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성물 - 제26장 폭풍전야(3)
“거의 다 네 친구들이잖니! 너는 조금 특별하다고는 생각하지만- 이 아이들은 아직 성인도 아니야!”
“아뇨, 모두 성인이에요.”
해리가 말했다.
“지니 한명 빼구요. 지니는 생일이 아직 안 지났거든요.”
“그리고 도비는 마법사도 아니지 않니?”
“어- 그 위에 에핀도 마법사가 아니에요. 그는 도깨비거든요.”
해리의 말에 시리우스가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돌려 스크림저 장관을 쳐다보았다. 그러나 스크림저 장관은 대략적인 사정을 알고 있었으므로 별다른 얘기 없이 작게 고개만 저을 뿐이었다.
“그리고 이 사람들이 필요한 이유는 메시폴드에게 1대1이라면 대응이 가능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해리가 짤막하게 설명했다.
“전부 직접 가르쳤으니까 믿을 수 있거든요.”
“그 도깨비와 도비도 말이냐?”
“어- 아뇨. 그 둘은 다른 이유로 필요해요. 자세히 설명 드리기에는 시간이 없지만 그렇게 아시면 될 것 같아요.”
“정말로 내 도움은 필요 없겠니?”
시리우스가 걱정스러운 말투로 물었다.
“네. 시리우스가 정말로 뛰어난 건 방금 전 모의 결투를 해봐서 잘 알게 되었어요. 하지만 이건 조금 다르거든요. 일반적인 마법으로는 도망치는 것도 쉽지 않을 거예요.”
“그렇구나.”
결국 상황을 승복한 시리우스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럼 다녀 오거라. 다만 한 가지. 죽을 생각만은 하지 말거라.”
“알겠어요.”
“그럼 이제 어떻게 움직일 텐가?”
“킹슬리는 무디와 데달루스 디글, 헤스티아 존스 씨를 데려와 주세요. 나머지 인원은 모두 호그와트에 있거든요. 에핀은 아직 성 뭉고 병원에 있을거구요.”
“아, 성 뭉고 병원이라면 내가 데려오지.”
킹슬리가 말했다.
“매드아이와 헤스티아가 성 뭉고병원을 지키고 있거든. 장관, 몇 명을 그쪽으로 보충해 주셔야 겠습니다.”
“21조를 성 뭉고병원으로 돌리지. 그것도 전달 해주게.”
“그러지요.”
“그럼, 저도 바로 출발 할게요. 킹슬리는 사람들과 함께 호그와트로 와 주세요.”
해리가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
“그럼, 시리우스- 약속 잘 생각해 보세요.”
말을 마친 해리가 대답도 채 듣지 않은 채로 순간이동으로 사라져 버렸다. 그 모습에 남은 세 사람은 잠시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아무래도 생각보다 더 급한 것 같군.”
“그럼 저도 가봐야겠습니다. 사람들을 이끌고 호그와트로 가야 하니까요.”
“그래, 고생해주게.”
“저는 그럼 다시 방으로 돌아가겠습니다.”
시리우스가 눈치를 보며 말했다.
“아니, 무슨 소린가. 자네도 잠시 일을 해줘야 겠네.”
“네?”
“6조에 자네를 투입할 테니 잔당들 봉쇄 쪽에 힘을 보태주게.”
“이런, 이제 쉬려고 했는데...”
시리우스가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모두 도착했다.”
호그와트 연회장에 모여 식사를 하는 사람들 사이로 킹슬리가 한 무리의 사람들을 이끈 채로 돌아왔다.
“저희도 다 모였어요.”
해리가 먹던 샌드위치를 내려놓고 말했다. 해리의 말처럼 해리의 테이블에는 그가 짠 명단에 소속된 학생들이 뒤에 주르륵 앉아 있었다.
해리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사람들에게 서로를 소개시켜주고 이 인원들로 행동할 거라는 점을 설명한 뒤 모두 식사를 마칠 때 까지 기다려 주었다. 식사를 모두 마친 사람들은 해리에게 궁금한 점을 질문하고 각자의 역할을 확인했다.
