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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임

구룡 사이버펑크 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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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임
작품등록일 :
2020.05.22 00:56
최근연재일 :
2023.07.01 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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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28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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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구룡성(11)

DUMMY

챙! 날아오는 공격에 젠킨스의 검이 반사적으로 움직였다. 한 번 부딪쳤을 뿐인데 검을 잡은 손이 찌르르 했다.


당연하지만 공격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살수가 검을 두 개 든 것은 멋을 내기 위해서가 아니다. 오른손의 검이 젠킨스의 검과 부딪치는 순간 왼손의 검이 곧장 뒤따라 달려왔다.


검을 빼서 막기에는 늦었다. 젠킨스는 검을 잡은 손목을 약간 비틀어서 검을 빠르게 밑으로 흘렸다. 검 하나를 흘리는 것과 동시에 날아오는 공격을 방어했다.


그 다음은 크게 횡베기. 살수가 뒤로 훌쩍 뛰었다가 다시 빠르게 거리를 좁혔다. 달리는 속도만 봐도 알 수 있다. 이 녀석은 사이버네틱 수술을 받았다.


일단은 다리. 덩치가 작고 귀가 짧은 것으로 봤을 때 오크도 아니고 요정도 아니다. 그런데도 저런 각력을 낸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됐다. 분명히 다리 쪽에 사이버네틱 수술을 받은 것이다.


그 증거로 살수는 젠킨스의 움직임을 모두 따라왔다. 빠르게 움직이면서 검을 휘두르는데 여유롭게 젠킨스를 따라오며 그 모든 공격을 여유롭게 막아냈다.


허공에서 수십 번 불티가 튀었고 살수와 젠킨스는 서로의 실력을 확인한 후에 잠깐 뒤로 물러났다.


젠킨스는 칼자루를 고쳐 잡으며 말했다.


“그래, 그냥 멋으로 쌍검을 든 건 아니구나. 나도 좀 진지하게 싸워야겠는데.”


웃으며 말하기는 했지만 사실 그는 몹시 긴장한 상태였다. 이미 두 명의 살수와 싸웠고 제법 큰 타격을 받았다. 몸이 움직이기는 하지만 가끔씩 생각한 것보다 반 박자 느리게 움직인다는 감각이 있었다.


그에 비해 저쪽은 아직 쌩쌩하다. 거기에 사이버네틱 수술까지 받았고. 상처 없이 이기는 것은 어려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은 이기기 어렵다는 뜻이 아니었다. 젠킨스는 이긴다. 어떤 식으로든 반드시 이긴다. 상대가 검을 든 순간 승리는 정해져 있었다. 그게 구룡제일검이니까.


‘아직 살수가 한 명 더 남았는데 안 다치고 이기는 게 되려나 모르겠군.’


젠킨스가 생각하는 사이에 살수가 바닥을 박차고 뛰었다. 거의 동시에 날아오는 두 번의 공격. 젠킨스는 손목을 뱀처럼 유연하게 움직여 재빠르게 공격을 막아냈다. 그 다음은 반격.


공중에서 수십 번 검이 맞부딪쳤다. 불티가 튀고 날카로운 소리가 골목길 안을 가득 채웠다.


젠킨스는 요정 태생이었고 어렸을 적부터 검을 잡았다. 남들이 총을 잡고 사격 연습을 할 때 그는 목검을 들고 허수아비를 때렸다. 바보 같지만 감히 무시할 수 없는 노력으로 완성된 것이 그의 검술이었다.


그런데 이 살수는 젠킨스의 공격에 전부 반응하고 있다.


‘이 녀석도 검술을 배웠나?’


분명 배웠을 것이다. 하지만 이 살수가 젠킨스만큼 열심히 검술을 수련했을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것은 명백하게 시간 낭비니까. 검을 한 번 휘두를 시간에 방아쇠를 당기는 게 더 빠르고 확실하게 적을 죽일 수 있는데 누가 과연 검술을 수련할까.


그럼 이 살수가 젠킨스 이상의 재능을 가졌다는 것일까? 약간의 수련만으로 일생을 단련한 검술을 뛰어넘을 만큼?


‘그럴 리는 없다.’


젠킨스는 단호하게 확신했다. 살수의 움직임은 가끔씩 부자연스러울 때가 있다. 오른손이 움직이려고 하는데 왼손이 먼저 나가는 경우가 바로 그것이다.


왜 저럴까? 우뇌와 좌뇌가 주도권 싸움이라도 하는 것일까? 아니다. 젠킨스는 살수가 사이보그라는 사실을 알았다.


