내고 빠르게 뒤로 굴렀다.

순식간에 내가 서 있던 곳의 공간이 찢어지듯 초승달 모양의 궤적을 그리며 선이 그어졌다.

사마귀의 칼날이 지나간 것이다.


“뭐, 뭐야 저건?!”

정령이 말했다.


“꽃잎 사마귀.”


내가 입을 열기도 전에 에단이 대답했다.

에단은 힘이 잔뜩 들어간 팔을 떨며 말을 계속했다.


“예전에, 괴물에 대한 책을 보자마자 닫아버렸어. 그때 펼쳤던 책 첫 페이지에 있던 괴물이 저 녀석이었거든.”


사마귀를 고개를 떨며 움직이 않았다.


“황야에서도, 고원에서도, 설원에서도 사는 녀석이라고 했어. 주변 색에 맞게 보호색을 띠거든.

꽃잎 같이 자라 있는 날개도, 그 환경에서 피는 꽃으로 모습을 바꾸지. 제일 무서운 건 말이야.”


에단의 말을 들으면서도 경계를 늦추지 않았을 텐데, 사마귀는,


“저 녀석, 저렇게 크면서 몸무게는 그냥 사마귀랑 똑같아.”


눈 앞에서 사마귀가 사라졌다.

라제르가와 싸울 때와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나는 반사적으로 검에 장치해 둔 버튼을 눌렀다.

검 안쪽에서 딸깍 하는 소리가 나며, 파이프 부분이 폭발했다.


“윽!”


라제르가를 한 번에 베어냈던 믿을 수 없는 에너지는, 꽤나 맥없이 막히고 말았다.


폭발의 반대 방향으로 반원을 그리며 날아간 칼날은, 하늘색으로 빛나는 초승달 모양의 칼날과 부딫히며 유리가 깨지는 소리를 냈다.

사마귀가, 내 검을 억지로 멈췄다.

사마귀가 막고 있음에도 아직도 검에서 뿜어져 나오는 불꽃이 그것을 증명하고 있었다.

믿을 수 없는 강도였지만, 그 순간에 나는 보았다.

사마귀의 칼날 쪽이 살짝 깨져 내 칼날이 들어갔다.


“야, 이거 말이야.”

“나도 알아!”

정령도 대충 눈치챈 것 같았다.


나는 잽싸게 버튼을 눌렀다.


딸깍.


내가 나무를 채워 넣는 것을 깜빡했나.

폭발이 일어나지 않았다.



모든 것이 짧은 시간 안에 일어난 일이었다.

사마귀는 자신의 칼날이 부서진 것을 보고, 갑자기 모습을 감췄다.

뒤에서 나타나지 않았다.

소름 끼치는 기운이 주변을 뒤덮었다.

나는 어느샌가 주저앉아 있는 에단을 일으켜 세웠다.

에단의 설명에 의존할 수 밖에 없었다.

나는 저 괴물에 대해 들은 적도, 본 적도 없었다.


“야, 저게 뭐야?! 나도 저런 녀석이 있다는 건 들어본 적도 없어!”

“당연하지. 꽃잎 사마귀를 설명해 주는 책은 딱 한 권. 우리 아버지가 쓴 책이거든.”


“왜?”


정령이 물었다.

에단이 떨리는 눈으로 말했다.


“아버지 말로는, 저걸 만난 사람들은 모두 죽었대. 아버지 빼고는.”


뭐라고 답해야 할 지 알 수가 없었다.

캐묻고 싶은 게 더 있었지만, 에단과 아버지는 꽤 사이가 좋지 않다.

솔직히, 목숨이 위험한 상황이라 본인이 말할지도 모르겠지만.


“운이 좋아서 살았던 거지, 해치우고 나왔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아.”


에단이 말했다.

말하는 도중에도 검을 꽉 쥐고 있었다.



“그 사람이 말했다고. 저 녀석은 말이야, 일행만 공격해. 그리고 한 사람의 다리를 자른 다음에, 당황한 나머지 인원들을 전부 죽여.

그리고 남은 한 사람에게 다리가 잘린 사람을 보여주는 거야. 다리가 잘린 사람이 죽을 때까지.”


소름이 끼쳤다.

인간을 괴롭히며 죽이는 것을 즐기는 괴물이 있다는 이야기는 처음 들었다.


