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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조자 님의 서재입니다.

내가 최강의 목수가 되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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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조자
작품등록일 :
2020.05.20 19:03
최근연재일 :
2020.06.16 19:41
연재수 :
8 회
조회수 :
419
추천수 :
59
글자수 :
26,965

작성
20.05.20 19:13
조회
165
추천
19
글자
8쪽

거짓말

DUMMY

심장이 뛰쳐나갈 듯이 뛰어댄다.

가까스로 가슴을 붙잡고 소리를 없애 보려고 한다.

괴물이 내가 숨은 돌기둥 뒤로 지나간다.

나는 정말로 죽은 듯이, 하나의 바위처럼 움직임을 멈췄다.

괴물은 천천히 고개를 돌려, 내가 숨은 돌기둥을 툭툭 건드린다.

주변의 모래가 조금씩 진동하고, 괴물이 입을 벌리는 소리가 났다.

입이 벌리면서 나는 타액 등의 소리는 났지만, 괴물의 숨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았다.

소리가 나오면서 모두 어딘가에 빨려들어가는 듯이 사라졌다.

기분 나쁜 따듯한 바람은 여기까지 느껴지는데.

괴물이 눈동자를 굴린다.

도움을 요청하기엔 너무 마을과 먼 곳에 있었다.

어둠속에서도 선명히 보이는 흰색 눈동자가 나를 찾고 있다.

눈물이 새어나올 듯이 고였다.

몸이 떨릴 것 같으면 억지로 힘을 줘서 버텼다.

몸이 굳어버린 채로, 내가 숨은 쉬고 있는지도 잊을 정도로,

유일하게 움직이는 눈알만이 파르르 떨리며 눈물이 굴러 떨어질 것만 같았다.

괴물의 발톱이 땅에서 들어올려지며 모래가 스르륵 흘러 내린다.

괴물의 걸음 궤적을 따라 모래먼지가 흩날린다.

나는 마음 속으로 계속해서 후회했다.

그냥 집에 있을 걸.

왜 말을 듣지 않았을까.

왜 호기심을 참지 못했을까.

괴물이 이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괴물의 딱딱한 이빨 사이로 침이 흘러내린다.

심장은 이미 밖으로 튀어나갈 듯이 뛰고 있었다.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잠시, 시간이 멈춘 듯이, 아무 소리도, 아무 바람도, 아무 진동도 느껴지지 않았다.

다시 눈을 떴을 때에는, 눈 앞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괴물은 나를 눈치채지 못하고 돌아간 모양이다.

정말, 정말로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주위를―


흰 눈동자와 눈이 마주쳤다.


괴물은 아직 가지 않았다.

내가 움직이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처음으로 울상을 지을 정도로 공포스러웠다.

죽기 싫어, 여기서 이렇게 죽긴 싫어.

계속해서 되뇌었다.

그 때, 잠깐 동안 괴물이 소름 끼치게 웃는 것 처럼 보였다.

괴물은 입을 크게 벌려 나에게 다가왔다.

죽기 싫어, 죽기 싫어, 죽기 싫어.

제발, 그럴 리 없겠지만, 누가 좀 구해줬으면 좋겠다고,

그저 강하게 바랐다.


강하게 철이 마찰하는 소리와 함께, 불꽃이 튀겼다.

달빛을 사방으로 반사하는 반짝이는 날은 새빨갛게 달궈지며 괴물의 앞발을 갈랐다.

괴물은 말 그대로 소리 없는 아우성을 지르며 포효했다.

눈 앞에서 펼쳐지는 비현실적인 상황에 나는 꿈을 꾸고 있는지 착각했다.

머리가 어질어질해 바닥에 주저앉은 채로 움직이지 않는 내 손을 잡아끌고, 누군가가 괴물로부터 조금 떨어진 곳까지 달렸다.

이런 시간에 깨어 있는 사람들이 있었나?

이끌려지며 달리는 황야는, 꿈에서 보는 것 처럼 여러 색으로 일렁거렸다.


“괜찮니? 왜 밤에 나와 있어?!”


내 손을 잡아 끈 사람은, 밝은 갈색의 긴 머리를 한 여자였다.

본인도 이런 벌판에서 사람을 보게 될 줄은 몰랐는지, 본인도 놀란 모양이다.

나는 대답할 기력도 남아 있지 않아, 바닥에 질질 끌려가다시피 이동했다.

괴물이 남자와 싸우고 있는 동안, 안전한 곳에 도착한 나와 여자는 바닥에 주저앉았다.

눈앞이 어질어질해서 잘 보이지 않는다.

의식이 자꾸만 깜빡거리듯 희미해진다.

나는 최대한 낼 수 있는 힘으로 말했다.


“고맙··· 습니···.”


아, 안 된다. 숨을 쉬기도 힘들어.


“아아아! 지금은 말 하지 마. 안 그래도 힘이 없을 테니까!”


여자는 내가 죽기 직전이라도 되는 줄 아는 모양이다.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지만.

나는 겨우 고개를 돌려 남자가 있는 곳을 보았다.

남자는 괴물의 주변을 쉴 새 없이 달리며 상처를 내기 시작했다.

새빨갛게 달궈진 칼날은 괴물의 비늘을 녹여 틈을 만들었다.

