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써 보려고."
내가 워낙에 생각없는 표정으로 말해서 그런지 그녀의 표정 역시도 시큰둥하기 그지없다.
"아, 그러셔."
"진짠데..."
"그것보다 이리 와서 이것 좀 도와줘. 메기 비늘 벗기는게 너무 힘들어."
"메기한테 비늘이 있었나...?"
나는 참으로 이성적인 생각을 하면서 그녀의 곁으로 어슬렁 어슬렁 다가갔다. 그녀의 심심찮은 펀치가 날아왔지만 나는 가볍게 피... 할수도 있었겠지만 그냥 맞아줬다. 안그러면 후환이 두렵거든. 제길, 이거 아프다.
"책은 무슨 책이야. 웃기는 소리 하지 말고 밥하는 거나 도와줘."
"책은 인류의 보물이라고."
"나는 책.이.싫.어."
"나는 메기가 싫어."
퍽! 또다시 그녀의 주먹이 날아왔다. 최근들어서 말보다 주먹이 먼저 나가는게 습관이 되어가는 그녀였지만... 에잉 모르겠다. 나는 그저 얼얼한 코를 부여잡고 꿍한 표정을 지어 보이고는 도마 위에서 펄떡펄떡 뛰고 있는 지독히도 싱싱한 메기에게 시선을 고정시켰다. 하지만 비늘이 있는 걸 보아하니 메기는 아닌 모양이다. 나는 손을 걷어붙이고 그녀 대신 비늘을 다듬기 위해 칼을 들었다.
다음날 아침, 나는 마을 잡화점에 들러서 내용이 적혀 있지 않은 굵은 책을 한 권 구입했다. 제법 오래된 듯 색이 누렇게 변한 종이들이 내가 좋아하는 퀴퀴한 냄새를 풍겨대고 있었다.
언제가 될 지 모르겠지만 나는 이 책에 나의 이야기를 쓸 것이다. 나와 그녀, 그리고 내 마음속에 폭풍과도 같은 세월을 팔고 간 그 남자, 스스로를 행상인이라고 소개하면서도 은근히 '행상인'보다는 '세상을 파는 자'라고 불리기를 좋아하던 괴인, 라키안과의 이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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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정규연재란에서 '세상을 파는 자'라는 제목의 소설을 연재하고 있는 미즈나시라고 합니다. 연재 시작한지 어언 반년이 되었는데 처음으로 홍보와 함께 인사드립니다. 스스로 만족할만한 분량을 쓰기 전까지는 홍보를 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어떻게든 끈질기게 잘 써온지라 이렇게 인사드리게 되었습니다. 반갑습니다 ^^
이 이야기는 한 성실한 몸종이 어떤 행상인을 만나면서 겪게되는 운명적인 인생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어느날 마을 한복판에서 만난 행상인, 그는 한 소년에게 그가 가진 세상 모든것을 뒤엎어 버리는 별난 물건을 팔게됩니다. 그 이후로 소년이 겪게 되는 성장스토리. 세상을 파는 행상인과 여행길에 오른 소년의 운명은 과연 어떤 것일까요? 직접 읽어 보시고 즐거운 시간 보내시기를 바랍니다~ :D
포탈: http://www.munpia.com/bbs/zboard.php?id=bn_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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