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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룡 사이버펑크 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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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0.05.22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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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01 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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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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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구룡성(8)

DUMMY

“거짓말을 하는군.”


젠킨스의 목소리는 싸늘했다. 그는 볼트의 말을 믿지 않았다.


구룡성 밑에 용의 심장이 있다고? 집행국은 바보가 아니다. 정말 그랬다면 애초에 구룡성은 존재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진즉에 구룡성을 밀어버리고 발전소나 연구소를 지었을 테니까.


“구룡성 밑에 용의 심장이 있다면 집행국이 바보도 아니고 그냥 뒀을 리가 없잖아.”


“일부러 그냥 둔 거야.”


“뭐?”


“일부러 그냥 둔 거라고. 용의 심장을 숨기기 위해서 말이야.”


볼트의 말투가 빨라졌다.


“너는 용의 심장이 어디에 있는지 전부 알고 있나?”


“뭐 그거야······.”


젠킨스는 잠깐 생각에 잠겼다. 용의 심장이라면 일단 22 이스트 스트릿 드래곤 하트에 하나가 있다. 그리고 각 발전소에 하나씩 총 네 개가 있고 나머지는······.


잠깐.


순간 선득한 기분이 들었다. 젠킨스는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용의 심장은 어디에 있지?


“아마 너도 모를 거다. 암시장 드래곤 하트에 하나, 발전소에 하나씩 총 네 개. 사람들이 알고 있는 용의 심장의 위치는 다섯 곳뿐이야. 하지만 구룡은 이름 그대로 용 아홉 마리로 이루어진 도시다. 그럼 나머지 네 개는 어디에 있지? 구룡성 밑에 하나가 있다고 치면 나머지 세 개는? 아무도 몰라. 집행국 말고는. 그래서 그냥 두는 거야. 애초에 집행국 말고는 어디에 용의 심장이 있는지 모르니까.”


당황한 젠킨스의 귓가로 볼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말대로 집행국은 바보가 아니야. 그런데 왜 용의 심장 아홉 개를 전부 발전소로 바꾸지 않았을까? 정답은 그럴 이유가 없으니까. 구룡의 전력 소모량이면 발전소 네 개로 충분하기 때문이야. 그리고 용도 살아있는 생물이다. 가죽을 자르고, 살을 가르고, 뼈를 부수고, 장기를 들어내고, 그런 식으로 내부를 개조하는 것은 용에게도 가혹한 일이야. 용의 심장은 어디까지나 용이 살아있을 때만 마력을 뿜어낸다. 가혹한 개조로 용이 죽어버리면 아무 의미도 없지. 그래서 그냥 두는 거야. 용의 심장의 위치를 숨기고 그 위에 건물이 들어서게 두면서.”


“그런데 이번에 테이오가 구룡성 밑에 용의 심장이 묻혀 있는 것을 알아냈다?”


“그래, 정확해. 아마 집행국도 테이오가 그 사실을 알아냈다는 것은 몰랐을 거야. 알았으면 공사를 맡기지 않았겠지.”


“하지만 나중에는 알아차릴 수도 있잖아. 테이오가 용의 심장을 훔쳐 가면 언젠가는 들킬 거라고.”


“그걸 무슨 수로 알아내지? 이미 그 위에 수많은 건물들이 들어선 후인데 무슨 수로? 건물을 싹 밀어버리고 굴착기로 용의 가죽을 뚫어서? 아니면 거대한 방사선 촬영기를 가져와서 내부 촬영이라도 할 건가? 용의 심장이 잘 있는지 아닌지 확인하기 위해서? 그럼 정말 장관이겠는데.”


젠킨스가 입을 다물었다. 잠깐 생각에 잠겼던 그는 약한 두통을 느끼며 머리를 흔들었다.


“그럼 테이오의 목적은 뭐야? 용의 심장을 가져가서 뭘 어쩌려고?”


“나도 목적까지는 모른다. 하지만 목적은 별로 중요하지 않아.”


“왜?”


“용의 심장으로는 무엇이든 할 수 있으니까. 무엇이든 할 수 있다면 무엇이든 목적이 될 수 있지.”


그 말이 맞았다. 용의 심장은 무한에 가까운 에너지를 가졌으니 그것을 가지고 무엇이든 할 수 있었다. 강력한 병기를 만들 수도 있었고 새로운 마법을 창조할 수도 있었다.


아니면 용의 심장을 동력으로 삼아 새로운 공중도시를 만드는 것도 가능했다. 크기야 물론 구룡보다 작겠지만.