괴물은 꼬리를 휘둘러 저항했지만, 새빨간 칼날을 쥔 남자는 천천히, 차례차례 괴물의 비늘을 갈랐다.

비늘이 하나둘 떨어질 때마다, 괴물의 울음소리가 선명해졌다.

괴물의 울음소리가 선명해질 때마다, 나 또한 심장 소리가 점점 선명해지는 것을 느꼈다.

가만히 지켜보고 있을 수 없을 정도로, 심장이 뛰었다.

방금 전의 공포도, 달리면서 숨이 차는 것 때문도 아닌,

다른 사람이 들으면 이상하게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전투를 지켜보며, 가슴이 벅찬 느낌을 받았다.

심장이 뛰는, 가슴이 벅차오르는 전투였다.

보는 것만으로 들뜨는.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느낌이었다.

나는 어느새 수업을 듣는 학생과도 같이, 남자의 싸움을 지켜 보고 있었다.

남자는 싸우는 도중에 틈틈이 칼을 부딫히거나 마찰시켰다.

비늘이 떨어진 자리에서는 용암과도 같은 빨간 피가 흘러내렸다.

분수같이 흐르는 피를 뒤집어 써 가며 싸우던 남자는, 괴물이 휘두른 앞발을 피하더니, 그대로 괴물의 배를 갈랐다.

‘갈랐다’ 라고 하기에는 얕은 상처였지만, 배에서 쏟아지는 피는 충분히 비현실적이었다.

나는 어느새 다음 공격을 기대하며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남자는 쇠사슬을 검 손잡이에 묶더니, 그대로 비틀거리는 괴물의 목에 집어던졌다.

칼날이 괴물의 앞발에 박혔다.

남자는 그대로 달려나가 팔에 쇠사슬을 한 바퀴 감을 때까지 돌다가 그대로 끌어당겼다.

괴물은 다리의 상처 때문인지 바닥에 넘어졌다.

그리고 남자는 다시 비늘을 가르기 시작했다.

동경할 만한 움직임은 이내 거의 모든 비늘을 떨어뜨렸다.

괴물은 탈진한 듯이 비명을 지르다 쓰러졌다.

남자는 몸에 뒤집어 쓴 피를 털어내더니, 호탕하게 웃었다.

그리고는 이쪽으로 다가왔다.


“야, 엄청 큰 녀석인데? 며칠은 먹을 수 있겠다.”

“그럼 뭐 해. 비늘을 다 두동강냈는데.”

“비상 사태였잖아.”


남자는 나를 깨워 준 여자와 몇 마디 대화를 나누더니, 나에게 다가왔다.


“어디 다친 데는?”


아직 머리가 다 정리되진 않았지만, 낼 수 있는 최대한의 목소리로 대답했다.


“괜찮은 것 같아요···.”

“집이 어디야?”

“목수마을이요.”

“거긴 좀 먼데. 어떻게 여기까지 온 거래?”

“걸어서··· 왔어요.”


사실은 밤 내내 달려 온 것이었다.

마을에서 떨어진 황야에, 괴물이 나온다는 이야기를 듣고 달려왔다.

나는 어른들이 괴물을 사냥해서 그 가죽과 비늘로 침대를 만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하지만, 괴물은 한 번도 보이지 않았다.

나는 어른들이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했다.

나는 침대를 만드는 목수들을 믿을 수 없었다.

그들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걸 증명하고 싶었다.


“···보통 어른들이 못 나오게 하지 않냐?”

“······.”


입에서 “괴물을 눈으로 직접 보고 싶어서 나왔습니다”라고 차마 말 할 수가 없었다.

지금도 밤이라서 안 보이는 거지, 이미 새빨개져서 죽을 지경이다.

남자는 내 얼굴을 슥 보더니, 씨익 웃어보였다.


“자세히는 묻지 않을게. 그런데, 지금은 마을로 돌아가다가 또 저런 녀석들한테 당할 수도 있다?”

“···저런 녀석들이 또 있어요?”

“저 녀석 정도면 그래도 나은 편이지.”


남자가 쓰러져 있는 괴물의 시체를 흘겨보며 말했다.

나는 온몸에 소름이 끼쳤다. 저런 괴물이 한 마리도 아니고, ‘들’로 불릴 정도로 많다는 것인가?

그것도 저런 녀석보다 강한 괴물이 더 있다는 것인가?

어른들의 말이 거짓말이 아니었다는 것인가?

보통 사람이라면 겁에 질려 집에 틀어박혔을 것 같았다, 그런데.

나는,

자꾸만 입꼬리가 올라갔다.


이것이, 내가 목수를 꿈꾸게 된 계기였다.


작가의말

이런 제목에 굴복했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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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안 읽어도 큰 지장은 없는 잔설정 20.05.28 33 0 -
8 불꽃 +3 20.06.16 25 3 7쪽
7 죽음 +2 20.06.14 23 5 7쪽
6 시동 +3 20.06.12 29 5 8쪽
5 공백 +6 20.05.30 35 4 8쪽
4 폭발 +6 20.05.29 46 9 7쪽
3 타조 사냥 +5 20.05.28 39 7 8쪽
2 황금의 열차 +10 20.05.26 53 7 8쪽
» 거짓말 +7 20.05.20 166 19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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