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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와 이야기꾼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깁흔가람
작품등록일 :
2022.12.23 17:45
최근연재일 :
2022.12.25 06:0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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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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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2.23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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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쪽

마법사와 이야기꾼 - 어느 꿈 이야기

DUMMY

#.0


"오늘 이야기는 머리 싸매고 듣지 않으셔도 좋아요."


-하가라


["나도 오늘은 장난 안 칠거야. 하지만 이건 설명해 두겠어. 마법사가 세상의 규칙에 얽매이지 않는 것은 마치, 글을 쓸 때 일정한 조건에 특정한 문장부호만을 고집할 필요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야."]


-아시량




#.1


이야기꾼은 이야기를 시작했다.


"옛날에 한 수도승이 있었습니다. 그는 성실한 수도승은 아니었지요. 어릴적 고아라는 이유로 수도회에 맡겨져 수염이 듬성듬성 나기 시작할 나이까지 살면서 항상 바깥 세계에 대해 막연한 동경심을 가지고 있었거든요. 그런 마음을 가지고 성실한 수도 생활을 할 리가 없지요. 어느날 그는 제대 앞에 엎드려 신께 간구했습니다."


마법사-비록 성년이 다 되도록 2차성징이 나타나지 않는 대책없는 발육부진의 몸을 지녔지만-는 성실하게 이야기를 경청했다.


["그래서, 그 다음은?"]




#.2


"수도승은 솔직한 친구였어요. 그는 장황하게 돌려 말하지도, 자신의 생각에 합리화 과정을 거치게 하지도 않고 솔직담백하게 신께 고백했죠. 사실 어떻게 말하든 신은 수도승의 생각을 다 알아차릴테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수도승이 수도회에서 보낸 시간은 헛된 것만은 아닌가봅니다. 하여튼 그는 신께 간구했고, 신은 들어주기로 응답했습니다. 아, 수도승이 청한 기도의 내용이 뭐냐구요? 별거 아닙니다. 바깥에서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을 알려달라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래서, 그 다음은?"]




#.3


"어느 잘나가는 왕국의 어느 잘나가는 귀족의 집안에 어느 아이가 태어났습니다. 그 아이의 이름은 편의상 파란이라 부르지요. 그 아이는 태어날 때부터 세상의 부조리를 전부 짊어지고 태어났습니다. 아, 혹시나 '그 아이가 굉장한 기형이었다든가, 아니면 그 나라에 서자 차별제도가 있었는데 그 아이가 서자였다'와 같은 오해는하지 마십시오. 그 아이는 태어날 때부터 아주 잘 생기고 건강한 아이였으며, 다섯 요정의 축복을 받았으며, 일곱 현자의 지혜를 전수 받았고, 아홉 왕의 우정을 맹세받았고, 셋이며 하나인 신의 약속을 받았습니다. 예, 일단 좋은 것은 죄다 받고 태어난 아이이지요.


하여튼 그 아이는 별 탈 없이 잘난 출세가도의 길을 준비합니다."


["그래서, 그 다음은?"]




#.4


"사실 별 고비 없이 자랐다면 이야기가 굉장히 재미가 없어지겠지요. 마침 다섯 요정은 아이가 다섯 살 때 찾아올 시련을 말해줍니다. 바로 집안이 풍비박산 나는 것이지요. 파란의 아버지가 일하는 나라는 잘나가는 만큼 적이 많았지요. 쓸데없이 욕심이 많으며 제법 능력도 받쳐주는 한 젊은이가 나라를 도둑질할 장대한 계획을 꾸밉니다. 이 젊은이의 이름은 편의상 불금이라 부르지요. 어쨌든, 불금의 계획의 과정에는 파란의 집안 멸족도 포함이 되어있었습니다. 다섯 살의 파란은 집안에서 일을 하던 하인의 손에 이끌려 도망의 길에 오르게 됩니다."


["그 다음은?"]




