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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알아서. 님의 서재입니다.

최종보스가 K-게임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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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알아서.
작품등록일 :
2021.07.01 16:15
최근연재일 :
2021.08.02 18:00
연재수 :
3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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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68,7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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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7.1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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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곡 - 가브리엘의 푸른 깃털

DUMMY

15.


"뭐야? 쟤 사라센족 아니었어? 걔들 몸은 전부 연기로 이루어져 있잖아? 근데 아까도 그렇고 왜 모래 육체 안에 평범한 인간처럼 생긴 본체가 들어있는 거지?"



브라다만테가 모래 거인 속에서 튀어나온 사람을 보고 그런 당연한 의문을 가졌다.


이프리트는 기침을 내뱉더니.


겨우 몸을 추스르고 일어나 피 끓는 입으로 마치 진언과도 같은 주문을 외쳤다.


그건 진족의 언어였기에 그곳의 그 누구도 그 의미를 알 수 없었지만.

슈페로만큼은 게임 시절 그가 외치던 언어를 번역한 게시물을 본 적이 있기에 그게 무슨 의미인지 알고 있었다.


"خلقت الملائكة من نور، وخلق الجان من نار، وخلق آدم كما وصف لكم!"

하느님께서는 천사를 빛으로부터 창조하셨으며

인간 아담은 흙으로 빚어 하느님과 같은 모습으로

그리고 우리 진족은 연기가 없는 불꽃으로부터 창조하셨다!


그건 진족의 예언서라 불리는 하디스(حديث نبوي)에 나오는 시구를 읊은 것이었다.


"그러니 나의 육체는 불꽃으로부터 태어났으며! 나의 몸에 실체가 존재할 수는 없으며! 너희 프랑크와 우리 진이 같을 수는 없다!"


그리고 이프리트는 이미 패배가 확정되었음에도 그렇게 알 수 없는 말을 끝없이 내뱉을 뿐이었다.


"됐고. 무슨 사정이 있는 건지 말 안 할 거면 그걸로 됐어. 너를 지금부터 체포해서 아헨 황궁으로 끌고 가 제국의 법정에서 심판을 받게 될 거니까. 다른 진족들처럼 램프에 갇혀 수백수천 년 동안 고통받게 될 걸 미리 축하해 줄게."


브라다만테가 쓰러진 그를 향해 천천히 걸어가며 그렇게 위풍당당히 외쳤다.


본래 게임에서는 보스를 죽이면 그걸로 끝이었지만.


브라다만테 같은 이 세계 사람 입장에서는 수많은 사람을 죽인 범죄자의 처분이 그리 쉽게 이뤄져서는 안 될 것이었다.




치안에 구멍이 많을 수밖에 없는 이런 중세 시대에선.


범죄자를 엄하게 처벌하여 일벌백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었으니.




특히 그 범죄자가 하필이면 죽일 경우 시체도 남기지 못하고 그대로 흩어져 사라져버리는 진족일 경우 더욱 그랬다.


"또 그놈의 램프인가! 너희들은 저 솔로몬 시대부터 언제나 우리들을 저 간악한 악마,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유일한 실패작인 샤이탄, 이블리스와 동일시해왔지! 도대체 왜! 우리 모두가 똑같이 하느님을 사랑할 자격을 받고 태어난 창조물인데!"


이프리트가 언급한 샤이탄, 이블리스란 기독교에서의 사탄과 그리 다를 바 없는 존재였다.




이렇듯 인간과 진족의 종교는 비슷하지만 많이도 달랐다.




'하느님'이라 불리는 같은 신을 숭배하는 관계였지만.


진족은 예언자가 아무리 위대하더라도 신이 될 수는 없다며.


그리스도를 신과 같은 존재라 여기는 기독교의 삼위일체 교리를 완벽히 부정하고 있었다.




진족은 그리스도보다 더욱 위대한 예언자라고 주장하는 진족만의 예언자를 공경의 대상으로 내세우고.


모든 우상 숭배를 금지하고 신의 유일성만을 강조했다.


이프리트가 이곳을 신전이라 불렀음에도.


