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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와 이야기꾼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깁흔가람
작품등록일 :
2022.12.23 17:45
최근연재일 :
2022.12.25 06:00
연재수 :
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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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0
글자수 :
18,921

작성
22.12.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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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마법사와 이야기꾼 - 어느 용사의 무덤

DUMMY

#.0



"왜 이 사람은 자신을 희생한 걸까?"


-아시량



"자신의 목숨보다 소중한 그 무엇을 지키기 위해서가 아닐까요?"


-하가라




#.1



마법사와 이야기 꾼은 어느 무덤 앞에 서 있었다. 세상을 마왕으로부터 지켜낸 용사 하르딘의 무덤 앞이었다. 용사의 무덤은 초라하기 그지 없었다. 제멋대로 자란 풀과 반쯤 허물어진 비석, 그리고 사람들의 기억 속에 잊혀진 쓸쓸함 만이 용사의 무덤을 지키고 있었다.



"하가라, 여긴 마왕을 물리친 용사의 무덤이 아니었어? 너무 초라한 거 아냐?"



마법사의 물음에 이야기꾼은 조용히 잡초를 걷어내며 대답했다.



"용사의 무덤 맞습니다. 하르딘 루 비란제슈아. 마왕 그리니치를 물리치고 오래지 않아 그 자신도 죽은 비운의 영웅이지요."


"국가에서 용사의 무덤 관리를 안 하는 거야?"



아시량의 물음에 하가라는 쓸쓸히 말을 이었다.



"그 어느 국가도 이 용사의 무덤은 관리하지 않습니다."


"왜? 세상을 구한 영웅 아냐? 그 정도 대우도 못해줘?"



하가라는 베낭에서 술병을 꺼내 뚜껑을 따고 용사의 무덤위에 뿌리기 시작했다.



"왜냐하면, 하르딘 그녀는 자살한 영웅이거든요."



이야기꾼의 이야기가 시작되자 마법사는 귀를 쫑긋 세우고 이야기를 듣기 시작했다.





#.2



하르딘은 본래 도둑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살인이나 방화따위는 저지르지 않는 나름의 철학을 지닌 도둑이었지요. 스스로 신속, 정확, 안전이라는 철칙을 걸고 활동했던 실력있고 낭만적인 도둑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하르딘은 오래된 마법사의 던전을 털게 됩니다. 사실 온갖 무거운 책들과 괴상한 실험도구밖에 없을 마법사의 소굴 따위는 그리 매력적인 목표는 아닙니다만, 그녀는 국가로부터 비공식적인 청탁을 받고 움직였떤 것입니다.


그때 하르딘은 실수로 마왕이 봉인되어있는 조각상을 깨뜨리고 맙니다.


왜 마왕이 봉인된 조각상 따위를 거기에 나뒀는지에 대한 책임 추궁을 하기도 전에 마왕은 순식간에 깨어나 던전이 있던 화산을 근거지로 삼아버립니다. 그리고 마왕은 착실하게 지옥의 군대를 키우기 시작합니다. 마왕에게 붙잡혀 있던 하르딘은 목숨을 걸고 탈출하여 이 사실을 세상에 알립니다. 인간 뿐만 아니라 요정족, 난쟁이, 거인과 같은 여러 종족의 대표가 모여 회의를 했습니다. 그들은 각 종족의 영웅을 모아 종심타격대를 구성하기로 합니다. 그들은 마왕을 봉인하는 강력한 마법을 후방에 배치하여 종심타격대가 알려주는 마왕의 좌표를 바탕으로 초장거리에서 마왕을 봉인할 작전을 세웁니다.


하르딘은 마왕 소굴의 구조와 병력 배치도를 그나마 아는 인간이었기에 안내역으로 타격대에 참가합니다. 인간족 검사 우르시아, 요정족 장로 한-루비나, 난쟁이족 전사 미르진, 거인족 마법사 그뤼실이 그 타격대원이었습니다. 그들은 각자 통신수단인 수정막대를 지니고 있었습니다. 한사람이라도 살아남아 마왕의 좌표만 전송하면 그들의 승리였지요.



'그 뒤 이야기는 나도 조금 알아. 타격대는 화산으로 가고 마왕의 군대는 화산을 나와 전쟁을 시작했지. 초장거리 봉인 마법을 구축하고, 유지하는데 마법사가 많이 필요했기에 종족 연합군은 마법사의 지원 화력을 제대로 받지 못해서 자꾸 밀리기만 했지. 맞지?'