#.5


"이제야 이야기가 재미있어집니다. 도망치던 파란은 일곱 살이 되던 해에 일곱 현자의 지혜를 깨우치고, 아홉 살이 되었을 때 아홉 왕이 약속한 우정을 다시 확인을 받게 됩니다. 참고로 여기서 아홉 왕의 우정을 이해하는데 있어서 정치적인 배경지식은 필요 없습니다. 아홉 왕은 그저 상징일 뿐이에요. 파란의 오래된 조상 중 한 분이 고대 아홉 왕들의 무덤을 손 본 일이 있었는데 그 왕들은 그 일을 기특히 여겨 파란의 가문과 오랜 우정을 다지게 된 거지요. 문제는 이 아홉 왕들이 아무와 우정을 다지는게 아니라서 보통 3대에 한 번, 심하면 몇 대에 걸치도록 자신들의 존재를 드러내지 않는 경우도 있었지요. 다시 이야기로 돌아와서, 아홉 왕들의 우정을 다진 파란은 그들로 부터 일곱 현자에게 받은 지혜를 다듬고 무예를 배우고, 도를 익힙니다. 예, 영웅이 만들어지는 거지요!"


["그 다음 이야기 빨리 말해!"]




#.6


이야기꾼 하가라는 모닥불을 뒤적여 잘 구워진 고구마를 굴려서 꺼냈다.


"언제나 저의 이야기를 갈망하는 청중은 제 즐거움이며, 그 청중의 애를 태우는 것은 제 낙이지요."


아시량은 하가라를 이야기만 간신히 진행할 수 있을 정도로 손 봐준 다음, 계속해서 이야기를 듣는 것을 고려했다.


"어디까지 이야기 했었죠?"


["'영웅이 만들어지는 거지요!' 까지!"]




#.7


"아, 맞아요. 영웅의 탄생까지였죠. 자 이제 다시 이야기의 시점을 돌려서 불금에게로 가 봅시다. 불금은 왕을 몰아내지 않았습니다. 그러니까 아직 몰아내지 않았다는 거지요. 그는 일단 왕의 측근을 제거하고 왕으로 부터 국정의 주도권을 빼앗았지만 아직 표면적으로는 왕이 모든 통수권을 지니고 있는 것처럼 보이게 했어요. 왜냐하면 그는 표면적으로 왕과 진실한 우정을 나눈 '유일한 충신'으로서 눈물을 머금고 사악한 욕심에 가득찬, 썩어빠진, 악한 귀족들을 몰아내고 왕의 진정한 모습을 되찾아준 영웅의 행세를 해야 했거든요. 사실 그 말은 완전 거짓말은 아니에요. 피지배계급의 입장에서 귀족들이 좋은 인간은 아니었거든요. 하여튼 그런 눈가리고 아웅하는 연극을 하던 불금은 슬슬 기회를 보기 시작했습니다. 에, 그러니까, 파란이 이제 아홉 왕으로부터 받는 트레이닝을 마칠 즈음에 자신의 계획을 실행에 옮깁니다. 여기서 우린 불금의 태도를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어요. 그는 사실 대단한 인물이에요. 당장에 자신의 욕심을 채울 수 있고, 충분히 그럴 능력도 되면서도 완벽성을 부여하기 위해 오랜 세월을 참고 지냈잖아요.


하지만 그의 신중성은 파란이 다 자랄 때까지 내버려두는 큰 실수와 연결되지요. 파란은 복수를 계획합니다."


["복수?"]




#.8


"예, 복수요. 그는 영웅답게 영웅의 친구가 될 만한 인물들을 포섭합니다. 백발백중의 화살을 쏘는 북부인 취리타, 목검으로 파도를 베는 전직 선원출신의 부령, 정의와 윤리와 상식을 수호하는 젊은 성주 알렉시스 리체다, 마나를 선율에 싣어 다스리는 음유시인 류비나, 도둑 길드의 길드마스터 문체어, 아홉 왕의 후손 렬-노을루비가 그들이지요. 그들의 친구들의 문제점은 전부 여자라는 점이 있지만, 어쨌든 그 성비 불균형의 패거리는, 아차 참고로 렬-노을루비는 남장을 했답니다. 어쨌든 그들은 수도로 향했지요."


["그래서, 그 다음은?"]