이곳 어디에서도 어떤 종교적 성상이나 상징물 하나 찾을 수 없었던 이유 역시 그런 종교적 믿음의 차이였던 것이다.


"하느님의 창조물이고 뭐고 알게 뭐야. 너는 그냥 죄 없는 수백 명의 사람들을 죽였으니 법으로 처벌을 받는 것뿐이야. 네가 아까 언급한 '눈에는 눈'보다는 훨씬 건설적이잖아?"


브라다만테는 그렇게 얘기했지만 이프리트는 분노로 가득한 호박색 눈으로 그저 삭은 원한을 불태울 뿐이었다.


"그들에게 죄가 없다고! 그들이 정말 깨끗하고 아름다운 존재였다고! 프랑크 기사여, 정말 그렇게 생각하나? 저 이교도 학살자 샤를의 손녀인 네가 정말 그렇게 생각하나?"


"뭐? 이교도 학살자? 샤를 할아버지는 너희 사라센족 같은 수많은 이교도들로부터 백성들을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십자군 전쟁을 일으키신 것뿐이라고. 나는 몰라도 다른 모든 유럽 사람들은 다들 십자군은 성전이라고 생각하고 있단 말야."


"아주 단단히도 세뇌됐군. 그래. 그럼 나 또한 똑같이 돌려주도록 하지. 내 모든 행동은 한 치의 부끄러움도 없을 성전, 지하드(جهاد)였다고."


"지하드 같은 소리 하고 있네. 그거 너희 사라센족들이 매번 '너희 인간들이 먼저 우리 사라센을 핍박했으니 인간을 죽여도 무죄야~'라며 떠드는 되도 않는 헛소리일 뿐이잖아. 수백 년 전 프랑크 왕국 시대에, 먼저 침략해오고 먼저 학살한 건 너희 사라센족인 걸 잊었어?"


"알바냐! 네가 언급하는 그 시대에 나는 태어나지도 않았었다."


"하, 이것 봐. 바로 책임 회피하기 바쁘지. 너는 나의 고조부이신 샤를 마르텔께서 최초로 신성력을 깨우치시고 모든 진족을 이 땅에서 몰아내기 전까지 너희 진족들이 타고날 때부터 가진 마법을 사용해 인간들을 학살하고 노예로 부렸다는 얘기는 들어보지도 못했나 보지?"


"그래. 하지만 그들이 내 부모이며 선조인 것도 아닌데. 어떤 진족에게도 혈연관계란 있을 수 없는데. 너희는 고작 같은 종교를 믿는 같은 정령이라는 이유만으로 수백 년 전에 죽었을 그들을 아직도 증오하고 있지. 너희 인간들이 내 신관 지니와, 그리고 나의 가족들에게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뭐? 가족? 미쳤어? 사라센족한테 가족이 어딨어? 연기 없는 불꽃에서 태어나니까 애비도 애미도 없는 것들이. 설마 인간들이 매일 불을 붙였다 끄는 걸 반복하니 그게 너희 부모를 죽인 거라는 되도 않는 논리를 쓰는 건 아니겠지?"


"아니, 있었다. 내게는 부모가 있었다. 내게 이 나약하고 쓰레기 같은 쓸모없는 육체. 불꽃이 아닌 뼈와 살로 이뤄져 고작 백 년도 살아가지 못할 핏덩어리를 물려준 년과. 그런 년을 사랑한 멍청한 진족이."


그리고 이프리트가 말한 바는 지극히 명확했다.



그가 자신에게 이름이 없다고 말한 이유는 자신이 얼마나 비천한 출생인지를 가리켰던 것이다.


"······너 혹시 잡종이야?"

"잡종이 아니라, 혼혈이지."


그는 인간과 진족의 혼혈아였다.




보통 태어나는 순간 바로 죽임을 당하는 게 정상이며.


운이 좋아 살아남더라도 결국 인간과 진족 양측에서 배척당하기에 불모지로 쫓겨나 세상에 아무런 족적도 남기지 못하고 사라지는 게 정상인 존재.


