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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 벗든마루 님의 비평글 (13. 02. 05)

 사실 기존의 비평들은 카페 회원분들 중에서 자신의 글에도 비슷한 지적이 적용될 수 있다면 좋은 비평을 흡수하고 함께 글 연습을 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비평에서도 이런 소제목들이 붙었지만, 야데 님의 UNDEAD는 이미 그런 단계의 비평을 할 글은 아니고, 조금 더 나아가서 사건과 서술, 그리고 진짜 이야기에 대해서 접근을 하기 좋을 것 같습니다. 사실, 이제 비평에서 소제목을 붙이면서 이야기 할 거리들이 거의 다 떨어지기도 했지만 말이죠.

 

 야데 님의 경우는 오래 글을 쓰신 것이 글 전체에서 많이 드러납니다. 그것도 장르 분야에서 여러가지를 준비하셨던 것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1.총평

 

 <UNDEAD>는 분량이나 내용 면에서 모든 부분이 일단 좋았습니다. 서술이 길고 묘사가 많은데도 거슬리지 않고 넘어갔습니다. 특히 1편의 앞 부분은 그 분위기가 명확해서 더 좋았습니다.

 

 그러나 오랜 연재의 부작용인지, 아니면 어떤 부분인지 명확하게는 알 수 없습니다만, 프롤로그가 가장 좋았고 1챕터가 그 다음이고, 3 으로 넘어오면서 그 힘이 점점 줄어들더니, 4챕터부터는 어색한 부분들이 너무 많이 눈에 띄어서 안타까웠습니다. 그 차이가 미세하긴 하나, 뒤로 갈수록 재미를 끌어들이는 이야기의 힘이 미세하고, 계속해서 한 가지의 이야기만으로 밀어붙이는 것 같았습니다. 어느 순간에 전환되어서 변화하는 주인공, 또는 사건을 겪고 나아가는 주인공들을 보고 싶었습니다만, 정도 이상을 지나면서부터 제자리 달리기만을 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처음부터 사건을 바로 보여주며 치는 것은 분명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인물들 역시 마찬가지고요. 그러나, 그 다음을 지속할 힘이 없었습니다. 사실 항구에서 현월단이 탈출하는 장면에서는 의도만큼 놀라움도, 신기함을 받지 못했었으니까요. 어느 순간부터 독자는 딸려갔지, 속진 않는게 아닐까요.

 

 만화책 <몬스터Monster>가 있습니다. <20세기 소년>으로도 유명한 만화가 우라사와 나오키의 작품인데 이 작가의 몬스터 역시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일품이지요. 그런데, 이 추격전에 대해서 이런 비평이 있습니다.

 

 "긴장을 위해서 사건을 잔뜩 끌어올리고, 그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서 앞에 깔아둔 복선이나 해결책을 찾지 못한 채, 설정에 놔 둔 새로운 캐릭터만 등장시킨다. 몇 차례 반복되면 독자는 지치고 만다."

 

 였습니다. 사실, 능력자들이 겪는 고민과 능력에 대한 결투. 이런 포맷 자체는 클리셰에 가깝습니다. 그들의 캐릭터가 보이는 개성이나 그 명칭 <UNDEAD>를 제외한다면 특별히 별다른 신기함이 없는 상황에서 강점인 캐릭터나 서술로 인한 분위기만을 일변도로 제시한다면 뒷 분량에서는 더욱, 힘든 싸움을 시작해야 할 겁니다. 무대와 캐릭터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2.서술

 

 역사서를 이야기 하는 건 국내 장르소설 중 이영도 작가의 <드래곤 라자>를 비롯해서 베르나르 베르베르 시리즈 등에서도 많이 활용되고 있는 부분입니다만, 사실 저는 이걸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 좋아하지 않습니다. 취향 차이입니다만, UNDEAD의 접근을 막는 부분 중 하나가 각 챕터별로 나오는 이 역사서였습니다.

 

 분명 서술과 묘사는 좋습니다만 <UNDEAD>는 세계가 너무 강합니다. 발상과 세계가 좋고, 설정과 캐릭터들이 살아있는만큼, 그리고 서술이나 문장이 괜찮은 만큼 이런 세세한 부분을 모조리 설명하려는 욕심이 있습니다. 서술에서 행동 서술, 또는 장면과 감정 서술에서 군데군데 설정이 나옵니다만, 그 설정들이 녹아있단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이는 전 챕터에서 그대로 녹아납니다.