네, 그렇게 마왕 봉인을 위한 종심타격에 모든 종족의 운명이 걸려있었지요. 마왕과 현실계 종족들의 전쟁에서 수 많은 영웅들과 영웅담이 탄생했지요. 마왕군에게 맹렬한 공세를 퍼부은 필립왕과 창기병들, 죽은 채로 싸운 용맹한 난쟁이 전사들, 정화의 사명을 위해 세상에 나온 요정왕들, 수백년만에 고대의 역사에서 되돌아온 거인 군대까지. 거대한 대서사시의 절정이었죠.


그러던 중 우여곡절 끝에 하르딘을 비롯한 종심타격대가 마왕의 코앞까지 도착하게 됩니다. 마왕의 사천왕을 비롯한 무지막지한 괴물들과 싸워가며 마왕에게 도착한 그들은 후방의 마법대에게 좌표를 보냅니다. 그리고 오랜시간 인내해온 마법사들은 그동안 활약하지 못한 울분을 풀기라도 하듯 마왕을 봉인시킬 마법을 가동하지요. 초장거리 마법이 펼쳐지고 봉인 구속이 발사되었습니다.



'그리곤 마왕을 붙잡지 못했지.'



네. 첫발은 마왕과 봉인 구속 사이에 연대를 형성하지 못해서 불발이 되고 말았지요. 그때 하르딘이 나서서 자신의 좌표를 알려줍니다. 스스로가 마왕 봉인의 중간고리가 되기로 자청한 거지요. 다들 말렸지만 상황이 워낙 급박했기에 어쩔 수 없이 마법이 재개됩니다. 그렇게 마왕은 봉인되고 마왕의 군대는 다시 지옥으로 강제 소환당합니다. 종심타격대는 영웅으로 귀환하게 되지요. 하지만 불행의 씨앗은 하르딘의 몸속에 도사리고 있었습니다. 마법사님도 아시다시피 봉인의 중간고리가 된다는 말은 단순히 마법 촉매제 역할이 아니었지요. 그녀의 몸에 마왕을 가둔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이후에 하르딘은 매일같이 악몽에 시달렸고 점점 정신적 스트레스가 쌓여 미쳐가고 있었지요. 스스로 안에 마왕이 있다는 자각과 그에 따른 환청, 신경과민등에 의해 그녀는 점점 사고를 치는 빈도가 늘어났습니다. 그리고 그녀의 이성이 끊어지는 순간 마왕의 재림이라는 것을 염려한 사람들이 그녀를 이제 영웅에서 골칫덩어리로 보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그녀 안에 있던 마왕이 깨어났습니다.


다시 세상이 혼란에 빠질 위기에 처한 그 순간, 그녀에게 산통이 찾아왔습니다. 귀환 이후 하르딘은 임신중이었던것입니다. 때마침 그녀의 아이가 세상에 태어나려고 한 거죠. 그 극심한 고통 덕분에 하르딘은 이성을 찾을 수 있었고 기적적으로 마왕의 부활을 막을 수 있었죠. 그리고 하르딘은 그동안 미뤄왔던 결심을 하게 됩니다. 그녀는 스스로 목숨을 끊습니다.


사실 그녀는 귀환 후 신전에 가서 봉인을 완성하는 술법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임신중이었기에 큰 주술을 쓸 수 없었던 것입니다. 아시다시피 임신중인 사람을 매개로 주술을 하면 하나의 몸에 두개의 인격, 두개의 자아가 양립중이기에 그 위험도가 커진다는 군요. 결국 그녀는 봉인을 미루게 되고 그렇게 '자살'로서 마왕을 완전히 이 세상에서 몰아낼 수 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이후 국가에서는 그녀의 영웅 칭호를 박탈하고 역사에서 그 존재를 지워버렸지요. 그렇게 하르딘 루 비란제슈아는 아기와 세상을 위해 희생한 영웅으로 이야기꾼들의 기억속에서만 남아있는 영웅이 되고 맙니다.




#.3



아시량은 동글동글한 눈을 굴리며 하가라에게 물었다.



"그럼 그 아기는 어떻게 되었어?"



하가라는 착찹한 눈으로 아시량을 보며 말했다.



"이후 아기의 행적은 묘연합니다." 라고 들 알고 있지만 사실 은퇴한 궁정 마법사가 그 아기를 거둬들입니다. 아기는 초로로 들어간 전임 궁정마법사와 지내다 성년이 되어도 2차 성징이 나타나지 않는 몸으로 성장. 이렇게 이야기꾼 하가라와 여행중인 아시량이라 불리는 마법사가 됩니다.




#.4



"그래?"



아시량이 말했다.



"그렇구나."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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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법사와 이야기꾼 - 어느 용사의 무덤 22.12.24 26 0 7쪽
3 마법사와 이야기꾼 - 자살학개론 22.12.23 29 0 7쪽
2 마법사와 이야기꾼 - 어느 꿈 이야기 22.12.23 30 0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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