그러한 존재가 강대한 마법을 익혀 이런 신전을 지어냈다는 얘기는 그 누구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


고작 그것만으로 그의 인생이 어떠한 것이었는지.

그가 왜 인간을 증오하며 학살했는지 알 수 있었다.


그가 죽인 모든 이는 그의 부모를 박해하고 고발하고 감옥에 집어넣은 인간들이었으니까.




그들 모두가 피에는 피로 돌려줄 인과응보의 대상들이었을 테니까.


"프랑크 여자! 그리고 님프 여자!! 네년들을 보고 있으면! 그년의 얼굴이 떠올라! 나를 낳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마녀로 몰려 돌팔매를 맞고! 달군 철판 위를 걷고! 수많은 압정 위를 걷다가! 결국에는 나무줄기에 묶인 채 호수에 빠져 죽은 그 순진한 년이 떠오른다고!"


그는 인간과 하나도 다를 바 없는 그 입으로 혀가 끓어오를 듯한 증오를 내뱉으며 그렇게 외쳤다.


"······완전히 미쳤구나."

"절 보고 부모님 생각이 나신다구요? 저, 저는 미혼인데요······."




브라다만테와 유리디체가 도저히 그 광언을 이해하지 못하며 대답했다.


"그리고 거기 회색 기사! 아무런 줏대라곤 없어 보이는 쓰레기 놈! 너 같은 어중이떠중이를 보고 있으면, 고작 사랑하는 여자 하나 지키지 못하고 자살해버린 진족 멍청이가 생각난다고!"


"······아니? 갑자기 여기서 또 내 욕이야? 나 말고도 여기 남자 많은데? 하필 나야?"




갑자기 지목당한 슈페로는 당황하여 그리 대답했다.




이프리트는 자신의 아버지인 진족을 슈페로와 동일시하여 똑같은 증오의 대상으로 겹쳐보는 듯했다.




그는 깊은 증오와 분노로 인해 논리가 완전히 파탄 나있었다.


그리고 이프리트는 그렇게 피로 끓는 비탄을 내뱉으며 그들 모두가 불쾌하다고.


피 하나 섞이지 않은 남남이면서도 마치 가족이라도 된 듯이 서로 지키려 하는 그 꼴을 보고 있자면 화가 치밀어 오른다고 외쳤다.


바로 그다음 순간, 바닥에서 벽돌이 치솟아 올랐다.




그것은 쓰러져있던 이프리트를 싣고 순식간에 저 하늘로 날아올랐다.


애초부터 그가 그렇게 길게 아무도 관심 없을 자기 사정을 기나긴 장광설으로 내뱉으며 시간을 끌었던 건.


그냥 체력이 회복될 만한 시간을 벌기위한 노림수에 불과했던 것이다.


"아, 지고 나서 갑자기 자기 과거 얘기하면서 징징거리더니 결국 도망치는 거야? 겁쟁이 자식! 당장 돌아와! 꼬우면 챔피언 결투로 다시 붙어보자고!"


브라다만테가 분개하며 그리 외쳤고.

리차르데토가 석궁을 쏘아 이프리트를 맞추려 했으나 그 즉시 벽돌이 날아와 그 마탄을 막아냈다.


"도망, 도망? 내가 왜 도망을 쳐야 하지?"


이프리트는 그렇게 외치더니 어떠한 벽돌도 존재하지 않은 뚫린 하늘로 날아가,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서 멈춰 섰다.


그리고 마력이 완전히 고갈되어 더는 모래를 만들어낼 수 없는 자신의 마력을 대체하기 위해.


그 육체 위에 수많은 부유석들을 마치 갑옷처럼 온몸에 두르기 시작했다.


이윽고, 궁전이 흔들렸다.

마치 지진이 일어난 듯 모든 벽돌이 동시에 무너지고 이내 그 모든 것들이 이프리트의 육체를 중심으로 회전하며 모이기 시작했다.


궁전은 순식간에 해체되어 그 모두가 이프리트의 새로운 육체가 되었다.


이윽고 거대한 벽돌의 거인이 탄생했다.

끝도 없이 수많은 벽돌이 회전하며 거대한 군체를 이룬 모습은 세상 모든 것을 불태웠다는 신화 속 거인, 수르트와 같아 보였다.


