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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칼날 님의 서재입니다.

그림과 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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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검은칼날
작품등록일 :
2021.12.18 21:47
최근연재일 :
2022.07.05 16:00
연재수 :
110 회
조회수 :
25,820
추천수 :
565
글자수 :
581,056

작성
22.05.05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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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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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귀환

DUMMY

준은 집으로 가서 아영에게 며칠 동안 나가 있어야 된다고 얘기하며 보보를 안아줬다. 그러고 짐을 챙겨 사동각으로 돌아왔다.

그 사이, 서생은 동희에게 과주(瓜州)로 가자고 했다.

세 남자는 사동각를 나섰다. 준이 동희와 서생을 배에 태우고 노를 저었다. 동희가 데려온 시동은 혼자 성으로 돌아갔다. 세 남자는 배 위에서 아무 말도 나누지 않았다.

준은 양주성을 둘러싼 뱃길을 타고 남쪽으로 길을 잡았다. 과주는 양주성에서 서남쪽에 있었으며, 북경(北京)과 항주(杭州)를 잇는 경항(京杭)대운하와 장강의 교차지점이다. 준은 반나절을 노를 저어 과주에 들어섰다.

배가 과주에 이르자 서생은 나루를 골라 배를 대라고 했다. 준은 거기에 배를 대고 동희와 함께 서생이 이끄는 주점으로 들어갔다. 서생은 동희와 준을 거기서 기다리라고 하고 밖으로 나갔다. 그러고는 한참 있다가 또 다른 서생 차림의 남자를 데리고 왔다.

그는 동희와 준에게 인사를 나누고 인질을 데리고 오겠다고 했다. 그는 일천 냥이 든 보따리 하나를 가지고 떠났고 서생은 남았다. 서생은 동희와 준에게 자기들은 신용이 있는 의협(義俠)이라고 주장했다.

“그럼요. 고마워요. 이렇게 인질도 안 죽이고 보내주시는 걸 보면 당연히 협객(俠客)이시죠.” 준은 칭찬했다.

서생은 엉뚱한 칭찬에 눈살을 찌푸렸고, 동희는 쓴 웃음을 지었다.

“뱃사람이 밤새 달리면 아마 내일 아침에는 올 수 있을 거요. 그러면 나에게 남은 보따리를 주면 되오.”

그들은 주점에 각자 방을 잡고 하루를 지냈다.


다음 날, 준은 해가 뜨기도 전에 일어났다. 밖으로 나가자 동희는 벌써 옷까지 다 차려입고 있었다. 준과 동희는 나루터 주점을 나와 밖에서 기다렸다.

그렇게 기다리다 날이 밝았다.

서생은 그 때 밖으로 나와 같이 아침을 먹자고 했지만 동희와 준은 거절했다. 서생은 밥을 먹으러 주점으로 들어갔고, 동희와 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기다렸다.

긴 시간이 흘렀고 해가 중천을 향해 갔다.

멀리서 말 달리는 소리가 들렸다. 동희가 앞으로 뛰어나갔고 준이 그 뒤를 따랐다. 서생도 주점 안에서 걸어 나왔다.

명희가 혼자서 말을 타고 달려오고 있었다. 그러다 오빠와 준을 발견하고 더 빨리 말을 달렸다.

“괜찮아?” 동희와 준은 동시에 말을 멈추는 명희에게 물었다.

명희는 대꾸도 없이 고개를 끄떡였다.

“혼자 온 거야?” 동희가 명희의 안색을 살피며 물었다. 피곤해보였지만 안색이 나쁘지는 않아 마음이 놓였다.

“오빠도 왔어. 오늘 새벽에 풀어주면서 여기로 가라고 했어.” 명희가 말에서 내리면서 말했다.

“너 별일 없는 거 맞지?” 준이 명희의 손을 잡으며 물었다.

“그래, 괜찮아. 저 놈 맞지? 나머지 은자 빨리 줘서 보내.” 명희가 서생을 바라보며 보따리를 들고 있는 오빠에게 말했다.

동희는 보따리를 서생에게 던져주었다. 서생은 그걸 받아들었다. 명희가 쥐고 있던 말고삐를 그에게 내주었다. 서생이 말에 올라 나루를 떠났다.


남매와 준도 나루를 떠났다.

“야, 이래서 언제 가?” 명희가 준이 젓고 있는 노를 빼앗았다.

“너 기다리면서 걱정하느라고, 아침부터 아무 것도 안 먹어서 그래.” 준이 볼멘소리를 했다.

“여기 건량 있어. 오빠랑 나눠 먹어.” 명희가 메고 있던 봇짐을 준에게 던져주었다.

동희와 준은 건량을 먹으며 시장기를 삭였다.

북상하는 배였지만 명희가 노를 젓자 준의 남하하는 배보다 빨랐다.

반나절이 못 되어 양주성 남쪽 보답만에 들어섰다.

“오빠, 오빠는 천녕문 나루에 내려주고, 난 사동각에 들렀다 갈게.”

