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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처럼 자유롭게 -FREE AS THE WIND

여주의 다차원 아르바이트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로맨스

완결

정주연
작품등록일 :
2017.11.07 09:25
최근연재일 :
2017.12.30 22:57
연재수 :
43 회
조회수 :
25,761
추천수 :
459
글자수 :
249,285

작성
17.11.14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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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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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글자
11쪽

교수님 보다 이정후

DUMMY

다차원 거점에서 헤어지고 벌써 시간이 30분이나 흘렀다. 이정후 교수는 어질러진 거실을 정돈하고 서여주를 기다렸다.


“30분도 더 지난 것 같은데. 왜 안 오지?”


그때 밖에서 작은 소리가 들렸다. 혹시나 하고 현관문으로 걸어가는데 확실히 밖에 인기척이 느껴졌다. 서여주인 듯했다.

서여주는 아무래도 남자 혼자 사는 집에 들어가는 게 마음에 걸렸는지 문 앞에서 벨을 누르지 못하고 서성이고 있었다.


‘아 씨! 어떡하지. 오라고 해서 오긴 왔는데, 이게 잘하는 짓일까? 하필 왜 지구인 B가 교수님이냐고’


그때 문을 열고 이정후가 모습을 보였다.


“차차 안 들어오고 뭐 해? 배고파 죽겠어.”


“앗 교수님. 늦어서 죄송해요.”


“!”


교수님이란 말에 움찔한 이정후는 서여주를 안으로 안내했다.


“일단 추우니까 들어와.”


“네...”


“그 교수님 소리 들으니 현실감이 느껴지는군.”


“......?”


“둘이 있을 땐 아까처럼 편하게 대하면 안 되나? 차차답게.”


서여주는 순간 이정후와의 아까 일이 생각나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 모습이 귀여워 장난치는 이정후 교수.


“얼굴 빨개졌다. 차차. 야한 생각이라도 했어?”


“으윽, 교수님!”


“아 미안. 서여주. 우린 지금 교수와 학생 사이지. 성희롱으로 신고하지 말아줘 부탁이야.”


“아... 네네.”


보글보글

이정후는 집에 온 손님에게 라면을 끓여 대접했다.


“자. 배고픈데 어서 먹자.”


“잘 먹겠습니다.”


후루룩 후루룩

서여주는 말없이 라면만 먹었다. 어색한 공기가 흘렀다. 서여주의 먹는 모습을 뚫어지게 보고 있는 이정후.


“그렇게 먹다 체하겠어.”


“아 죄송해요.”


“뭐가?”


“그게...”


‘그렇게 쳐다보는데 나보고 어쩌라고! 왜 자꾸 쳐다보는 거야. 민망하게!’


“말 좀 하면서 먹으란 거였는데.”


“아~ 네.”


어색한 가운데 라면을 뚝딱 해치운 두 사람.

이정후는 서여주에게 처음부터 호의적이었다.

반면에 서여주는 늘 불편해했다. 교수님 앞이라 그런지 괜히 쪼그라드는 기분도 들고, 실수할까 두려운.


“잘 먹었습니다. 이만 가볼게요. 쉬세요. 교수님”


“흠... 다음 사냥 후엔 밖에서 먹는 게 좋겠어.”


“네?”


“내가 아직 뜨거운 청춘이라. 이런 새벽에 여자와 함께 있는 게 좀 힘들군.”


서여주는 이정후의 말이 무슨 뜻인지 곧바로 이해했지만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나오는 대로 말했다. 이상하게 당황하는 건 계속 서여주 몫이다.


“아... 하하 그렇네요. 그럼 다음엔 제가 밖에서 쏠게요. 하하하.”


“응 기대하지 차차.”


“들어가세요. 추워요.”


“그쪽 들어가는 거 확인하고.”


“네”


서여주는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그냥 너무 부끄럽고 떨려서 얼굴이 빨개진 체 후다닥 집으로 들어갔다.


***


그날 이후.

서여주는 의식적으로 이정후를 피해 다녔다.

인천 엄마한테 가서 며칠을 보내고, 통역 알바로 외국에도 몇 번 다녀오고, 차를 사서 엄마와 온천에도 다녀오며 겨울방학을 알차게 보냈다. 그리고 이정후 교수가 눈에 보이면 투명망토로 기척을 숨겼다.