 

 모든 챕터, 또 한 편 한 편 시작되는 시작점이 모두 분위기의 묘사입니다. 장면 전환에서도 이런 전환용 묘사나 설정이 그득합니다. <UNDEAD>의 서사는 무척이나 위태로운 줄타기를 하고 있다고 보는데, 가독되지 않는 설정, 또는 녹아나지 않는 설정이 군데군데 나올 때마다 그냥 설명을 넘어가게 합니다. 분명 좋은 분위기이긴 한데, 전체적으로 계속 가득한 분위기와 묘사는 읽는 분량만큼이나 글을 지치게 합니다.

 

 분명 야데님은 이런 부분을 먼저 알고 완급조절을 하고 있다 생각됩니다. 그러나 이런 완급조절이 단순한 묘사보다 캐릭터에게 너무 의존하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3.캐릭터

 

 사실 도주하는 현월단과 십인장들을 위시한 에펠의 세력 캐릭터들은 무척이나 매력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매력에 단점이 있습니다. 살아있는 느낌이 나는 캐릭터가 몇 개 없습니다. 사실 제일 살아나는 캐릭터가 '루즈라벤'이라는 건 의외였습니다. 매드 사이언티스이지만 무능하고 자기 멋에 사는 캐릭터. 그보다 더 살아나야 하는 캐릭터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루즈라벤 하나를 제외하면 그들은 좀 과잉이었습니다.

 

 그들이 과잉인 까닭은, 그들에게 개성을 너무 주려는 욕심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대사가 불필요한 캐릭터들이 상황에 맞게 억지로 대사하는 느낌을 장면마다 받습니다. 캐릭터들의 특징이나 개성, 그리고 살아있기 위한 기본적인 요소들은 충분히 갖춰 있고, 또한 그들이 살아있을 준비도 다 되어 있습니다. 전투씬에서 성격에 맞는 그들만의 능력과 그들의 배경, 독특한 말투. 분명 매력적인 인물들이고 살아있습니다만, 과연 그들이 전투에서 급한 상황, 급한 장면에서 꼭 이야기 하고 싶어할까요?

 

 하나하나의 대사가 평소에는 살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필요 없는 부분까지 대사를 고집하는 인물들은 때때로 자기의 개성을 드러내지 못하면 안 된다고 강박증에 걸린 것 같습니다. 특히, 주연급 캐릭터들이 더 그렇습니다. 루즈라벤이란 캐릭터가 개성을 잘 드러낸 까닭은 아이러니하게도 그를 구박하는 다른 캐릭터들의 수다 때문이었습니다.

 

 루즈라벤이라는 캐릭터의 행동이 아닌, 주변에서 말하는 수많은 말들이, 비교적 말보다는 그냥 행동으로 자신만만해 하는 루즈라벤이 훨씬 돋보이게 된 것이지요. 세이건이 북쪽으로 도주하는 현월단의 행동을 예측했을 때, 그들의 행동 예측에 대해 십인장들이 대단해 하는 평에 의해서 살아났다가, 이후 말이 많아질 때 "마치 온 몸에서 불을 내뿜는 것 같았다." 등의 덧붙는 말들이 하나하나 생기면서 그 분위기가 퇴색하여 결국 평범한 인물로 격하된 것 처럼요.

 

 인물을 만들고 구성하고 거기까지 다가가는 데, 그리고 지금의 장면과 배경을 묘사하는 데 정도 이상의 분위기로 마치 묘사를 위해 묘사한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았습니다. 또한, 캐릭터들이 과잉되어서 미세 호흡조절이 제대로 안 된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한 가지의 이야기를 끈덕지게 이야기 하면서 스토리를 전개해나가는 힘은 무척 좋고, 그 속에 깔려있는 비밀들이 하나씩 다가오는 것도 좋습니다만, 그 중간중간 점들이 몰입이 잘 들어갈 때마다 방해를 합니다.

 

 또한 서술을 사이에 둔 대사가 어색할 때도 많았습니다. 프롤로그에서도 축제를 내려보는 세이건의 대사부터 앞과 뒷대사에서 웃음이 반복되는 간단한 표현부터 중복된 이야기를 그럴듯하게 바꿔서 말하는 등, 단지 분위기를 위해 하는 대사이고 쓴 것처럼 들리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분위기에선 좋았으나 캐릭터들의 개성을 위해 말투, 그리고 배경과 능력, 모습과 버릇 등을 세세하게 신경썼기 때문에 이런 연극적이고 과장적인 대사들이 작가가 저지하지 못할 때 불쑥 불쑥 튀어나오는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사실, 이런 대사가 큰 문제가 되지는 않겠습니다만, 정작 큰 문제가 되는 대사들이 있습니다. 바로 여성캐릭터들의 대사가 쉽사리 다가오지 못한단 점입니다. 다른 캐릭터들은 작의적인 부분이 적었습니다만, 여성 캐릭터는 이 캐릭터라면 당연히 이렇겠지? 얘는 여자니까. 라는 작가의 의도가 너무 많이 보입니다. 남자 캐릭터는 '남자니까'라는 의도 보다는 '캐릭터니까.'라는 의도에 맞췄다고 보면, 여자 캐릭터는 "얜 이런 캐릭터에, 여자야." 가 꼭 덧붙어서 따라오는 느낌입니다.