심각한 부상을 입었던 이프리트가 고작 궁전 밖으로 탈출하자마자 그런 저력을 보일 수 있는 이유는 지극히 단순했다.


이프리트 역시 던전의 시스템에 의해 조율의 저주를 받아 본래보다 약체화된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이프리트는 자신이 인간을 사냥하며 상당히 강해졌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나.

그럼에도 자신이 인간 중 최강자에 속하는 샤를 마뉴의 기사들을 여럿 상대하기엔 지극히 부족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일부러 던전을 만들었다.

이 세계에서 던전이라 불리는 곳엔 여신의 저주 혹은 축복이 깃들어 저 챔피언 결투 때와 같이 모두 공정하게 싸울 수 있게 되니.


그리고 그가 던전을 버린 지금 이 순간, 이프리트는 공정함과 함께 자존심 역시 버렸다.



그저 증오를 통해 저들 모두를 불사르기만을 바라며 자신의 모든 힘을 드러내 보였다.


"이게, 내 모든 힘이다!"


슈페로와 그 일행들은 당연히 발판이 무너져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으므로 에귀 디 미디 봉우리를 향해 끝없이 추락하기 시작했다.



봉우리 위에서 대기하고 있던 히포그리프가 자신의 주인인 쌍둥이들이 추락하는 걸 보자마자 날아올라 그들 두 사람을 자신의 등 위에 태웠다.


그리고 슈페로는 유리를 품에 안은채 추락하는 도중 겨우 히포그리프가 발밑에 달고 있던 거대한 바구니를 붙잡는데 성공했다.



바구니는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바로 부서졌으나.


낙하 충격의 대부분이 그걸로 상쇄되었기 때문에 슈페로는 바구니를 잡았던 팔의 인대가 늘어졌을 뿐 그외엔 큰 부상을 입지 않고 무사히 바닥에 착지했다.


"고, 고마워요. 견······아니 아저씨!"

"아니, 그냥 운이 좋았어."

"아, 잠깐만요. 방금 건 그냥 말 실수예요! 잊어주세요!"


얼떨결에 공주님처럼 기사님 품에 안기게 된 유리는 실수로 슈페로를 친한 친구 이름으로 부르려다가.

마치 학교 선생님을 엄마라고 불러버린 초등학생처럼 화들짝 놀라서 붉게 달아오른 얼굴로 계속 횡설수설했다.


"아니 왜 그리 당황해? 그리고 메이실은 대체 어디로 간 거지?"


그렇게 그들은 메이실을 찾으려 주변을 둘러보다가.

이프리트가 거대한 벽돌 거인으로 변하여 웬만한 집채 몇 개만 한 크기가 된 거대한 주먹을 그들에게 휘두르는 것을 보게 되었다.


슈페로는 게임 시절엔 존재하지도 않았던 어마어마한 크기의 벽돌 거인이 자신을 공격한다는 사실에 크게 당황했다.


방패를 세워도 저걸 막을 수 있을지 도저히 확신이 가지 않았기에.


슈페로와 유리는 최대한 옆으로 달려 피하려 했지만 좁디좁은 봉우리에 피할만한 공간이 있을 리가 없었고.




결국엔 방패를 올리고 제발 견딜 수 있길 바라며 기도하는 그 순간.


"지금 목숨이 중요하냐!! 차지각이 떴는데!!"


잠시 눈에 보이지 않았던 메이실이 저 하늘로부터 거인의 머리를 향해 추락했다.



메이실은 자신이 추락한다는 걸 알게 된 그 순간.


망설이지 않고 그대로 거인의 몸에 합쳐지기 시작한 벽돌들을 밟고 그 반동으로 승천하듯 하늘로 올라가.




그 모든 운동 에너지를 모두 한 곳에 실은 일생일대의 랜스 차지를 실현해낸 것이었다.


그건 마치 한 마리의 아름다운 투계의 날갯짓.

이 이상 더없이 아름다울 랜스 차징이었다······.


"저저저저저 미친 창신병자 새끼······."