다리만 개조한 것이 아니다. 빠르게 검을 휘두르기 위해 팔을 개조했고 적의 움직임을 따라가기 위해 인공안구로 갈아끼웠을 것이다.


그리고 머리 안에는 연산보조장치가 달렸을 것이다. 뇌는 오른손을 휘두르려고 하는데 연산보조장치는 왼손을 움직이게 만드는 것이다. 자신의 연산 결과에 따르면 그게 더 효율적이니까.


‘이기기 어렵겠는데.’


가장 좋은 방법은 디스럽터를 이용해 사이버네틱 수술을 받은 곳을 고장내는 것이다. 팔도 좋고 다리도 좋다. 하지만 한 개도 아니고 두 개의 검이 휙휙 날아다니는데 손을 뻗어서 팔이나 다리를 붙잡는 게 가능할까?


젠킨스는 도박을 하지 않았다. 그에게는 확실하게 이길 방법이 필요했다.


챙!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는 사이에 또 한 번 검끼리 부딪쳤다. 젠킨스의 팔이 반동으로 크게 들렸고 살수의 검이 직선 경로로 빠르게 찔러들어왔다.


죽는다. 맞으면 무조건 죽는다. 젠킨스는 입술을 깨물며 몸을 크게 돌렸다. 때문에 살수는 의미도 없이 허공을 힘껏 찌르는 형상이 됐지만 공격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끼이익! 살수가 내지른 손은 오른손. 남아있던 왼손이 기괴한 각도로 꺾이면서 젠킨스를 노렸다.


“씨발, 네가 무슨 연체동물이냐!”


젠킨스는 이제 바닥을 굴러야 했다. 그는 오물투성이인 바닥을 한 번 구르고 벌떡 일어났고 그 다음에 곧장 다음 공격과 마주해야 했다.


두 개의 칼날이 전부 그를 노리고 있었다. 궁지에 몰린 젠키스는 천천히 검을 움직였다. 본래 그의 장기인 빠른 검격을 날리지 않았다.


천천히 때를 기다리며 상대의 공격을 맞이할 준비를 했다. 살수의 검이 지척까지 다가왔을 때 기다리고 있던 검이 맹수처럼 뛰쳐나갔다.


그것은 폭발적인 가속이었다. 하루도 쉬지 않고 검을 휘둘러 온 자만이 휘두를 수 있는 신속의 일격.


살수는 몸을 움찔하며 일단 방어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 순간 오른손과 왼손이 얽히며 동시에 뛰쳐나갔다.


“큭!”


순간적인 가속에 뇌와 보조연산장치의 판단을 합칠 시간이 부족했던 것이다. 살수는 본능적으로 오른손을 내밀려고 하고 보조연산장치는 왼손을 내밀려고 한다.


때문에 우스꽝스럽게도 두 손이 동시에 나가고 만 것이다.


젠킨스는 그때를 노렸다. 챙! 힘차게 질주하는 검격에 살수가 들고 있던 왼손의 검이 튕겨져 날아갔다. 남은 것은 오른손의 검.


그 순간 살수의 오른손이 흐물흐물하게 움직이며 젠킨스의 검이 아니라 칼자루를 쥐고 있는 그의 손을 노렸다.


얼른 손을 뒤로 빼며 공격을 피했지만 옷이 찢어지고 손목에 얕은 상처가 남았다. 그 사이에 살수는 유연한 발차기로 젠킨스의 손목을 또 한 번 공격했다.


이번에는 충격으로 젠킨스가 검을 놓쳤다. 빙글빙글 회전하며 공중에 뜬 검은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두 사람을 내려보고 있었다.


“칫!”


무기를 잃은 젠킨스는 반사적으로 권총을 뽑아들었고 그것을 본 살수가 왼손의 검을 투척했다. 반사적으로 권총으로 막았지만 그 반동으로 손에서 권총을 놓치고 말았다.


살수는 빠르게 가속해서 권총이 땅에 떨어지기 전에 붙잡았다. 그리고 젠킨스를 겨누며 말했다.


“끝이다.”


“그래, 끝이군.”


살수는 망설이지 않았다. 유언을 들어주지도 않았다. 그저 재빠르게 방아쇠를 당겼을 뿐이다.


철컥.


“응?”


철컥철컥. 철컥, 철컥.


“뭐야?”


아무리 당겨도 총알은 나가지 않았다. 총성이 울리지 않았다. 살수가 당황하며 권총을 쳐다보았다.


젠킨스는 웃으며 머리 위로 손을 뻗었다. 휘리릭 착. 기다렸다는 듯이 택티컬 카타나가 그의 손에 착 달라붙었다.


“미안한데 그거 총알 없어.”


“뭐? 이런 씹······.”


