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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문] 사랑의 이분법



 사랑의 기준이 뭘까?


 세상에 넘치는 문화상품의 태반은 사랑을 얘기하고 있다. 길거리에는 사랑 노래가 넘치고 사랑에 관련된 제품은 언제나 불티나게 팔린다.


 연애가 가벼워지면서 사랑의 가치가 한없이 추락하지만, 그래도 남녀가 세상에 공존하는 한 둘은 서로 바라볼 것이고 불타오를 것이며 배꼽을 맞출 것이다.


 필자의 연륜으로 사랑이 어떻다 표현한다는 건 사실 웃기지도 않는 코미디다. 기껏해야 여자 몇 번 만나본 것이 전부며 결혼이란 개념을 현실에 끌어들이기엔 아직 부족한 나이니까.


 그렇지만 몇 번의 교제를 통해 내 나름대로 경험이 쌓였고 어느 정도는 여성의 맘을 사로잡는 법도 체득했다.


 연애가 반드시 사랑을 뜻하는 것은 아니며, 마찬가지로 모든 연애가 반드시 결혼으로 골인하는 것도 아니지만, 일단 숭고한 사랑의 개념은 접어두고 이분한다면,


 정서적 사랑과 육체적 사랑. 이렇게 나뉜다.


 그럼 이 둘은 분할이 될 수 있는 것인가? 필자의 견해로, 그건 불가능하다. 최소한 남자에게는. 필자가 여자가 아닌 고로 여자 쪽 견해는 묵살하겠다. 뭐, 그렇다고 내가 모든 남자를 대변하는 건 아니지만.


 사랑에 대한 잡담을 두드리면서 이 두 가지를 굳이 왜 구분하냐고? 이걸 여자에 대입해보자. 총 4가지 부류의 여자가 생긴다.


 1. 정서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끌리지 않는 여자.

 2. 정서적으론 별로인데 육체적으로 끌리는 여자.

 3. 육체적으론 별로인데 정서적으로 끌리는 여자.

 4. 정서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끌리는 여자.


 1번 여자와 사랑에 빠진다는 건 불가능에 가까우니 패스. 4번 여자 같이 완벽한 여자는 세상에 드물고, 있다 해도 훨씬 능력 좋은 남자를 만날 것이 뻔하니 역시나 패스(혹, 그런 여자를 만났다면 그냥 미친 듯이 빨아줘라. 영원히 사랑해라. 후회 남길 일하지 말고).


 결국, 우리가 일반적으로 만날 수 있는 여자는 2번과 3번, 하나가 모자란 경우가 대부분이다. 최소한 필자는 그랬다. 저 두 가지를 한 번에 갖춘 완벽한 여성을 만난 적이 없다.


 그럼 흔히 통념상 남자들은 이런 생각을 할 것이다.


 하루 데리고 놀기엔 2번 여자, 결혼한다면 3번 여자. 그러니, 2번 여자와 원나잇하며 즐기다가 3번 여자랑 결혼하면 되겠다. 


 이렇게 정의하며 만족할 것이다. 글쎄? 정말 그걸로 끝인가? 그럼 대체 어느 쪽이 진짜 사랑인가?


 2번과 3번 중 어느 쪽이 사랑에 가까운가? 결혼이 중요하니 3번이라고 마냥 결론 내릴 수 있나? 그럼 결코 바람 안 피우고 평생 백년해로하는 것인가?


 속궁합이 안 맞아서 고민하는 부부가 생각보다 훨씬 많다는 거 알고 있는가?


 이 부분에 대해 좀 더 진지하게 접근해보자. 


 여기서부터는 오로지 필자의 경험에 의존하여 쓰는 얘기니 공감이 안 되면 어쩔 수가 없다. 필자는 여자 친구를 사귀면 대체로 사계절 이상은 같이 보내는 편이다. 앞으로 남은 인생의 기나긴 여정을 생각한다면 짧은 시간이지만 대충 한 사람을 파악하기에는 짧다고 보기도 어려운 시간이다. 어디까지나 대충 파악하기에.