이정후 교수는 몬스터의 출몰을 언급했지만 어차피 다차원에서 시간은 현실에서 1분. 서여주는 그때 가서 강해져도 늦지 않을 거란 생각으로 열심히 지구의 일상을 즐겼다.


그렇다고 이정후가 싫은 건 아니었다. 사냥 호흡도 잘 맞고 편했다. 무엇보다 전투할 때의 모습은 여심을 흔들 정도였다. 상상을 초월하는 힘과 박력! 너무 멋있어서 반할 뻔했다.

그때는 가면 사내가 지구인 B = 이정후 교수란 걸 몰랐을 때 이야기다.


또한 현실에서도 이정후 교수는 외모, 학벌, 직업, 재력. 뭐하나 빠지는 게 없는 사람이다. 새 학기가 시작되면 아마 이정후는 서여주가 말도 걸기 힘든 상대가 되어 있을 가능성이 컸다.

더군다나 윤민아라는 애인도 있고.


서여주는 그런 이정후 교수와 다차원 사냥 파트너라는 이유만으로 친한 척 들이대고 싶지 않았다. 만일 둘에 관계가 알려지면 피해보는 건 서여주 쪽이 될 것이다. 그저 로또 1등으로 남친을 찬 여자 정도로만 남길 바랄 뿐이다.


한편 이정후 교수는 매일 다차원 거점에서 차차를 기다렸다. 기다리다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혼자 사냥을 했다.


‘오늘도 오지 않을 생각이군. 차차... 핸드폰 번호라도 물어볼걸 그랬어. 전처럼 또 주야장천 기다려야 하나?’


‘집으로 찾아갈 걸 그랬나? 하... 이정후 뭐 하냐. 정신 차려라. 오버하지 말자!’


피식.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본 이정후는 헛웃음을 지었다.


‘이제 보니 선수는 따로 있었어.’


‘보고 싶군.’


어차피 오늘은 개강일이다. 다차원에서 기다리는 것보다 학교에서 만나는 게 더 빠를 것 같았다.

잠깐 다차원에 다녀온 사이 또 문자메시지가 와 있다. 윤민아의 메시지다. 이른 아침부터 계속 왔다. 하지만 이정후는 무시했다.

윤민아는 이정후가 답이 없으면 찾아온다. 지난번 오피스텔로 찾아온 것처럼. 이사 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알고 찾아왔는지 모르겠다. 혹시라도 서여주에게 그 피해가 갈까 걱정된 이정후는 서둘러 외출 준비를 했다.


“학교로 도망가야겠어.”


***


주차장 입구.

주차된 차에 기대어 누군가가 통화하는 중이다. 자세히 보니 서여주.

이정후는 너무 반가워 통화가 끝나기를 기다렸다.


“차차!”


우뚝 멈춰 선 채로 앞에 서있는 이정후를 바라보는 서여주.


“오래간만이다? 설마 로도 1등이 밥 사기 싫어서 나 피한 건 아니지?”


손 흔들며 멋쩍게 웃는 서여주


“아...안녕... (요.) 하하하하.”


서여주는 이정후가 차차라고 부르면 자동적으로 반말이 먼저 나왔다.


“차차 내가 생각을 해봤는데. 차차는 날 교수님 말고는 부를만한 게 없더군. 교수님 말고 그냥 이름 불러주면 안 될까? 편하게. 차차답게 말이야.”


“그건 가명이 아니잖아. 요.”


‘감히 교수님 이름을 어떻게 막 부... 르고 싶다. 하아. 사냥할 때처럼 편하게.’


“이봐! 가면! 당신!이라고 잘도 불렀으면서.”


“하하 그땐 그랬~지~~~요.”


“전처럼 차 차답게 굴어도 돼.”


“하지만 이름을 부르라니 그건 좀 너무... 좋은데. 이 정 후 씨?”


“좋아.”


만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이정후.


“아직 입에 붙진 않지만 부르다 보면 익숙해지겠지. 안 그래 이 정 후 씨?”


“계속 불러주니 기분 좋군.”


한번 씩 고백하듯 툭 던지는 이정후의 말에 서여주는 정말 심장이 벌렁 거렸다.

이정후의 얼굴에 환하게 미소가 번졌고, 서여주는 조금 더 편해졌다.


서여주와 이정후는 지구에서 유일하게 선택받은 자다.

성장할수록 수명이 늘어 웬만해선 죽지도 않는다. 다차원에서 시간을 보내면 둘의 시간과 수명은 또다시 수정된다. 그렇다면 나이차가 무슨 대수겠는가. 사회적 지위가 무슨 의미가 있는가.