만약 새로운 공중도시를 만든다면 테이오는 집행국의 간섭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나 진정한 제왕으로 발돋움할 것이다.


용의 심장을 가지고 할 수 있는 일은 무궁무진했다. 때문에 테이오의 목적을 특정하는 것은 의미가 없었다.


“하지만 심장을 척출하면 용이 죽잖아. 그럼 심장도 힘을 잃을 거고.”


“용의 강력함은 용의 심장으로부터 나오지. 하지만 단지 살려두기만 하는 거라면 꼭 용의 심장이 있어야 할 이유는 없다. 요즘은 멀쩡한 장기도 인공장기로 교체하는 시대야. 용의 심장이야 인공심장으로 교체하면 돼. 생존이 목적이라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니까. 그리고 척출한 용의 심장은 생명유지장치 안에 보관하고서 마력을 뽑아낼 거다. 테이오의 기술력이라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야.”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이었다. 구룡의 기술 발전은 주도하고 있는 것은 테이오다. 온갖 종류의 회사를 거느리고 에너지바에서 미사일까지 전부 만들어내는 메가 코퍼레이션인 테이오는 생명 공학과 사이버네틱 공학에도 일가견이 있었다.


젠킨스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다가 다시 좌우로 흔들었다. 볼트의 설명은 깔끔했다. 흠 잡을 곳도 없었고 군더더기도 없었다. 젠킨스의 의문을 거의 대부분 해소시켜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래서 의심스러웠다. 테이오가 구룡성 밑에 묻힌 용의 심장을 훔치려고 한다는 것은 너무나 스케일이 큰 사건이었다. 일견 허무맹랑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볼트는 협력자가 아니다. 단지 목숨을 걸고 거래하는 입장일 뿐이다. 오늘 처음 만난 그가 언제나 진실만을 말할 거라고 믿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었다. 젠킨스는 또 한 번 고개를 흔들고서 말했다.


“역시 증거가 있어야겠어. 네가 테이오 내부에서 입수했다는 그 정보를 넘겨.”


“그것은 불가능하다.”


역시 거짓말이었나. 젠킨스가 허리춤의 택티컬 카타나로 손을 가져갔다. 철컥 소리가 났지만 볼트는 당황하지 않고 말했다.


“정보를 네게 넘겨주려면 PEN을 이용해야 해. 그래서 불가능하다는 거다.”


볼트의 PEN은 디스럽터 때문에 봉쇄됐다. 젠킨스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볼트에게 다가갔다. 손을 뻗어서 그의 머리를 만지려는데 볼트가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 디스럽터 때문이 아니야. PEN을 통해서 정보를 넘겨주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뜻이야.”


“그게 무슨 소리냐?”


“테이오의 내부 데이터는 고유한 코드를 가지고 있다. 일종의 도난방지 코드야. 테이오 외부의 사람이 정보를 입수하고 그것을 복사하거나 전송하려고 하면 곧장 테이오 내부의 감시망에 걸리게 되지.”


“그래서 네가 나한테 정보를 넘겨주면 우리의 위치가 들킨다는 거냐?”


“그런 것도 있지만 테이오의 정보 자체가 네트워크 속에서 검열당하고 있어. 아마 집행국에 정보 보호 요청을 했겠지. 때문에 우리가 입수한 문서 TC-30-221 자체가 네트워크의 검열망에 걸린다는 소리야. 만약 내가 너한테 TC-30-221 문서를 보낸다고 치자. 문서 안에 숨겨진 고유코드가 검열망에 걸릴 테고 그 즉시 문서는 삭제된다. 너한테 문서가 도착하기도 전에.”


젠킨스가 쯧 소리를 내자 볼트가 이어서 말했다.


“그래서 우리가 여기에 있는 거야. 테이오의 꿍꿍이를 알리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네트워크에 정보를 뿌리는 거지만 그 방법이 안 되니까. 구룡성의 시위를 이용하면 집행국도 이쪽을 주시하겠지. 그때 정보를 넘기면 공사는 중지될 거다. 아마 그 뒤로도 재개발은 이루어지지 않을 거야. 집행국 입장에서는 용의 심장을 지키려면 구룡성이 있어주는 게 더 안전하니까.”


“성가신 일에 휘말린 것 같군.”


젠킨스는 한숨을 내뱉었다. 볼트의 말이 전부 진실이라는 증거는 없었다. 하지만 그게 거짓말이라면 즉석에서 짜낸 것 치고는 너무나 상세했다. 아르덴이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을 친 것에 비하면 이쪽이 진실일 가능성이 더 컸다.