슈페로는 경악하여 그리 외쳤지만.


메이실의 목숨을 건 혼신의 일격이 머리부터 가슴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벽돌들을 마치 기왓장처럼 분쇄해내는 걸 보고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모든 힘을 다 내보인 메이실은 이내 분노한 벽돌 거인에 의해 몸에서 튕겨나가 그대로 저 수백 미터 아래로 추락해버리게 되었다.


"메이실! 너는 죽어서 꼭 발할라에 갈 거야! 기억할게!!"


슈페로는 추락하는 메이실을 향해 그렇게 외쳤다.


그리하여 가슴까지의 모든 벽돌이 부서져 그 중심에 있던 이프리트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가 육체를 움직이자 그 주변의 모든 벽돌이 그의 움직임에 맞춰 똑같이 움직였다.



마력이 바닥난 그는 벽돌을 마치 외골격 슈트처럼 자신의 몸 위에 덧씌워 그 움직임에 맞춰 조종하고 있었던 것이다.


"내게는 어떤 부끄러움도 없다! 너희들은 진족, 그리고 수많은 이교도들을 죽일 때 그들을 같은 사람이라 생각하나? 그들을 동정하나? 아니, 너희들은 그들은 사람이 아니라 여기지! 그러니까 나도 똑같이 했을 뿐이다!"


이프리트는 더는 숨지도 도망치지도 않았다.



메이실의 공격으로 사라진 부위를 보충하기 위해선 반드시 그 덩치를 줄여야만 할 필요성이 있었기에.


이프리트는 차라리 그 거대한 팔이라도 그대로 유지하고 싸우기로 결심했다.


또 다시 이프리트가 그 거대한 거인의 팔을 휘둘러 봉우리를 휩쓸었고.

슈페로는 품에 유리를 안은 채 겨우 그 팔 위에 올라탔다가 다시 뛰어내리는 것으로 겨우 그 공격을 회피했다.


"야! 거기 잡종! 아래쪽 말고 여길 보라고!"



그리고 브라다만테는 히포그리프를 타고 그대로 돌진하며 그 거대한 팔을 봉우리 위의 두 사람이 아닌 자신을 향하도록 거인을 도발했다.


"내가 너희 프랑크들을 다 똑같은 족속으로 취급하듯, 너희 프랑크들 역시 우리 진족을 똑같은 족속으로 취급하지! 피장파장이지 않나! 우리 모두가 똑같은 쓰레기들이지 않나!"


"하 진짜 말 더럽게 많네. 질려죽겠어!"


거인은 그렇게 거대해졌음에도 전혀 본래의 속도를 잃지 않았기에.


하늘을 날며 계속해서 성가시게 주변을 맴도는 히포그리프를 향해 그 거대한 팔을 휘둘렀다.


히포그리프는 아슬아슬하게 그 공격이 비껴나가는 고도의 곡예비행으로 돌진하며 팔을 살짝 피해 그 품속으로 점차 파고 들었다.




브라다만테는 그 벽돌 팔에 성검 나겔링을 꽂아 격렬한 파쇄음과 함께 무수한 벽돌을 분쇄해냈다.


"우리가 이토록 전혀 다를 게 없는데. 그런데 나는 괴물이며 악마고. 너는 성기사? 아주 웃기고 있군! 서로 미워하고 증오하는 우리 모두가 괴물인데 이를 구별하는 데에 대체 무슨 의미가 있나!"


"그래. 네가 우리 제국 사람들에게 아주 할 말이 많고 그 인생 모두가 분노로 가득 찬 건 알겠어."


그리고 브라다만테는 그렇게 대답하며, 그 성검에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수준의 거대한 신성력을 실었다.




이 세상의 모든 존재가, 그 한 자루의 검에 힘을 더해주는 듯한 감각이었다.


"그리고 제국법에 따르면, 하도 무고한 사람을 마녀로 모는 쓰레기들이 많아서. 평범한 사람을 마녀로 모는 쪽이 오히려 이단이라는 게 프랑크 왕국 때부터 전해져내려온 규칙이거든. 그러니 제국법에 따르면, 너는 우리 백성이 아닌 이단자를 죽였을 뿐이니 무죄야."