#.9


"예, 엄청난 재난을 일으켜서, 그걸 왕에게 뒤집어 씌우고, 왕을 내쫓은 뒤, 자신은 해결사로 등장, 백성들의 신임을 한 몸에 받으며 왕위에 오름. 이라는 시나리오를 쓰던 불금에게 있어서 안된 일이지만 파란은 왕과 접촉을 합니다. 에... 여기서 또 우리가 간과해선 안되는 문제가 있는데요. 바로 불금이 이 나라를 장악할 시점에 한 차례 왕위 세대교체가 있었는데, 마땅한 대체물을 찾지 못한 불금이 왕의 딸을 적당한 구실을 만들어 그 자리에 앉혔다는 것입니다. 네, 파란은 여왕과 만남을 시도합니다. 안타깝고, 짜증나고, 외면하고 싶고, 눈을 씻어버리고 싶고, 듣고 싶지 않은 이야기겠지만 여왕은 파란에게 반합니다. 사실 여왕의 나이는 파란과 비슷할 거란 말이에요. 어린 나이대의 소녀에게 있어, 달을 구경하던 한 밤중에, 몰래 궁궐의 담을 넘어, 자신을 도와주겠다고 말하는 젊고, 잘생기고, 잘나보이는 청년은 한 번에 혹 하기 쉬운 대상이 아니겠어요? 저기요, 아시량님 제 이야기 듣고 계세요?"


["어? 응? 어, 듣고 있어. 그래, 네 말이 맞아."]




#.10


"아무튼 대다수의 소녀들로 하여금 망상에 빠져들게 만든 그 파란은 기회를 노립니다. 그러던 중 대대적인 사고가 터집니다. 바로 굶주림에 찌들어 있던 사람들의 반란이지요. 이놈의 나라는 왜 이리 반란이 잦을까요? 그건 아무래도 자기 권력에 대한 관심의 1/10도 복지에 신경을 쓰지 않는 이 우월주의적 계급체제가 갖는 어쩔 수 없는 생리때문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추측해봅니다. 하여튼 그 일은 불금이 계산에 들어온 일이었지요. 하지만 불금의 계산에 들어있지 않은 요소가 자신의 활동을 시작합니다. 바로 파란이었지요. 파란은 자신의 친구-라고 쓰고 앞에 '여자'라는 수식어를 붙인다.-들과 만나는 과정에서 얻은 엄청난 보물들을 풀어서 그들을 잠재웁니다. 예, 물론 그와 친구들이 벌인 눈물 겨운 노력은 말 할 것도 없겠지요. 그리하여 왕은 파란을 이 나라의 공신으로 정하면서 그는 2인자로 떠오르게 됩니다. 여기서 그 공신을 정하는데 찬성을 했지만 속으로는 찬성하지 못한 불금이 그를 견제하게 되지요. 불금은 이 나라가 가지고 있던 아주 오래된 문제점을 그에게 해결하라고 건넵니다."


["그 문제가 뭔데?"]




#.11


"혹시 아시량님은 드래곤이 뭔지 아시는지?"


["드래곤이라면 약속된 종족 말야? 그 생존조차 불투명한 존재감을 갖고 있지만, 아무튼 저 높은 곳에서 신들과 우리 사이에 끼어서 세상을 바라보는 그 드래곤?"]


"어, 그건 우리 세계의 인식이고, 파란의 세계는 조금 다릅니다. 그 드래곤은 그냥 탐욕스럽고, 힘세고, 마법까지 다루는 골치아픈 생물이지요. 하여튼 파란의 나라와 서로 갈등 관계를 빚고있는 드래곤이 한 마리있었습니다. 불금은 파란더러 그 드래곤을 처리하라고 보내는 거지요."


["그래서 파란이 수락해?"]




#.12


"영웅은 짜증나는 존재입니다. 안 해도 되는 일을 굳이 나서서 해결하려 하지요. 그래서 이야기꾼들은 그들의 멋진 성공을 이루어주기 위해 머리를 싸매야 하지요. 아무튼 이 영웅의 행동 범주에 파란도 자유로울 수 없었습니다. 수락 안해도 그만인 드래곤건을 불금의 사소한 도발에 넘어가 수락하고 말지요. 하여튼, 드래곤과의 친선을 도모하기 위한 수행단이 조직되고 파견이 됩니다.


