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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와 이야기꾼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깁흔가람
작품등록일 :
2022.12.23 17:45
최근연재일 :
2022.12.25 06:00
연재수 :
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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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자수 :
18,921

작성
22.12.23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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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마법사와 이야기꾼 - 자살학개론

DUMMY

#.0

“오늘은 어떤 학자 분의 이야기입니다.”

-하가라


“학자? 재미없을 이야기면 가만 안 둘 거다.”

-아시량


#.1

아시량과 하가라는 도서관을 거닐고 있었다. 수도에 위치한 거대한 도서관은 엄청나게 많은 책을 소장하고 있었다. 게다가 도서관에는 책만 보관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도서관 내에 아기자기한 카페를 운영하고 있었다. 실컷 책 구경을 하고 각자가 읽을 책을 고른 둘은 도서관 안에 있는 카페로 가서 차를 주문했다. 의자에 앉아서 차의 향을 음미하던 아시량은 문득 하가라에게 질문을 했다.


“이봐 이야기꾼 오늘은 재미있는 이야기 없어?”

“음, 글쎄요. 오랜만에 수도의 왕립 도서관에 들르니 떠오르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해줘.”

“거기 쿠키를 양보하면 해드리죠.”


하가라는 테이블에 놓인 쿠키를 가리켰고 아시량은 분하다는 얼굴로 쿠키 접시를 하가라의 앞으로 밀었다. 하가라는 쿠키를 하나 집어 들더니 한 입 베어 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인간의 생에 의문을 품은 학자가 있었습니다. 심오한 생의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 오랫동안 고민해 본 학자는 죽음에 대해 연구하는 것이 생에 대한 탐구와 연결되어있을 것을 깨달았습니다. 특히 수많은 죽음 중 자살이라는 형태의 죽음에 대해 관심을 두었습니다. 자연스러운 죽음이나 사고사는 운명이라는 굴레라는 틀에 갇혀있지만 자살은 그 틀에서 벗어난 ‘일탈’적인 면을 지니고 있기에 죽음을 연구하는 데 있어서 용이할 것이라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2

아시량은 쿠키에 손을 가져가며 말했다.


“자살을 어떻게 연구했는데?”


쿠키접시를 아예 집어 들어 아시량의 손길에서 쿠키를 지켜낸 하가라가 이야기를 이었다.


“그는 수많은 사람들을 어둠마법의 제물로 바쳐가며 사악한 수단으로 연구를 진행하는 일 다위는 저지르지 않았습니다. 착실하게 자살한 사람들의 정보를 모으고 유가족과 인터뷰를 했지요. 간혹 유가족의 슬픔이 같은 양의 분노로 돌변해서 학자를 난처하게 만드는 일이 와왕 있었지만 학자는 좌절하지 않았습니다.”


아시량의 시선은 여전히 쿠키접시에 꽂혀있었다.


“그래서 성과가 있었어?”

“대충은요. 학자는 가설을 세웠습니다. 자살을 하는 이유는 참신하다고 보기 어려운 진부한 시련들이 대부분이다. 결국 자살은 누구나 한 번 쯤 맞이하더라도 이상할 게 없는 일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그런데 누구는 자살하고 누구는 자살을 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행동이 실현되는 데에는 어떤 원인이 작용한다는 것이다. 이에 학자는 자살을 방지하고 시련을 극복하는데 필요한 의지와 용기, 주변사람 등과 같은 요소들을 가리키는 용어로 ‘날개’를 제시합니다. 충분히 커다란 날개를 지닌 사람이 시련에 좌절하지 않고 새롭게 날아간다는 것이지요.”


#.3

텅 비어버린 쿠키접시를 허무하게 내려다보며 아시량은 말했다.


“흥미로운 내용이지만 학문 이외의 가치가 있을까?”


여유롭게 차를 홀짝이며 하가라가 이야기를 계속했다.


“자살에 대한 사회병리학적 이론분석이라는 것 외에 별 다른 가치는 없어 보이는 내용이지만 어떤 마법사가 이 이론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품었습니다. 이 마법사는 당장 자살할 사람에게 최면을 걸어 일시적으로 그 ‘날개’를 크게 만들어 자살을 면하게 하는 방법을 구상합니다. 이른바 ‘허구날개’죠. 자살방지제라는 혁신적인 약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마법사는 자살을 극복한 사람들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기 시작합니다.”

“결과는 어땠는데?”

“막 약이 등장했을 당시에는 대성공이었습니다. 희망제라는 이름으로 판매를 시작한 그 약은 헤어진 연인, 실패한 사업가, 성적이 떨어진 학생, 취업준비생 등등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를 끌었지요. 하지만 희망제는 그 중독성이 문제가 되었습니다. 현실의 문제를 일시적으로 약을 통해 벗어난다고 해도 결국 약의 효과가 다 하면 다시 절망을 맛봐야 했지요. 희망제를 복용해도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는 별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 약의 큰 맹점입니다. 게다가 한 번 희망제를 맛 본 사람들은 현실의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서기보다 희망제의 일시적 안정을 선호했습니다. 결국 정부에서는 희망제 판매를 금지했고, 마법사 협회에서는 그 마법사를 추방해버렸습니다. 정부는 가게를 가져가고 협회는 마법재료와 도구와 마법사 자격증을 몰수해 간 것이지요. 그렇게 마법사는 좌절을 맛보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그 마법사는 그만 다시없을 끔찍한 실수를 저지릅니다. 즉 자신이 만든 희망제를 복용한 거지요. 이 희망제라는 게 영양가는 없지만 대책이 안서는 자신감을 복용자에게 주면서 동시에 공복감을 앗아가는 부가적 효과가 있습니다. 그렇게 영양실조, 혹은 약물중독으로 쓰러지기까지 마법사는 희망제를 복용했습니다.


#.4

“끔찍하군. 그런데 학자는 어떻게 되었지?”


카페 종업원이 더 가져다 준 쿠키를 행복한 표정으로 먹고 있는 아시량의 말이었다.


“마법사이 비극적 이야기를 전해들은 학자는 자신의 저서에 한 줄을 수정합니다. ‘자살의 원인에는 심각한 좌절과 더불어 근거 없는 희망이 있다. 간혹 전자보다 후자가 더 무서울 때도 존재한다.’ 그리고 새로운 말을 덧붙였습니다. ‘결국 살아가기 위해서는 자신의 날개를 계속 움직여야 한다. 좌절에 이해 날개를 멈춰서도, 거짓된 날개에 의지해서도 안 된다.’ 이렇게요.”

“왠지 종교의 무용성을 주장하려는 사람들의 입맛에 맞는 이야기 같은데?”

“네, 그래서 학자가 이런 말을 남겼더군요. ‘목적지 없는 날개짓이야말로 맥 빠지는 날개짓이 아닐까? 종교를 갖지 못한 사람의 자살 율이 더 높은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는 생각해 본다.’ 라고요. 물론 여전히 논란의 여지는 남아있지만요.”

“잠깐? 그 사람 실존 인물이었어?”


그냥 지어낸 이야기인줄로만 철썩 같이 믿고 있었던 아시량은 놀란 듯이 쳐다보았다.


“네, 여기 이렇게 분명히 존재합니다.”


하가라는 방금 자신이 가져온 책을 들어서 제목을 보여주었다. 그 책의 표지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자살학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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