이미 선택받으며 새로운 존재로 거듭난 둘은, 더는 한정된 관계로 묶는 건 옳지 않았다.

교수와 학생 사이는 사회적인 위치일 뿐. 둘은 좀 더 자유로운 존재들. 그래서 특히 이정후는 서여주에게 만큼은 교수님이라 불리는 게 싫었던 것이다. 절대 권위적이고 싶지 않았다.


“차차 내 명함은 갖고 있어?”


“앗 그게. 어디 뒀더라.”


가방을 뒤적거리며 땀을 ‘삐질’ 흘리는 서여주.


“핸드폰 줘봐.”


“어... 응. 여기”


이정후는 서여주의 폰에 자신의 번호를 입력하고 전화를 걸었다.


“드디어 서여주의 번호를 땄군.”


이정후는 무뚝뚝한 느낌이 강한 사내다 그런 모습이 매력적이기까지 하다. 하지만 지금처럼 즐거워 웃는 모습도 꽤 소년처럼 귀엽다고 생각한 서여주.


‘그랬지 참. 우린 그 흔한 전화번호 교환도 안 했지?.’


서여주 입장에선 이정후가 옆집에 살고 투명망토 덕에 자주 마주치다 보니 생각지도 못했다. 정말 몰랐다. 이정후 입장에선 연락할 방법이 없었단 것을. 무례하게 집으로 찾아오거나 하지도 않았다. 그랬으니 그동안 얼마나 답답했을까. 그렇게 생각한 서여주는 그동안 이정후를 피해 다녔던 게 살짝 미안해졌다.


“이차가 차차 차?”


“헐... 라임 구려.”


“의도한 거 아닌데. 창피하군.”


창피하다며 전혀 창피하지 않은 듯 미소 짓고 있는 이정후.


“이정후씨? 학교 가시는 길이면 제 차로 모실게요. 흐흐흐흐 타시죠.”


순간 서여주의 표정은 악마처럼 변했다. 그리고.


끼이이익 끼익

끼이---익

주차장 코너를 급하게 꺾는 서여주. 그리고 안전벨트를 꽉 잡고 있는 이정후.


“뭐... 뭐야! 차차 운전면허 딴 거 맞아?”


“아무래도 난 운전이 적성에 맞는 거 같아!”


부우우우웅

끼이이이이익


“으악 차 세워!”


부웅- 끼익!


“으악!”


***


학교 주차장.

서여주의 차 유리는 어둡게 선팅이 돼 있어서 차 안에 누가 탔는지 알아볼 수 없었다.


탁-

차 문을 닫으며,


“우욱. 다음엔 각자 타자. 차차”


방긋 웃으며 서여주는 자신감 넘치는 말투로 말을 이었다.


“그래도 초보운전 치고 잘하지 않아?”


이정후 교수는 손 흔들어주며 인정해줬다. 그리고 서여주도 볼일이 있다며, 별관 식당 건물 쪽으로 총총거리며 사라졌다.


“운전 재밌어~ 헤헷”


호칭 문제가 해결되니까 다시 편해진 서여주는 ‘차차답게’란 말을 떠올렸다.


‘차차답게. 차차답게? 근데 차차 다운 게 뭘까?’


주차장에 전 여친 서여주의 차가 들어올 때부터 우연히 지켜보게 된 독고민은 둘의 대화를 숨어서 듣게 되었다.


‘서여주는 친척이 없는 걸로 아는데. 누구지? 무슨 관계지?’


본관 1층의 자판기에서 음료를 꺼내 마시는 이정후.


“후- 살겠네.”


이정후는 음료를 마시며 뒤에 조심스럽게 다가오는 인기척을 느꼈다.


“이정후 교수님 되십니까?”


“자넨...”


처음 차차를 만났던 장소에 있던 그 학생이었다.


“저를 혹시 기억하시나요?”


“음”


“단도직입적으로 묻겠습니다. 서여주랑 무슨 관계입니까.”


독고민은 더 이상 교수님이라 부르지 않았고, 질투에 불타는 눈빛으로 이정후를 노려보았다.




감사합니다.


작가의말

이번에 올라왔어야 할 홧수가 미리 올라왔었네요.

다음화도 이어서 올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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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영웅의 등장 +2 17.11.21 545 1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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