해리는 사람들에게 메시폴드를 한 명당 하나씩 담당해야 한다는 사실을 이야기 해주면서 절대로 그것을 없애거나 해치울 생각을 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어디까지나 붙잡아 둔다는 생각으로 임해 주셔야 해요. 섣불리 자극해서 2페이즈- 아 그러니까 진심을 내게 되면 위험하거든요. 혹시나 일이 잘못 되면 곧바로 그 자리에서 피하세요. 작은 틈을 낼 수 있다면 순간이동으로 빠져 나갈 수 있을 거예요.”
“하지만 그러다 놓치면 그 메시폴드는 어디로 가는거지?”
“아마 내가 있는 곳으로 찾아 올 거야. 현재 움직임을 보면 명확하게 ”
해리가 론에게 대답했다.
“그러면 네가 위험해 지잖아!”
“메시폴드를 관찰하면 모습이 다시 돌아오는 게 보일 거야. 그러면 다시 시간을 늦춰주면 돼.”
해리가 계속해서 설명했다.
해리는 메시폴드의 행태나, 공격 방식, 타격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상세하게 모두에게 설명했고, 지도를 펼쳐서 메시폴드의 현재 예상 동선을 표시 해 주었다. 이후에는 메시폴드 13개체에 대해 번호를 매겨서 사람들을 배정했다. 유사시에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도록, 경험이 풍부한 무디나 킹슬리 같은 어른들과 아이들을 적절히 교차해서 배치한 해리는 사람들에게 경로를 확실히 익히게 한 뒤 마지막으로 궁금한 점을 답변해 주었다.
모두 한두 가지씩은 궁금한 점이 있었으므로 몇 가지 이야기를 주고받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질문 시간이 끝나자 해리는 침식하는 죽음에서 벗어나는 약을 모두에게 마시게 한 뒤 호그와트를 벗어나서 호그스미드로 이동했다.
호그스미드 어귀에 도착한 그들은 호그와트를 경계하던 오러들과 상황을 설명 한 뒤 호그스미드로 나갈 수 있었다. 호그스미드로 완전히 인접하자마자 하나 둘씩 해리와 인사를 하고 맡게된 메시폴드에게로 순간이동을 해서 떠나갔다.
처음은 무디와 킹슬리, 데달루스 디글과 헤스티아 존스 네명이 각각 선발대 수색 겸 떠났고 그 뒤로 해그리드와 빌, 플뢰르가 해리와 한 번씩 인사를 하고 떠났다. 물론, 해그리드는 순간이동을 할 수 없었기 때문에 해리를 한번 힘껏 끌어안은 뒤 시리우스의 오토바이를 타고 가장 가까운 메시폴들에게로 떠나야 했다.
그 뒤 지니와 네빌이, 초 챙이 떠나고 나서 드레이코가 해리와 세게 악수를 한 뒤 떠났다.
론까지 해리를 한번 꽉 끌어안고 몇 마디 다시 보자는 인사와 함께 떠나고 나자 이제 남은 사람은 헤르미온느와 에핀, 도비만이 남아 있었다.
헤르미온느는 앞선 사람들처럼 해리에게 악수를 청하는 척 하고는 해리를 확 끌어 당겨서 볼에 입을 맞추었다.
“절대로, 절대로 죽으면 안 돼.”
“너도.”
이번에는 해리가 헤르미온느의 볼에 입을 맞추며 말했다.
“위험해지면 바로 도망쳐. 반드시.”
마지막으로 가볍게 해리를 껴안은 헤르미온느는 순간이동과 함께 메시폴드가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날아가 버렸다. 해리는 헤르미온느가 날아간 방향을 잠시 바라보다가 에핀에게 손을 내밀었다.
“오, 나는 포옹하고 싶지 않소.”
“아하하. 그런 게 아니에요.”
해리가 웃음을 터트리며 말했다.
