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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처럼 자유롭게 -FREE AS THE WIND

여주의 다차원 아르바이트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로맨스

완결

정주연
작품등록일 :
2017.11.07 09:25
최근연재일 :
2017.12.30 22:57
연재수 :
43 회
조회수 :
25,762
추천수 :
459
글자수 :
249,285

작성
17.11.18 00:27
조회
562
추천
12
글자
12쪽

엘프와의 만남

DUMMY

“지금 데이트 신청 한 거 맞지?”


이정후는 평소답지 않게 살짝 긴장한 듯 보였다.


“흠흠. 그런 게 데이트라면 그런 것 같군.”


차 안은 어디선가 불어오는 달콤한 꽃향기가 나는 듯했다.

차 막히는 도로 위가 좋다고 느끼는 건 정후만은 아니다.

차창 밖을 내다보는 서여주도 기분 좋은 얼굴로 웃고 있었다.


***


거점.

데이트는 내일이지만 실제로는 언제가 될지 모른다.

이정후 역시 생각 못하고 데이트 신청을 한 건 아니다.

서여주는 다차원에 접속한 이상 빈손으로 돌아가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어쨌든 다차원은 서여주의 아르바이트를 돕는 곳은 변함없으니까.


“먹을거리 준비도 못했는데 오늘은 그냥 접을까? 차차?”


“······ 아니야 접속 방법도 알았겠다. 지난번 구워 놓은 오크 고기 좀 남았겠다. 그거로 버틸 때까지 버텨보고. 배고프면 오크 잡아먹지 뭐.”


내일이 빨리 왔으면 하는 이정후와 의외로 몬스터 사냥에 투지를 보이는 서여주였다.


역시나 던전으로 가는 길목에 오크 대장과 오크 전사 3마리가 막고 있었다.

서여주는 오크 대장을 처음 보았다. 큰 덩치에 단단한 어금니, 거대한 양날 도끼가 주는 공포는 대단했다.

하지만 맛 좋은 식재료라고 생각하고, 가죽과 어금니는 좋은 값에 팔릴 거란 생각을 하니까 손에 저절로 힘이 들어갔다.


‘가죽에 손상을 최대한 줄여야 해!’


서여주는 순식간에 오크 대장과의 거리를 좁혀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단칼에 심장을 찍었다.


“여기다!”


푹!

꾸에엑!


이어서 오크 전사들의 목을 하나씩 베었다.


촤아-----!

툭 데구르르르


얍!

끄윽-! 꾸엑!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다. 보통 사람의 눈으론 따라잡을 수 없는 속도였다.


그리고 오크 대장의 어금니를 거침없이 뽑았다.

여주의 눈엔 그게 가장 비싸 보였기 때문이다.


뽁!


“아하하하!”


이정후가 보기에도 정말 깔끔한 솜씨였다.


지난번처럼 <포악한> <배고픈> <성난> 과 같은 게 붙은 몬스터가 아닌 이상 정후는 주변에 나타나 뒤치기 하는 몬스터 정도만 처리해 주고 웬만한 건 여주 혼자 다 잡게 했다. 그 덕에 여주는 폭풍 성장을 하고 있었다.


“짝짝짝!”


마침 지나가던 엘프가 손뼉을 쳤다.

엘프에 대한 안 좋은 추억이 있던 서여주는 눈을 가늘게 뜨며 경계했다.

그때 그 엘프인지 알아보긴 힘들었지만 딱히 저 엘프도 다르진 않을 거라 생각했다.


“칫”


영문을 알 수 없던 이정후 역시 경계했다.

거점 구역 밖의 필드에선 누구도 믿을 수 없기 때문이다.

경계를 하고 있는 두 사람에게 먼저 말을 건 건 엘프였다.


“예전엔 봤을 때완 많이 달라졌군요.”


‘역시 그때 엘프! 잘난 척 뻣뻣하게 굴더니 자기도 고작 이만큼 밖에 못 온 거야?’


서여주는 칭찬도 달갑지 않았다. 재수 없던 첫인상이 뿌리 깊게 박혀 있기에.


“가던 길 가시지? 이제 와서 친한 척은······”


단단히 빈정상했던 터라 말이 곱게 나오지 않았다. 그에 반해 엘프는 굉장히 부드럽게 말을 했다.

말만.


“예전의 저의 무례에 대해 용서를 구하진 않겠습니다. 우리 종족의 특성일 뿐. 너그럽게 ······”


“본성이니 바꾸지 않을 거다? 너희가 맞춰라? 웃기네. 꼰대가 종특이냐?”


엘프에 대한 기본 성향을 알고 있던 이정후 역시 기분 좋지는 않았다.

어떤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대화를 들어보니 무례를 한 건 사실이지만 그럴 만 했다로 들렸기 때문이다.