브라다만테는 저 거대한 거인을 보며 마치 불쌍하다는 듯 그렇게 읊조렸다.


"브라다만테! 아스 스페슈를 써!"




그리고 브라다만테가 충분히 파고들었다고 판단한 슈페로가 그리 외쳤다.




아스 스페슈. AS.

이는 게임상 필살기에 해당하는 가장 강력한 기술로, 전투가 오래 지속될 경우 게이지가 가득 차게 되어 사용할 수 있었다.


그 효과와 적용 범위는 직업에 따라 완전히 천차만별이었고.

또한 유명한 기사의 성검에는 각자 고유의 AS가 깃들어 있다고 알려져 있었다.


"후배님, 조언은 고맙지만. 안 그래도 그럴 생각이었어."


어느새 브라다만테의 손에 어마어마한 양의 신성력이 깃들어.


마치 저 주와이외즈처럼 신성력이 응축된 칼날만이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게 된 거대한 푸른 검, 나겔링이 쥐어져 있게 되었다.


성검 나겔링이란 과거 이탈리아의 군주였던 테오도리크 대왕, 혹은 디트리히 폰 베른이라 불리는 위대한 영웅이 드워프 왕 알베리히에게서 빼앗았다고 알려져 있는 검이었다.




비록 역사상 테오도리크 대왕 치세에는 수많은 공과 폐해가 함께 존재했으나.

그 위대한 왕이 게르만 민족과 기독교인들이 서로 죽이지 않는 평화의 시대를 일시적이나마 이뤄냈다는 사실은 확실했기 때문에.




지금 이 시대까지 천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신성로마제국에 계속 이어져 내려온 대왕의 검은.


그 상징성 하나만으로 '평화의 성검'이라 불리며 칭송받고 있었다.


이 검을 가지는 자, 이탈리아 땅의 평화를 이루리.

이 검을 휘두르는 자, 서로 이해할 시대를 만드리.


그러니 이탈리아의 영웅이 되려 하는 브라다만테가 그 검을 황제에게 하사받은 것 역시 우연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니 네가 여기서 나한테 죽어라 맞는 이유는 단 하나뿐. 난 그냥 서로 미워서 싸우는 것뿐인데 온갖 미사여구를 붙여서 포장하는 놈이 세상에서 제일 싫거든."


그렇게 성검 나겔링의 아스 스페슈가 발동되었다.


『라 피우마 블루 디 가브리엘레La piuma blu di Gabriel』

가브리엘의 푸른 깃털.


이내 나겔링에 모여든 신성력이 푸른 깃털의 형상이 되어 흩날리기 시작했고.


흩날리던 깃털은 곧 거대하고 새하얀 날개의 형상이 되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날개는 마치 전설 속 환수 히포그리프와 하나된 듯 날갯짓하였고.

히포그리프는 있을 수 없는 속도로 가속하여 성검과 함께 거대한 거인을 향해 돌진했다.


그리고 성검에 남아있던 남은 신성력은 그 검을 감싸 마치 거대한 푸른빛으로 이루어진 마상창처럼 변해 거대한 거인을 찔렀다.



이는 마치 대천사 가브리엘이 강림하여 푸른 불꽃의 검으로 모든 걸 베어버리는 듯한 기적과도 같은 광경이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하르마게돈과도 같은 나팔소리.

대규모 신성력 폭발과 함께 흩어져 퍼지는 무수한 푸른 깃털들.


모든 깃털은 그 하나하나에 신성력이 깃든 채 그곳의 모든 것을 치유하였고.


그곳의 모든 벽돌과 마법을 모조리 파괴했음에도 단 한 방울의 피도 흘리지 않게 하였다.


그게 청색의 기사 브라다만테의 아스 스페슈였다.


작가의말


  - 테오도리크 대왕 ≒ 디트리히 폰 베른, 그리고 나겔링


  테오도리크 대왕이란 프랑크 왕국 건국 초기,


  클로비스 1세가 다스리던 시대의 이탈리아 왕입니다.