“이제 우리는 마법부로 가야 하거든요. 에핀씨는 순간이동을 하지 못 할 테니 저와 함께 갈 거예요. 도비는 순간이동을 해서 올 수 있거든요.”
“아, 알겠소.”
에핀이 떨떠름한 표정으로 해리의 손을 잡았고, 해리는 지팡이를 휘둘러서 미스터리부서로 곧장 순간이동했다. 단단한 고무 튜브에 꽉 끼는 기분을 느끼며 이동해서 나타난 해리는 온통 어둠 속에서 용들의 융합체가 고개를 파묻고 자고있는 것이라 추정되는 커다란 덩어리 앞에 돌아올 수 있었다.
“우...우욱...”
순간이동을 마친 에핀이 급히 상채를 숙이며 구토를 하려 했다. 다행이 무언가를 토해내지는 않았지만, 창백해진 얼굴을 들고 해리를 보며 고개를 가로 저었다.
“마법사들은 어떻게 이러고 다니는지 모르겠소. 몇 번 겪었지만 다신 하고 싶지 않군.”
“뭐 앞으로 한두 번만 참으면 될 거에요.”
해리가 웃으며 말하는 사이 펑 소리와 함께 도비가 나타났다.
“해리 포터! 도비는 무엇을 하면 될 까요?”
“아직은 해줄게 없어. 잠시 기다려 줄래?”
“알겠어요!”
천진난만하게 웃는 도비를 뒤로하고 흐릿하게 흔적만 보이는 용들의 융합체에 루모스 마법 구슬을 몇 개 흘려보내자 용들의 융합체의 형태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에핀은 다시 한 번 놀랐지만, 심기를 거슬리려 하지 않는 것인지 큰 소란을 떨지 않았다.
“드디어.. 돌아왔군.”
용들의 머리가 하나 둘씩 고개를 들며 말했다.
“네 이제야 모두 구했네요.”
해리가 딱총나무 지팡이와 부활의 돌, 투명망토를 손에 들어 보이며 말했다.
“좋아. 그럼 시작하자. 우선 지팡이의 양끝을 분리 하거라.”
가장 왼쪽의 용의 머리가 말했다. 해리는 그 용의 말대로 딱총나무 지팡이의 양 끝을 분리했다. 처음에는 알아보기 힘들었지만, 미세한 틈이 있어서 그곳을 살짝 누른 뒤 끝을 돌리자 천천히 목재가 분리되기 시작했다. 양쪽 끝의 목재가 분리되자 지팡이는 스스로 공중으로 떠올랐다.
중심의 본체가 나무의 결을 따라서 세 조각으로 갈라지고 나자 그 중심에 있던 가늘고 긴 은색의 물건이 눈에 띄었다. 용의 머리는 그 피막을 걷어내라고 했으므로, 해리는 조심스럽게 지팡이로 은색 피막을 벗겨내야 했다. 거의 두께가 없다고 생각되는 두 겹의 피막을 조심스럽게 벗겨내고 나자 안에 있는 세스트랄의 것으로 생각되는 털 한 올을 볼 수 있었다.
이질적으로 보이는 검붉은 깃털은 하나가 아니었다. 짙은 남색과 검정이 뒤섞인 기다란 털 한 올과 진홍색으로 빛나는 기다란 털 한 올이 서로 꼬여서 하나의 깃털처럼 행세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두 깃털은 모두 바깥으로 나오자 원래 그랬다는 것처럼 꼬인 부분이 풀리며 두 가닥으로 나뉘어 졌다.
“그래 그게 세스트랄의 깃과 불사조의 깃이다.”
“불사조의 깃털도 들어 있는 거군요?”
“그래.”
가장 왼쪽의 용의 머리가 말했다.
“세스트랄은 죽음의 파편 같은거니까. 그걸 완전히 제어하려면 생명을 품고 있는 불사조의 깃털이 제격이지.”
“그럼 다른 것들에도 불사조의 깃털이 들어 있나요?”
“아니. 확인해 보겠나?”