드래곤의 레어로 가는 첫 번째 고개길에 파란은 한 소녀를 만나게 됩니다. 아사하기 직전의 소녀였지요. 파란은 여기서 다시 영웅적 참견을 시도합니다. 그는 아랫사람 시켜도 되는 일을 굳이 나서서 그 소녀의 간호에 수고를 합니다. 그러면서 그가 뭐라고 한 줄 압니까? '내가 하기 싫어하는 일을 남에게 시켜서는 안되지. 다음번에 이 수행단들에게 불쌍한 사람을 도우라고 명령을 하기 위해서 내가 몸소 모범을 보이는 거라네.' 놀고 있습니다. 이 수행단이 드래곤 만나고 오라고 모아준거지 자선활동 하고 오라고 비싼 세금 들여서 꾸린거랍니까? 아무튼 방법적 측면에서 조금 어린애의 면모가 드러나긴 하지만 그 의도는 순수하니 좋군요.


드래곤 레어로 향하는 두 번째 고개길에서 파란은 한 젊은 여자를 만나게 됩니다. 이번에도 파란은 수행단의 밥을 축낼 두 번째 군식구를 받아들이지요.


드래곤 레어로 향하는 마지막 고개길에서 이번엔 좀 이색적이군요 파란은 한 할머니를 만나게 됩니다. 이번에도 파란은 도움을 주지요. 그때 갑자기 소녀, 젊은 여자, 할머니가 빛이 나더니 한 마리의 드래곤으로 변했습니다. 드래곤이 말합니다. '인간의 욕심은 자기 드래곤 못지 않다고 들었지만 그 욕심에 휘둘리지 않고 남을 돕는 사람을 만났으니 호의와 선의로서 우정을 맹세하겠다.'고 좀 어이가 없죠. 더 어이가 없는 사실은 우정의 상징으로서 자신이 파란을 따라가겠다는 겁니다. 현실이었으면 '이봐 드래곤씨, 여기 이 사람은 이미 여자가 여덟이야. 그 중 하나는 남장을 하고 있긴 하지만 어쨌든 죄다 쟁쟁한 실력을 가진 아가씨들이라고. 그러니 종족적 한계를 넘어 새로운 종자의 번식을 노려볼 생각이라면 생물학적으로 서사학적으로 부담이 가는 사안이니 제발 본인의 레어에 틀어 박혀서 세상 종말 때 까지 금화나 세다가 뒈져버리는 길을 선택하지 않겠나?'라고 조언을 반쯤 꺼내다가 타죽어버렸겠지만, 이야기니까요. 드래곤은 이로서 아홉번째 여자로(변해서) 파란을 따라가게 됩니다. 이름은 유미넬입니다."


["마음에 안들어"]




["#.8


'예, 복수요. 그녀는 비록 여자이긴 하지만 영웅답게 영웅의 친구가 될 만한 인물들을 포섭합니다. 백발백중의 화살을 쏘는 북부인 취리트, 목검으로 파도를 베는 전직 선원출신의 부령, 정의와 윤리와 상식을 수호하는 젊은 성주 알렉시스 리체도, 마나를 선율에 싣어 다스리는 음유시인 류비누스, 도둑 길드의 길드마스터 문체어, 아홉 왕의 후손 렬-노을루비가 그들이지요. 그들의 친구들의 문제점은 전부 남자라는 점이 있지만, 어쨌든 그 성비 불균형의 패거리는, 아차 참고로 렬-노을루비는 여장을 했답니다. 어쨌든 그들은 수도로 향했지요.'"]


"이번엔 장난 안치신다면서요?"


["미안, 그래서 그 다음은?"]




#.13


"그렇게 드래곤마저 자신의 친구로 삼은 파란이 수도로 돌아온다는 소문이 퍼지자 불금은 자신이 극단적인 처지에 빠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요. 패배를 시인하고 조용히 물러날 것인가, 아니면 끝까지 발악을 할 것인가. 사실 명궁 북부인, 전직 선원, 성주, 음유시인, 도둑길드마스터, 아홉 왕의 후손, 왕, 드래곤이라는 황당한 구성원으로 이루어진 파란의 패거리는 무지 골치아픈 상대였지요. 하지만 그들에게는 아주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습니다. 불금은 이를 잘 알고 있었지요. 불금은 파란이 수도로 도착하기 전에 왕을 인질 삼아 전쟁을 벌입니다."


["그래서 그 다음은?"]