“으이그, 알았어. 근데, 의부는 어떻게 뵐 거냐?”

“그러게. 면목이 없네.”

“알긴 아는구먼. 그건 그렇고, 나도 의부한테 어떻게 말을 꺼내야할지 모르겠다.”

“오빠, 나 오늘 홍교에서 자고 갈게. 어떻게 할 건지 생각도 좀 해보고. 내일 만나서 다시 얘기하자고.”

“그래 알았어. 오늘은 가서 푹 쉬고, 내일 일찍 와.”


명희의 동희를 내려주고 홍교로 향했다.

“야, 너 싸움도 잘하면서 아까 그 서생을 왜 그냥 보낸 거야?” 단둘이 남자 준이 말을 꺼냈다.

“그 놈 엄청난 고수야. 나보다 싸움을 더 잘한다고.”

“그래? 하는 짓이나 말투도 그렇고, 아닌 것 같던데.”

“아니면, 내 성질에 그 놈 그냥 보냈을 것 같아?”

“그건, 아니지. 하긴 세상에는 어리숙한 고수들도 있을 테니까.”

“승호는 집에 있어?”

“아니, 너 찾는다고 장강을 거슬러 올라갔어. 아마 사천까지 갔을 거야. 게다가 왕휘 삼촌도 너 찾는다고 운하를 타고 북경까지 올라간다고 했어. 사람들이 얼마나 걱정한지 알아?”

“미안해. 거기에 대해선 할 말이 없다.” 명희가 사과하고 물었다. “언니랑 보보도 잘 있어?”

“어, 보보도 잘 크고, 둘 다 잘 있어.”

“그건 그렇고, 내 몸값은 어떻게 마련했어?”

“야, 네가 예금증서 안 주고 사라졌으면 큰일 날 뻔 했어.”

“어? 예금증서는 왜?”

“이천 냥은 내 예금에서 찾았는데. 아니었으면 현금으로 은자 이천 냥을 어디서 구해?”

“야, 너 호(胡) 노인한테 사진 그려줬잖아? 그 그림 값 안 받았어?”

“어, 안 받았어. 그 사람이 사진 값 준다고 했는데, 내가 사양하고 나중에 너랑 얘기하라고 했어.”

“으이그, 그 사진 값이 딱 이천 냥이었는데, 그걸 안 받고 예금을 찾았어. 아휴, 넌 그림 잘 그리는 것 빼고 다른 건 잘하는 게 없다고.”

“이제 알았어?”

“근데, 예금 인출 어떻게 했어?”

“아영이 다 처리했어. 네가 다 가르쳐줬다고 하던데. 승호가 떠나기 전에 오백 냥도 인출해줬고, 이번에도 아영이 다 했어.”

“그래? 벌써 두 번이나? 그 언니 똑똑하다니까. 너한테 가르쳐줬으면 우왕좌왕하면서 있는 예금을 인출도 못 했겠지? 그리고 난 몸값이 없어서 아직까지 거기 붙잡혀 있었을 거야.”

“그랬겠지, 왜 아니겠어?”

“어쨌든 사진 값 받아서 다 채워줄게.”

“됐어, 그거 너 다 써. 토비한테 잡혀서 고생도 많았을 텐데.”

“내 맘대로 결정하지 마. 그거 다 언니한테 줄 테니까.”

“그건 그렇고, 너 토비한테 어떻게 붙잡힌 거야? 너 싸움 잘하잖아? 싸우다 진 거야?”

“괴로우니까 그건 묻지 마라.”

“왜? 싸움도 제대로 못 해보고 잡힌 거야? 아까 그 서생한테 싸움을 진 거야? 그리고 그 토비들은 다 서생 토비들이야?”

“묻지 말라니까!”

“웬 소리를 지르고 그래?”


“언니, 뭐 하셔? 나 왔어. 보보는 뭐 해?” 명희가 집에 들어서며 외쳤다.

아영이 보보를 안고 밖으로 뛰어 나왔다.

“아가씨, 오셨어요.” 아영이 인사하며 명희의 행색을 살폈다.

“언니 없었으면, 난 돈이 있는 데도 몸값도 지불하지 못 하고, 아직까지 잡혀 있었을 거야.”

“예?” 아영은 이해할 수 없는 말을 하면서 인질 생활을 한 것 같지 않은 행색에 혼란스러웠다.

“보보야, 고모가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알아?” 명희가 아영이 안고 있는 보보를 빼앗아 안고 얼렀다.

“꺄꺄.” 보보는 명희에게 안겨 웃었다.

명희는 보보가 웃자 자신의 볼을 보보의 볼에게 비볐다.

“아가씨, 밥상 차릴게요.” 아영이 보보를 안고 있는 명희을 보며 부엌으로 향하려 했다.

“언니, 아직까지 일할 사람 안 들였어?” 명희는 대꾸 없이 고개를 숙이는 아영을 보며 말을 이었다. “전에 얘기했잖아? 이제는 보보도 낳았으니 사람 구하라고. 사진으로 양주에서 최고 화가가 준이라고. 근데 이건 아닌 것 같아. 사람 구할 줄 몰라서 그런 거야?”