서여주의 말이 과격하긴 하지만 틀린 말도 아니었다.

그래도 필드에서 이 종족과 전투를 하게 된다면 양측 모두에게 좋지 않다.

무슨 일로 이러는지, 그 저의를 파악하는 게 우선이었다.


“엘프 종족이 인간 종족에게 말을 걸 땐 이유가 있는 걸로 아는데 무슨 일이십니까?”


“아! 네, 조금만 가면 해안가에 던전이 있습니다. 그 던전에 있는 몬스터들 전부 공간 이동을 하는 것들이라 잡는데 애를 먹고 있죠. 혼자는 어려워 파티를 구하기 위해 나섰습니다. 전 활을 다룹니다. 그래서 전사님들과 파티를 하고 싶습니다.”


활은 기본적으로 몬스터와 거리가 있어야만 효과적이다. 하지만 공간이동으로 몬스터가 눈앞에 나타난다면. 활을 쏘기 전에 공격을 받게 된다.

그렇기에 전방에서 몬스터의 관심(어그로)을 끌어 붙잡고 있을 전사가 필요했던 것이다.

한마디로 우리 보고 몬스터를 온몸으로 막으란 소리였다.


서여주는 퉁명스럽게 답했다.


“다른 파티 알아봐.”


“······.”


아쉬운 건 엘프 쪽이었다. 한번 도전했던 신전과 던전은 클리어해야만 패널티가 없기 때문이다.

이정후는 어차피 가보려고 했던 던전이라 조건을 내걸었다. 엘프 종족이 어렵다고 한다면 정말 어려운 곳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여주와 정후, 둘도 힘들 거란 생각은 안 했다.


“만약 보스가 무기를 준다면 그건 저희가 갖겠습니다. 그 외의 것은 3분의 1씩 나누는 것으로 하죠. 조건이 마음에 안 들면 다른 파티를 찾아보는 게 좋을 듯합니다.”


“좋습니다.”


어차피 아이템이 나올 확률은 적었고, 나올 수 있는 무기라고 해봐야 질 떨어지는 것뿐. 그렇기에 엘프는 조건을 수락했다.

다차원은 게임에서처럼 파티원이 많으면 경험치가 오르거나 하는 시스템이 아니기 때문에.

서여주는 아이템과 성장 경험치를 괜히 나누어 먹는 게 불만이었다.


“이정훕니다.”


“탈라미카 에슐 데 마르뎅 라스콜로니코프입니다.”


긴 이름에 놀란 것도 있지만 서여주와 이정후는 뒤에 붙은 이름을 듣고 같은 걸 떠올렸다.

죄와 벌의 소설 속 주인공 이름이었다.


“······.”


“······.”


“편하게 ‘마르뎅’이라고 부르시면 됩니다.”


“차차.”


서여주는 까칠하게 이름만 밝혔다. 말도 섞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엘프는 괘념치 않았다. 그것 역시 종족 특성인 듯했다.


던전은 해안가에 있었다.

몬스터 대부분은 뱀과 갑각류였고 무리 지어 다니며, 공간이동을 해서 공격하는 것 외엔 특별할 게 없었다.

껍질이 딱딱해 활 공격이 잘 들어가지 않았기 때문에 마르뎅에게는 힘들었을 것이다.

몸통은 거대하고 다리는 짧은 갑각류는 살이 통통하게 올라 있었다.


서여주는 침을 꼴깍 삼키며 거대 뿅망치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공간이동으로 순식간에 모든 크랩 몬스터를 한 대씩 때렸다.

속도가 워낙 빨라 정후와 마르뎅 눈엔 여주의 궤적만 보였다.


뾱!뾱!뾱!뾱!뾱!뾱!뾱!뾱!뾱!······


크랩 몬스터들은 정신을 잃고 뒤집어지거나 게거품을 물었다.

마르뎅은 뒤집혀진 몬스터의 배를 겨냥해 활을 쏘았고, 정후는 언월도를 휘둘러 등딱지를 갈라 화염으로 구워버렸다.


크랩 몬의 속살이 익는 냄새는 가히 환상적이었다.

종이 유령 나와 코어와 집게 같은 잡템을 주웠고, 잘 익은 몸통도 몇 개 챙기게 했다.

보통은 몬스터를 20~30마리 정도 잡아야 겨우 코어 하나가 나온다.

하지만 뿅망치에 맞은 모든 몬스터는 100% 코어를 뱉었다.

그걸 본 마르뎅은 적잖게 놀랐고 잠깐이지만 망치를 향한 눈빛이 탐욕스럽게 변했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혹시 그 장난감처럼 생긴 무기 효과입니까?”


마르뎅의 눈빛을 읽은 이정후는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행운은 서여주 ‘자체’다. 정후는 여주를 보호하기 위해 먼저 대답했다.