#.14


"불금은 아주 유능한 작자였습니다. 그는 전쟁을 시작하기 전에 파란에게 우호적인 자들이 전부 파란의 아래에 모이도록 유도를 합니다. 세력이 커지는건 좋지만, 적당한 지휘 체계가 잡히기 전에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군세력은 머리아픈 행정적 업무를 급격히 가중시키지요. 파란은 이 문제를 자신의 친구들을 통해 해결합니다. 자신이 최고 지휘자가 되고 그 아래에 8명의 친구들을 상장군급으로 채용하는 거지요. 이제 파란과 그 친구들로 어느정도 지휘체계가 잡히자 불금은 전선을 최대한 확대해 버립니다. 그러면 파란은 어쩔 수 없이 친구들과 뿔뿔이 흩어질 수 밖에 없는 것이지요. 이 때 불금은 그들 사이에 이간질을 시도합니다. 네, 그렇습니다. 그들이 가진 약점은 여자는 많은데 남자는 하나라는 거지요. 사실 그 동안 큰 다툼 없이 잘 지낸 것도 대단한 거지요. 물론 그렇게 많은 여자를 데리고 사는 파란의 정신은 파탄에 이르렀을지 모르겠지만, 괜찮아요 영웅이니까. 영웅은 원래 그런 존재죠. 하여튼 이제 파란의 친구들은 지휘는 안중에도 없고 서로의 자존심과 파란과의 관계 정립에 따른 서열을 매기는데 열중을 하지요."


["그래서 그 다음은?"]




#.15


"결국 파란은 자신의 친구들을 전부 한 곳으로 불러들여 한바탕 연설을 합니다. 별 내용은 없습니다. '싸우지 말자.'를 그냥 길게 그리고 좀 더 감동적으로 말한거지요. 그리고 파란은 이제 수도 이외의 지역을 전부 포기하고 수도로 모든 병력을 집중합니다. 전쟁을 회전으로 유도하는 거지요. 불금은 계속해서 전선을 확대한 상태로 유지하고 싶어했지만 어쩔 수 없었지요. 이 수도를 뺏기면 그 외의 지역을 점령한다 해도 별 의미가 없어지는 거니까. 결국 수도를 두고 최후의 결전이 벌어지게 됩니다.


첫 번째 싸움에서는 북부인 취리타가 나섭니다. 그녀는 고대 북부인이 쓰던 거대한 활을 들고 나타나 성벽을 겨냥하지요. 성벽에 벼락과도 같은 화살이 꽃힙니다. 그런 화살이 서너번 박히자 성벽은 무너지지요. 하지만 수도를 지키는 고대 마법의 골렘 때문에 수도 탈환에는 실패합니다.


두 번째 싸움에는 부령이 나섭니다. 그녀는 파도를 베던 목검으로 골렘을 베어버립니다. 하지만 군대의 운용에는 능숙하지 못했지요. 그래서 실패합니다.


세 번째 싸움에서는 알렉시스 리체다가 나섭니다. 그녀는 성주였기 때문에 군대를 운용한 싸움에는 아주 능숙하지요. 하지만 불금의 가신중 하나인 조나단 다이빙스톤이라는 마법사에 막혀 퇴각하고 맙니다.


네 번째는 류비나가 나섭니다. 그녀는 전혀 새로운 마법체계를 사용하기 떄문에 조나단 다이빙스톤은 당황하다가 결국 스스로 마나가 폭주하여 실려가고 맙니다. 하지만 역시 군대 운용에 능숙하지 못해서 실패하고 말지요.


["아니 왜 다 함께 힘을 합치지 않는거야?"]


"화해는 했지만 아직 '서로 싸우지 않는다.'이지 '힘을 합친다.'는 아니었거든요.


하여튼 다섯 번째로, 문체어가 암살을 시도합니다. 하지만 부길드마스터의 배신으로 성공을 하지 못합니다. 치명적인 대가를 치르기 전에 그의 배신을 예측한 문체어는 별다른 손실도 없이, 하지만 소득도 없이 돌아옵니다.