살수가 말을 끝맺기도 전에 젠킨스의 검이 목을 베었다.


“후우우······.”


젠킨스는 크게 한숨을 내뱉은 후에 다시 몸을 움직였다. 여기서 쉬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그는 얼른 볼트 앤 너트의 집에 가서 TC-30-221 문서를 찾아야 했다.


마침 멀지 않은 곳에 엘리베이터가 있었다. 그는 곧장 그것을 타고서 4층으로 올라갔다. 문이 열리자 먼저 바깥의 상황을 확인했다. 길거리에 사람들이 많은 것을 보니 이곳에는 살수가 없는 모양이었다.


그가 세 명의 살수를 죽였으니 남은 것은 하나. 아마 1층에서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 젠킨스는 조심스럽게 엘리베이터 바깥으로 나와서 지도를 확인했다.


주택가인 4층의 길은 굉자이 복잡했다. 지도를 보지 않고서는 볼트 앤 너트의 집을 찾을 수가 없었다.


혼자서 지도를 들고 다니는 모습은 이방인 같았고 몹시 수상했지만 그 누구도 젠킨스에게 말을 걸지 않았다.


피 묻은 코트, 용도를 알 수 없는 가스 마스크, 허리에 찬 택티컬 카타나까지. 누가 감히 말을 걸겠는가?


“저쪽인가?”


젠킨스는 지도를 통해 볼트 앤 너트의 집을 찾았다. 대충 남는 자재로 만든 듯한 허름한 집이었고 왠지 비가 샐 것 같이 보였다.


문은 잠겨 있었지만 발로 한 번 세게 후려치니 금세 열렸다. 나중에 볼트 앤 너트가 보면 기겁을 하겠지만 어쩔 수 있나.


“서랍, 서랍이······.”


볼트는 서랍 밑에 금고가 숨겨져 있다고 했다. 젠킨스는 서랍을 찾았고 그것을 벽 쪽으로 밀었다.


과연 그 밑에는 검은색 금고가 숨겨져 있었다. 터치 스크린 대신에 다이얼을 돌리는 형식의 아날로그 금고였는데 오히려 해킹 당할 위험이 없다는 점에서 좀 더 안전하게 보였다.


“어디 보자, 비밀번호가······.”


볼트가 지도에 적어준 비밀번호를 입력하자 금고가 덜컥 열렸다. 안에 든 것은 펀치 홀로 구멍을 뚫고 노끈으로 묶인 종이 뭉치들이었다.


요즘 시대에 참 아날로그 느낌으로 산다 싶었다.


“어디 가방 같은 거 없나?”


이제부터 격렬한 싸움을 해야 하는데 문서를 품 안에 숨긴 채로 싸울 수는 없었다. 서류 가방은 아니더라도 백퍽 정도라도 있으면 고마울 텐데.


젠킨스는 집 안을 이리저리 뒤지다가 보라색 말이 그려진 유아용 가방을 발견했다.


“아, 아니, 이건?”


마이 리틀 유니콘. 말박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유아용 애니메이션이다.


“아니, 이 귀한 것을 여기서······.”


젠킨스는 말박이가 아니라 켄타로우스와 진한 사랑을 나눌 수 있는 개방적 사고를 가진 요정일 뿐이다. 그는 얼른 가방 안에 TC-30-221 문서를 넣고 가방을 어깨에 맸다.


혹시 움직이다가 가방이 흘러내리지 않도록 버클을 이용해 가방줄을 몸에 딱 맞게 조절했다. 그리고 가슴끈도 채웠다.


“음, 마음에 들어.”


이제 젠킨스는 피 묻은 코트에 가스 마스크를 끼고 허리춤에는 택티컬 카타나를 차고 등에 마이 리틀 유니콘 가방을 맨 모습이 되었다.


“그럼 이제 가보자고.”


볼트 앤 너트의 집을 나선 젠킨스에게 말을 거는 사람은 없었다. 오히려 사람들은 눈을 내리깔며 길을 피하기 바빴다.


이유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딱히 불쾌하지는 않았다. 엘리베이터까지 가는 길이 혼잡했다면 오히려 더 짜증이 났을 테니까.


젠킨스는 빠르게 엘리베이터를 잡아탔고 1층 버튼을 눌렀다. 엘리베이터는 그를 빠르게 1층으로 데려다 주었다.


1층은 한산했다. 아르덴이 거리 통제를 한 것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에서인지 모르겠지만.


젠킨스는 숨을 한 번 크게 들이쉬었다가 내뱉었다. 이제 마지막 싸움만이 남았다. 그의 비장한 걸음걸이와 함께 가방에서 마이 리틀 유니콘 주제곡이 흘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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