 2번 - 정서적으론 별로인데 육체적으로 끌리는 여자.


 사귀는 동안 꽤나 짜릿하다. 밤마다 기다려지고 삶의 활력이 넘친다. 남자는 어쩔 수 없이 동물이며 이 부분이 만족되면 이 여자 끊고 싶어도 참 끊기가 어렵다(떡정은 정말 무서운 것이다).


 말이 안 통하고 자주 싸우지만 의외로 알콩달콩하며, 이런 여자랑 만날 때 뜻밖에도 바람피우고 싶은 생각이 덜 난다(보통 사랑하는 여자 따로 있고 만드는 게 섹파다. 근데 육체가 충족되면 굳이 섹파를 찾을 필요가 없다).


 3번 - 육체적으론 별로인데 정서적으로 끌리는 여자.


 서로 얘기 나누면 기분 좋고 같이 있으면 참 편안하다. 정말 결혼해서 같이 살아도 큰 트러블 없을 만큼 깊은 안도감을 준다. 근데 짜릿함이 없다. 편안하긴 한데 아무런 자극요소가 없고 굳이 안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결혼하면 정말 행복할 것 같은데, 정말 행복할까? 하는 이상한 의구심이 든다. 결정적으로 남자는 육체와 정서 두 가지를 절대 분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어느 한쪽이 꼭 우수하다고 볼 수 있을까?


 사랑한다면 서로 맞춰가야지 같은 얘기를 하는 게 아니라 정말 본능에 이끌리는 무언가에 대해 얘기를 하고 있는 거다.


 두 가지가 다 충족이 된다면 그 여자 외에 다른 여자에게선 더 이상 최상의 만족을 얻기도 어려울 테니 우리는 2번을 3번처럼, 3번을 2번처럼 가꾸어가는 데 노력해야 한다.


 사랑의 완성형은 그 여자가 얼마나 자신한테 잘 들어맞는가에 있을 테니까. 정서적인 것은 숭고한 것이며 육체적인 것은 천박하다고 볼 것이 아니다.


 각자에게 맞는 사랑법이 있고, 어느 쪽에 더 큰 비중을 둘지는 개인의 몫이지만 둘 중 하나가 결여된 사랑은 오래 지속되기 힘들다.


 뭐 정답이 있는 것이 아니니 결론 내릴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지만, 필자는 요즘 2번 여자가 더 괜찮은 것 같다. 예전에는 당연히 3번 여자라 생각했었는데.


 기본적으로 색기라는 건 배운다고 배워지는 게 아니다. 색기는 정말 타고난다. 특히 남자 혼을 빼놓을 정도로 탁월한 색기는.


 그게 만족되면 남자한테 그만큼 압도적인 정서적 휴식도 없다. 그에 반해 성격차이라는 건 사실 감정 식었을 때 이혼사유 될 것이 없어서 갖다 붙이는 것일 뿐이다.


 사람의 성격이 상극이 아닌 바에야 서로 같이 살다 보면 서로서로 이해하게 되는 법이고 어느 정도 선에서 물러서면 상대방이 받아주고, 어느 정도 선까지 배려해주면 상대방이 좋아하는가 정도는 결국 파악하게 되어 있다.


 속궁합은 정말 타고나는 것이지만 성격은 배려에 의해서 가꾸어나갈 수 있다.


 어차피 두 여자한테서 확실한 만족을 느낄 수 없다면 그 여자의 모자란 점을 채워나갈 수 있도록 남자의 투자가 필요한데 필자라면 2번을 투자하겠다 이 말이다.


 적나라하게 얘기하면 결혼하고 바람피우고 싶은 생각이 계속 들게 하는 여자보단 욕정은 우선 해결해주고 정서적 안정을 꾀해볼 여자가 좀 더 낫지 않겠느냐는 소리다.


 어차피 정답이 없는 분야니 결론이라고 내릴 건더기도 없다. 굳이 첨언하자면,


 사랑, 어느 쪽에 더 큰 가치를 두고 어떻게 더 확실하게 자신의 사람으로 만드는가? 그건 결국 당신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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