“그럼, 네가 구해주면 되잖아? 뭘 그렇게 뭐라고 해?” 준이 나서서 아영을 두둔했다.

“그래, 이렇게 하라고. 부부지간의 정이 보기 좋잖아.”

“야, 뭔 소리야?”

“어쨌든, 내가 상춘이 데리고 와야겠다.”

“상춘이라면 네 시종 아니야?”

“그래, 맞아. 걔 이번에 내가 말도 없이 사라져서 엄청 고생했을 거야. 아예 여기 데리고 와서 보상을 제대로 해줘야겠어.”

“그럼, 넌 거기서 어떻게 하려고?”

“나 이번에 의부 집에서 아예 나올 거야.”

“어?” “예?” 준과 아영이 동시에 내뱉었다.

“뭘 그렇게들 놀라셔? 배고파. 영풍루 가서 밥이나 먹자. 삼이 해준 음식 먹고 싶어.”


다음 날, 명희는 안기의 원림저택으로 돌아갔다.

“황 포정사 그쪽에서는 이번 일을 아무도 몰라. 그냥 거기랑 혼인하자.” 동희가 명희에게 제안했다.

“내가 왜 가출했는지 알아?” 명희가 말머리를 돌리며 물었다.

“응? 왜?”

“그 황 포정사의 서자랑 혼인하기 싫어서 도망치려고 했던 거야.”

“그래도 의부한테 보답해야 되는 거 아니야?”

“왜 꼭 혼인으로 보답해야 되는데?”

“아니면 어떻게 할 건데?”

“보답은 꼭 할 거야. 하지만 이런 혼인은 아니야.”

“우긴다고 뭐가 달라져?”

“달라지지. 혼인한 후, 그 집안에서 내가 다른 사람의 애 낳는 꼴은 못 볼 거 아니야?”

“뭐라고, 너 지금 뭔 소리 하는 거야?” 동희는 흥분해서 소리를 질렀다. 그러나 잠시 후 평정을 찾고 무슨 일인지 되물었다.

“나 달거리 건너뛰었어. 거기서 토비들한테 겁탈 당했단 말이야. 이런 얘길 꼭 내 입으로 해야 되겠어?”

“뭐야? 그 인간 같지 않은 새끼들···” 동희는 욕을 하며 이를 갈다 말을 이었다. “그러면 아예, 빨리 혼인을 서두르자고.”

“괜한 짓 꾸미지 마. 난 그러고 싶지도 않고, 그게 거짓인 거 들통 나면 나뿐만 아니라 의부도 다 끝장이야.”

“하아, 네 년이 결국 우리 가문 먹칠을 하는구나.”

“가문이라고? 우리가 양반이라도 되는 거야? 되도 않는 조선의 양반 같은 소리를 하고 있어. 우리에게 먹칠할 가문이라도 남은 거야? 역적의 자식들은 살아남아봤자 노비야. 노비한테 가문이 있다는 얘긴 들어보지 못 했어. 난 아버지 원망하지 않아. 당신이 옳다고 생각하신 길을 가신 거니까. 나도 내 길을 갈 거야. 오빠가 괜히 가문이란 이름으로 그걸 막지 마.”

동희는 말문이 막혀 헛웃음만 토해냈다.

“그렇다고 난 자결하지도 않을 거야. 정절 따위는 개한테나 던져주라고. 의부께는 내가 말씀 드리고 여기서 나갈 거야. 오빠가 옆에서 보살펴드려. 그리고 의부의 은혜는 내가 꼭 갚을 거니까 걱정하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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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투옥 22.05.20 140 3 11쪽
77 바둑대회 22.05.19 143 3 12쪽
76 협객 22.05.18 141 3 12쪽
75 헤엄 22.05.17 150 3 11쪽
74 인계 22.05.14 152 3 13쪽
73 전수 22.05.13 152 3 11쪽
72 서동(書童) 22.05.12 156 3 11쪽
71 둔재 22.05.11 161 3 11쪽
70 경매 22.05.10 163 3 12쪽
69 또 사년이 흐르고 22.05.07 155 3 10쪽
68 화상(畫商) 22.05.06 157 4 12쪽
» 귀환 22.05.05 153 3 11쪽
66 몸값 22.05.04 154 3 12쪽
65 번개 22.05.03 152 3 12쪽
64 실종 22.04.30 161 4 11쪽
63 분배 22.04.29 159 3 11쪽
62 귀재(鬼才) 22.04.28 162 4 12쪽
61 옥패(玉佩) 22.04.27 178 4 13쪽
60 육년 후 22.04.26 165 4 11쪽
59 물난리 22.04.23 163 4 12쪽
58 잃어버린 편지 22.04.22 158 4 11쪽
57 거지 소녀 22.04.21 159 4 12쪽
56 또 다른 이별 22.04.20 161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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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누나 22.04.16 176 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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