 

 특히 튀는 것이 '조루이니, 강간이니 이런 대사를 상스럽게 내뱉는 여자. 라는 캐릭터' 였습니다. 다른 캐릭터에 비해서 살아있지도 않고, 상스럽다는 것도 강요받는 다는 느낌이 더 강했습니다. 차라리 캐릭터를 메이킹 할 때 '여자'라는 것을 제외하고 보다 살아있도록 했으면 더 살았을 것이 자명한데 말이죠.

 

 여성 캐릭터가 살아있지 않기 때문에 3챕터에서 인물들이 하는 대사나 행동 중에서,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인상이 강하고 사실적으로 다가온 부분은 로한이었습니다. 귀족의 성을 불태우고, 귀족의 멱살을 들어올리는 부분은 그 어떤 추가 서술도 없습니다. 멱살을 들어올린 것으로 끝나는 장면이지만 가장 로한답고, 그 장면이 어떤 장면인지 마치 사진처럼, 그림처럼 들어옵니다. 그런데 당장 3챕터의 엘로린은? 문제는 엘로린을 껴안는 로한의 장면부터, 이런 엘로린에 편승해 로한의 행동을 납득할 정도로 근거가 부족했습니다. 사랑이라는 말은, 동료애라는 말은, 그리고 감정들은 분명 '감성'이 될 수는 있으나, 그 근거가 미약하면 일반적인 개연성보다 더 뜬금없는 느낌을 강하게 받습니다.

 

 이 역시 기존의 캐릭터들이 진행해 오던 노선에 비해서 '여성 캐릭터기 때문에'라는 이유로 납득될 장면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럴 수 있다. 라는 생각이 들긴 합니다만, 이런 헛점들이 노출되기엔 기존에 보였던 다른 캐릭터에 비해서 죽어있는 여성 캐릭터에겐 치명적 단점이 아닐까요. 덕분에 앞서 말한 3챕터부터의 하향이 강조되는 게 아닐까요. 사실 4챕터까지 가장 평범하면서도 살아있다 느낀 여성 캐릭터가 가장 출현이 적은 '알로에'란 점은 아이러니합니다.

 

 

 4. 마치며

 

 분명 UNDEAD는 재미있는 글입니다. 필력도 상당하고 사건전개에서 말하는 것도 다른 소설들에 비해서 예상독자층을 높게 잡고 고심한 티가 납니다. "난 강해!"나 "난 똑똑해"를 설득하기 위해서 다른 모든 캐릭터를 멍청하고 허약한 캐릭터로 만들지 않고, 평균치를 적당히 잡고도 캐릭터들이 살아난다는 건 장점입니다.

 

 그러나 많은 분량을 오래 연재하는 것에 지친 것일까요, 아니면 스토리나 여러 문제점들과 맞부닥쳤을 때의 한계일까요, 뒷 부분에서는 더이상 서술도 힘을 가지지 못합니다. 어쩌면 이는 제가 소설을 웹 연재 방식이 아니라 한 호흡으로 쭉 내려보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책을 생각해서 단권 분량으로 읽어내린다고 할 때, 챕터별로 반복되며 그때마다 한 두 페이지를 가득 채우는 묘사, 그리고 캐릭터의 설명 때나 양분된 대륙의 이름이 없는 까닭을 들어야 한다면, 저는 지쳐버리고 말 겁니다. 실제로 그랬구요.

 

 매력이 매력이 될 수 있도록 해 주세요. 짧은 호흡보다 긴 시각으로 크게 보고 완급조절을 하는 편이 더 낫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중요한 정보가 숨어있기 때문에 많은 정보를 그냥 넘기게 됩니다. 글쓴이 분께서도 퇴고하면서 4챕터 마지막에 서술이 너무 많다는 말을 계속하시는데, 5챕터의 시작점에서 똑같이 서술이 가득한 것을 보면서, 편안하게 <UNDEAD>를 읽는 건 좀 후일의 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ㅁ;

 

 재미있었습니다. 분량도 좋고, 스토리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좋았던 만큼 비평이나 리뷰를 빙자해서 투정이 많았습니다. 꾸준히 살펴보겠습니다. 건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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