“볼트, 너도 수리점에 데려가주마.”


“날? 너는 이제 어쩌려고? 나와 너트를 죽이는 게 네 임무 아니었나?”


“이봐, 거래했잖아. 정보를 알려주면 너희를 살려주겠다고. 날 안 믿었던 거냐.”


사실 볼트는 젠킨스를 믿고 있지 않았다. 그저 너트의 목숨이라도 살리기 위해서 정보를 불었던 것뿐이었다. 그런데 정말로 약속을 지키겠다니 생각지 못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럼 테이오 컨스트럭션에게는 무슨 말을 하려고?”


“글쎄. 아무 깡통 머리나 들고 가서 거짓말이라도 좀 쳐봐야지.”


“진심이냐?”


“당연히 농담이지.”


젠킨스는 목소리에 묻은 웃음기를 지우고서 말했다.


“일 돌아가는 걸 보니 나도 아르덴에게 속은 모양이야. 내 목숨 부지하려면 살 길을 찾아야지.”


볼트 앤 너트를 죽이고 아르덴에게 돌아가도 약속했던 보수는 받지 못할 것이다. 돌아오는 것은 오히려 총알일 게 분명했다. 아르덴이 젠킨스에게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을 하고 촉박한 일정을 제시했던 것은 결국 그를 한 번 쓰고 버릴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내일 아침이 되면 볼트 앤 너트의 죽음이 뉴스에 나올 것이고 범인으로 젠킨스가 지목될 것이다. 사냥이 끝난 사냥개가 삶아 먹히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도박이라도 할 셈이냐.”


“비슷하지.”


볼트는 잠깐 침묵했다가 무언가 결심한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네 이름이 뭐지?”


아직 통성명도 안 했나. 하긴 그럴 정신이 없었으니까. 젠킨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젠킨스.”


“그래, 젠킨스. 지도 가지고 있나?”


“지도는 왜?”


볼트가 지도를 달라는 듯 손짓을 했다. 젠킨스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지도를 넘겨주자 볼트가 지도 위에 무언가를 쓰기 시작했다. 그가 다시 지도를 돌려주며 말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4층으로 가라. 지도를 보고 우리 집으로 가.”


“너희 집? 갑자기 왜? 거기 가서 숨어있으라고?”


“그게 아니야. 우리 집 가장 왼쪽에 있는 서랍을 밀어라. 그 아래에 금고가 숨겨져 있을 텐데 비밀번호는 거기 지도에 적어뒀다. 그 안에 TC-30-221 문서가 있어.”


“뭐?”


“데이터가 아니라 실물로 존재하는 TC-30-221 문서야. 내 머릿속에 있는 것을 제외하고 유일한 TC-30-221 문서지. 그걸 가지고 집행국으로 가.”


젠킨스는 볼트가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알았다. 그리고 그의 목적도.


“너희들을 대신해서 구룡성의 공사를 막으라고?”


“그리고 그게 네 목숨을 살릴 유일한 방법이야. 집행국에 문서를 넘기고 증인 보호 프로그램을 요청을 해. 아무리 테이오라도 집행국을 건드릴 수는 없을 거다.”


“집행국이 이 문서가 가짜라고 생각하면?”


“아까도 말했지만 테이오의 모든 문서에는 고유코드가 있어. 인쇄본도 마찬가지다. 집행국이 그게 가짜라고 생각할 리는 없어. 왜냐하면 고유코드가 걸린 문서는 내용을 함부로 수정할 수 없으니까.”


젠킨스는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곧장 바닥에 쓰러진 볼트의 몸을 안아들었다.


“야, 네 다리까지 들고 가기는 힘드니까 가서 새 걸로 달아달라고 해.”


“고맙다, 젠킨스. 네 덕분에 살았어.”


“고마울 것까지야. 내가 안 왔으면 다리 잘릴 일도 없었는데.”


“······.”


생각해보니 맞는 말이었다. 볼트는 잠깐 침묵했다가 다시 말했다.


“두렵지 않나? 상대는 테이오다. 마음만 먹으면 널 구룡에서 지워버릴 수도 있어.”


“이미 한 번 죽은 몸인데 두 번이 무서울 리가 있나.”


젠킨스는 망설임 하나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난 은혜는 잊어도 원수는 안 잊는 편이거든.”


작가의말

hwi426님 후원감사드립니다.


글이 너무 안 써져서 머리털 다 쥐어뜯으면서 썼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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