용의 머리가 말하는 대로 해리는 차례차례 부활의 돌과 투명망토를 분해했다. 부활의 돌은 언뜻 보면 하나의 돌로 보였지만, 잉고르지오 마법으로 크기를 키우면 작은 틈새가 있었고 에핀의 기술을 빌려서 간이 열쇠를 만들어 열 수 있었다. 달칵 소리가 나면서 열린 돌은 샌드위치처럼 위아래로 갈라지며 가운데 부속이 나타났다.
안쪽을 보게 된 해리는 부활의 돌이 어째서 뒤집는 것으로 발동하는지 이해하게 되었다. 안쪽에는 젤리처럼 보이는 두 종류의 반투명한 물질이 서로에게 맞물려서 동전모양을 하고 있었는데, 그 중심에 새까만 색의 두 조각의 작은 돌 같은게 보였다. 아마 잉고르지오 마법으로 커지지 않았다면 눈으로 보기도 힘들 정도의 조각이 신비한 기분이 들었다.
“이게 뭐죠?”
“세스트랄의 결석이다. 정확히는 심장에 생기는 결석이지.”
용의 머리가 태연히 말했다.
“당연하게도, 어느 부위냐에 따라서 그 용도는 천차만별이니까. 다른 두 종류의 세스트랄의 결석은 정당한 크기라면 서로 부딪치는 것으로 죽음을 거부하게 되네.”
“...네? 그럼 죽은 자가 되살아난다는 소린가요?”
“그렇지. 엄밀히 따지면 되살아나는건 아니야.”
이번엔 가장 오른쪽의 용의 머리가 거들었다.
“저 녀석들처럼 말야.”
가장 오른쪽에 있는 용의 머리가 자신의 것으로 추정되는 꼬리로 죽음의 문을 가리켰다. 해리는 그 소리에 ‘부활’이 얼마나 불완전 한 것을 의미하는 지를 깨달았다. 아마 정상적인 세스트랄의 결석 두 개로 부활한다면 그들은 죽음의 문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망자가 된다는 이야기.
“용의 심근을 자세히 보면 결석을 집어넣기 위한 흠집이 있을 거다. 그곳으로 결석을 빼내면 된다.”
지시대로 해리는 틈을 찾아서 결석을 빼내고 용의 심금 두 조각을 분리해냈다.
마지막으로 투명망토는 앞의 두 가지보다도 더 까다로웠다. 투명망토는 완전하게 봉합되어있는데다 투명해서 실밥을 찾을 수가 없었으므로 해리는 부득이하게 구석을 약간 잘라낸 뒤 실을 하나씩 풀어나가야만 했다. 상당히 복잡하고 섬세한 작업이였지만, 익숙해지고 올이 풀리기 시작하니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속도가 붙어서 완전히 분리된 실은 세 종류로 나뉘었다.
하나는 당연하게도, 세스트랄의 꼬리깃이었고 다른 하나는 유니콘의 꼬리깃 그리고 마지막으로 거의 대부분의 실이 데미가이즈의 털이 짜여져 있었다.
“용의 심근은 용이 마법을 거부하는 것처럼 죽음을 거부하는 성격을 가지고 있어서 잠시간 죽음을 거부 할 수 있는 것이고, 유니콘의 꼬리깃은 죽음을 회피하는 성격을 가지고 있지. 그래서 데미가이즈의 털이 시들지 않고 계속 투명할 수 있는 걸세.”
“그렇군요.”
“전부 분리 해냈으면 도깨비가 나설 차례로군.”
왼쪽에서 두 번째 용이 말했다.
“세스트랄의 재료들을 용의 불꽃으로 제련해서 하나로 만들어라. 그리고 불사조의 깃, 용의 심금, 유니콘의 꼬리깃을 담금질 하여 미자의 돌을 만들어라.”
“...뭐라고?”
에핀이 놀라서 되물었다.
“도깨비만이 제련해 낼 수 있는 신비로운 돌. 미자(美者)의 돌.”
오른쪽에서 두 번째 용이 에핀을 노려보며 말했다.
“그것을 만들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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