여섯 번째로, 아홉 왕의 후손 렬-노을루비가 나섭니다. 여기서 렬-노을루비는 가장 스팩이 떨어지는 아가씨지요. 취리타처럼 활을 잘 쏘지도, 그렇다고 부령처럼 칼을 잘 다루지도, 리체다나 문체어처럼 세력을 지니지도, 류비나처럼 마나를 다루지도 못한 그녀는 그저 아홉 왕의 후손이며, 남장을 했다는 것 외에는 전쟁에서 살아남을 수단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파란은 왠지 뭔가에 쫓기는 듯 하면서도 전쟁을 수행하고 오겠다고 고집을 부리는 그(그녀)가 불안했지요. 결국 렬-노을루비는 심각한 상처를 입고 돌아옵니다.


진지에서 드래곤 유미넬에게 상처를 치료받던 렬-노을루비를 문병가던 파란은 우연히 그녀가 여자임을 알아채게 됩니다."


["그래서, 그 다음엔?"]




#.16


"파란은 다시 그녀들에게 말을 합니다. '우린 각자가 잘났지만, 함께 모이면 더 끝내줄 것이다.'에 해당하는 내용의 연설이었지요. 그리고 모두 한꺼번에 전쟁터로 튀어나가 단숨에 성을 점령해 버립니다. 왕은 구출되었고, 도망치던 불금은 도둑길드마스터 문체어의 부하들에게 붙잡혀 끌려왔지요."


["그래서, 그 다음엔?"]




#.17


"파란은 일곱 현자들이 자신에게 가르친 말을 떠올립니다. '원수를 사랑해야 하는 이유는? 원수와 똑같아지지 않기 위해서이지. 선의이든 증오이든 상대방에 대해 관심을 쏟게 되면 상대방의 모습을 닮아 버린다. 상대방의 안 좋은 면을 닮지 않기 위해 용서해 버리고 잊어버려야 하는 것이다.' 파란은 불금을 용서합니다. 그리고 파란은 진심으로 화해의 악수를 청합니다. 이 모습에 불금은 파란에게 그동안 누구에게도 느끼지 못했던 이성의 연정을 느끼게..."


["잠깐! 불금 여자였어!"]


"남자라고도 한 적은 없습니다만. 아무튼 그렇게 파란은 10명의 친구-라고 쓰고 앞에 여자라는 수식어를 붙인다.-를 끼고 나라를 다스리게 되지요."


["그래서, 그 다음은?"]




#.18


"북부인들과 교류를 했지요. 북부 산맥에 감춰진 길을 따라 새로운 나라와 무역도 하고 말입니다."


["그래서, 그 다음은?"]




#.19


"전설의 대해적 데비무어가 남긴 보물을 찾기도 합니다."


["그래서, 그 다음은?"]




#.20


"알렉산델 리체다를 노리고 있던 사악한 흑마법사도 쫓아 버리구요."


["그래서, 그 다음은?"]




#.21


"류비나의 꿈이던 고대 일리아드의 시를 찾아 모험을 떠나기도 합니다."


["그래서, 그 다음은?"]




#.22


"메두사에 의해 돌이 되어버린 문체어의 부모님도 되찾구요."


["그래서, 그 다음은?"]




#.23


"아홉 왕의 맥을 잇기 위해 렬-노을루비에게 후사를 보게 합니다."


["그래서, 그 다음은?"]




#.24


"드래곤 유미넬은 드래곤 로드로서 인간들과 드래곤 사이에 약속을 합니다."


["그래서, 그 다음은?"]




#.25


"늙어서, 죽겠지요."




#.26


["그래서,"]


마법사 아시량의 눈은 파란을 보고 있었다. 늙어서 죽은 파란이었다. 그리고 '그 다음'이라고 또 물어볼까봐 불안하여 전전긍긍한 파란이었다.


마법사 아시량은 놀리 듯이 씨익 웃었다.


["그 다음은?"]




#.27


"옛날에 한 수도승이 있었습니다. 그는 성실한 수도승은 아니었지요. 어릴적 고아라는 이유로 수도회에 맡겨져 수염이 듬성듬성 나기 시작할 나이까지 살면서 항상 바깥 세계에 대해 막연한 동경심을 가지고 있었거든요. 그런 마음을 가지고 성실한 수도 생활을 할 리가 없지요. 어느날 그는 제대 앞에 엎드려 깜빡 잠에 들었지요. 잠에서 깨어난 그는 어떤 긴긴 꿈을 꾸었음을 알았습니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자신의 일터로 돌아갔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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