“신경 끄십시오. 던전을 정리한 후 공평하게 나눌 테니 걱정 마시고.”


“흠... 좋습니다.”


이정후는 왠지 느낌이 좋지 않았다.

서너 시간 동안 지하로 계속 내려오며 몬스터를 잡던 셋은 보스 룸에 도착할 수 있었다.


“다시 한 번 약조해주시죠. 이곳에서 무기가 나온다면 저희 쪽 양보하겠다고.”


무슨 이유에서인지 아이템과 코어가 정말 많이 나왔다. 보스가 무언가 대단한 걸 뱉어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았다.

마르뎅은 던전 보스를 잡아야 했다. 어쩔 수 없지만 이정후의 조건을 받아들였다.


“알겠습니다.”


“그럼. 차차 부탁해.”


서여주는 내내 까칠하게 굴었지만 엘프에게도 버프를 걸어주었다.


“보호! 강화!”


사아아아아아.


전사인 줄만 알았던 차차에게 갑자기 버프를 받은 마르뎅은 깜짝 놀랐다. 더군다나 이렇게 강력한 버프는 처음이었다.


“차차님 사제였습니까?”


차차는 대답 대신 고개만 까딱했다.

그리고 이정후는 보스 룸을 열었다.


콰르르르르릉


문이 열리기 무섭게 껍질이 단단해 보이는 거대 뱀이 아가리를 벌이고 셋을 향해 공격을 퍼부었다.


캬아아악 캬아아아-----

쐐에에에-----엑!


콰쾅


파티원이 피한 자리는 바닥이 움푹 파이고 산산조각 났다. 거대 뱀은 생각보다 빨랐다.


콰콰콰콰콰콰


거대 뱀이 움직이는 자리마다 돌이 부서지고 먼지가 일었다.

마르뎅의 화살은 튕겨 나왔고, 이정후의 공격에 상처를 입은 부위는 금방 회복됐다.


“헉헉헉······”


다들 피하기 바빠 공격을 제대로 할 수가 없었다.


“뇌전!”


파츠츠츠츠츠츠츠


뇌전 역시 통하지 않았다. 단단한 비늘이 전기를 다 흘려보내는 듯 보였다.

다시 한 번 거대 뿅망치를 꺼내든 여주는 공간이동을 이용해 거대 뱀의 머리 위로 올라갔다.


“제발 먹혀라!”


[절대행운이 활성화됩니다.]


뾱!


[절대행운이 활성화됩니다.]


뿅망치를 맞은 거대 뱀은 휘청 거렸다. 그리고 두 번의 절대행운!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이정후는 바닥에서 튀어 오르며 거대 뱀의 턱 밑에 언월도를 박았다. 그리고 그대로 낙하하는 힘을 이용해 배를 갈랐다.


촤아아아------

쿠쿠쿵

거대 뱀은 그대로 힘을 잃고 쓰러졌다.


서여주는 혹시나 다시 살아날까 봐 쓰러진 거대 뱀을 향해 파이어볼을 날렸다.


“파이어볼!”


콰콰쾅!


서여주는 바닥에 조심스럽게 착지하고 사체 옆으로 걸어갔다.

그곳엔 주먹 크기의 코어와 민첩의 룬, 거대 뱀의 송곳니 두 개, 딱딱한 비늘이 수북하게 쌓여 있었다. 일단 전부 종이 유령을 시켜 담았다.

그런데 사체 뒤에 검은 액체가 꿈틀 거렸다.


“어? 이게 뭐지?”


검은 액체를 본 마르뎅은 깜짝 놀라 소리쳤다.


“만지지 마십시오!”


마르뎅의 고함에 놀란 서여주는 뒤로 빠르게 물러났고, 이정후는 언월도를 꽉 쥐었다.


“저. 저것은 ‘무형 검’입니다.”


“무형 검? 그럼 저게 무기란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어째서 저게 여기서 나왔는지 모르겠지만 전설의 ‘무형 검’이 확실합니다. 고대부터 내려오는 엘프들의 보물입니다.”


이정후는 마르뎅의 말에 살짝 짜증이 났다. 마치 자신들의 물건이라는 듯 말했기 때문이다.


“약속은 약속! 어쨌든 무기는 저희 몫입니다.”


“안 됩니다. 저것은 엘프의 물건입니다. 엘프 만이 다룰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리고?”


“무형 검은 스스로 주인을 선택합니다. 엘프가 아니면 안 되죠.”


말을 마치고 바로 마르뎅은 무형 검이 있는 검은 액체로 걸어갔다. 그리고 이정후는 마르뎅의 길을 막았다.


“그만!”


“하등 한 인간 종족 주제에. 엘프의 물건에 탐을 내다니!”


“이제야 본색을 드러내는군!”




감사합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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