  원래는 수많은 게르만 일파 중 하나였던 동고트족의 지배자였던 그는


  동로마 제국의 장군이 되었고.


  서로마 제국을 멸망시킨 오도아케르와 동맹을 취하는 척 하고


  그를 파티 도중에 배신하고 갑자기 살해하는 걸로 권력을 쥐게 됐습니다.



  그는 그 이후 이탈리아의 왕이 되었고.


  당시 확장 중이던 프랑크 왕국의 클로비스 1세와 결혼 동맹을 맺고


  그의 치세동안 꽤나 오래 이어지는 평화로운 나라를 다스리게 됩니다.



  비록 테오도리크의 왕국은 그가 죽은 후 거의 바로 멸망했기에


  대왕이라고 불리는 것과 달리 그의 나라나 후손은 오래 번성하지 못했으나.



  그의 업적은 수많은 작가들의 영감을 자극하여


  독일에서는 \'디트리히 폰 베른\'이라는 영웅 캐릭터가 유행하게 되었고.



  디트리히는 테오도리크 대왕과 동일시되며 원탁의 기사, 샤를 마뉴 기사와 함께


  그와 그의 부하들은 디트리히의 12기사들이라고 불리며 


  독일과 북유럽 등지의 기사모험담으로 꽤 많은 인기를 구가하게 됩니다.



  (대충 영국에서는 아서왕, 프랑스와 이탈리아에서는 샤를 마뉴,


  독일과 북유럽은 디트리히가 제일 잘먹히는 기사도 소설이었으며


  서로 긴밀하게 영향을 주고 받았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참고로 디트리히가 테오도리크랑 완전히 같은 인물이


  아닌 것은 수백년 전 쯤에 이미 밝혀졌지만



  그래도 독일과 북유럽에서는 그런 사실과 상관 없이


  여전히 테오도리크 대왕과 동일시 되며 많은 인기를 누렸다고 합니다.




  또한 브라다만테가 쓰는 성검 나겔링 역시


  디트리히의 12기사 영웅담에 등장하는 검이며,


  드워프 왕 알베리히에게 승리하고 그 전리품으로서 얻은 검이고.




  작중에서는 테오도리크의 왕국이 멸망한 이후


  결혼 동맹이었던 프랑크 왕국에 그 검이 흘러 들어와


  거의 1000년이 지난 지금 시대에도


  샤를 마뉴 기사들에게 대대로 수여되고 있다는 설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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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제2곡 - 홀로 걷는 자 21.07.27 19 0 12쪽
29 제2곡 - 노르망디 공작 21.07.26 21 0 16쪽
28 제2곡 - 루앙 공성전 21.07.25 19 0 14쪽
27 제2곡 - 바이킹 기사 21.07.24 18 0 15쪽
26 제2곡 - 르노 드 몽토방 (하) 21.07.23 20 0 11쪽
25 제2곡 - 르노 드 몽토방 (상) 21.07.22 19 0 14쪽
24 제1.5곡 완 - 김곰남 21.07.21 20 0 14쪽
23 제1.5곡 - 케른아바스의 거인 21.07.20 23 0 16쪽
22 제1곡 완 - 이 쓰레기 같은 세상 21.07.19 20 0 20쪽
» 제1곡 - 가브리엘의 푸른 깃털 21.07.18 21 0 20쪽
20 제1곡 - 사막의 초승달 21.07.18 20 0 14쪽
19 제1곡 - 모래폭풍의 마신 21.07.17 26 1 16쪽
18 제1곡 - 어부와 지니 21.07.16 20 1 18쪽
17 제1곡 - 램프의 요정 21.07.15 24 1 13쪽
16 제1곡 - 장다르메 21.07.14 26 1 14쪽
15 제1곡 - 구울 21.07.13 29 1 14쪽
14 제1곡 - 첫 던전 21.07.12 23 1 19쪽
13 제1곡 - 쌍둥이 기사 21.07.11 28 1 17쪽
12 제1곡 - 지도에 표시해드리겠습니다 21.07.10 23 1 22쪽
11 제1곡 - 바카우프 21.07.09 27 1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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