“그럼, 너희 아버지는?”

아차.


“···그 사람은 다리가 잘린 사람을 버리고 나왔어. 사마귀는 굳이 자신을 잡으려고 힘을 쓰지 않고 다리가 잘린 사람을 먹었다고 했어.”


에단은 더 이상 아버지라는 말을 꺼내지 않았다.


에단의 얼굴이 점점 더 어두워지고 있었다.


에단을 알고 지낸지 꽤 되었지만, 아버지에 관한 이야기는 거의 듣지 못했다.


에단의 아버지도 목수라는 이야기만 들었었다. 그리고 몇 년 전에 은퇴하셨다는 것도.


목소리만 들었을 때는, 에단은 아버지를 꽤나 싫어하는 모양이었다.


생각이 길어졌다.

어쨌든 중요한 사실은, 그런 악랄한 괴물이 우리의 눈 앞에 나타났다는 것이다.

우리가 이 사마귀를 죽이고 무사히 고원으로 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나는 이 사마귀에 대한 정보가 없었다.

에단한테 걸어볼 수 밖에 없잖아.


“에단, 너만 그 사마귀에 대한 책을 읽었잖아. 너가 해야 해.”

“나도 알아. 말하지 않아도 내가 죽일 거야.”


에단에게는 분명히 공포가 있었다.

그 책에 실린 말들, 친구들과 나간 아버지가 혼자 돌아온 모습, 위압감까지.


하지만 그를 웃도는 증오가 보였다.

스스로도 정리할 수 없는 감정으로, 에단은 칼을 쥐었다.

사마귀가 나타났다.

우리의 목에 칼날을 대듯이, 칼날을 들어 보였다.

그리고 손가락을 튕기듯, 가볍게 칼날이 흔들렸다.

세찬 바람이 불며, 가방끈이 찢겼다.

혹시나 하며 검을 바닥에 꽃아 중상을 피했다.

검의 옆면이 파였다.

안쪽의 파이프가 훤히 들여다 보였다.

저기에 스치면 죽는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잠깐, 에단은?


나는 에단 쪽을 바라보았다.

모래먼지가 걷히자, 자리를 지키고 있는 에단의 눈이 빛났다.

대검으로 간신히 막아낸 참격을, 에단은 손목에 매단 소방패로 막아낸 것 같았다.

방패는 빨갛게 달아올라, 연기가 났다.


“이거 엄청 아프네, 그래도 일주일 동안 막는 연습만 하길 잘 했어.”

에단은 흠집이 잔뜩 난 방패를 내리며 말했다.

“그 사람이 쓰던 거라 쓰기 싫지만, 살려면 뭐라도 해야겠지.”


“···그게 뭐야?”


나는 장작을 검에 집어넣으면서 에단에게 물었다.

에단은 가루가 조금씩 흐르는 접힌 종이를 주머니에서 꺼냈다.


“유타. 내가 말하는 대로 움직여.”

“···어. 알았어.”


“유타?”


정령이 말했다.


“왜.”

“방금 먹은 나사가 잘못된 것 같은데.”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정령이 배탈까지 걸리지 말라고!”


내가 정령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을 때, 에단이 종이를 펼쳤다.

그리고, 종이를 들고 있는 직검에 한 번 스치며 마찰시켰다.


“잠깐만, 나 저거 본 적 있는 것 같은데.”


정령은 불안한 목소리로 말했다.


“저게 뭔데?”

“본 적만 있어서 뭔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정령이 말을 흐림과 동시에, 나는 폭발하는 검만큼이나 기묘한 광경을 보았다.


에단의 검이 새빨갛게 불타올랐다.

“엄청 강했다고!”


작가의말

쓰면서 굉장히 즐거웠던 화였던 것 같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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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불꽃 +3 20.06.16 25 3 7쪽
» 죽음 +2 20.06.14 24 5 7쪽
6 시동 +3 20.06.12 29 5 8쪽
5 공백 +6 20.05.30 35 4 8쪽
4 폭발 +6 20.05.29 46 9 7쪽
3 타조 사냥 +5 20.05.28 39 7 8쪽
2 황금의 열차 +10 20.05.26 53 7 8쪽
1 거짓말 +7 20.05.20 166 19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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