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동을 보는 이유와 같다고 봅니다.
연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합시다.
야동을 보는 이유와 같다고 봅니다.
그러게요. 현판은 저도 보기 어렵더라고요. 사실 현대의 복잡한 사회구조를 배경으로 글을 쓴다는 것 자체가 어렵기도 하지만, 작가분들이 그것을 어느정도라도 이해하고 쓰시지 않는 글들이 많더군요. 처음엔 무조건 비관적이게 그리고나서 어떻게든 강해진 주인공에게 정당성을 부여하려 하나, 사실 그 정당성이 모순이 많아 글이 읽히질 않더군요. 강자와 약자의 대립은 좋은 카타르시스를 만들만한 요소이지만, 현대사회에서 그것을 구연해내기란 사회시스템의 충분한 이해없이는 그 개연성을 갖추기 힘들다고 봅니다. 차라리 개연성을 어느정도 포기한 '아이언맨'같은 것이 더 와닿는 이유이기도 하지요. 사람잡는 것에 억지로 정당성을 부여한 것 보다는 외계괴물과 싸우는게 더 쉽게 읽히니까요.
역시나 제 필력의 부족함이 절실히 느껴지네요.
예를 들어 작품이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 명예, 권력, 파괴, 복수 등등의 욕망의 달성이나 감정의 해소가 목적이라고 하겠습니다. 일반 소설이 목적의 달성 뿐만 아니라 거기에 도달하는 과정도 중요시 하는 것에 비해, 막장 양판소는 목적이 이루어지는 순간 혹은 그 장면에 비중을 두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즉, 권력의 성취나 무차별적인 파괴 장면을 통해 독자에게 카타르시스를 주는 것에 목적을 두다 보니 그 장면까지 오는 과정(줄거리의 무모순, 개연성)이나 주인공이 하는 행동에 대한 타당성 혹은 정당성을 등한시하는 경향이 있다는 뜻이죠.
야동을 예로 든 것은 둘 다 시청자 혹은 독자가 원하는 장면의 묘사에 집중을 한다는 의미지 육체적인 욕구와 정신적인 욕구의 해소가 동일하다는 뜻은 아니었습니다.
욕구 충족이라는 부분에서 야동과 독서는 궁극적으로 같다고 생각되는데요? 충족을 위한 행위니까요. 단지 그 욕구가 가장 기초적인 성욕이냐, 아니면 다른 사람의 인생을 엿보고 싶은 관음(?), 또는 대리만족을 통한 즐거움의 추구이냐로 갈리는 것 같네요.
저는 책을 읽을 때 다른 사람의 인생을 대신 체험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설정이 말이 안되거나 논리적이지 않다면 작가에게 욕을 하고 싶을 정도로 화가 납니다.
분명 정도라는 게 있지요. 창의력도 정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발칙한 상상? 유쾌한 반전? 다 허용범위 내에 있는 것이죠. 아내가 결혼했다? 받아들이기 힘들어 보이지만 그럴 수도 있습니다. 불륜은 언제나 있으니까요. 건강을 위해 마라톤 하는 것이 아니라 담배 피려면 건강해야 하니까 마라톤 했다?? 유쾌한 반전입니다. 그럴 수도 있죠.
근데 양판소설은 그런 설정이 너무나 조잡하고 완성도가 낮아요. 사회는 한명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서 작가의 세계관을 볼 때 분명히 약점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약점을 필력으로 메꿀 수도 있고 스토리로 메꿀 수도 있지만, 한계가 있고 정도라는 게 존재합니다.
분명히 양판소설의 설정은 너무나 억지스럽고 말이 되지 않아요. 하지만 정작 더 중요한건, 그러한 것을 날카롭게 지적해줄 수 있는 독자가 많이 없다는 것이 문제겠죠.
문피아에 올라오는 글 보면 전부 건필하게요. 잘 보고 있습니다. 등등이던데, 저는 댓글 몇 개 안썼지만 단 하나를 빼곤 전부, 말그대로 그냥 작가를 욕하는 글을 썼습니다. 독자의 역할이라 생각해서요.
근데 그런 독자가 많이 없다는게, 양판소의 범람의 일차적인 이유인 것 같네요.
그리고 그런 책이 나오니 그런 책을 볼 수 밖에 없고 그런 책을 보고 자라난 사람들이 쓰는 글도 그런 종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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